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6권
“큭큭, 찾았다. 흑마법사!”
그 목소리는 나무 위에서 들려왔다.
차차착!
나무 위에서 세 명의 사람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음… 듣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 멀쩡한걸? 난 엄청나게 사악하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고작 애라니?”
“경계를 소홀히 하지마. 그래도 어디까지나 그는 흑마법사다. 그의 뒤에 있는 언데드들이 말해주는 거니까.”
맞아. 흑마법사는 얼마든지 가면을 만들 수 있겠지.“
그들은 하나같이 활과 검, 창을 들고 있었다.
“누구……?”
처음 보는 세 명의 인물을 향해 태성은 조심스레 말했다.
“하하? 우리? 우리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사냥꾼이라고나 할까?”
“네놈들이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서 지금 대륙 전체가 난리가 아니거든. 그래서인지 네놈에 대한 현상금이 꽤나 붙었단 말이지.”
그들은 태성을 다른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례지만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큭큭, 그래그래. 흑마법사도 뭐 두려움에 떨 수도 있겠지. 우리를 만났으니까 말이야.”
그때 검을 든 인물이 먼저 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 스컬 실드!”
파차창!
그가 휘두른 검이 허공에 떠오른 해골에 닿자마자 뒤로 튕겨나갔다.
“크윽! 이건 뭐야!”
“조심해라! 보통 흑마법사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들 세 사람은 경계 자세를 취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전 여러분께 볼일도 없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흑마법사가 아니란걸 다시 말씀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네가 뭐라고 떠들던 상관없어. 어차피 흑마법사를 잡아 족치기만 해도 현상금은 나오니까.”
쉬쉬쉭~!
그들이 태성을 향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그들의 공격은단 한 발도 태성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컬 실드에 의해서 방어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태성은 그들의 모든 공격을 직접 피하고 있었다.
‘이거… 사부님께 배운 게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유의천에 비하면 그들의 공격 속도는 터무니없게 느려 보였다. 그래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가 있었다.
“전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합니다. 그러니 좀 비켜주시지요.”
“큭큭, 흑마법사가 사람을 구하러 가?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실력이 좀 된다고 아주 농담도 그럴듯하게 하는데?”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설사 자신들의 공격을 그저 맨몸으로 피해낼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쉬쉬쉭~!
휙휙~!
그들의 공격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공격은 번번이 빗나가고 있었고, 태성보다 그들의 체력이 오히려 더 빠르게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체력의 소진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들은 가만히 서 있는 태성을 향해서 물었다.
“네놈… 누구냐?”
한 남자가 태성을 보며 물었다. 아마도 태성이 흑마법사인 것은 예상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흑마법사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 카뎀 마을의 생존자를 구하러 가는 길입니다.”
“카뎀 마을? 얼마 전에 몬스터들에게 당해 폐허가 된 그 마을?”
“그렇습니다.”
“넌 카뎀 마을과 무슨 연관이 있지?”
“연관은 없습니다. 다만 그곳 마을에 있던 자매들에게 신세를 졌는데, 그 자매 중 두 명이 몬스터에게 납치되었다고 해서 구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들은 모두 태성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형님. 어쩌시겠어요?”
“글쎄다… 우리들이 익히 아는 흑마법사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말이야. 더군다나 저런 어린 나이에 흑마법사는 좀… 하지만 뒤에 있는 언데드들을 보면 흑마법사가 분명하긴 한데… 소문으로 듣던 것처럼 사악한 것 같지는 않고…….”
이후 그들은 태성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풀었다. 그리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태성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륙에는 자신 말고도 여러 흑마법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흑마법사들은 마을을 공격하거나,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흑마법사는 강력한 마법으로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흑마법사들로 인해서 현상금이 내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넌 이름이 뭐지?”
“신태…….”
태성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다 문득 넬리와 넨시가 생각났다. 아무리 연습해도 자신의 이름ㅇ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소녀들을 생각하며, 세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가온이라고 합니다.”
***
“가온이라…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러 간다고?”
“네. 신세를 졌기 때문에 반드시 은혜를 갚고 싶어서요. 아이들을 구출한 뒤에도 할 일이 있고…….”
그는 감옥에 갇혀 있을 네이피라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봐. 포기하라고. 마을이 폐허가 된 지 며칠이나 지났고, 하물며 끌려갔다면 몬스터들의 먹이가 되어도 이미 오래전에 되었을 거란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가봐야 너무 늦었단 생각 안해 봤어?”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이상 희망은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실력 면에서 태성이 자신들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것을 알고는 경계를 푼 상태였다.
“거참 고집하고는… 걱정되어서 그런 거라니까?”
“형님! 그냥 말을 마세요. 고집도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들 세 명은 랄프, 케인, 브로크로 서로 의기투합해서 용병을 하고 있었다.
