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4 5권
“이것들 대체 뭔데 이렇게 들이 닥치는 거야?”
태성은 달려드는 좀비와 스켈레톤 무리들을 보며 어이가 없어했다.
언데드 던전이라면 태성이 최초로 좀비를 이끌고 사냥을 진행했던 던전이다. 그랬기에 감회가 새롭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 하지만 예전과 지금은 뭔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자신들을 향해서 달려드는 좀비와 스켈레톤 무리들은 공격을 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반사적인 행동으로 그들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거참… 이상하네.”
할 수 없이 태성은 언데드 군단을 불러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크스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달려드는 좀비와 스켈레톤들을 모조리 상대하며 둘은 피해 없이 계속해서 아래층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울을 처치하고 6층의 리치가 있는 층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유크스가 아닌가?}
{정말 유크스군. 쫓겨난 유크스가 여긴 어쩐 일이신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리치들의 목소리가 태성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리치들은 유크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네놈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나는 계속해서 나아가겠다.”
{큭큭, 그럴 순 없지. 그 분이 너를 그냥 보내준 것을 안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게다.}
리치들이 즉시 유크스를 향해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위험하니까 뒤로 빠져 있어. 듀라한! 다크 나이트! 알아서 해결해라!”
{예! 주군!}
{맡겨만 주십시오!}
쿠두두두~!
두 조합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흙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레벨이 오름에 따라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의 위력도 향상이 되었다. 이제 이런 리치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소환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리치들은 달려드는 다크 나이트와 듀라한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분해되어 갔다.
{시시하군요. 주군.}
{그러게 말이야.차라리 다크 나이트와 싸우는 게 덜 심심하겠어.}
듀라한이 다크 나이트를 쏘아보며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흥! 너 따위는 나에게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다.}
{큭큭, 그거야 꼭 머리 크기를 재봐야 하는가? 네놈은 우리 듀라한들에게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둘은 또다시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들에게 태성이 말했다.
“그만들 하고 다시 나가자.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다.”
둘은 그 말을 듣고 서로를 쏘아보며 태성의 뒤를 따랐다.
“후후, 다크 나이트는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왜 그러십니까. 주군?}
“아마 반가운 얼굴이 있을 거거든.”
태성은 이미 7층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듀라한은 신나할 걸?”
{왜요?}
“마음껏 팰 수 있을 테니까.”
태성이 어떠한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7층에 들어서자 다크 나이트와 듀라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이유는 바로 다크 나이트들이 언데드 던전 7층에 즐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 주군. 이들은 저의 동료입니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단지 너와 다른 부류일 뿐이다. 하지만 듀라한은 상당히 신나하고 있군.”
{으흐흐흐! 주군.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듀라한의 부탁에 태성은 기꺼이 승낙을 했다. 그렇게 듀라한들이 앞서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크 나이트들은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자… 이놈들아. 한 번 놀아줄까? 누가 더 강한지 말이다.}
파캉~!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를 들고 그대로 다크 나이트의 머리를 강타했다.
{크윽!}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다크 나이트들은 자신들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야야, 오바들 하지 마. 말했잖아. 동족도 뭐고 아니라고. 단지 외형만 똑같이 생겼을 뿐이다.”
듀라한은 다크 나이트를 상대로 그동안 쌓인 울분을 풀듯이 신나게 후려갈기고 있었다. 하지만 7층의 몬스터답게 듀라한 역시도 어느 정도 반격을 가하며, 듀라한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을 투입하면 순식간에 제압이 될 상황이었으나, 듀라한의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꼭 그럴 수도 없었으며, 듀라한의 시선 자체가 다른 언데드들이 지금의 사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싫은 듯 보였다.
“그나저나 8층에는 아직까지 그 무엇도 없다고 알려진 것 같은데…….”
처음 유저들은 8층까지 도달 할 수가 없었기에 8층의 몬스터는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른 이들이 언데드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8층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유크스는 달랐다.
“아니… 녀석은 분명 저기 있다.”
유크스의 확신에 태성은 유저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그가 발견할 것이라 큰 기대를 품고 잇었다.
{크하하하! 이런 멍청한 다크 나이트 같으니! 이런 어줍잖은 실력으로 그동안 나에게 까분 것이냐?}
듀라한은 바닥에 쓰러진 다크 나이트를 한쪽 발로 밟으며 아군의 다크 나이트가 보라는 듯이 우롱하고 있었다.
{크, 크으으윽…….}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크 나이트들은 분노를 머금고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 주군!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맞습니다! 저런 치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손으로 우리와 같은 자들을 섬멸하게 해주십시오!}
다크 나이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태성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 이미 다 끝난 일이잖아? 봐. 이미 다크 나이트들이 모두 죽었다고.”
{주군! 하지만 저 녀석들을 보십시오. 아직도 우리를 우롱하고 있지 않습니까? 쓰러진 다크 나이트를 밟고는 있지만, 얼굴은 우리를 보면서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 저희가 참을 수 있겠습니까?}
“진정해. 이미 다 끝난 일이야. 언젠가 반드시 복수 할 날이 올테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리도록 해.”
{크흐흐흑. 주군! 너무 하십니다!}
다크 나이트들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다고 삐지기는? 덩치 값도 못하는 녀석들.’
