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30화 (130/134)

00130  6권

그녀는 한동안 태성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중앙 대륙에 거대한 NPC 단체가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몬스터보다 NPC가 더 많은 거 아냐? 규모가 상당히 크겠는데? 더군다나 나라로 분류되어 있다니 말이야. 설마 유저들이 나라에 규합되어 전쟁을 벌이는 뭐 그런 시나리오인 건가?’

두 개의 거대한 제국와 왕국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 태성이 머물고 있는 이곳은 템페논 왕국의 변두리에 위치한 카뎀 마을일뿐이었다.

“잠은 이곳에서 주무세요. 저는 제 동생들과 한방을 쓸게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시고 주무세요.”

태성에게 방을 내준 네이피라. 그녀가 사라지고 난 이후 그는 급속도로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서 피곤함을 느끼기도 오랜만인 것 같군. 하긴… 몇 시간을 걸었으니… 우선 잠이나 좀 자볼까? 스킬이 사용되었다는 건 명령어가 다시 사용 가능 상태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그 길로 태성은 조심스럽게 명령어를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로그아웃!”

로그아웃을 외친 그 순간 잠시 주변에 정적이 감돌았다.

“응? 왜 이러지? 로그아웃!”

하지만 몇 번의 외침에도 태성이 캡슐 속에서 눈을 뜨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따.

“이, 이거 대체 왜 이래? 다른 명령어들도 그렇고… 설마 로그아웃까지 말을 듣지 않을 줄이야? 미친 거 아냐?”

게임 오류라고만 생각하는 태성은 지금의 상태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복잡하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우선 한숨 자고 일어나자. 설마 캡슐 속에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자칫 몸에 이상이 생기면 캡슐이 자동으로 정지될 테니까 그때는 일어나겠지.’

천하태평한 태성은 단순 오류로만 치부하고 있었다.

레전드 오브 판타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평판이 자자한 가운데, 이런 오류는 금방 고쳐질 것이라고만 생각한 태성. 그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었고, 몇 시간에 걸친 피곤함으로 인해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으음……!”

평소보다 더 개운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 태성.

“으아~! 잘 잤다. 이렇게 푹 잔게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게임이라 그런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어.”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비비는 태성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좋다. 이런 평화로운 기분…….”

현실에서도 쉽게 느껴보지 못한 좋은 기분이 그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어떻게!!”

순간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어갔다.

“왜 그러세요?”

소리가 들린 곳에 도착하자 네이피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도, 동생들이 또다시 숲에 들어갔나 봐요.”

“그게 뭐 큰일인가요?”

“숲에서 간혹 몬스터들이 나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날을 잡아서 단체로 숲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개인이 숲에 들어가진 않아요!”

그녀는 상당히 흥분하고 있었지만,  태성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긴 NPC에게 몬스터들은 두려움의 대상이긴 하겠지. 그럼 이참에 내가 좀 나서볼까?’

걱정 가득한 눈빛의 네이피라를 바라보며 태성이 말했다.

“제가 다녀올게요. 그러니 안심하고 계세요.”

“괘, 괜찮으시겠어요?”

“후후, 흑마법사입니다. 비록 마왕과는 관계없지만 저도 나름 강하다고요.”

그녀는 오히려 그 말에 더욱 두려운 눈빛을 띠게 되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아이들이 갔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태성. 그리고 인근 숲에 도착하고 난 뒤에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넬리~! 넨시~! 어디 있니?”

큰 목소리로 숲에서 소리를 치는 태성.

‘인적이 상당히 드문 숲이라고 했지? 길도 제대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 가급적 큰 소리로 아이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치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는 그는 계속해서 소리치며 숲 속으로 점차 더 깊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꽤나 깊게 들어 온 것 같았으나,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숲은 고요하기만 했다.

‘이 녀석들이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더 들어가 봐야 하나?’

어쩔 수 없이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숲의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꺄르르르르~!”

