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8 5권
두 사람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보였다. 신유광의 경우 몸을 돌아누우며 배를 긁적이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한백우는 돌아누우면서 배를 움켜쥐더니 이제는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으으… 내 머리. 누가 내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것 같아.”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많이 마시래? 자, 우선 꿀물 한잔하고. 어서 씻고 와. 어머니가 북어 국 끓여놨어.”
“으으…… 알았어.”
꿀꺽꿀꺽.
꿀물을 받아든 한백우는 그것을 사정없이 들이켰다.
“크~! 좋다. 나 좀 씻고 올게.”
한백우가 먼저 씻고난 뒤, 태성의 아버지가 일어나 다음 차례로 씻었다. 그리고 다시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았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하긴 뭘. 밖에서 술 먹고 다니는 것보다야 차라리 집에서 먹고 뻗는 게 낫지. 자자, 어서 북어국 먹고 속 좀 풀어라.”
“네…….”
한백우는 태성의 아버지가 한술을 뜰 때까지 수저도 잡지 않았고, 그가 먼저 식사를 진행하고 나서야 수저를 들어 올렸다.
“음! 맛있네요! 한 번에 속이 확 풀릴 것 같아요.”
“호호, 그러니? 더 먹고 말해라. 북어국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들의 아침 식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신유광은 한백우와의 이야기를 통해 3일 뒤인 월요일부터 회사에 출근을 하기로 했다.
‘이제 아버지 연봉도 올랐고… 돈에 대한 큰 걱정은 다시 사라졌구나.’
태성은 자신에게도 걱정이었던 돈에 대한 걱정은 떨쳐버릴 수가 있어서 기쁘기 그지 없었다.
걱정을 덜게 된 태성은 그렇게 다시 게임 속으로 접속하게 되었다.
-우편이 하나 도착하였습니다.
태성은 인벤토리를 열어 그것을 확인해보았다.
신화 홍보실에서 온 것으로 회사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였다. 이것은 옷에 부착하게 되면 자연스레 스며드는 타입으로 게임회사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스티커를 하나 구매하는 데에도 그만한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언제든지 붙이고, 땔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바꾼다 하더라도 크게 애로사항은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메시지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내일이 공성전 날입니다. 공성전에 반드시 참여하시고, 동영상을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음… 공성전까지 참여를 해야 한단 말인가? 하긴 공성전만큼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없을 테니까.’
공성전의 의미를 잘 아는 그로서도 아무런 불만은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부터 갑과 을의 관계. 받은 만큼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스킬이나 한 번 시험해볼까?’
100레벨 이후 스킬에 대한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성전에 앞서 사전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인근 사냥터로 향한 태성은 그에게 새롭게 부여된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 용아병, 팬텀, 데스 나이트, 본 드레이크.
이들 다섯의 위력은 기존에 있던 소환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듀라한과 다크 나이트는 데스 나이트가 등장하자 쥐죽은 듯 군기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확실히 자신들보다 상위 클래스라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용아병의 뒤로 스켈레톤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도 참으로 신기했다.
케르베로스는 소환이 되자마자 태성의 옆에 오공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믿음직한 녀석들이네!’
든든한 실드가 생긴 것처럼 소환 된 언데드들을 보니 마음이 확 놓이기 시작했다.
‘내일이 공성이지? 끝장나는 모습을 한 번 부여주도록 하지.’
태성은 공성전을 위해서 사냥을 하며, 새로운 스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그나저나 드래곤이 문제인데… 잡을 방법이 없을까?’
태성은 드래곤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이트로 들어갔다. 사이트에는 드래곤에 대한 검색어가 무수히 많았다. 하지ᅟᅡᆷㄴ 드래곤에 관한 확실한 정보는 몇 가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드래곤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유저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제길… 없는 드래곤을 어디서 찾는다?’
막상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해도 문제다. 수많은 유저들이 드래곤 레이드에 나설 것이 뻔하다. 그러다가 막상 드래곤이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드래곤의 시체만 손에 넣을 수 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태성에게는 드래곤의 시체만이 아닌, 드래곤 하트도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을 죽인 사람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물품.
그것을 누군가가 판매를 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드래곤 하트는 재료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재료였기 때문에, 한두 푼으로는 절대로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드래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다수 추리에 불과했고, 아직까지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냥 포기 하는 게 낫겠다. 나중에 차차 드래곤을 찾는 게 낫겠지. 아쉽네. 본 드래곤의 위용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본 드래곤을 만약 공성전에서 소환 할 수 있다면 성을 차지하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브레스 한방에 죽어나가는 유저들은 수천이 도리 테니까 말이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게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반가운 귓속말이 들려왔다.
반여린@ 태성아!
가온누리@ 어? 오랜만이야. 요즘 바빴나 봐? 게임도 잘 못할 정도로?
반여린@ 호호, 뭐 그저 그랬지. 소속사에 배치되다보니 이래저래 할 것들이 많았거든.
가온누리@ 그렇구나. 그나저나 오늘은 좀 한가한 편인 가봐?
매우 기쁜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태성도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반여린@ 응! 그래서 너랑 놀려고 이렇게 접속했지. 보나마나 네가 게임하고 있을 건 뻔하니까 말이야.
가온누리@ 뭐야? 나를 게임 중독자로 보고 있는 거야?
