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언데드 군주-131화 (131/134)

00131  6권

두 눈을 감고 있는 태성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네이피라에게 더프가 말했다.

“당연한 걸 거다. 푸른 가시에 찔리면 고통이 상당하니까. 예전에 나도 찔려봤지만, 아주 뼈를 긁어내느 ㄴ느낌이더구나.”

더프는 고통에 찬 태성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 보였다.

“그나저나 여행객이 우리 마을에 오다니? 드문 일이구나.”

그 말을 한 더프를 보며 네이피라는 태성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더프에게 언급했다. 사실을 알게 된 그의 눈이 크게 떠졌고, 조심스럽게 손짓으로 네이피라를 밖으로 불러냈다.

“그, 그게 사실이냐? 흑마법사라니?”

“네. 사실인 듯 보였어요. 그리고 저에게 마법도 보여줬는데, 보통 마법 같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의 말대로 악의는 없는 듯 보였어요. 하물며 마왕을 무시하는 듯한 말도 했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마왕의 힘을 빌리지 않는 흑마법사는 절대로 없다! 지금 저놈은 상당히 위험해. 언제 우리 마을을 파괴할지 모른다. 어차피 오늘 오후에 순시하는 병사들이 마을에 오는 날이다. 그때까지 저놈을 꽁꽁 묶어두자꾸나. 하긴 저 꼴로 도망도 못 가겠지만 말이다.”

더프는 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무래도 이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저 사람은 아무런 죄도 없는데!’

네이피라는 괜한 사실을 말했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태성이 머무는 방으로 급히 돌아온 네이피라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언니를 좀 도와주겠니?”

“응? 왜?”

“이 오빠가 지금 위험하단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야 해.”

“안전한 곳?”

“그래. 마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말이야.”

동생들은 네이피라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며,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그녀는 태성을 이불로 감싸고 바닥에 끌며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여자다 보니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태성을 둘러매고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네이피라를 두 명의 동생들도 함께 태성을 열심히 끌고 나갔다.

“언니! 저 너머에 가면 나랑 넨시가 항상 놀던 곳이 있어. 그곳이라면 마을 사람들도 모를 거야.”

“그래! 그곳으로 가자!”

이불 속에서 태성은 계속해서 땀을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고, 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 거대한 나무 밑에 당도한 네이피라 자매들은 태성을 나무 끝에 파인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아마 이곳이라면 마을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할 거야. 부디 그때까지 회복되어서 마을을 벗어나야 할 텐데 말이야.”

“오빠가 깨고 나서 다시 마을로 오면 어떻게 해?”

“그렇게 되지 않게 우리가 한 번씩 찾아 와야지. 우선 이대로 집에 가자꾸나. 머지않아 더프 아저씨가 병사들을 이끌고 올지도 모르니까.”

태성을 남겨둔 채 네이피라 자매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병사들을 보며 네이피라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요?”

그녀의 말에 병사 하나가 격앙 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곳에 흑마법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그놈은 어디있지?”

병사의 뒤로 더프가 나타나며 대답했다.

“네이피라. 괜찮으냐? 그놈은 어디 있느냐? 아직도 방에 있느냐?”

“네? 아, 아뇨. 그는 이미 떠났어요.”

“뭐라고? 분명 푸른 가시에 찔리지 않았더냐?”

“네. 분명 그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집을 나갔어요.”

“그, 그렇군. 역시 흑마법사들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군.”

그런 네이피라를 바라보던 병사 하나가 물었다.

“혹시 그 녀석을 숨겨두거나 다른 곳으로 빼돌린 건 아니겠지?”

“무, 무슨 소리세요? 제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음… 그래? 하지만 만약 숨겨두거나 빼돌린 것이 발각 된다면 너도 무사하진 못할 거야. 그놈은 마왕의 하수인 흑마법사다. 그 어떠한 죄인보다 엄벌에 처해야 하는 놈이야.”

“그, 그건 저도 잘 알아요.”

네이피라가 대답하고 병사는 자신을 따르던 다른 병사들에게 말했다.

“얼마 가진 못했을 것이다. 마을 밖을 나가서 녀석의 흔적을 찾아라!”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인물은 하르멘 경으로 남작보다는 낮은 직위지만 귀족의 가장 낮은 계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따지면 기사와 같은 직급에 속하지만, 그는 정식 기사는 되지 못했고, 병사들을 통솔하는 병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만약 그놈이 이곳을 제 발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네가 그놈을 숨겨둔 것이라면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제가 어찌 흑마법사를 숨겨둘 수 있겠어요?”

“그렇지? 그래야 할 거야. 가자!”

하르멘은 병사들을 이끌고 태성이 빠져 나갔을 만한 도주로를 향해 달려 나갔다.

병사들이 나간 후 더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네이피라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거짓말을 한 것이냐?”

“무, 무슨 소리세요?”

“다 알고 있다. 방에 보니 이불이 없더구나. 아마도 체온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 덮어 주었겠지. 병사들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더프는 이미 네이피라가 태성을 빼돌린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더프 아저씨. 그 사람은 동생들을 위험한 숲에서 데리고 나와주었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은혜는 갚지 못할망정, 어떻게 병사들에게 잡혀가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있겠어요?”

