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6 5권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재미있어 보이는 한백우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 태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태성아. 오늘은 스승님의 생신이시다. 그리고 스스임의 제자가 되는 건 누구나 다 하고 싶은 일이지만,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야. 하물며 오늘 스승님의 생일 선물로 너를 제자로 거둬들이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들어주시지 그러냐?”
“휴…….”
태성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유의천 역시도 입을 다물었다.
“몰라. 너 아라서 해라. 나 그냥 집에 갈련다.”
태성은 몸을 돌려 호텔을 빠져나왔다.
“파하하하!”
그 모습을 지켜 본 유의천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제자가 되었어! 크하하하! 제깟 놈이 아무렴 그렇지! 어떻게 나의 고집을 꺾겠어? 크하하하! 어이쿠. 이거 내가 좀 소란스러웠나? 다들 여흥을 계속 즐겨보자구!”
유의천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한백우 역시도 그런 유의천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보였따.
호텔 밖으로 나온 태성은 커다란 유의천의 웃음소리가 자신의 귓가로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으구… 저 영감탱이. 내가 오늘 여기 오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후 태성은 정식적인 절차는 생략하고, 입으로만 전해져 유의천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유의천의 제자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전 세계에 제자가 퍼져 있다고 하지만, 유의천이 직접 제자로 삼고 싶다 말한 이는 신태성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유의천의 제자들은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제자가 되었든, 어쨌든 태성에게 당장 유의천을 찾아 갈 일은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평소와 다름 없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래. 정상적으로 보면 게임만 해서 세상 살아 갈 것도 아니라면, 할 만큼 만하고 깔끔하게 접자.’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서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복수의 생각도 차츰 사라져가고 있었따.
이진호에 대한 원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복수를 해서 자신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이진호에게 자신이 당한 고통과 분노를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과연 자신이 이진호와 다를 게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다르다는 것은 단 하나. 왕따를 해서 괴롭힌 것이냐, 아니면 혼자서 그를 괴롭힌 것이냐의 차이일 것이다. 태성은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접을 때까지 녀석이 나타나면 완전 밟아주고, 그렇지 않다면 없던 일로 넘어가면 되겠지.’
사실 이진호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만큼 확률이 매우 적었다. 하물며 학생과 자퇴생의 차이는 시간 개념부터 다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저녁 시간에라도 그를 만날 확률이 높았겠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쉬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런 일들이 쉽지만은 않았따.
“슬슬 다시 산맥으로 가볼까?”
파샤드 산맥에서 태성은 던전의 혜택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 그곳만큼 괜찮은 사냥터도 찾아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사냥을 할 수 있는 파샤드 산맥.
태성은 홀로 파샤드 산맥으로 가기 때문에 근처로 갈 수 있는 이동 주문서 하나를 장만했다. 그리고 그 주문서를 찢었다.
화악!
밝은 광채와 함께 그는 파샤드 산맥이 보이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후… 슬슬 이동해볼까?”
태성은 이동하며 자신의 소환수들을 모조리 불러내기 시작했다. 파샤드 산맥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태성은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가 있었다.
“너, 너 괜찮은거야?”
그는 바로 프레스였다.
“저야 상관이 없지만… 프레스씨야 말로 괜찮으세요?”
프레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옷이 찢어지고, 몰골은 앙상했다. 땟국물이 줄줄 흐를 것 같은 모습이 그를 더욱 초라하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나야 죽기 살기로 도망쳤지. 그 덕에 지금 이꼴이지만 말이야. 왠지 자네가 다시 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는 있었는데, 이런 멀쩡한 모습이라니……?”
NPC다보니 유저에 대한 특성은 자세히 모르는 듯 했다.
“그런데… 뭐 먹을 것 좀 있나?”
“아? 예. 여기…….”
먹을 것을 건네주자, 그는 허겁지겁 그것을 받아 들었다.
우걱우걱!
미친 듯이 먹기 시작하는 프레스에게 음료까지 하나 제공을 하는 태성.
“천천히 드세요. 그러다가 체하시겠어요.”
태성의 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꺼억…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받은 음식을 모조리 먹어 치운 그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저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신 건데요.”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서 NPC에게 위험을 초래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어쩌시겠어요? 사실 지금까지를 보면 신비의 말을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 그렇긴 하지만… 난 한 번 더 확인을 해보고 싶네.”
“네? 뭘요?”
“그 파샤드 던전을 말이네.”
“파샤드 던전이요? 던전이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 일텐데…….”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 파샤드 던전의 끝에 뭐가 있을지 말이야. 그리고 그런 폭포 속에 던전이 숨어 있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나의 촉이 그곳을 계속 가라고 권하고 있거든.”
그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와 함께 다시금 파샤드 던전을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의 퀘스트 목록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가며, 파샤드 던전 앞에 도착한 두 사람.
그들은 서슴없이 폭포의 뒤편으로 발을 옮겼다.
“으악!”
지이잉~!
발을 들여놓자마자 라이트 스네이크가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급히 그 장소를 피했다.
“제길! 벌써 부터냐? 좋아! 다 덤벼!”