그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태성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나무를 해치고 나오자 아이들이 금발의 미청년과 함께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넬리! 넨시!”

“어? 오빠다!”

“오빠!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자신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는 두 꼬마 숙녀를 향해서 태성이 소리쳤다.

“이 녀석들아! 가면 간다고 언니한테 말을 하고 나가야지! 또 너희 언니가 얼마나 걱정에 빠져 있는 줄 알아?”

그 말에 넬 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치… 언니는 매번 그런걸 뭐. 오늘은 이 잘생긴 오빠를 만나서 안전한데?”

“뭐라고? 원래 잘생기면 더 위험한 거야!”

아이들과 함께 있는 금발의 미청년은 그가 봐도 너무나 잘생긴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저기 봐~! 이 오빠가 우리를 공격하는 몬스터도 자 잡아 줬는걸?”

한쪽에는 태성도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코볼트 무리였다.

‘코볼트가… 상당히 사실적이네? 죽었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피를 흘리며 저렇게 쓰러져 있는 걸 보면 말이야. 그나저나… 코볼트는 상당히 저레벨의 몬스터인데 왜 중앙 대륙에 있는 거지? 중앙 대륙도 초급과 상급 지역으로 나눠지는 건가?’

그 어떠한 사냥터보다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중앙 대륙. 그러나 코볼트에 그도 모르게 맥이 빠지고 말았다.

“어서 가자. 너희 언니가 걱정하고 있으니까.”

“응! 그럼 잘생긴 오빠. 다음에 봐!”

“그래. 너희들도 조심해서 가거라.”

아이들이 금발의 미청년에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태성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 녀석들이 나를 봤을 때는 잘생긴 오빠라고 말도 안하더니? 내참… 하여간 여자는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잘생긴 녀석에게 환장한다니까…….’

그렇지만 기분이 나쁜 것도 잠시. 태성은 공과사를 구분하며 금발의 미청년 앞에 섰다.

“아이들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언니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지나가는 길에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어 구해준 것뿐입니다. 그럼 저도 이만 갈 길이 바빠서…….”

금발의 청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태성에게 답을 해주었다.

‘갈 길이 바쁘면, 아이들을 구해주고 얼른 갔으면 되지… 굳이 노닥거리며 떠들 필요가 있었어? 그나저나 이 사람은 유저야 NPC야?’

그의 외견만 보면 NPC라고 보긴 힘들었고, 마치 사냥꾼의 직업을 갖춘 유저처럼 보였다. 그런 말을 하며 그가 등을 돌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 저기 그쪽 방향은…….”

그가 향한 방향은 공교롭게도 몬스터의 땅이라고 불리는 숲의 더 깊은 안쪽이었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금발의 청년은 빠르게 사라졌다.

‘와… 타잔이야? 나무를 막 타고 다니네. 뭐 자기가 알아서 잘하겠지. 혼자 가는 걸 보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일 테니까.’

태성은 사라진 그를 서양계의 유저라고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NPC들이 말한 위험한 땅으로 어떤 NPC가 홀로 들어 설 수 있겠는가?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이끌고 사라져갔다. 그런 그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금발의 청년.

“음… 설마 실수로 다른 차원의 인간이 이고스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군. 그래도 말은 통하게 해줬으니 잘 살아가겠지? 그냥 재수 없게 네가 걸린 거라 생각해라. 자자~! 나도 갈 길을 가볼까? 앞으로 장난 같은 실험은 그만둬야겠어.”

사라져가는 금발의 청년. 그가 태성에게 저지른 짓은 태성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얏!”

아이들 앞에 서서 나뭇가지를 해치며 나아가던 태성은 가시나무에 손이 찔리고 말았다.

‘뭐야 이거?’

손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게임을 통해서 많은 피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붉고 선명한 피는 처음이었다. 하물며 가시에 찔린 고통은 말할 수가 없었다.

“아앗! 오빠 푸른 가시에 찔렸구나?”

“응? 푸른 가시? 그게 뭐니?”

