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5권
“본래 기라는 것을 깨우친 이후부터 오히려 기는 느끼기가 쉽겠지만, 네놈의 꼴을 보아하니 자신의 기를 찾는 것도 힘들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마.”
유의천은 한동안 그렇게 태성에게 기를 느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그의 몸에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지만, 방금 전의 기에 대한 신선한 평가로 인해서 더 이상 태성의 몸에 직접적으로 기를 불어넣어주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후 태성에게 이론만으로 설명을 한 후 그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주게 되었다.
“아, 그러니까! 아직도 느끼지 못하겠냐고ㅓ!!”
“예. 전혀요. 대체 뭐가 기라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지 이미 3시간이 넘었다.
“저기 죄송한데 다리 좀 펴면 안될까요? 솔직히 지금 다리가 제 다리가 아닌 것 같은 감각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으이구…….”
유의천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 잡았다
‘정말 내가 이런 놈을 제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나 노력을 했단 말인가?’
태성을 처음 봤을 때, 보석을 발견 한 것처럼 기뻤던 유의천.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보석이 아닌, 길가다가 흔히 발에 차이는 돌맹이 만도 못한 수준이었다.
‘무인의 기질이 타고난 것 같더니… 내가 잘못 봤단 말인가? 그럼 대모가 말한 건 또 뭐야? 제왕의 그릇이라더니? 이게 무슨 제왕이야? 얼어죽을!’
유의천은 한숨만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화장실 좀 다녀오마.”
“예. 그러세요.”
자신의 도장이지만, 갈 때마다 허락을 맡고 간다는 느낌이 드는 유의천. 그는 화장실을 갔다오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대모가 노망이 난 것이 분명한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저딴 놈이 무슨 제왕!!”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가 태성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놀라고 말았다.
기를 느낄 수 없다던 태성이 가지런히 모으고 있던 손에 빛이 약간 일렁였기 때문이다.
기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양 손바닥을 서로 마주보게 해서 그 가운데 기가 맺히게 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유의천의 눈에는 분명 태성이 기를 뿜어낸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가 느껴지냐?”
“글쎄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에라이!”
퍼억!
유의천은 그대로 발로 태성의 가슴을 가격했다.
“왜 때리세요!”
“맞을만하면 맞아야지!”
자신이 기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기가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태성을 향해서 발길질이 계속 진행 됐따.
“네놈! 솔직히 말해라. 기가 느껴지는데, 나 엿먹이려고 계속 안느껴진다고 개헛소리를 한거지?”
“아! 진짜 모른다니까요. 진짜 안느껴진다고요!”
“그럼 내가 본 건 대체 뭐냐?”
“뭘 보셨는데요?”
“네놈의 손에서 기가 일렁이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다!”
“늙으셔서 눈이 침침하신 건… 헉!!”
유의천은 발이 아닌 주먹을 강하게 쥐고는 그대로 태성을 향해 뻗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도망치는 태성이었다.
“휴… 긴말하지 않는다. 제자리에 와서 앉아라.”
“때, 때릴 거잖아요!”
“물론! 내 말에 토를 달면 때린다. 그러니 즉시 앉아라.”
태성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유의천은 그런 태성에게 다시 한 번 천천히 물었다.
“솔직히 네가 느낀 기분이 무엇이냐?”
“글쎄요? 손바닥이 좀 간질간질 한 것 외에는…….”
그러고 보니 기를 느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순간에, 계속해서 손바닥을 몇 차례 긁적인 태성이었다.
‘설마 이 녀석 기가 간지럽거나 그런 건가? 아차!’
그때 유의천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를 놓치고 있었다.
기를 운용해보지 못한 사람은 처음 기를 느끼는 그 순간 간지러움을 느낀다는 사실. 그리고 태성 역시도 그 단계에 이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하하? 이 녀석 이제 보니 혼자서 벌써 기를 느끼고 있었군. 괜히 혼자 엄한 놈을 잡을 뻔 했구만.’
태성이 기에 대해 스스로 터득한 것을 알고는 이내 표정이 밝아진 유의천.
“왜… 웃으십니까?”
“네놈은 벌써 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웃을 수밖에.”
“제가요?”
“그래. 기란 처음 느끼는 사람들은 대다수 간지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네놈이 기를 느끼려고 할 때 손바닥을 몇 번 긁은 것 역시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기라는 게 이렇게 간질간질 거리는 거였군요?”
“그렇지는 않다. 처음에는 간질간질 한 기분을 느끼지만, 나중에는 기가 몸을 타고 흐르는 느낌에 슬며시 잠까지 오려고 할 정도로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렇군요…….”
이후 유의천은 태성에게 천인진기에 대해서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인진기의 운용방법에 대해서도 일러주었다.
“천인진기는 자고로 파상공세의 흐름을 띤다. 그래서 기의 운용도 매우 빠르게 진행이 되며, 차후 기를 축적함에 있어서도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태성은 얌전히 그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앞으로 단전의 기를 느끼는 것은 중요하며, 차후 그 기를 몸속으로 유동을 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기가 네놈의 몸에 쌓일수록, 기를 통해서 너는 무인이 되어 갈 것이다.”
“기가 없으면 무인이 될 수 없나요?”
“쉽게 말하면 그렇다. 자고로 강한 무인은 기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기가 없으면 무인들은 그저 형식적인 무예가일 뿐. 기를 운용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새 기라는 거에 약간은 호기심이 생기게 된 태성이다.
“그런데 이런 걸 왜 저에게만 알려주시는 겁니까?”
