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3 5권
“자자! 어둠의 굴절 하나만 모으면 된다. 다들 열심히 해!”
태성은 손뼉을 치며 언데드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사냥을 해 본 몬스터 중, 라이덴과 테린이 가장 귀찮았으며, 보기 드문 몬스터라고 볼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자칫 틈만 줬다하면 블랙홀을 열어서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렇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언데드들을 소환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적 소모와 더불어, 다시금 라이덴과 테린을 잡아야하는 번거로움까지 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도 태성의 아공간 스킬 사용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실패를 곱씹으며 라이덴과 테린을 잡아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테린은 어둠의 굴절을 태성에게 안겨주었다.
“드디어 얻었다!”
어둠의 굴절은 빛의 굴절과 반대로 어두운 색을 뿜어내는 주먹만 한 구슬이었다.
신이난 태성은 두 개의 굴절을 가지고 마을의 잡화상점 NPC를 찾았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굴절은 어ㄸ?ㅎ게 됐나?”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흘리며 태성은 두 개의 굴절을 앞으로 내밀었다.
“오! 가져왔군. 잠시만 기다려보게. 이걸…….”
잡화상점 주인은 두 개의 굴절을 각기 한손씩 잡고 힘으로 밀어붙이며 두 개를 겹쳤다.
파앙~!
그러나 마치 자석이 반대의 극성을 밀어내 듯, 반발력에 의해서 NPC의 양팔이 벌어졌다.
“허… 이거 잘 안 되는구만. 다시 한 번… 이익!”
그는 또 다시 두 개의 굴절을 합치기 위해 안간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그리고 두 개의 굴절이 합쳐졌을 때였다. 블랙홀 모양을 한 둥그런 원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헉!”
잡화상점 주인이 크게 놀라며 가게를 빠져 나갔다. 이에 태성 역시도 그를 쫓아 가게를 빠져 나왔고, 두 사람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블랙홀이 잡화상점을 통째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아공간을 형성한 빛과 어둠의 굴절을 회수하라.’ 퀘스트가 완료 되었습니다.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잡화상점을 흔적을 바라보며 태성은 황당한 듯 물었다.
“하하? 이를 어쩌죠?”
“음… 뭐 괜찮네. 이제 아공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충분히 몸소 체험을 했으니 말이네.”
그는 이번 한 번의 실수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체험을 한 것에 대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했다. 자칫 잘못 했으면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태성 역시도 퀘스트를 완료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도 없었다.
“아공간 소환!”
슈아아앙~!
태성의 앞에 거대한 아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보았던 블랙홀과 약간 비슷했지만, 내부가 훤히 보이는 아공간으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좋았어! 이것으로 100레벨에 대한 대비는 모두 마쳤다!”
이제부터 그에게 남은 것은 빠르게 100레벨까지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마을에서 나와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죽여가기 시작했다.
“다들 힘내라! 이제 100레벨의 고지가 멀지 않았다!!”
99레벨이 되었을 무렵, 태성은 언데드들에게 간식을 후하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1레벨에 있어 언데드들의 사기를 북돋음과 동시에 빠른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다.
육포와 떡갈비를 두 개씩 받아든 언데드들은 연신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허우!! 허우!! 허우!!
“그래! 노력한 만큼을 얻는 것은 세상의 법칙! 너희들은 노력을 했고, 나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이제 1레벨 남았다!! 다들 조금만 더 노력을 해다오!”
그렇게 10여일이 걸렸을 때, 태성은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100레벨에 안착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3차 전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카오스에서 유크스를 찾아가십시오.
“드디어 레벨업이다! 카오스라면 던전을 말하는 건가?”
예전에 카오스라는 던전이 발견 된 바 있었다. 레벨은 고작 40~50레벨의 유저들이 이용하는 던전으로 초반에 호응을 얻으며, 많은 유저들이 카오스 던전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던전들이 생겨나면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카오스 던전.
그런 던전에 NPC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태성이었다.
“이상하네. 거기에 NPC라니? 우선 한 번 가볼까?”
3차 전직을 위해서라면 쉽게 발을 들일 수가 있었다. 몬스터의 레벨들도 낮았기 때문에 굳이 잡을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던전은 총 지하 8층으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꽤나 넓고 긴 형식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8층까지 내려가는 시간만 해도 한참이나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끝에 도달했음에도 유크스라는 NPC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유크스라는 NPC에 대해서 다른 유저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인 듯 했다.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둘러보아도 NPC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태성은 홧김에 소리를 질렀다.
“유크스! 어디 있냐고!!”
“날 찾는가?”
그런데 그때 어이없게도 태성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당신 뭐야?”
“뭐긴? 날 불렀지 않은가? 유크스라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태성이 찾고 있던 유크스. 그것은 NPC가 아닌 몬스터였다. 하물며 리치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유크스라는 이름을 지녔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순간이다.
“유크스가 확실해?”
“그렇다니까? 파이어 볼!”
퍼엉~!
그런데 그 순간 유크스가 태성을 향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유크스라면서 대체 왜 나를 공격하고 있는 거야! 스컬 실드가 없었다면 죽을 뻔 했잖아!”
“난 어디까지나 몬스터다. 지능을 가진 몬스터지. 그러니 몬스터가 유저를 공격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순간 할 말을 잃은 태성. 유크스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으며 태성에게 말했다.