의외로 감수성이 예민한 다크 나이트들을 바라보다 태성이 크게 소리쳤다.
“야! 듀라한! 그만마무리 하고 이동하자!”
레벨이 높은 태성이었기에 다크 나이트들이 쓰러졌다고 해도 그 어떠한 부산물도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곧장 8층으로 향했다.
8층의 웅장한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몬스터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여기가 맞긴 한 거야?”
“물론이다. 이곳에 녀석이 있다. 단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을 뿐이지.”
유크스는 광장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천정 역시도 많은 문양과 마법진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런 문양을 바라보며 유크스가 사악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분노해라! 내가 왔다! 네 녀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스스스스~!
그리고 그때 천정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헉? 8층은 퀘스트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건가? 그리고 우연치 않게도 내가 그런 퀘스트를 얻은 거였어?’
마법진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며, 천정에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광장으로 내려섰다.
“서, 설마?”
등장한 몬스터는 다름 아닌 리치 킹.
일반 네임드 몬스터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중 하나였다.
{이게 얼마만이신가? 유크스가 아니신가?}
“그렇다! 네놈이 나의 자리를 꿰찬 이후 이렇게 100년 만에 돌아왔다!”
{큭큭큭, 차라리 돌아오지 말지 그랬나? 어차피 이곳에 오면 죽음뿐인 것을? 그래도 한때는 나의 친구였다고 자비를 베풀어 이곳에서 쫓아내기만 했지만… 이번은 달라.}
“흥!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랬겠지!”
{푸하하하! 설마? 지금 네놈의 꼴을 봐라. 과연 내가 너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 같은가?}
“당연히 감당하지 못했겠지. 그땐 너와 나는 같은 실력이었으니까. 단지 리치킹 자리에 오른 이후로 리치 킹의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말이야.”
둘의 만남이 그렇게 재회 되는 순간 태성에게도 메시지가 들려왔다.
-유크스로부터 3차 전직 퀘스트 두 번재가 완료 되었습니다.
-유크스로부터 3차 전직 퀘스트 세 번째가 진행됩니다.
[전직 퀘스트]
[유크스와 함께 리치 킹을 쓰러뜨려라 : S랭크]
설명 : 철천지 원수지간인 유크스와 리치 킹. 한 때나마 라이벌이었던 그들에게 뜻하지 않는 결투가 벌어졌고, 리치 킹의 암수에 유크스가 패배하고 말았다. 과오를 씻어 유크스의 뜻을 이행하라.
‘제길! 시키는 것도 더럽게 많네. 무슨 또 과오를 씻어… 그냥 잠자코 살던가. 그리고 왜 하필 유크스 편을 들고 싸워야 해? 리치 킹과 편을 먹으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이 될 것 같기는 한 퀘스트인데!! 아쉽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퀘스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태성은 유크스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기로 했다.
“나는 반드시 이놈을 굴복 시킬테다! 네가 날 도와주면 반드시 그 대가가 있을 것이다!”
“그래. 알았다. 대가도 없으면 지금 당장 가버리려고 했지!”
리치 킹의 모습은 10미터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후후후, 언데드 소환사인가? 그럼 나도 환영해주지. 나와라! 나의 부하들이여!}
리치 킹의 외침에 바닥에서 리치 킹의 부하들이 대거 출몰하기 시작했다.
좀비부터 시작해서 다크 나이트까지! 그 모습을 지켜 본 듀라한들이 또다시 즐거워하는 한편, 다크 나이트들은 검을 갈고 있었다. 적군에는 듀라한 역시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 듀라한 하나가 살며시 다크 나이트에게로 다가갔다.
{어이, 그냥 닮은꼴 상대하는 게 어때?}
{잡소리 집어치워라. 문답무용!!}
다크 나이트들이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듀라한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저, 저런 썩을 놈들! 가자! 오늘 아예 눈앞에서 자근자근 다크 나이트들을 밟아버리자!}
두두두~!
듀라한들 역시도 다크 나이트들을 향해서 달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것들! 작전도 없이 막 들이대면 어쩌잔 거냐!”
“작전 같은 것은 필요 없다! 파이어 볼!!”
유크스 역시도 흥분하며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하긴… 언제 우리가 첫 진행할 대 작전을 제대로 짜기라도 했었나… 저렇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본능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태성은 유크스가 날린 파이어 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사용하는 마법과 약간 비슷해 보였지만, 아주 조금 더 큰 위력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퐁~!
파이어 볼이 리치 킹의 몸에 살짝 닫더니 터지고 말았다.
“너 진자 저 녀석과 라이벌 맞냐? 아무리 봐도 그랬던 것 같진 않은데?”
너무나 어이없는 파이어 볼의 위력에 태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크스를 바라보았다.
“흥! 예전 같았다면 완벽한 라이벌이었지!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 말을 말자. 전군! 앞에 있는 적들을 모조리 쓸어 버려라!
태성의 외침에 언데드들이 달려들었다.
현재 수적으로 태성의 언데드들이 월등히 많은 편이었다. 위력 면에서도 훨씬 뛰어났지만, 문제는 바로 리치 킹이었다.
리치 킹은 마법사답게 화려한 마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한방에 한 마리씩 떨어져 나가는가 하면, 태성이 가장 싫어하는 광역 마법도 마구 시전을 하고 있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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