“네놈은 모르겠지만, 천인도장은 일인전승 문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있어서 일부는 천인도장의 제자로 들어온 자들에게 전승을 했지만, 천인도장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핵심인 천인진기는 직속제자에게만 내려져왔다.”
“그렇군요… 지, 직속제자요? 그럼 제가 스승님의 직속제자란 말입니까?”
“그래. 네놈은 나의 직속제자이고, 천인진기의 모든 것을 이어 받을 후계자라는 소리가 된다.”
그 말에 태성은 자신이 얼마나 큰 짐을 떠안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직속제자 한 명 더 구하면 안 되겠습니까?”
“큭큭… 이것 한 가지만 확실하게 알려주마. 한 번 직속제자를 들이게 되면 두 번 다시 제자를 받을 수 없는 규율이 있다. 그러다가 제자 놈이 후계를 만들지 않고, 죽어버리면 그것으로 천인도장도 끝인 거지.”
“헉?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법이 여기 있다. 그래서 천인도장의 제자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수련을 쌓아야 한다. 약육강식! 반드시 약자는 강자에게 먹히기 마련! 천인도장의 제자는 세상의 정점에 있어야만 하는 법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태성에게 조여지고 있는 족쇄의 느낌은 쉽게 풀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은 이쯤하면 됐다. 기를 느낀 것만으로도 수련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네놈은 내가 전화를 하기 전에 자주 좀 찾아와라.”
“알겠습니다. 대충 시간 보고 오겠습니다.”
“대충? 휴… 그래. 제자니까 참는다. 더 이상 애제자를 때려봐야 나만 손해지.”
“오오? 애제자? 듣기 좋은데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하는 태성을 바라보며 유의천이 소리쳤다.
“썩 꺼져라! 오늘은 네놈 때문에 내 머리가 무척이나 아프구나.”
그의 말에 태성은 인사를 건네고 도장을 빠져 나왔다.
“휴… 어쩌다가 저 녀석을 진자 제자로 받아들였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군… 저 녀석이 천인도장을 말아 먹을 것 같은 건 내 착각일 뿐인가? 정말 이번 기회에 일인전승의 계율을 깨고, 새로운 제자를 좀 더 영입해야 하나…….”
창문 밖으로 멀어져 가는 태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의천은 의미 없는 미소와 더불어 고민에 쌓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공간 소환!”
-아직은 사용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
게임에 접속한 태성은 처음으로 아공간 스킬을 외쳤다. 하지만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런 건 진즉에 말 좀 해줬어야지!!”
어렵게 포인트를 주고 산 스킬 북의 아공간이 사용이 되지 않자, 이것에 대해서 알려줄 NPC는 단 한명 뿐이었다. 바로 신비의 마을 잡화상점 NPC뿐.
태성은 하는 수 없이 또다시 시간을 들여 파샤드 산맥으로 향해서 달렸다.
신비의 마을과 파샤드 던전이 오픈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유저들이 파샤드 산맥 인근에서 사냥중이었다. 하지만 험난한 지형과 강력한 몬스터로 인해서 제대로 준비를 갖추고 오지 못한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몬스터에게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한 그들은 대다수 신비의 마을과 파샤드 던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성만이 곧장 목적지를 향해서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신비의 마을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태성이 잡화상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 어서 오시오. 우리 마을에 최초로 등장하신 그분 맞지요?”
“하하, 네. 맞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전에 산 아공간 스킬 북 때문에 왔는데요.”
“네. 뭐가 잘못 되었나요?”
다소 표정이 황당하게 일그러지며 태성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더라고요.”
“예? 설마요? 무슨 문제가 있으셨는지?”
“다름이 아니라요. 아공간을 소환 하려고 하니,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라고 뜨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NPC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대답했다.
“그거요? 기본적으로 아공간을 사용하려면 그에 맞는 퀘스트를 진행하셔야만 합니다. 스킬 북을 얻었다고 해서 아공간을 바로 사용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지요.”
“예? 퀘스트요? 혹시 그렇다면 다른 명품 전시관의 아이템들도 같은 이치인가요?”
“하하, 물론입니다. 명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난이도 있는 퀘스트가 주어진답니다.”
“헉? 그런 말씀을 왜 이제야 하시는 겁니까?”
태성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퀘스트가 난이도가 있다면 이것은 상당히 난황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저기 퀘스트는 어떻게 받을 수 있습니까?”
“후후, 물론 저희 명품관에서 팔렸기 때문에, 아공간 스킬 북에 관한 퀘스트는 제가 드린 답니다.”
“예에? 그럼 애초에 주셨으면 편하지 않습니까!”
“물어보질 않으셨잖아요?”
“아니? 물어보지 않았다고 퀘스트를 주지 않으면 장사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그거야 제 마음이죠. 그런데 퀘스트를 받기 싫으신가 보군요? 아공간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NPC는 오히려 태성보다 더 강압적이고, 협박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사용하고 싶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따지지 않겟습니다.”
“후후, 물론 그렇게 나오셔야죠.”
생각보다 이곳 신비의 마을 NPC는 일반 마을의 NPC보다 성격이 다소 틀린 것 같아 태성으로써도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아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과 어둠의 굴절이 필요합니다. 빛과 어둠의 굴절은 빛의 몬스터 라이덴을 잡으시고, 어둠의 몬스터 테린을 잡으셔야 합니다. 이후 녀석들에게서 희귀하게 얻을 수 있는 빛의 굴절과 어둠의 굴절을 저에게 가져다주십시오.”
-‘아공간을 형성한 빛과 어둠의 굴절을 회수하라.’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작품 후기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