반여린@ 뭐 중독자로는 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것처럼 보이거든. 그런데 어디야? 같이 사냥이나 하자.
그녀가 먼저 함께 사냥을 제의 했다.
가온누리@ 흐흐, 같이 사냥 할 레벨은 되고?
반여린@ 어머? 이거 왜 이래? 나 이래봬도 62레벨 여자야!
가온누리@ 오오오! 상당히 많이 올렸는걸?
반여린@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무지하게 노력했지. 그런데 너는 몇 레벨인데?
그 질문을 하길 기다렸던 태성은 덤덤한 척 말했다.
가온누리@ 별로 안돼. 이제 100레벨 됐거든.
반여린@ 헉? 정말? 진짜 100레벨이야?
가온누리@ 뭐 쉬엄쉬엄하다보니 어제 100레벨을 찍더라고.
이후 반여린은 태성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태성에게 다가온 그녀는 아직도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정말 100레벨이야?”
“어. 그렇다니까? 3차 전직도 마쳤어.”
“우와! 그럼 이제 너도 상위 1프로에 들어가는 거야?”
반여린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상당히 기뻐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상위 1프로? 그 정도까진 모르겠고, 조금 강해진 건 사실인 것 같아.”
“그럼 그 강해진 걸 한 번 보여줘야지? 사냥하러 가자!”
“후후, 그래. 내가 제대로 업어 줄게.”
두 사람은 그렇게 사냥터로 향했다.
100레벨이 넘어선 태성으로서는 경험치 패널티를 얻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경험치는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저, 정말 엄청나다!”
사냥이 시작되고 각종 언데드들이 나와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반여린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별 것 아니야. 아직 최강의 스킬은 써보지도 못하고 있거든.”
“최강의 스킬? 그게 뭔데?”
“본 드래곤.”
“저, 정말이야? 드래곤? 진짜 그 드래곤?”
“응. 단지 드래곤이 죽은 시체 같은 거겠지만, 그래도 그 위력만큼은 엄청나다는 거지.”
“한 번 보여줘!!”
그녀는 태성에게 매달리다시피 애걸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드래곤을 잡지 않는 이상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더라고.”
“그렇구나… 만약 나중에 드래곤을 잡게 되면 꼭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한다?”
“뭐 어려운 건 아니지만… 네가 시간을 잘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치… 결국 시간을 못 맞추면 안된다는 소리잖아?”
태성으로 인해서 그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경험치를 채워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데스 나이트 덕분에 태성은 크게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언데드들이 그의 지휘아래 몬스터를 섬멸해 나가고 있었다.
“나 축하 받을 일 있다?”
“응? 뭔데?”
“나 조만간 데뷔할지도 몰라.”
“헉? 진짜야?”
축하한다는 말보다, 오히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태성.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한 본인의 표정은 조금 좋지가 않았다.
“응… 그런데 그게 좀…….”
“왜? 무슨 일인데?”
그녀의 표정에는 난감함이 묻어 있었다.
“사실은 내가 데뷔하는 그룹에 유화영이 속해있어.”
“에엑? 하필이면… 너도 참 힘들겠다.”
“응… 지금이야 이렇지만, 과거의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많이 불편해.”
“그래도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넌 너고. 그 애는 그 애지. 내가 볼 때는 여진이 네가 훨씬 더 매력 있어 보여.”
“정말?”
“당연하지! 난 거짓말 안하는 주의거든?”
태성의 이런 말에 조금은 자부심을 느끼는 반여린이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겠다. 나 또 약속이 있거든.”
“그래. 언제든지 난 게임에 있을 테니까 마음껏 귓속말 하도록 해.”
“응! 오늘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공짜 경험치 정말 고마워!”
그녀는 그렇게 인사를 마치며 손을 흔드는 모습으로 사라져 갔다.
태성도 그 길로 접속을 끊었다. 이유는 오늘은 유의천에게 가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의천과의 사이는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태성은 도장에서 천인진기를 수련했고, 그것을 봐주는 유의천이었다.
“네놈. 어딘가 달라 보이는 구나. 요즘 근심걱정이 없어졌느냐?”
“에? 그런 것까지도 알 수 있으세요?”
“이래봬도 관상도 좀 볼 줄 알거든. 그래야 정확하게 얼굴을 때릴 수가 있으니까.”
“그러시군요. 걱정하던 아버지의 일이 잘 풀려서 요즘엔 아무런 고민도 없습니다. 그저 즐기고 있다고 보면 되겠지요.”
“그렇구나. 잘 된 일이구나. 그럼 이제부터 마음껏 수련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겠구나?”
“후후…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농담이다. 그래. 이제 기의 수련 성과는 좀 있느냐?”
유의천에게 있어서 자신의 태성이 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글쎄요? 아직까지 정확하게 느끼진 못하겠습니다.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 여기 앉아서 운기를 해봐라.”
유의천은 태성을 앉혀놓고 그가 운기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단 빠르게 기를 운용하게 되었군. 아직 단전에 기의 양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수련은 불가피하겠지만, 녀석… 나름대로 노력한 티가 나는군.’
매일 같이 마을은 하지 않았지만, 태성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련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운기 하는 것이 익숙해 지다보니 하지 않은 날에는 온 몸이 찌뿌드드한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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