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23화 (123/134)

00123  5권

“사실 나는 진호 녀석이 태성이를 괴롭힐 때 말리고 싶었거든. 하지만 괜하 말리려고 들었다가 나까지 왕따 당할까봐 쉽게 말도 못 했던 거지.”

“누군 안 그렇냐? 아마 다른 애들도 다 똑같을 걸? 괜히 태성이가 잘 못 걸린 거지 뭐. 그런데 좀 아쉽다. 그때 친하게 지냈더라면 지금쯤 레전드 오브 판타지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조금은 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들은 태성에 대해 언급을 하며 지난날을 떠올리는 듯 보였고, 그 누구 하나 태성을 미워하는 마음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러게… 진즉에 먼 저 나에게 말 좀 걸어주지 그랬냐… 내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외로웠는데…….’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자신의 심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아참! 들어보니 여린이가 태성이 아이디를 안다고 하던데?”

“진짜?”

“응. 여린이랑 태성이랑 좀 친한가봐.”

“와? 정말? 태성이 좋겠다. 여린이랑 친하고 말이야.”

“하하. 그렇지? 태성이는 아마도 학교를 그만 두고 나서 오히려 일이 더 잘 풀리는 것 같아서 부럽다. 이참에 나도 학교나 때려 치워 볼까?”

“아서라. 될 놈은 어떻게 해서든 되지만, 안 될 놈은 뭘 해도 안되니까.”

둘은 그렇게 서로 웃으며 대화를 진행하며, 다시금 화제를 태성의 이야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린이 보다는 태성이가 더 어울리기 쉽지 않을까? 여린이는 이제 연예인 준비도 하고 있고 말이야. 태성이라면… 우리가 말이라도 좀 잘해보면 사이는 괜찮아 질 수 있을 텐데?”

“큭큭, 그렇지? 누가 뭐래도 지금 대세는 레전드 오브 판타지니까 말이야. 차라리 태성이랑 친해져서 조금이라도 더 덕을 보는 게 낫다겠지.”

그들은 한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먼저 내비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태성은 머리를 다 잘랐고, 이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격을 치른 후 태성이 천천히 두 사람의 앞에 다가 섰다.

“어? 넌?”

“오랜만이야.”

“태, 태성아!”

난데없이 다가선 태성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약간 당황한 듯 하면서도 꽤나 놀라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땐 말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나도 사실 너희들과 친해지고 싶었어. 이제야 하는 말이라 늦은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혹시 남 대륙에서 게임을 하면 가온누리로 귓속말을 해. 그럼 언제든지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내에서 힘이 되어 줄 테니까.”

태성은 그렇게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넨 후 미용실을 빠져 나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뛰고 있는 심장에 손을 얹었다.

“아… 심장 터질 것 같네. 무슨 여자에게 고백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냐?”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용기 내어 말을 걸어 본 것이었기 때문에, 태성으로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가 나간 후 미용실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두 눈이 마주쳤다.

“우와! 엄청 놀랬어!”

“그러게. 설마 같은 미용실 다닐 줄이야? 내일 학교 가면 애들한테 자랑 해야겠다.”

“근데 방금 뭐라고 했었지? 가온무리?”

“그, 글쎄? 가본우리?”

두 사람은 방금 전 들었던 태성의 아이디 조차도 기억을 못하며, 다음 날 학교를 가야만 했다.

***

드디어 약속시간이 되었다. 태성은 제대로 준비 할 것이 없어 과일 바구니 하나만을 들고 나타났다.

주소를 알려 준대로 한백우의 집은 매우 찾기가 쉬웠다. 대궐 같은 집이다보니 대문도 기다란 벽 가운데 단 하나만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정말…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만 점점 모이지?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다…….”

유의천과 대모. 그리고 한백우와 한백설은 왜인지 같은 부류의 사람들 같았다.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었던 반여진 또한 이제는 연예계에 발을 담구면서 태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들의 벽은 태성이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는 거대한 벽과 같이 느껴만 졌다.

“후우…….”

한숨을 크게 쉰 태성이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아… 저기 신태성이라고 합니다.”-아? 어서와요.

철컥!

기이잉~!

철로 만든 대문이 소리를 내면서 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철 대문의 너머에 있는 또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꾸밈없는 자연을 그대로 유지해 놓은 듯한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는 태성.

‘뭐야 이건? 가정집에 대자연이 숨 쉬고 있네?’

거대한 연못은 연못이 아니라 실내 수영장을 방불케 했고, 그런 수영장에 수많은 고기떼가 노닐고 있었다. 흔히 그가 알고 있는 금붕어의 종류는 전혀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된 돌이 하나 둘씩 자리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 대리석을 따라가면 왠지… 거대한 보물 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발길이 떨어지지도 않네…….’

대리석의 길을 따라 걷는 것도 꽤나 길었다. 마치 학교의 정문에서 교실까지 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이, 이건 집이 아니야!’

대리석의 끝에는 초호화 저택이 나타났다. 태성은 자연스럽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2층 건물로 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창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방만해도 수십 개는 되어 보일 듯한 크기를 자랑하는 건물.

그런 건물에는 찬란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그 불빛 때문에 늦은 저녁인데도 세상은 온통 환하게 보였다.

‘젠장… 어디가 입구야?’

입구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에 태성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태성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어? 어! 백설아!”

한백설을 발견한 순간 태성은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거기서 뭐해요?”

“어? 어… 그러니까 들어가는 입구를 몰라서.”

