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09화 (109/134)

00109  5권

“캬~! 나는 언제 우리 태성이처럼 대박 한 번 터뜨려보나?”

“호호호. 그러게요. 나도 게임을 하면서 레어 한 번 못 먹어봤는데, 태성이는 뭐 길가다가 채이는게 레어인가봐요.”

파샤드 산맥을 통해서 얻은 아이템 모두를 처분하고 나온 골드가 7,000골드. 도합 1만에 가까운 골드가 파샤드 산맥 사냥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골드를 일부 제외하고 이것을 고스란히 현금으로 바꿨다.

그리고 당연히 그 현금은 부모님께 전해드렸고, 돈을 보고 깜짝 놀란 어머니는 그날 한우 파티를 진행하게 되었다.

“오늘 정말 대박이었어요. 아공간까지 얻게 되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아공간? 그게 뭐냐?”

“간단하게 아주 큰 인벤토리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물건 크기나 양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넣을 수 있는 인벤토리에요.”

“허허? 그래? 나야 뭐 인벤토리의 반도 채워 본적이 없어서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구나.”

가족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만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태성의 대박행진을 축하하며,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검정고시를 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태성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들은 반대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 당분간 100레벨까지는 파샤드 산맥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좋겠어. 던전 내부도 꽤나 도움이 되고 말이야.’

식사를 하면서 100레벨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뚜르르~!

오후 2시. 태성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다.

“에?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제자놈 전화번호야 금방 알 수 있는 문제고. 그나저나 제자가 되어서 도장에 한 번도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될 법한 일이냐?

“나오라고 하시진 않으셨잖아요?”

-네놈은 상식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나오라고 해야 꼭 나오는 거냐? 당장 도장으로 튀어와.

뚜뚜뚜뚜~!

자신의 할 말만을 하고 전화를 끊는 유의천을 보며 태성은 기가 막혔다.

“아… 진짜 생일날에 괜히 가서는 이게 무슨 꼴이야?”

한우를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난 태성.

“저 좀 나갔다가 올게요.”

“어딜?”

“스승님을 만나야 해서요.”

“스승님? 학교 선생님 만나러 가는 거냐?”

부모님들은 아직 유의천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랬기에 ‘스승’이라고 말하는 것을 ‘선생님’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그런 분이 있어요. 다음에 말씀 드릴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그래. 마음껏 놀다 오너라. 돈은 있냐?“

“네. 충분히 있으니 걱정마세요.”

음식을 먹으며 예의상 질문을 해대는 태성의 아버지. 태성이 집을 나가자, 그도 먹는 것을 중단하고 태성의 방으로 올라갔다.

“여보!! 내 차례라니까!”

“에이, 그거 다 치우고 나면 내가 알아서 비켜줄게.”

태성이 대박을터뜨린 이후, 두 사람은 게임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우게 되었다.

차를 타고 도장에 도착한 태성. 그리고 정좌를 한 자세에서 그를 맞이하는 유의천.

“왜 부르신 거예요?”

“왜 부르긴. 스승이 제자를 보고 싶어 한다는데, 다른 이유가 필요하냐?”

“아뇨…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도장에 있는 문하생 하나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차를 다려주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홀짝이며 유의천을 예의주시하는 태성.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부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냥 탁 터놓고 말씀하세요. 본래 하시던 것처럼 말이죠. 새삼스럽게 왜 무게를 잡고 그러세요?”

“음… 그래. 알았다. 다름이 아니라 네놈한테 하나 가르쳐 줄 것이 있어서 그런다.”

“가르쳐 줄 것이요? 그거라면 이미 다 배우지 않았나요?”

그 말을 들은 유의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너 한 대 맞고 시작할래? 무예이 무자도 모르는 놈이 겨우 몇 번 두들겨 맞은 것 가지고 네놈이 무슨 무인이라도 된 줄 알아?”

“아뇨.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뭔가 가르쳐 주신다길래… 또다시 맞아야 하나 싶어서 한 말이죠 뭐.”

“그럼 잠자코 있으면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돼.”

이후 마음을 가다듬은 유의천이 입을 열었다.

“네놈은 기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기요? 기라면 뭐 단전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무협에서나 나오는 그런거 말씀이신건가요?”

태성의 말에 유의천이 한순간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화를 억눌렀다.

“그렇다.”

“물론 제가 그것을 알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킁… 그래. 네놈이 당연히 알리는 없을 거다. 하지만 내 제자가 된 이상 기라는 것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유의천은 직속 제자인 태성에게 기에 대해서 알려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기라는 것은 본디 만물을 이루고 있는 근원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 인간 역시도 기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요?”

“이익!!”

두 눈 말똥히 뜨고 반문하는 태성을 향해서 금방이라도 주먹을 뻗을 것 같던 유의천이 심신을 억누르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기는 어떻게 운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엄청난 무인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불로장생의 길을 걷게 하기도 한다.”

“음…….”

유의천이 하는 말은 태성에게 정말로 아무런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에게 그런 말씀을?”

