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05화 (105/134)

00105  5권

호텔은 태성이 밖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웠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거 그 할아버지가 돈 주고 하는 게 맞냐? 도장 몇 개 있다고 이정도의 어마어마한 생일잔치는 대체?”

“후후… 너 스승님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스승님이 한 달에 얼마를 벌거라고 생각 하냐? 아마 네가 그걸 알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걸? 그런 거 깊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그냥 즐겨.”

한백우는 태성을 이끌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갈 때마다 태성은 주변의 모든 광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상이 이곳 호텔 내부에서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한 장식들과 고급진 음식들. 그리고 여기저기 부티 나는 인물들이 즐비한 또 다른 세상. 그리고 그때 한백우의 목소리가 귀를 적셨다.

“스승님. 저 왔습니다.”

“어, 그래. 응? 네놈도 왔냐?”

“아… 예. 안녕하십니까.”

유의천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 잘 왔다. 오늘은 뒤통수 후려갈기지 않을 테니 마음껏 놀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신 축하드립니다.”

생일을 축하하러 왔지만, 오히려 놀고 가는 분위기가 되고 만 태성. 그리고 그 흔한 선물도 준비 못한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백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신화그룹의 후계자답게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그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연히 이런 인사 역시도 사업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인사를 받을 수도 없었다. 한백우는 비즈니스를 위해 태성에게 양해를 구했고, 그런 연유를 알고 태성은 한쪽에서 고급진 음식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웅성웅성.

그런데 그때 한 쪽에 약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이 그 사람 인가봐?”

“그러게. 나도 처음 보는군.”

“도통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분이라고 하시던데 말이야.”

모든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하고 있는 사람. 태성은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유명 연예인이라도 왔나?”

사실 이곳 행사장에는 유명 연예인 또한 여럿 보이고 있었다. 유의천과는 어떠한 관계인지 모르지만 정계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며 유의천의 인맥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지금 척보아도 한 덩치 하는 인물들이 대거 있었는데, 각기 피부색과 머리색이 달랐다.

‘저 사람들이 다 할아버지 제자들인가?’

음식을 먹으면서도 태성은 눈은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태성은 자신의 옆에 있는 한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 할머니의 키는 대략 150센티 정도 되었고, 흰색 한복을 차려입었으며, 백색 머리칼을 곱게 묶어 올리고 있었다.

“특이한 녀석이구나.”

“예?”

눈이 마주치자 할머니가 자신을 향해 넌지시 입을 열고 있었다.

“네놈 인생의 전환점이 시작되겠구나. 아니, 애초에 시작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입에 넣던 음식을 멈춘 태성이다. 그는 주변을 한 번 둘러 보았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할머니 둘 뿐이었다.

“지금 저더러 하시는 말씀이세요?”

“이놈이 귀가 먹었나? 왜 말을 못 알아 처먹어?”

주변을 다시 한번 두리번거리는 태성이 재차 물었다.

“그럼 저에게 하신 말씀이 맞으신가 본데… 혹시 저를 아세요?”

“야 이놈아. 너를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 보는데, 내가 너를 어찌 알아?”

“그런데 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뚫린 내 입으로 내가 말한다는데, 네놈이 뭔데 참견이냐?”

태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할머니를 주시하다 이내 자리를 피해버렸다.

“별 이상한 할머니 다보겠네.”

반대편으로 오게 된 태성은 다시 접시에 들린 음식들을 입에 넣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다시 태성의 곁으로 다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한 사람이 할머니 곁으로 다가왔다.

“대모! 오셨으면 진작 말씀을 하셨어야죠. 한참이나 찾아다녔습니다!”

“큰 키에 좋은 눈 놔두고 한참을 찾아다니다니? 네놈도 이제 늙었나보구나.”

“어허이~! 참. 대모! 늙었다니? 그 무슨 심한 말씀을? 대모가 작아서 그런 것을?”

곁에 다가와 말을 하는 이는 바로 유의천이었다. 그는 할머니와 매우 잘 아는 사이 같았고, 대모라고 칭하며 할머니에게 깎듯이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응? 네놈도 여기 있었느냐?”

“네? 아… 예.”

“아는 놈이냐?”

대모라는 할머니가 유의천에게 물었다.

“네. 백우와 아는 사이다보니 저와도 연이 좀 닿았습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그래. 그뿐이겠지. 네놈과는 상종을 할 수 없는 녀석이니까.”

그 말에 유의천이 큰 소리로 웃었따.

“파하하하! 에이! 대모. 아무리 그래도 애 앞에서 저를 너무 추켜세우십니다. 그래도 인간이 인간을 상종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요.”

“네놈 뭔가를 착각하는 게냐?”

“예?”

대모는 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왕이 될 녀석이다.:”

“풉!”

그때 유의천이 입을 막았지만,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감당할 길이 없었따.

“제왕이라니? 이 녀석이요? 그리고 요즘 시대에 무슨 제왕입니까? 터무니없는 소리지. 대모도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었나봅니다.”

퍽!

그때 대모가 유의천을 발을 차버렸다.

“어이쿠! 나죽네!”

