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29화 (129/134)

00129  6권

아이는 태성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혹시 오빠는 마법사인가요?”

“마법사?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에에? 진짜?”

10살 된 넬리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참! 오빠 배고프다고 했지? 이거!”

“와? 사과네?”

“사과? 그게 뭐야?”

“이거 사과 아냐?”

모양으로 봐서는 분명히 사과였다. 붉은 빛깔을 띠고 가운데 꼭지가 있으며 탐스러운 둥근 모양. 누가 봐도 사과라고 할 것이다.

“이건 사과가 아냐. 모타라는 과일이야.”

“응? 모타? 뭐… 그래. 모타. 맛있게 먹을게.”

사과의 명칭을 바꿔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와작!

모타를 한입 크게 베어 문 태성의 눈빛이 약간 바뀌었다.

‘어라? 내가 알던 사과 맛이 아니네? 오히려 사과에서 파인애플 맛이 나는데? 특이하네. 그래서 모타라는 이름을 지은 건가.’

넬리가 주는 모타 두 개를 얻어먹은 태성은 어느덧 배가 조금은 채워진 상태였다.

그렇게 두 아이를 따라 걷고 언덕 하나를 넘었을 때, 한 곳에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좋았어! 드디어 마을이다! 흐흐흐.’

중앙 대륙으로 와서 처음으로 발견한 마을. 문제는 이곳을 자신이 처음 발견한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약간의 보상을 기대하며 태성은 두 아이를 이끌고 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은 안델리카 마을처럼 도시로 번성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 입구에는 경비도 없었고, 척 봐서는 변두리 마을처럼 보였다.

‘그럼 그렇지. 발견한 마을이 이 꼴이니 당연히 보상 메시지가 흘러나오지 않겠지. 아니면 누군가 벌써 다녀 갔던가 말이야. 타 대륙 유저려나…….’

마을에 도착했는데도 보상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 사람들에 비해서 눈에 띄는 차림새와 생김새.

그들은 전형적인 서양 사람의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눈빛이나 머리색은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는 NPC들과는 많이 달랐다.

‘이놈의 게임은 NPC에 대한 통일성이 전혀 없네. 하긴 특색 때문에 헷갈리진 ㅇ낳겠다.’

태성이 NPC를 바라보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넬리와 넨시를 향해서 한 여자가 달려왔다.

“너희들 대체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언니가 말없이 밖으로 나가지 말랬잖아!”

“미안해. 언니. 그래도 오늘은 과일을 많이 따 왔는걸?”

“또 숲에 들어간 거야? 숲에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숲에는 몬스터들이 많단 말이야. 그러다 자칫 몬스터에게 공격 받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헤헤…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걸 뭐. 아참! 언니! 우리 마법사 오빠를 데리고 왔어.”

“마… 법사? 그건 또 무슨 헛소리니?”

넬리가 태성을 가리켰다.

“저 오빠가 마법사야.”

넬리의 손가락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넬리야. 마법사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들이야. 간혹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저렇게 젊은 사람이 마법사가 될 수는 없어. 해봤자 고작 마법견습생이나 수련생이겠지. 그런 사람들은 마법사라고 부르지는 않아.”

“에? 진짜야? 저 오빠 몬스터 산맥을 넘어서 왔대.”

“뭐라고?”

몬스터 산맥.

인간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미지의 땅. 수많은 몬스터들로 인해서 한 나라의 군대가 아닌 이상 그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단신으로 몬스터 산맥을 넘어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호호, 너희들 저 사람의 말에 아주 제대로 속아 넘어갔구나? 자자, 어서 집으로 가서 씻어. 숲에 들어갔으니 먼지도 많이 묻었을 거야.”

“응!”

넬리는 넨시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녀가 태성을 향해 물었다.

“여행자이신가 봐요?”

“아… 네. 그렇습니다.”

대략 16~18살 정도 되어 보였지만, 예상 외로 성숙한 목소리와 말투의 그녀.

“저희 마을에는 여관이 따로 없어요. 혹시 머물 곳이 필요하시다면 저희 집으로 모실게요. 동생들을 데리고 와주신 것도 감사드리고요.”

그 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태성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아! 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그녀의 뒤를 따라 태성은 세 자매가 함께 사는 집에 당도했다.

그녀의 이름은 네이피라로 부모는 일찍 여윈 상태였다. 홀로 어릴 때부터 두 명의 동생을 돌보며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한참 숙녀티가 나야 할 나이지만,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성숙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음! 맛있네요!”

집에 초대를 받은 태성은 식사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 정도면 가게 하나 차려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겠는데요?”

“호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정말 어디서 오신 거예요?”

“네? 음… 남대륙에서 왔습니다.”

“네? 남대륙이오?”

“네.”

그 말에 네이피라는 또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호, 전 어린아이가 아니랍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거짓말이 통할지는 몰라도 저에겐 통하지 않아요.”

“네? 왜요?”

“그거야 당연하죠. 남대륙은 이미 500년 전부터 인간의 발길이 끊긴 곳이에요. 당신이 넘어왔다는 그 산맥부터가 남대륙 땅이니까요. 일명 몬스터의 땅이라고도 불리죠. .그런데 그런 곳에서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산맥을 넘어왔다? 전혀 말이 되지 않아요.”