태성의 말에 한백설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풉! 재밌는 농담이었어요. 오자마자 저를 웃겨주시네요. 어서 들어가요.”

태성이 한 말을 그저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는 한백설은 그의 말이 진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집 천장은 상당히 높아, 중앙에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밝은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이끈 곳에는 지금까지 태성이 전혀 겪어보지 못한 분위기의 가족들이 고급진 소파에 자리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고, 이후 그를 발견한 한백설의 가족들이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태성군.”

한백우의 양부모가 태성을 반겼다.

태성이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나 상반되는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은 태성. 현재 이곳 저택을 찾은 이후 몇 번이나 정신이 빠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할 정도다. 두 사람의 모습에 정신을 추스르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신태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어서 와요. 초라하지만 편하게 있길 바라요.”

한백우의 어머니는 매우 우아하고 고귀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마치 왕실의 자손 같다고나 할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와 부드러운 목소리와 친근한 눈빛은 불안한 태성의 마음을 눈 녹듯 녹이며 매우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에 반해 한백우의 아버지는 매우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보수적인 모습이라고나 할까? 또한 외모는 중년의 남성이지만, 남자다운 터프함까지 갖춘 듯 보였다.

“자네에 대해서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궁금한 것이 전혀 없군.”

“어머? 이이는 참?”

한백우의 아버지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는 태성.

“아무튼 온다고 고생 많았어요.”

“아, 아닙니다. 아참! 여기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태성은 지금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내밀었다.

“어머? 이런 걸 다. 어린 나이에 생각이 깊군요. 고마워요.”

태성에게서 건네받은 과일 바구니를 건네받으며 그녀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표정이 뭔가 미모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과일 바구니의 손잡이가 상당히 축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태성이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한 탓에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태성을 자리에 안내했고, 이후 그들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래. 학교를 자퇴 했다지?”

“네…….,”

처음부터 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태성.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마치 취조를 받는 듯 한 기분에 더더욱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을 대신해 대학을 가지 않고 일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부모님도 여유를 찾으셨기 때문에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습니다.”

“그렇군. 좋은 마음가짐이야. 여유가 될 때 공부는 해둬야지. 여유가 안 되면 공부도 할 수가 없는 법이니까.”

한백우의 아버지는 긍정적으로 태성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 성적이 꽤 좋았다던데, 법학과 쪽은 어때요?”

한백우의 어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묻고 있었다.

“헉? 그, 그건 욕심에 불과합니다.”

“호호, 그런가요? 왜 그걸 욕심이라고 생각하세요? 자신의 한계를 마치 시험해 본 사람처럼?”

“아… 그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 그래요. 단지 법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법학과에 들어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여느 공부와 크게 다를 건 없어요. 공부하고 숙지하고. 나중에 자신이 익힌 것을 펼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죠.”

한백우의 어머니는 검찰 총장이다. 검찰 총장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태성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라는 말에 조금은 그녀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럼 경영학은 어떤가? 앞으로 백우 녀석을 좀 도와주려면 경영에 관해서도 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난데없는 한백우의 아버지 말에 태성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예? 그, 그것까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태성의 머리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백우를 도운다고? 그럼 나를 신화그룹에 넣겠다는 소린가? 나 설마 벌써부터 낙하산 준비해야 하는 거야?’

태성은 자신의 앞날이 창창하게 뻗어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백우의 부모님은 생각처럼 그렇게 딱딱한 분들이 아니었다. 한백설의 말대로 좋은 분들이었다. 격식을 따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을 낮춰서 평범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자신들을 이렇게나 낮춰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무릇 그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해져 옴을 느꼈다.

“그나저나 태성군. 우리 백설이를 외롭게 만든다지요?”

한백설의 어머니가 태성을 바라보며 약간은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네? 제가요?”

“백설이가 매일 같이 외로워하고 있는데, 태성군이 쉽사리 만나주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예에? 설마요? 저는 오히려 방해 될까 싶어서 연락도 못하는걸요?”

“호호, 그래요? 그럼 앞으로 자주 우리 집에 와서 백설이랑 놀아주세요. 매일 같이 신부수업 이외에는 하는 것이 없다보니 애가 무척이나 심심해한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작품 후기

병원을 다녀와 시술을 했습니다. 다행이 시술은 잘 끝났고, 이제 통증도 거의 없네요.

문제는 시술을 진행하면서 항암치료를 병행했습니다. 그렇다보니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인해 기력이 거의 없네요.

입원을 6일했고, 항암치료를 5일 진행했습니다. 퇴원한지 5일이 지났는데도... 기력이 되돌아 오지 않아, 누우면 일어나기조차도 힘드네요...

문제는 이제부터 인 것 같습니다. 본래 시술을 하면 안되지만, 통증이 너무 극심해서 시술을 했기 때문에, 만약 이 상태로 상황이 악화 된다면 그때는 또다시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솔직히 수술을 하게 되면 아마도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할 정도겠지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그래서 가급적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병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요...

제발 몸이 버텨내주길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언데드 군주를 고작 한 편 옮겨 적는데... 식은 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네요...

옮겨 적는 것도 힘든데... 정령퀸들 의 경우는 감히 감당이 될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옮겨적는 언데드 군주를 먼저 끝내고, 정령퀸들은 아마 다음주 내로 진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그래도 좋은 결과로 지금까지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부디 앞으로 좋은 결과만 있어서, 좀 더 미치도록 글을 적고 싶네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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