“이놈아. 아무리 내가 때린다 한 들 네놈이 아플 리가 있겠느냐? 그리고 제왕이 꼭 여기서 나오라는 법이 있느냐?”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쯧쯧… 난 이만 갈란다.”

“오신지 얼마나 되셨다고요. 이렇게 가시려면 대체 왜 오신 겁니까?”

“이놈 말하는 것 좀 보게? 그래. 알았다 다음부터는 오지 않으마. 네놈 죽는 날에 다시 오도록 하지.”

“후후, 조만간 다시 찾아뵐게요. 대모!”

“오든지 말든지 네놈 알아서 해라.”

대모라는 할머니는 이상한 말만을 남겨놓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 대모가 뭐라 시더냐?”

유의천이 태성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글쎄요… 특이하다하시고, 인생의 전환점이 어쩌고 하시던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요.”

“그래? 흠…….”

유의천은 잠시 태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제왕이라…….’

대모의 한 마디가 유의천의 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모.

그녀는 130살의 나이로, 유의천을 엎어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30살의 나이였지만, 외모는 예순 정도로 보여지는 동안이며, 그녀에게는 감히 평범한 인간이 범접하지 못할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의 운명을 볼 줄 알며, 앞날을 예견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대모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몇 몇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 그 누구도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전 세계에 드러낸다면, 그녀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추종 받는 인물이 될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난 인물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유의천 역시도 그녀가 하는 말을 쉽사리 흘려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네놈. 생일 선물은 없느냐?”

“예? 아… 죄송합니다. 급하게 오는 바람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도 잘 몰라서요. 혹시 같고 싶은 것이라도?”

“야 이놈아. 생일 선물을 꼭 조아하는 것만 골라서 가져 오란 법이 있느냐? 와… 이놈 보게. 이제보니 남의 생일잔치에 와서는 음식만 축내고 가는구나. 선물 내놔 이놈아!”

“에…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면… 그리고 저쪽에 많은 선물을 놔두고 왜 저한테 이러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가져온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을 가리키며 태성이 말하고 있었다.

“저건 저거고, 너는 너지 이놈아. 선물 내놔!”

“에… 알겠습니다. 다녀올게요.”

태성이 자리를 비우려하자 유의천이 그를 낚아챘다.

“가긴 어딜 가 이놈아!”

“예? 왜요? 방금은 선물 달라면서요? 선물 사러 다녀올게요.”

“네놈이 선물을 사러가는 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집으로 내빼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

“저를 그런 놈으로 보시는 겁니까?”

“그런 놈이나 이런 놈이나 내 알바는 아니고, 그냥 지금 선물을 다오.”

유의천은 태성에게 막무가내로 선물을 달라고 말하고 있었고, 태성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선물이 어디 있어요? 그런 생떼는 그만 쓰세요.”

그러자 유의천이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놈아! 내 생일에 와서 음식만 처먹고 선물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선물이 왜 없냐? 여기 떡하니 있고만?”

유의천의 목소리가 커지자, 주변의 인물들이 두 사람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예? 어디요?”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

“저요?”

“그래. 너! 네가 나한테 줄 선물이 뭐가 있겠냐? 돈이 많아서 남들처럼 기막힌 술을 주겠냐? 그것도 아니면 세계 여행을 시켜 주겠냐? 안되잖아? 그러니까 내 제자가 되라.”

예전 유의천이 했던 말이 다시금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엑? 또 그 소리세요?”

“야! 내 입으로 내가 말한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내 생일날 내가 선물 좀 받고 싶다는데? 내 제자 할 거냐 말거냐?”

“싫다고 했잖아요.”

“뭐라구? 그럼 먹은 음식 값 내놔라!”

유의천은 이제 막무가내 식으로 태성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돋대체 저한테 무슨 억하심정 있으십니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냥 두 눈 딱 감고 제자하면 안되겠냐? 오늘 같은 내 생일날에 사람들이 다 보는 이 앞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주변의 구경꾼들이 유의천의 말을 듣고 꽤나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태성에게까지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유의천이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자와, 그것을 거부하는 자.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모두가 유의천이라는 존재에서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그랬기에 지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사람이 누구야?”

“글세? 나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사부님은 이제 제자를 받지 않기로 말씀하시지 않으셨나?”

“그거야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그런 거겠지. 사부님이 스스로 제자를 만들려고 하는 건 난생 처음 보는 걸?”

“하긴… 그런데 대체 저 소년이 누구기에 사부님이 저렇게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안달을 하시는 거야?”

누구나 할 것 없이 태성과 유의천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백우가 나섰다.

“스승님! 그리고 태성아! 이제 그만하십시오. 오늘 같은 날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휴… 백우야. 내가 정말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냐? 대체 네놈의 친구란 녀석은 어떻게 되어 먹은 놈이냐?”

“내 말이! 대체 이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나를 제자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신거야? 내가 대체 뭐가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이놈아! 너 잘난 거 쥐뿔 하나도 없는데, 내가 거둬들여서 아주 광채 나게 닦아 보려고 그런다. 왜!!”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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