“그, 그런가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태성의 말에 그녀가 눈빛을 빛냈다.

“동생들이 하는 말로는 마법사라고 하시던데, 그럼 증거를 보여주시겠어요?”

말 그대로 마법을 사용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태성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류로 인해서 명령어들이 말을 듣지 않는 가운데, 스킬 명령은 가능할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뒤부터 스킬은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스킬이 사용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뭐 시도는 해보자. 안되면 말지 뭐.’

태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알겠습니다. 간단한 걸 보여드릴게요.”

태성은 식사를 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따.

“스컬 실드! 어헉……!”

쉬쉬쉬쉭~!

그의 주위로 해골 모양의 흰색 무리가 떠다니기 시작했다.

“어, 어머!”

네이피라는 스컬 실드를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네이피라보다 더 놀란 것은 바로 태성이었다.

‘헉헉! 대체 뭐야? 스컬 실드로 이렇게 힘이 빠져나가는걸 느끼다니?’

의이할 수밖에 없었다. 스컬 실드를 몇백 번을 써도 전혀 몸에 무리가 가진 않는다. 물론 마나의 소모는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한데? 아니면 중앙 대륙의 패널티라도 있단 말이야?’

차츰 시간이 지나고 태성은 기운을 다시금 회복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네이피라 역시 태성이 정말 마법사라는 것을 믿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마법사는 아닌 가봐요? 그…….”

그녀는 방금 전 주변을 떠돌던 해골 모양을 보며 한 말이었다.

“네. 전 흑마법사거든요.”

“네?”

“왜요?”

그녀가 놀란 눈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정말 흑마법산가요?”

“물론이죠.”

두려운 눈빛의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태성에게 물었다.

“저, 저희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예?”

“도, 동생들은 제발 살려주세요.”

긴장한 네이피라를 보며며 태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뭘 생각하고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두려워하지 말아주시겠어요? 흑마법사라고 해도 전 사악한 놈은 아니니까요.”

이미 이런 일들을 남대륙에서부터 많이 겪어왔기 때문에 NPC가 겁을 내는 이유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익숙한 그였지만 지금 네이피라는 일반적인 NPC와는 다르게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켜야만 했다.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나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주셨는데요. 제가 무슨 해코지를 하겠습니까?”

끄덕.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여기서도 흑마법사는 천대 받고 악한 인간이라고 다들 생각하나 보군요?”

두려운 눈빛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태성과 눈빛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휴… 그래. 시간이 약이다. 조금만 내버려두자.’

모든 사람들은 상황이 길어질수록 어느 정도 인지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네이피라 역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태성은 앞에 있는 음식만을 생각하며 입에 넣기 시작했따.

한참이나 태성이 먹는 것에만 열중하자 네이피라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러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흑마법사… 인가요?”

그녀가 묻는 의도는 태성의 직업을 확인한다기 보다는 흑마법사로써 악행을 행하는 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듯 보였다.

“네. 구체적인 직업을 따져보면 흑마법사가 맞습니다.”

“마, 말도 안 돼…….”

“누구나 현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이 곧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나저나 흑마법사가 대체 왜 두려우신 거죠? 막상 붙잡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서 흑마법사를 그저 두렵고 더러운 대상으로만 생각하더군요.”

그의 말에 네이피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직업이오 대체 누가 흑마법사를 직업으로 분류해놓았죠? 하물며 대륙 최고의 악명을 자랑하는 흑마법사를요?”

그 말을 들은 태성은 뭔가 의문이 들었다.

“음? 중앙 대륙에도 흑마법사들이 많이 있나 봐요?”

“중앙 대륙이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여기 중앙 대륙 아닌가요?”

“그, 글쎄요? 이 마을에 태어나서 살아오면서 중앙 대륙이라는 건 금시초문이라…….”

“아… 하긴. 중앙 대륙이 워낙 넓다보니 그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겠죠. 그런데 그쪽은 흑마법사가 왜 두려운지 말 좀 해주시겠어요?”

“본인이 흑마법사시라면 그 사실을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태성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자신이 흑마법사지만, NPC들이 흑마법이라는 직업 자체를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설정상 그렇게 만들어 졌다고 여겨질 뿐이었다. 물론 예전에야 악취가 진동하는 언데드들을 거닐고 다니다보니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당연한 처사. 그러나 그 외에 흑마법사가 과연 NPC들에게 어떤 해를 주었단 말인가?

그러나 네이피라의 말은 이런 모든 생각을 접게 만들었다.

“흑마법사는 마왕의 하수인이잖아요.”

“마, 마왕이오? 그건 또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랍니까?”

“저야 잘 모르죠. 하지만 제가 듣기로는 흑마법사는 마왕의 하수인이라고 알고 있어요. 마왕의 힘을 빌려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고. 또한 언제든지 마왕을 현실 세계로 불러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하… 저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 놈을 굳이 제가 불러 낼 필요가 있을지… 그리고 엄연히 흑마법은 저의 힘인데, 왜 제가 뭣도 모르는 놈의 하수인이 되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만, 그녀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여기 NPC들은 남대륙의 NPC들과 생각하는 것이 전혀 다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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