“이 가시를 잘 봐봐. 끝이 푸르지?”

“응. 그런데?”

“이 푸른 가시는 독이 있어서 찔리면 고통이 엄청나다고 그랬어.”

“헉? 설마 죽는 거니?”

“아니, 죽진 않지만 그만큼 고통스럽다고 들었거든. 아이들이 찔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언니가 그랬어. 어서 집으로 가자.”

“어? 어. 그래.”

아이들이 태성의 손을 이끌고 급히 마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태성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지금까지 느꼈던 게임의 그 어떠한 고통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빌어먹을… 이건 진자 찔린 느낌이잖아? 분명 뭔가 잘못 됐어……!’

사용되지 않는 명령어와 스킬 현상에 의한 신체의 변화. 그리고 통증으로 인한 고통은 태성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점차 일깨워주고 있었다.

네이피라의 집에 도착하자 태성은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손가락 끝의 고통은 이미 몸 전첼호 퍼져 있었다.

‘미치겠구만…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

집 앞에 도착하자 그들을 발견한 네이피라가 다가왔고,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이 파래진 태성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오빠가 우리를 데리고 오다가 푸른 가시에 찔리고 말았어.”

“뭐? 푸른 가시? 얼른 안으로 모시자.”

아이들과 함께 태성을 집 안으로 들였고, 그가 머물던 방에 다시 눕혀졌다.

“가서 더프 아저씨를 좀 불러올래?”

“응! 알았어.”

둘째 넬 리가 급히 집 밖으로 뛰어나갔고, 네이피라는 수건과 찬물을 가져와 태성의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언니! 우리 때문에 오빠가 많이 아픈 거야?”

“그래! 너희들이 숲에만 들어가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왜 그렇게 언니 말을 안 들어?”

약간 언성이 높아진 그녀의 말에 넨시를 울먹이기 시작했다.

“흑흑… 미안해. 앞으로 숲에 들어가지 않을게.”

넨시가 구슬프게 울며 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미치겠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어.’

천장이 빙빙 돌기 시작했고, 네이피라와 넨시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몸을 가눌 수도 없었고 추위마저 느껴지고 있는 상황.

“무슨 일이냐? 네이피라.”

“저기 이분을 좀 봐주세요.”

“이 사람은 어제 왔다는 그 여행객이니? 아직도 집에 있었던 거냐?”

“네. 사정이 좀 있어서요. 저기 이분이 푸른 가시에 찔렸어요. 좀 봐주세요.”

“푸른 가시?”

더프라는 중년인은 태성이 찔렸다는 손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 손은 약간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생각보다 깊이 찔렸나보구나. 너도 알다시피 우리 마을에는 푸른 가시에 찔렸을 때 먹는 해독제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성인이라는 점인데, 아마 꽤나 한기를 느끼고 있을 거다.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어.”

“네. 알겠어요.”

해독약이 없는 지금 태성 스스로가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네이피라는 그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가급적 이불을 두텁게 덮어주며, 온기가 있는 돌을 천으로 감싸서 이불 안쪽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으으으…….”

작품 후기

진심으로 아끼는 동생이 새작품을 연재하네요.

여러분도 보신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전 작품이 "던전을 지켜라." 작품의 작가 트레샤 입니다. 이번에 차기작으로 "마왕성 플레이어"를 연재 중이네요. 무료이니 많이들 봐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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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후 기력이 거의 없어서 글쓰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언데드 군주는 어느 정도 진행을 할 수가 있었지만, 정령퀸은 도무지 안되더라고요.

글을 몇 자 쓰면 머리가 아파오는지라...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힘내서 한 편을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조금 더 힘을 내 볼 생각입니다. 이전처럼 많은 연참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루 한 편은 적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_^

현재 상태는 아직까지 큰 무리 없이 집에서 쉬고는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마음가짐이 조심스럽네요...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병이 약화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가급적 불미스러운 소식은 전하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날씨가 덥습니다. 다들 더위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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