“휴…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만, 상대는 흑마법사다… 부디 그가 병사들에게 잡히더라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태성을 찾기 위해 나간 병사들은 날이 저무는 시간에도 그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네이피라의 집 주변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 그런 그들로 인해서 네이피라는 태성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네이피라와 그녀의 동생들이 태성의 상태를 걱정하며 저녁을 보내고 있을 그때였다.

“몬스터다! 몬스터가 나타났다!”

목소리를 들은 하르멘이 달려오는 병사를 향해 물었다.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한두 마리쯤은 네놈들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잖아!”

“그, 그게 숫자가 엄청납니다!”

“뭐라고?”

하르멘은 병사의 말을 듣고 몬스터가 출몰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렇게 많은 수가 어떻게?”

몬스터들이 마을에 침입하는 경우는 종종 있긴 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숲에서 길을 잃은 몬스터 한두 마리 정도가 마을로 들어오는 경우가 다였고, 그런 경우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쫓아내거나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들이 마을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밝은 달빛에 비추어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병사들을 집결시켜라! 지금 당장!”

하르멘은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병사들의 수는 고작 20여 명에 불과했다.

마을로 달려오고 있는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병사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 젠장! 어떻게 저런 곳에…….”

그리고 병사들은 더 먼 곳을 볼 수가 있었다.

고블린과 코볼트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의 뒤로 오크가 근접해 오고 있었다. 오크는 인간 한 명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몬스터로, 일반 병사가 쉽게 상대할 수는 없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오크의 뒤에 거대한 덩치의 트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트롤은 재생력이 상당히 뛰어난 몬스터로 기사가 아닌 이상, 일반 병졸들이 쓰러 뜨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몬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무조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라!”

“하, 하지만 병대장님!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감히 내 명령을 무시할 참이냐? 네놈들은 병사다! 병사들의 책임을 잊어버리지 마라. 우리는 마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나약한 생각을 가지지마라!”

하르멘은 기사가 되지 못한 한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기사와 비교되는 것을 무척 싫어했고, 언제나 자신 스스로도 병사가 기사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사에 미치지 못한 실력은 곧 마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지금 이 순간 하르멘은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두려운 몬스터들이 즐비하고 있다. 그리고 강력한 몬스터까지도. 하지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고, 기사보다 뛰어난 정신력 만큼은 뛰어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온다! 모두 죽여라! 그리고 마을 사람들 중에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무기를 들어라!”

이미 소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하르멘의 말을 듣고 두려웠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각기 농기구와 몽둥이를 들며 몬스터들이 마을로 들이 닥치는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2. 습격

시간이 흘러 태성은 점차 눈을 떴다.

“으윽… 온몸이 철근 덩어리 같군…….”

아직까지도 머리가 혼미했으며, 얼마 동안 먹지 못한 것 때문인지 몸에는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바밍 어두워져 있었기에 주변을 좀처럼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휴… 조금만 더 쉬도록할까? 날이 밝을 때까지만…….”

아직도 잠이 어려 있는 태성은 쉽게 그곳에서 다시 잠들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 한층 개운한 몸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푸른 가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찔리는 일은 없어야겠네. 근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태성은 거대한 나무 안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며 의아해했다.

“음… 민간요법 같은 건가?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사람을 이런 곳에 처박아두다니 말이야. 다시 그 자매들한테 가볼가?”

나무에서 나와 마을로 주변을 둘러 보며 마을로 방향을 옮겼다.

“음?”

예전 자신이 봤던 마을과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듯한 모습에 의아했던 태성은 점차 마을로 다가갈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을 여기저기가 파손되어 있었으며, 곳곳에는 죽어 있는 인간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어, 어찌 이런 일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리고 머지않아 마을을 이렇게 만든 것이 몬스터들임을 직감했다.

크르르르~!

주변에는 마을을 점령한 몬스터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며 태성을 향해서 이빨을 보이며 위협해왔다.

“그래… 네놈들이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이지? 어디 한 번 해보자. 아공간 소환!”

쉬쉬쉬쉭……!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공간을 소환했는데도 아공간의 모습은 보이다 말고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기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프로그램 오류치고는 너무나 괴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한 태성.

“좀비 소환!”

그는 곳이어 좀비를 불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비 다섯 마리를 빠르게 불러내었을 때였을까? 온 몸이 휘청이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제, 제기랄…….”

마나를 급격히 소모해서 정신력에 무리가 왔을 때 느끼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체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좀비 다섯 마리를 불러내는 것은 그에게는 버거운 듯 보였다.

“그래도 좀비는 불러낼 수 있다 이거지? 좋아. 다들 저놈들을 공격해라!”

태성의 말에 좀비들이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큭… 마치 저 레벨 때의 좀비들을 보고 있는 것 같군.”

좀비들보다 현저하게 많은 몬스터들을 보면서 태성이 이를 갈고 있었다.

“네놈들이 여기 자매들을 건드렸다 이거지? 좀비 전원 익스플로전!”

쿠콰콰콰쾅!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태성은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