용병이란 일정한 능력이 있는 자들, 즉 각종 병기술이나, 마법을 익혀 도움이 필요한 의뢰인들의 일을 도와주며 보수를 받는 이들을 말했다.
용병 중에서 잘나가는 이들은 한 번 의뢰를 받을 때마다 엄청난 금액을 받게 되고, 지명 또한 높아 웬만한 귀족들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곤 한다.
그러나 이들 의형제들은 큰 실력도 없을뿐더러,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의뢰조차 받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하다보니 결국 사냥꾼이 되었고, 일반적으로 약한 몬스터나 현상수배범 등을 잡으며 겨우 연명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지금 태성을 만나면서 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정보는 무슨… 우리 정보는 시장 바닥에 굴러가는 돌보다 못한 것들이야. 정보라고 하니 오히려 고맙군.”
셋 중 가장 큰형인 브로크가 가온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도와줄까?”
“아닙니다. 저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이런 일이라면 게임에서도 지겹도록 맛본 그였다. 그래서 떨린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의형제 중 첫째인 브로크는 왠지 가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이 힘을 합친다면 몬스터 한 두 마리는 상대할 수 있는 그들. 브로크는 그들의 실력으로 태성이 하고자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쉽게 포기를 하지 않았다.
“후후, 아니야.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가 도와주도록 하지. 사실 할 일도 없이 이곳에 죽치고 있었거든.”
“흐흐, 그러게. 지나가는 트롤이라도 있으면 피라도 뽑아서 팔려고 했지.”
“이놈아. 트롤 잡다가 네 피 내어주고 죽으려고 환장했냐? 말이라도 그런 농담은 하지 마라.”
태성은 그런 그들을 보며 결국 함께 가는 것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현재 자신보다는 최소한 이들이 이곳 세상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들의 실력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일은 크게 없겠지만, 무턱대고 혼자 일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은 태성의 여정에 합류를 했다.
***
“휴… 진짜 괜히 따라온 거 아냐?”
“그러게요.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들 모두는 여기저기 퍼져 있는 몬스터를 보며 중얼거리고 이었다.
“제기랄. 몬스터의 땅에 이렇게나 몬스터가 많은 거였어?”
“그러니까 몬스터의 땅이지 이놈아!”
그들은 가온과 함께 숲을 꽤나 깊게 들어온 상태였다. 아마도 최근 몇 년 간 이렇게나 깊게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온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들 중 랄프가 추적술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였다.
그때 당시 많은 몬스터들이 출연하고, 이후 사람들을 납치하여 끌고 간 흔적을 찾아 지금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 이들을 보며 가온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돌아가세요.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에이! 무슨 소리? 말했잖아. 인연이라고. 반드시 함께 간다. 두고 봐! 너 분명히 내 은혜를 입게 될 거야!”
그들은 다시 동태를 살펴가며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랄프가 긴장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와보세요!”
랄프는 바닥을 살피며 물었다.
“여기 뭔가 끌려간 자국입니다. 아마도 습할 때 끌려간 것 같아요. 굳은 것으로 봐서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딱 봐도 사람의 흔적이네요.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진흙에 끼어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그럼 이 근처에 녀석들의 은신처가 있다는 소리인가요?”
“그렇겠지. 아니면 더 들어갈지도 모르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거지.”
랄프는 일행 중 막내로 주로 활을 사용한다.
백이면 백. 화살이 과녁을 빗나갈 정도로 활을 사용할 줄 모르는 랄프. 용병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의 실력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탁월한 재능이 있다면 바로 흔적을 쫓는 추적술로 겨우겨우 의형제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식들이 말이야. 끌고 가려면 좀 곱게 끌고 가지.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갔구만.”
랄프의 말에 따라 일행들은 다시 흔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세상에? 저게 진짜 다 몬스터야?”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들이 저렇게나 많이 있다니?”
크르륵!
크르르르~!
몬스터들은 종류가 한 두 마리가 아니었고, 그걸 보며 케인이 이상한 듯 물었다.
“형님. 그런데 몬스터들이 저렇게 종류와 상관없이 모여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소?”
“아, 아니… 몬스터들은 서로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서 같은 종족이 아니면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들 모두가 모든 몬스터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몬스터에 대한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이 같은 현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어도 100마리 이상은 되어 보이는군요.”
“그렇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돌아갈까?”
브로크가 가온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습니다. 세 분은 여기 계세요.”
100마리에 가까운 몬스터를 보면서도 가온은 매우 침착한 듯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려고 하자, 랄프가 그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야! 너 미쳤어? 완전 개죽음 당하려고 작정을 했냐?”
“아뇨. 저에게도 다 계획이 있습니다. 그냥 지켜보기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