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28화 (128/134)

00128  5권

“어?”

그러나 캡슐 속에는 그 어떠한 사람도 들어있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만원이었는데?”

비어있는 캡슐은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리고 정전이 되기까지 계산을 하고 나간 손님도 없었던 것이다.

“뭐야? 이 녀석 그 소란을 틈타서 계산도 하지 않고 나가버린거야? 다음에 오기만 해봐라! 아주 값을 두 배로 물릴 테니까!!”

돈이 없어서 도망친 것으로 간주한 넷룸 사장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 동안  태성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가족과 한백우. 그리고 한백설이 걱정하고 있었다.

반여린은 태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아예 그의 집으로 찾아왔고, 이후 태성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제가 다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한백우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 차를 몰고 서울 시내로 달렸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흑나방파의 건물이었다.

콰앙!

문을 박차고 들어온 한백우!

“네 놈들 태성이 어쨌어?”

“아니? 이 녀석이 미쳤나?”

한백우를 알지 못하는 건달들이 한백우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뻐억!

빠악!

“크으윽…….”

그들은 언제 날아 온지도 모른 주먹에 코를 쥐어잡고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네놈들 다시 한 번 묻는다. 내 친구 어쨌어?”

“대체 네놈이 누구냐고!!”

흑나방파 최 사장은 처음 보는 한백우를 바라보며 큰 소리 치고 있었다.

“형님. 저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선 도끼가 한백우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아, 아니? 여긴 어떻게?”

“뭐야? 도끼 네가 아는 놈이냐?”

“예… 저기 형님 그것이…….”

이후 도끼가 최 사장의 옆으로 다가가 그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전에 그 백도식파와 연관이 있던 그녀석입니다.”

“뭐라구?”

백도식파와 연관이 있다면 쉽사리 그가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 여긴 어떻게 온거지?”

“그러니까 내 친구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네놈 친구가 누구냐고.”

“신태성!”

“야, 아는 놈이냐?”

최사장이 도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글쎄요? 전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너희들 혹시 아는 놈 있냐?”

건달들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글세 우린 모른다니까?”

“명성에서 시킨 일이 아니냐?”

“명성? 풉. 그 다 망한 녀석들 말인가? 우리가 왜 그런 녀석들의 말을 들어야하지? 정

말 어이가 없군.”

한백우는 몰락한 명성이 저지른 일이 아닌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놈들이 아니면 대체 어떻게 된 거란 말이야?’

뚜르르르~!

그리고 그때 한백우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CCTV 확인 결과 나왔습니다.

“그래요?”

전화를 받고 한백우는 차를 타고 달렸다. 태성이 실종된 당시 그가 자주 이동하던 경로의 모든 CCTV를 확보했고, 그것을 통해 마지막 태성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어디에서 사라진 겁니까?”

“우선 이 부분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넷룸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요.”

“그래요? 여기가 어딥니까?”

경찰에게 넷룸의 위치를 확인한 한백우는 다시 차를 타고 달렸다.

건물은 조금 낡아 있었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 CCTV는 존재하지 않았다.

넷룸에 도착한 한백우가 사장에게 사진을 건네며 물었다.

“혹시 이 아이에 대해서 아십니까?”

“응? 이 사람이라면… 그 돈 떼먹고 도망 간 그 녀석!”

“예? 돈을 떼먹었다고요?”

“그래. 전에 한차례 정전이 있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 소란을 틈타서 모습을 싹 감췄다니까?”

사장의 모습을 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CCTV 결과 태성은 이 건물을 들어 온 이후로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한백우는 마지막 방법을 동원해보기로 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의 운영 담당을 찾아간 것이다.

그가 신화그룹의 후계자라는 것과 검찰 총장의 입김으로 쉽사리 그들과의 대화는 진행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신태성에 대한 정보를 좀 알고자 합니다.”

“신태성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신태성의 등록번호와 사진을 가지고 온 한백우는 운영 담당에게 태성이 마지막으로 게임에 접속한 위치를 알려고 했떤 것이다.

“음… 고객님게서 말ㅆ므하신 신태성이란 계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네? 뭐라구요? 그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고객님이 제시해주신 것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지만, 그런 분은 저희 고객님이 아니십니다. 계정 자체가 없어요. 차라리 삭제를 했다면 그런 기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럼 그 정보가 증발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녀석이 찍은 동영상은 아직까지도 사이트에서 계속 조회기록이 오르고 있잖아요!”

태성이 찍은 동영상은 이미 많은 유저들에게 복사가 되어 게시판에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본인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정말 기가 막힌 일일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태성아. 정말 어디로 간 거냐? 응? 살아 있다면 연락이라도 해봐라!’

한백우는 태성을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끝내 태성의 모습은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

태성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으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막고자 눈까지 질끈 감았다. 그리고 점차 눈을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그 어떠한 유저들도 존재하지 않았다.

