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17화 (117/134)

00117  5권

경비는 어느새 태성이 귀한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존댓말을 하고 있었고, 이후 고개를 숙이며 태성을 보내주게 되었다.

“하여간 사람들은 너무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문제야 문제…….”

태성은 안내 데스크에서 한백우가 몇 층에 있는지 물었으나, 안내원은 태성을 홍보실로 안내했다. 그 이유는 홍보 팀장과 한백우. 그리고 태성이 동시에 만남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홍보실로 올라가자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회사 안에 캡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때 태성을 발견한 깔끔한 오피스룩을 입은 여성이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혹시 그 가온누리 씨?”

30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 그는 태성의 게임 아이디를 알고 있는 듯 했따.

“네. 제가 가온누리입니다.”

그리고 그때 태성의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터치하며 말했다.

“왔냐? 들어가자.”

한백우가 태성을 보며 윙크를 했고, 세 사람은 그렇게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태성이 올려놓은 동영상을 재생 시키며 입을 열었다.

“캬! 역시 잘 나왔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지는 알고 있어?”

“아니. 아직 이야기도 듣지 못해서 말이야. 그걸 듣기 위해서 여기 온거잖아?”

“아참. 그렇지. 박팀장님. 서류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박팀장은 태성의 앞에 몇 가지 서류를 내밀었다.

“우선 저희가 신태성 군에게 연락을 드린 이유는 바로 간접 홍보 차원에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간접 홍보요? 전 그런 걸 잘 모르는데…….”

“호호, 그건 간단합니다. 게임 상에서 저희 회사원과 만나서 로고를 받으시고, 그것을 몸에 부착하시면 됩니다. 몸 부위별로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고요.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가슴 부분에 큰 금액이 부과되게 되어 있습니다.”

서류에 적힌 것을 읽어 보면 가슴, 머리, 등, 팔, 다리 순으로 가격이 책정되게 되어 있었는데, 가슴의 경우 다리의 네배에 달할 만큼 많은 금액을 받을 수가 있었다.

로고의 크기 역시도 가격이 측이 다른데, 5센티에서 최대 30센티까지 로고를 부착할 수가 있으며, 그에 해당되는 금액 역시도 로고의 크기 차이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졌다.

“어때? 로고 붙이고 게임 한 번 해보지 않을래?”

“나야 오히려 감사하지. 그런데… 단지 이것만 하면 되는 거야?”

태성이 한백우를 보며 묻자, 곁에 있던 박팀장이 대답했다.

“호호, 그렇지는 않아요. 단 조건이 있어요.”

“조건요?”

박팀장은 태성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첫째 조건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동영상을 찍어 올려주셔야 해요. 그리고 둘째는 동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반드시 저희 회사 로고가 들어간다는 조건입니다.”

“그런 거라면 너무 간단하지 않나요?”

“그렇죠. 단순한 것에 비해서 수입은 탁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백우에게 의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돈을 벌게 되면 이것 또한 경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고 부착은 한 달의 계약으로 진행이 된다. 유저가 랭커에서 밀리거나, 보잘 것 없어지면 스폰서 측에서도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계약 기간은 가급적 단기간으로 한다.

그러나 랭커들이 랭킹에서 떨어질 이유는 많이 없었다. 그만큼 시간과 골드를 투자하여 오른 위치기 때문이며, 이런 일들까지 겹쳐서 랭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태성과는 좀 반대되는 현상이지만, 태성은 아이템이나 골드가 크게 없어도 언데드들 만으로도 전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가슴에 부착하는 로고는 20센티에 해당하는 크기를 부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유지를 하면서 받는 금액은 현금으로 1,300만 원.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태성의 경우는 신화 그룹의 로고만을 부착해야 했으며, 타 회사의 로고를 병행해서 달 수는 없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1,3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제시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이정도의 크기와 로고는 가슴에 한 달 간 부착하게 되면 32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팔, 머리, 다리, 등이 남아 있으며, 이런 부위는 얼마든지 다른 회사와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통 털어 로고를 붙이고 계약을 했을 시에는 대략 2,000만 원이 넘어가는 금액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태성은 너무 많은 부분에 로고를 붙이고 싶지도 않았으며, 한백우 역시도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가슴에 한해서 1,300만 원의 거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잘됐다. 축하해.”:

“하하,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솔직히 너의 입김이 작용한 건 사실이잖아?”

“너 지금 날 뭐로 보고? 난 이래봬도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야. 투자할 가치가 없는 곳에는 딱히 투자 안한다? 차라리 네가 힘든 걸 알면 우리 회사에 취직을 시키겠지. 아! 맞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녁에 너희 집에 좀 들를게.”

“응? 우리 집에?”

“응. 아버님께 볼일이 좀 있거든.”

“그래. 알았어. 아버지께 말씀드려 둘게.”

한백우는 아직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성에게 작별을 고했고, 태성은 급히 가까운 현금 지급기로 달렸다.