애초부터 싸움이라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었던 태성. 하물며 무예는 오죽하겠는가?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유의천을 보며 묻자, 그가 대답했다.

“네놈에게 그 기를 알려주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부른 것이다.”

“그 이야기라면 금방 다 듣지 않았나요?”

“그래. 네놈 말대로 방금 들은 그것이 기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기를 어떻게 느끼고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그리고 우리 천인도장에도 전승되어지는 기 운용법이 존재한다.”

“오호…….”

다른 세계의 이야기지만, 유의천의 진지한 이야기에 조금씩 흥미를 보이는 태성이었다.

“기라는 것은 즉, 인간의 단전에서부터 시작 된다. 흔히들 말해서 단전호흡이라고도 하지.”

“아? 들어봤습니다.”

그제야 알아먹기 시작하는 태성에게 유의천은 더욱 자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단전은 인체의 중심이 되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기를 운용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지. 또한 기를 운용하게 되면, 그것이 몸에 퍼져 더욱 활발히 육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음… 그럼 육상선수가 빨리 달리는 것도 기라는 것과 상관이 있는 건가요?”

“아쉽게도 육상은 기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육상은 단순한 육체 강화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네놈이 기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아마도 많은 것이 달라질게다.”

“어떻게요?”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네놈을 부른 것이 아니냐.”

유의천은 태성에게 본격적으로 기에 대한 운용을 알려 줄 생각이었다.

“앞서 네놈이 배울 기 운용법이 무엇인지부터 너는 알아야 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태성은 잠자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유의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태성 역시도 함께 따라 일어났다.

“됐다. 네놈은 그냥 앉아 있어라. 이제부터 내가 네놈에게 기를 불어넣어 볼 테니 그것을 한 번 느껴 보거라.”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장 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소리에 태성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만약 이 사실을 다른 이들이 보았다면 크게 놀랄 것이다.

대부분의 제자나 문하생들은 기를 느낄 때까지 참선을 행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기라는 것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지금 유의천은 태성에게 기를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이 아닌, 속성 방법을 통해 빠르게 가르침을 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유의천이 태성의 뒤로 돌아가, 그의 등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뭔가 뜨거운 느낌이 등을 타고 체내로 흘러들어오는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뜨거운 기운은 서서히 몸을 잠식해 나가면서, 뜨겁다는 기분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느낌이지? 마치 욕탕에 온수를 틀어 놨는데… 물이 제멋대로 내 몸을 타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전혀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평온한 기분 나져 느끼게 하는 신비한 기분에 태성은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느껴지느냐?”

몽롱해지고는 있지만, 주변의 감각은 오히려 더 살아나는 듯 했다.

“네… 조금은요.”

“그래. 어떤 느낌이냐?”

“글쎄요? 쉽게 말하면 마치 수면 마취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몽롱하면서 기분은 좋은…….”

유의천이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확 구겼다. 자신이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에라이! 이 자식아!”

퍼억!!

그는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태성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그렇게 또다시 정신을 잃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야 태성이 깨어났다.

“이래서 제가가 되기 싫었다니까요!”

“야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스승이 열심히 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데, 많고 많은 말들 중에 하필이면 수면 마취 따위라고 말을 하냐? 그렇게 표현력이 없냐? 아오! 생각하니 갑자기 열 받네! 한 대 더 맞아라! 어디서 그 따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이걸 확! 죽일 수도 없고!”

“그럼 어떻게 해요! 기분이 그렇게 느껴진 걸!”

“그거야 네놈의 기가 아닌, 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다 보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기라는 게 하나로 일맥상통 한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운을 뿜어내는데 별 수 있겠냐!”

그 말을 들은 태성이 유의천을 은근슬쩍 바라보았다.

“그럼 사부님은 뭐… 수면 마취 같은 기운이란 말씀 밖에 더 되겠습니까?”

“너… 진짜 안되겠다. 좀 맞고 정신을 뜯어 고쳐서 표현력부터 익히는 게 좋겠다.”

유의천이 태성을 향해서 주먹을 뻗기 시작했고, 그것을 빠르게 피하며 유의천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태성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말이 헛나왔어요! 처음 기를 배우다보니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지 몰랐을 뿐입니다.”

“정말이냐?”

“정말이에요! 진짜 기분이 희한하다 보니까 말이 헛 나왔다니까요? 그리고 사실 수면 마취라는게 그렇게 나쁜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만큼 몽롱하고 기분이 좋았다는 뜻입니다!”

유의천은 태성의 말을 듣고 조금씩 화를 가라 앉히기 시작했다.

“음… 그래. 알았다. 그럼 이제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라.”

“스승님만 진정하시면 됩니다.”

유의천은 다시 태성과 마주보며 자리에 앉았다.

“아마도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 그 기운이 매우 이질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익숙해진다면 오히려 기라는 것에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금 내가 너에게 불어넣었떤 기운은… 차후 너의 기와 비교를 해보면 될 것이다.”

태성의 말에 아직까지 기분이 상한 듯 보이는 유의천에게 위로의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괜한 말을 꺼내어 그의 심기를 더욱 어지럽히는 것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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