‘쳇… 나만 놔두고 간 건가? 그래도 함께 고생했는데 너무하는군’

출구로 함께 나온 다른 유저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출구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마치 신처럼 대하던 그들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씁쓸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그럼 나도 슬슬 이동해볼까?’

태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적지도 없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변에는 그 어떠한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중앙 대륙이라면 몬스터들이 바글바글 할 줄 알았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군.’

강력한 몬스터로 무장되어 있다고 하던 중앙 대륙. 그러나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숲속을 태성은 계속 거닐고 있을 뿐이었다.

몇 분이나 걸었을까? 다리가 아파오고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휴… 좀 쉬었다 갈까? 보통 때보다 허기가 심하게 느껴지는데? 발바닥도 좀 아프고 말이야.’

나무에 걸터앉은 태성이 중얼거렸다.

“인벤토리.”

눈에 보여야 할 인벤토리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응? 이거 왜 이래? 인벤토리!”

태성의 부름에 인벤토리는 열리지 않았고,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태성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명령어를 말했다.

‘미, 미치겠네!’

하지만 그 어떠한 명령에도 여타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 가만? 그러고 보니 내 아이템들이 다 어디로 간 거야?’

태성은 자신의 양손과 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템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미쳐버리겠네? 내가 이런 걸 깜빡할 정도란 말이야? 인벤토리가 열려야 뭘 확인하던가 하지? 그런데…….’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가지. 그것은 외형을 숨기기 위해서 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후드였다. 몸 전체를 가려주는 후드. 그리고 그 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태성의 알몸을 자극했다.

‘젠장! 속옷 정도는 걸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누가 보면 바바리맨으로 의심하겠군!’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내린 결론.

“프로그램 오류 때문일까?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오류라니? 젠장! 배고파 죽겠는데!”

바스락!

그런데 그 순간 숲속에서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고파 죽겠는데 저건 또 뭐야? 우선 언데드를 좀 불러내볼까?’

언데드를 불러내려고 하는 찰나, 숲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두 명의 꼬마 숙녀로 대략 10살,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금발머리에 은색 눈빛을 한 특이한 소녀들.

‘하긴… 게임이니 못 만들게 뭐가 있겠어? 그런데 npc가 갑자기 여기 왜 나온 거지?

서, 설마 근처에 마을이라도 있는 건가?’

마을을 찾게 되었을 때의 혜택을 잊지 못하는 태성은 그 아이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금의 상황은 한시라도 마을을 찾아서 타 유저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꼬마들아. 안녕?”

태성이 여자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태성.

분명 자신의 입에서 나왔지만, 생전처음 해보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어떠한 뜻으로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뭐지? 중앙 대륙은 언어체계가 다른 건가?’

고민을 하던 그때 두 아이가 말했다.

“오빠는 누구세요?”

“이런 곳에서 뭐 하는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들이 하는 말 역시 한국말은 아니었으며, 그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나라의 언어였다.

‘제길…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특이한 언어를 알아듣고, 그것을 말할 수 있었기에 태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얘들아. 혹시 이곳에 마을이 있니?”

“마을? 응. 저기 조금만 더 가면 우리 마을이 있어.”

“헉? 그래? 그럼 나를 그 마을까지 좀 데려다 주지 않을래?”

“응! 알았어. 우릴 따라와.”

태성은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그들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NPC가 참으로 생동감 넘치네. 중앙 대륙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처음 게임을 했을 때보다 더욱 사실감 있게 만든 아이들과 주변 광경을 바라보며, 태성은 중앙 대륙을 얼마나 퀄리티 있게 만들어 놓았는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두 아이를 따라가며 아이들의 이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이름은 넬리와 넨시. 둘은 자매였다.

“대성?”

“아니, 태성! 발음이 어렵니? 어찌 된 게 NPC가 발음도 제대로 못하니?”

“돼승? 돼선?”

두 아이는 태성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있었다.

꼬르르륵~!

그러는 사이 허기는 계속되었고, 태성의 배에서는 아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 오빠 혹시 배고파?”

“응? 아… 좀. 아까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

그가 정신을 차린 지도 이미 5시간이 훨씬 넘은 상태였다.

“대체 어디서 왔기에 그래?”

“응? 음… 저기 보이니?”

태성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이미 숲에서 나와 평지를 걷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태성의 손가락이 향한 방향을 쉽게 바라볼 수 있었다.

“저기 산 너머에 있는 숲에서 왔어.”

그 말에 아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진짜야?”

“거짓말! 저긴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란 말이야. 오빠 거짓말쟁이!”

“에? 진짜? 하지만 오빤 정말 저기에서 왔는걸?”

아이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태성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래봬도 오빠는 꽤 강하단다?”

“뭐가 강해? 비리비리해 보이는데?”

6살 난 꼬마 아이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태성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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