계약을 한 이후 곧장 입금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태성. 그리고 통장에는 1,300만원이라는 금액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나다! 내가 진짜 1,300만원을 벌다니!”

너무나 놀랍고도 큰 금액에 태성은 쾌재를 질렀다. 앞으로 태성은 3일 뒤부터 신화 그룹의 로고를 부착해야 한다.

가늘 태성은 1,300만원을 벌어왔다는 사실에 부모님은 매우 놀라고 있었지만, 이내 어떻게 된 경로인지 알고는 환한 얼굴로 바뀌었다.

“아참, 저녁에 백우가 찾아 온데요.”

“응? 당연히 와야지! 이렇게 좋은 날에 백우가 얼마나 힘을 썼겠어?”

“그게 아니라 아버지께 볼일이 있다고 하던데요?”

“응? 나한테?”

태성의 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참… 난 아직 저 레벨에 불과한데 말이야. 나까지 이런 계약을 한다는 건… 후후…….”

그의 아버지 레벨은 이제 58에 달했다. 며칠 동안 게임을 한 효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한백우가 찾아오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성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있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한백우가 태성의 집으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오! 그래. 백우 왔구나. 어서 오너라.”

두 사람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리를 마련하고 모두가 착석했을 때, 태성의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예.”

“그래. 무슨 일이냐? 뭐 대충은 짐작을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하하, 그러세요?:”

“당연하지. 태성이가 했다면 나 역시도 조금은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한백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뭘 새삼스럽게. 스폰서가 되려고 찾아 온 게 아니냐? 내참… 이 나이에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야.”

“스폰서요?”

“응? 그거 때문에 날 찾아 온게 아니냐?”

순간 뭔가 크게 착각한 것 같은 기분이 든 신유광은 잠시 말문을 닫았다.

“제가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버님의 직장 문제 때문에 찾아 뵌 것입니다.”

“직장?”

“네. 저희 신화 건설에 자리가 하나 비어서 그곳으로 모시고 싶어서요. 경험이 많은 분으로 아버님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러 온 것입니다.”

“그, 그러냐?”

그런데 왜 인지 신유광의 표정은 약간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닌, 다른 일로 인한 아쉬움 정도로 느껴졌다.

“아니? 이이가? 당신 표정이 왜 그래요? 백우가 그래도 당신 생각해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

“아니 나야 뭐…….”

그런 표정을 바라보던 한백우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이 요즘 한참 게임에 빠져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임 때문에 저희 회사도 이만저만 문제가 아니지요. 그래서 직원들 사기를 북돋을 겸, 신화그룹에는 각 부서마다 캡슐을 하나씩 준비하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레전드 오브 판타지는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지요.”

“저, 정말? 일을 하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물론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할 일은 끝내놔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그리고 아버님이 기존에 생활하시던 회사와는 다르게 저희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9시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을 하지요. 그것만 보더라도 게임을 할 시간은 충분히 많을 것으로 생각 듭니다.”

“그, 그렇구나!”

신화 그룹에서 이 같은 발상을 하게 된 것은, 레전드 오브 판타지는 하나의 게임을 뛰어 넘어 소통의 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만남이 가능한 게임 속의 세상. 그렇다보니 회의나 미팅 등이 자주 게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또 다른 회사들은 미팅 팀을 미리 주선하며, 사냥을 하면서 매우 유쾌하게 회사 운영을 진행하는 곳들도 상당수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벌써부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신유광이었다.

“이제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지요?”

본격적인 돈 이야기가 나오자, 신유광과 그의 아내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백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날 신유광의 취직 이야기가 오가고, 한백우와 신유광 두 사람은 거하게 술을 마셨다. 태성은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한 두잔 입에 대긴 했다. 크게 취하진 않았으나, 한백우와 신유광은 만취상태가 되었다.

얼마나 많이 마셨던 것인지, 두 사람은 인사불성으로 그대로 자리에 뻗어버리고 말았다.

“으이그! 하여간 남자들이란 술을 마셨다하면 끝을 본다니까?”

“그러게요.”

“이 녀석아! 너도 남자야. 남자! 너라고 다를 것 같니?”

“하하, 어머니는 저를 아직 잘 모르시나 보네요? 전 술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어련히 그러시겠어? 아직 나이가 안 되니까 마음대로 못 마셔서 그렇지. 20살만 넘어봐. 아주 너도 해떨어지기 무섭게 술을 마시게 될 거다. 내가 본 남자들은 전부 그랬다.”

그녀는 북어 국을 끓이며 투덜대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그렇게 싫은 기색은 없었다. 아무래도 어제저녁 그렇게 고민하던 남편의 일자리가 해결이 되어서 그럴 것이다.

“가서 이거 드리면서 아버지랑 백우 깨우거라.”

어머니는 시원한게 만든 꿀물 두 잔을 내 밀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뻗어 있는 거실에서 태성이 아버지와 한백우를 흔들어 깨웠다.

“자자, 일어나세요. 속 좀 푸셔야죠.”

“으으…….”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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