태성의 말에 레이저를 맞아가면서 언데드들이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싸움으로 태성은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가 있었다. 화이트 스네이크의 레이저는 공격당하는 즉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레이저가 몸에 닿은 이후 회색빛이 몸을 감싸게 된다. 그 상태에서 몸 전체가 회색빛에 휩싸이는 사이 생명력이 고갈 되어가고, 이후 생명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먼지 화 되어서 파괴 되고 마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고작 2초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행이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2초 내에 다음 녀석이 투입 되어야 한다는 소린가? 그러고 보니 저놈들 레이저가 관통 효과가 있지 않았었나?’
2초의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레이저가 관통을 하며 언데드들을 죽였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그럼 시험 해볼 가치가 있겠는 걸?’
태성은 즉시 언데드들에게 명령했다.
“지금부터 레이저를 번갈아 가면서 맞는다. 알겠지? 한 녀석이 맞으면 뒤에 있는 녀석이 재빨리 자리를 교체하고, 레이저를 대신 맞아가면서 화이트 스네이크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도착한 좀비들은 즉시 자폭! 알겠나?”
허우!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린 이후, 화이트 스네이크를 상대로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작전은 좀처럼 쉽게 먹히고 있지 않았다.2초 만에 자리를 바꾼다는 것이 사실상 좀비들에게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전을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는 소환수가 존재했다. 바로 레이스였다.
레이스는 고스트보다 이동속도가 빨랐으며, 서로 맞물리며 좀비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몽달 귀신 같은 녀석들! 정말 잘해주고 있어!”
레이스들이 작전에 참여를 한 후, 화이트 스네이크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좀비 희생수는 고작 5마리.
“익스플로전!”
첫 번째 도착한 좀비가 그대로 자폭을 감행했다.
“키에에에엑!”
커다란 충격에 화이트 스네이크가 크게 휘청거렸다.
“좋아! 이 기세를 몰아 좀비 전원 돌격!!”
크게 휘청거리는 화이트 스네이크는 레이저를 발사하지 못하고, 이후 좀비 군단의 자폭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모두들 매우 잘했어!”
초반 전투에 비해서 지금의 전투는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징그럽게 뭉쳐 있는 녀석들인데…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수십 마리가 뭉쳐 있다 보니 들어가면서 레이저를 맞는다고 하더라도 희생양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어? 잠깐…….’
태성은 순간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흐흐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파샤드 던전 내부로 걸음을 옮겨가고 있는 태성.
밝은 빛을 뿜으며 화이트 스네이크가 뭉쳐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한다. 오공. 여기 땅을 팔 수 있겠지?”
{키르륵!}
오공이 대답을 하면서 땅을 파헤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좋아. 지금부터 오공이 땅굴을 판다. 좀비들은 이 땅굴로 몸을 숙이고 이동해야 해. 알겠어? 땅굴의 목적지는 바로 화이트 스네이크들이 모여 있는 중앙 지점! 그곳까지 땅굴을 파고들어서 이후 녀석들에게 솟구쳐 즉시 자폭을 한다. 다른 언데드들은 이런 작전이 먹힐 수 있게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다. 비록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언데드들이여! 반드시 승리하자!!”
허우!!
힘찬 언데드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태성의 손가락질 한 번으로 오공은 빠르게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굴삭기 하나가 땅을 파고 들어가듯, 사방에 흙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척척척.
이어 좀비들이 발을 맞추어 오공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좀비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기존의 빠른 속도로 땅을 파헤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정한 규격을 만들며 천천히 이동을 하는 터널 공격팀.
“언데드와 구울 고스트가 한편을 먹고, 다크 나이트와 듀라한 그리고 레이스가 한팀을 먹는다. 알겠지? 최대한 녀석들의 레이저가 몸에 닿으면 그런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날려라! 그것이 우리가 살수 있는 방법이다!”
팀을 나눈 언데드들이 즉시 쏟아지는 레이저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스피드가 빠른 다크 나이트와 듀라한이 선봉으로 양쪽으로 나뉜 두 팀이 빠르게 움직였다.
후방에서 지원이 되는 마법과 화살은 화이트 스네이크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야를 가리는 방법으로 최대한 레이저의 방향을 빗나가게 만들고 있었다.
이윽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오공은 화이트 스네이크들의 중심지를 뚫고 나왔다.
지이이잉~!
그러자 그 모습을 발견한 화이트 스네이크들이 즉시 레이저를 발사했다
퍼퍼펑~!
순식간에 오공의 모습이 재가 되어 버리며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희생은 숭고했다. 순간 오공에게서 시선을 돌린 화이트 스네이크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서 달려오던 언데드 군단에게는 그만큼 시간을 주고 말았던 것이다. 코앞까지 달려온 언데드 군단이 그들을 향해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곧장 레이저를 쏘기 시작하며, 화이트 스네이크는 언데드 군단의 파상공세를 막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작전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몬스터들은 알지 못했다.
사라진 오공을 뒤로하고 땅굴에서 좀비들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 마리씩 튀어 올라 올 때마다 그대로 자폭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콰콰쾅!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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