“왜 나를 찾아 온 거지?”
“3차 전직을 하러 왔다. 안되겠다. 듀라한! 다크 나이트! 저녀석을 좀 잡아라. 아무런 짓도 못하게!”
{예! 주군!}
순식간에 포박을 당한 유크스. 리치 치고는 너무나 허무하게 제압을 당하고 말았다.
“강하군! 같은 흑마법의 계열이면서 이 정도의 언데드들이라… 확실히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역량은 되는 것 같군. 그래 뭘 원하는가?”
“뭘 원하긴! 3차 전직을 하러 왔다니까!”
“그러니 뭘 원하는 것인지 말을 하라고.”
“말을 해줘야 알 것 아니냐! 3차 전직의 직업들이 뭐가 있는데!”
그 말에 유크스가 씽긋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군. 3차 전직에는 네크로맨서와 다크 어벤져 두 가지로 나뉜다.”
“소환수를 부릴 수 있는 더 좋은 직업은 뭐지?”
“아무래도 네크로맨서겠지?”
태성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그럼 당연히 나는 네크로맨서로 하겠다.”
“정말인가? 다크 어벤져도 만만치 않게 강한데?”
“그 딴 거 필요 없어. 난 우리 애들 데리고 함께 강해지면 그만이야. 다크 어벤트가 뭘하는 직업인지도 알고 싶지 않아.”
확고한 그의 말에 유크스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군. 알았다. 그럼 날 따라와라. 그리고 날 보호해라.”
-유크스로부터 3차 전직 퀘스트 첫 번재가 진행 됩니다.
[전직퀘스트]
[유크스와의 동행 : ?랭크]
설명 : 유크스가 갈망하던 그 순간이 왔다. 유크스를 따라다니며 그를 보호하자.
유크스는 어이없게도 카오스 던전에서 나와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어딜 가는 건데?”
“따라 와보면 안다.”
그런데 유크스는 한참을 걸어가더니 유저가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대뜸 유저를 향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저, 저거 뭐하는 거야?’
공격을 당한 유저는 깜짝 놀라며 유크스를 향해서 검을 들이댔다.
“나, 날 보호해라. 그렇지 않으면 3차 전직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헉? 뭐라고?”
그 말에 태성이 언데드들에게 명령해 유크스를 보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유크스는 유저를 죽였고, 태성은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난 많은 살상을 해야만 한다.”
유크스는 또다시 유저들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그렇게 유크스는 한참을 필드로 돌아다니며 수많은 유저를 죽였다. 결국 그것은 태성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게 된 상황.
“야!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죽임을 당한 유저들이라면 분명 다시 이곳을 찾아 올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살인자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아이템에 눈이 멀어 태성을 죽이기 위해 이곳으로 함께 오는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가급적 이 장소를 빠르게 뜨고 싶었다.
“거의 다됐다. 걱정마라. 내가 죽은 횟수만큼 난 죽여야만 한다.”
“대, 대체 얼마나 죽었는데?”
“89번.”
“헉? 그럼 최소한 23번이나 더 남았잖아?”
유크스로 인해서 태성이 뒤집어 쓴 살인자 숫자만 해도 벌써 66번이었다. 이미 살인자의 수치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명이나 더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태성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만약 이 상태에서 3차 전직을 한 유저라도 만나는 날에는 그는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제길… 무슨 이 딴 퀘스트가 다 있어? 아무리 흑마법사에 의한 전직 퀘스트 진행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개판일 수가 있는 건가? 유저를 죽이는 걸 도와주라니? 이런 씨! 진짜 욕나오네.’
태성은 그 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3명의 유저를 유크스가 죽이는 것을 도와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다행히 그를 죽이고자 하는 유저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그나마 저레벨 존이었기에, 살인자에 대한 매리트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레벨의 유저들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유크스의 3차 전직 퀘스트 첫 번째를 완료하였습니다.
‘이거 완전 날 찾기 위해서 유저들이 혈안이야.’
태성은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유저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어느덧 수많은 유저들ㄹ이 몰려와 살인자를 찾아 해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쳇… 89명이나 죽였으니 오죽하겠냐? 그리고 저건 대체 뭐하자는 거야?’
유크스는 태성과 함께 같이 숨어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 쓴 모습이 영락없는 리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음은 재회다.”
“재회? 그게 무슨 말이야?”
-유크스로부터 3차 전직 퀘스트 두 번째가 진행 됩니다.
[전직퀘스트]
[유크스의 재회 : ?랭크]
설명 : 유크스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 그것은 바로 재회다. 그가 누군가와 재회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도록 하자.
“언데드 던전으로 갈 것이다.”
“언데드 던전? 거긴 또 왜?”
“그곳에서 재회 할 녀석이 있거든.”
가만 생각해보니 언데드 던전에는 리치들이 상당히 많았따.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동료를 만나기 위함인지도 몰랐다.
태성은 조심스럽게 유크스와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모든 것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수 있는 상황이기에, 최대한 외각을 선회하면서 언데드 던전으로 향했다.
언데드 던전은 여전히 유저들의 수가 적었다. 아무래도 악취 때문인 듯 보였고, 둘은 그렇게 언데드 던전 초입부터 몬스터와 혈전을 벌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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