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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화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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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만 마스터다

나는 마스터다.

그것도 150개에 달하는 챔피언들과 다섯 라인을 전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다룰 줄 아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다.

얼핏 멋져 보이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다.

'내가 있는 곳은 프로게임단이니까..'

친구들 사이에서는 마스터는 커녕, 다이아만 돼도 껌뻑 죽는다.

하지만 프로게임단에서 마스터 티어는 명함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이 마스터 티어가 동네북이란 소리는 결코 아니다.

브론즈부터 시작해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몬드 그 다음이 마스터 티어다.

국내에서만 한정해도 수백만 명은 될 법한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 사이에서 상위 일천 명이다.

극소수의 재능있는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이라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로를 꿈꾼다면 마스터 티어의 위에 서야만 한다.

용담호혈의 마스터들 사이에서 오직 200명만이 속칭 그마라고 불리우는 그랜드 마스터 티어, 최상위의 정점에 서게 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려면 그랜드 마스터는 기본이다.

자신이 속한 팀의 주전이 되려면 못해도 그 정도의 실력은 가져야 한다.

나 김시현은 프로게이머 연습생으로서 프로게임단인 맛밤에 속해있다.

당연하게도 내 주위에는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사람이 드물다.

그렇게 날고 기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

그게 문제다.

"제기랄."

나라고 내세울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챔프폭이 유별나게 넓다.

아무리 프로게이머들이 날고 긴다고 해도 다룰 줄 아는 챔피언은 기껏해야 5개 안팎이다.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는 모든 챔피언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이점.

벨런스 패치가 어떻게 되어도, 상대가 어떤 특이한 픽을 꺼내와도 받아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면 뭐하냐고 정작 주챔프라 할 만한 게 없는데.'

어째서일까?

나는 모든 챔피언들을 전부 일정 이상의 수준으로 다루지만 특출나게 잘하는 챔프는 없다.

이래서야 솔랭에서는 그럭저럭 먹힐지 몰라도 프로게이머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럼에도 나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조차 이제 마음 접으라고 고개를 흔들고 있는 데도 말이다.

그들이 나쁜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닌 걸 알고 있고, 나 자신도 현실을 파악하고 있지만 도저히 손을 놓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

'벌써 5년이야..'

내 청춘의 반은 이미 사그라들었다.

꿈을 접을 시기를 놓쳐도 한참 전에 놓쳤다.

물론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국내에서 유명스타가 되고 싶다며 젊었을 적 바랬던 꿈은 집어던졌다.

그리고 최후까지 미뤄뒀던 차선책을 선택했다.

어떻게든 중국의 하위 게임단에라도 들어가 몇 년 벌어 먹고 나온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단의 코치를 목표로 한다.

프로게이머로서는 이류조차 안되는 나이지만 코치로서는 가능성이 있다.

챔프와 라인폭이 넓다는 점 만큼은 인정받는 나다.

이 길만이 별 다른 인생 준비를 하지 않고 살아온 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희망이다.

때문에 나는 감독에게 잘 보여야 한다.

감독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 중국 프로게이머의 계약을 받아내야만 한다.

그 하나의 희망을 믿고 내가 속한 게임단 맛밤의 설거지를 2년이나 더 했다.

'언제까지 감독의 따까리 노릇을 해야 하는 걸까..'

게임단의 숙소 밖을 나와 타박타박 걸으며 나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딱히 할 짓이 없어 나온 건 아니고 감독 자식의 담배 심부름 때문이다.

그 자식은 곰팡이 냄새 나는 디스가 아니면 절대로 피지 않는다.

방금도 담배가 떨어졌다며 고작 그 이유로 나를 먼 길 행차하게 만들었다.

다른 담배 빌려 피라고 말을 해도 막무가내다.

그런 망할 놈의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점수를 따야 하는 내 신세.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배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든 나는 편의점을 나왔다.

문을 닫자 청동으로 된 종소리가 세차게 울린다.

그 별것 아닌 종소리는 도화선이 되어 머릿속 고민들을 폭발시켰다.

지긋지긋한 게임단 숙소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부터 시작해 별의 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디스, 디스라..'

편의점에서 산 이 담배를 감독에게 건네주고 나면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시선을 돌리겠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각박한 현실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리고 난 언제까지 참아야만 하는 걸까.

이제는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부디 늦더라도 올해 말에는 결과가 나왔으면..'

그래도 그 감독 자식이 미안하다는 감정은 있는 모양이다.

올해에는 정말로 중국 게임단에 자리를 구해보겠다며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작년에는 그저 가능한 알아보겠다는 두루뭉실한 말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번만, 한 번만 더.

참아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래, 버티다 보면 언젠가 빛 볼 날이 올 거야.'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기다리며 일어났던 고민을 마음속 깊이 정리한다.

게임단에 돌아가서까지 낯빛이 썩어 있을 수는 없다.

이윽고 불빛이 파랗게 바뀌었다.

설렁설렁한 걸음걸이로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잡혀 있더라.'

미래의 고민도 고민이지만 당장 직시한 현실의 문제가 먼저다.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나는 소름이 끼침을 느꼈다.

무언가가 머릿속의 경종을 세차게 울린다.

신호등은 분명 파란불이고 도로 위의 차들은 멈춘 상태다.

단순한 기우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세상엔 혹시라는 게 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았다.

터엉-!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2톤 급은 될 법한 트럭이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나를 들이박았다.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으며 날아가 버리는 나의 육체.

흐릿한 시야로 세상이 돌아가듯 춤춘다.

"학생! 학생!"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보인다.

아마 나를 쳐버린 트럭의 운전사일 것이다.

동시에 느껴지는 뜨뜻함.

나의 몸에서 나왔을 진홍색의 피가 상하의를 무겁게 적셨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움직이기는 커녕 그나마 있던 정신조차 희미해진다.

점점 더 몽롱해지며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듯한 기분이다.

혹시 이런 게 생의 마지막 순간이 아닐까.

스물 일곱살의 나이까지 나는 평생을 인내하며 살아왔다.

만년 프로게이머 연습생 김시현으로 버텨왔다.

처절했던 내 인생은 고작 트럭 운전사의 졸음 운전 한 번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본 작품은 가벼운 일상물 느낌의 프로게이머 소설입니다.

문체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매일 0시에 연참됩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사실 본작품 1부에 수정을 해야 할 문제점이 꽤..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히로인 관련 발암, 시점 문제, 필력(당시 제가 집필 속도가 느려서 저퀄화가 있었습니다..), 일부 인물에 대한 표현 방식.

심한 경우 삭제, 혹은 대폭 수정될 예정이지만..당장 수정하기에는 최신화 연재 걸려서 완결 이후에 해야할 거 같습니다ㅠㅠ

2부 들어서는 대부분 해결됐으니 조금만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초반부 대공사 중입니다.

갑자기 글이 날림이 되거나 내용이 살짝 바뀌어도 당황하지 마세요..

*댓글이 삭제되는 경우는 공지사항과 욕설 2가지 뿐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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