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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화 (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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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해버렸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는 듯한 감각이다.

깊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스르르 열렸다.

낯익은 천장이 보인다.

정신이 들자마자 느낀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분명 트럭에 치여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병원도 아니고 웬 자취방?'

방금 깨어난 탓에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연결해냈다.

아마 돈 문제일 것이다.

이 나이 먹고 프로게이머 지망생인 나는 저축해둔 돈이 하나도 없다.

연습생의 월급으로는 애시당초 저축은 불가능했다.

응급차에 실려 어찌어찌 살아나긴 했지만 입원비가 없어 쫓겨났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살던 단칸방으로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여기지..? 아니, 그 전에 대체 얼마나 다친 걸까..'

차마 몸으로 눈을 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2톤 급의 트럭에 치였다.

시간이 지나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프로게이머 생활은 불가능할 부상이다.

후유증 때문에 프로게이머는 커녕 일상적인 생활도 힘들지 모른다.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게임단에서조차 이제 내가 있을 곳은 없게 되었다.

'제길, 돈이 웬수지.'

홧김에 주먹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싸구려 장판이 쿠웅! 하고 울려온다.

때렸으니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나는 2톤 급의 트럭에 생으로 치였다.

전치 한두 주정도로 곱게 끝날 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너무나 자유롭다.

오히려 가볍다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상처도 없고.. 이게 대체 뭐야?"

심지어 목소리를 내는데도 문제가 없다.

설마 하는 느낌이다.

달력, 달력을 찾아야 한다.

아니 요즘 시대에는 이게 아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아 사방을 뒤적거렸다.

"갤럭시S? 이게 웬 고물딱지야."

흔하디 흔한 노트북조차 없는 나에게 있어 유일한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게임단 연습생 월급을 알뜰하게 모아서 산 갤럭시S7.

그런데 그것이 6년 전에나 썼을 법한 구세대 유물로 바뀌어 버렸다.

혹시 입원비 명목으로 저당을 잡혀버린 걸까.

아니다.

착각일지 몰라도 내 몸에는 어느 한 군데도 통증이 없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켜 정신을 진정시키고 핸드폰 액정을 밀어 잠금을 해제했다.

"하아.. 정말로 사람 잡네."

2012년 4월 27일.

6년전의 과거였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던 회귀를 하고 말았다.

누군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TV에 종종 나오는 서프라이즈 같은 거 있지 않은가.

아니면 감독의 심부름을 갔다가 트럭에 치인 것 자체가 개꿈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켜 검색했다.

정보의 바다를 헤맬수록 드는 확신이 든다.

6년 후는 커녕, 당장 내일인 2012년 4월 28일의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

국가에서 나를 놀리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꿈일 가능성을 대비해 볼따구를 쭈욱 당겨봤지만 아프다.

정말 과거로 회귀를 해버렸다.

"세상에나.."

두 번째 인생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6년 후의 지식을 가지고 다시 프로게이머에 도전할 수 있다면?

성공한 프로게이머 가도가 아예 확정아닌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생으로 1,2년 노가다 뛰다가 주식에 박기만 해도 대박이다.

그러고 보니 2년 전에 코어제약이 엄청나게 뛰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무슨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말이다.

꿀꺽.

식도를 통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생생하다.

감각 하나하나에 활력이 넘친다.

다시 사는 인생.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

내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로의 꿈 또한 마찬가지.

이번 생에서는 결코 도박이라 할 수 없다.

아니, 확실한 보증 수표다.

나의 지식과 챔프폭을 살린다면?

그리고 과거의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내 기억에 따르면 6년 전, 시즌2에는 이렇다 할 운영이 없었다.

챔프 숙련도 또한 많이 부족해 바보 같은 실수를 남발했다.

이전에 열렸던 추억의 롤챔스를 구경하면서 저런 바보짓 왜 하냐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할 수 있다..!'

고작 주식으로 벼락부자 정도가 목표가 되선 안된다.

최고의 프로게이머 자리를 이 내가 차지한다.

나의 이름, 김시현이라는 석자.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라는 테이커?

정글의 신이라 불린다는 비행기?

다 필요없다.

내가 짱먹는다.

나는 먼저 지금 내가 처한 상황부터 되짚기로 했다.

6년 전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렸다.

'군전역, 백수, 롤실버.'

군대 전역 이후 1년을 빠듯이 게임해 마스터 턱걸이를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했던 생각.

고작 1년만에 마스터를 찍었다면 나 가능성 충분한 거 아닐까.

그 가능성 하나 믿고 프로게임단에서 나를 받아들여 줬지만 현실은 무참했다.

'마스터만 주구장창 찍었지, 제길!'

5년동안 연습생 생활만 등골 빠지게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다르다.

6년 동안 쌓은 실력이 있다.

그랜드 마스터는 따 놓은 당상이고 챔프폭까지 감안한다면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나는 엄지발가락으로 자취방에 있는 구형 컴퓨터의 전원을 눌렀다.

굳이 발가락으로 켤 필요는 없었지만 오래된 습관이고 이게 가장 편하다.

털털털.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껌뻑껌뻑 켜지는 오래된 컴퓨터.

어쩔 수 없다면 없는 일이다.

6년 전에도 나는 난 녀석이 아니었다.

좋은 컴퓨터는 당연히 보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ads).

줄여서 LOL은 높은 사양을 필요하지 않으니 괜찮다.

당시에도 딱히 렉이 걸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거 같으니까.

'또 찰흙으로 해야겠지만 말이야.'

찰흙이라 함은 저질 그래픽을 뜻한다.

렉 방지를 위해 그래픽 수준을 최저로 낮춰야만 한다.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다.

SSD만 있어도 10초만에 켜지는 컴퓨터가 1분 넘게 달달 거리며 가까스로 켜졌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이 컴퓨터 한 대면 난 바로 그랜드 마스터를 찍고 프로게이머로 스카웃당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6년 전에 프로게임단이 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확실해졌다.

현재는 롤이 아직 주류 게임이 못 되었던 시기.

하지만 차곡차곡 인기가 쌓이면서 프로게임단들이 창단되기 시작했던 시즌2였다.

현재는 4월 27일, 한국에는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열리고 있었다.

당연히 프로게임단도 적게나마 있고 롤프로게이머들의 이름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물론 진짜배기는 해외의 프로게이머들이지만 말이다.

롤의 인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은 곧 해외를 추월하게 된다.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삼기에는 더없이 좋은 알맞은 시기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게임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는 필요한 법이다.

내가 돈이 있었던가?

혹시 몰라 전화로 확인해보니 통장 장고가 100만원이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찌저찌 모아놓은 돈이었다.

아껴 쓰기만 한다면 최소 2달, 잘하면 3달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시간이라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어.'

나는 일단 고물 컴퓨터로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아이디를 확인하니 너무나도 익숙한 그 아이다.

다름아닌 '올마스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아이디부터가 첫 단추를 제대로 잘못 꿴 꼴이었다.

'쯔쯧, 이러니까 평생 마스터 티어를 못 벗어나지.'

올마스터, LOL내의 모든 챔피언을 마스터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찍지 못한다는 저주도 동시에 걸렸다.

나는 투덜투덜 거리며 내 계정의 리그를 확인했다.

실버 3 28P.

랭크게임 72승 65패.

한 마디로 형편없다.

100판 넘게 하고 실버인 주제에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려 했다니.

아무리 나라지만 터무니 없었던 도전이었다.

"크큭,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신성의 출현이다.

내가 다 때려잡고 랭킹 1위를 먹는다.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로 스카웃되는 직선 코스다.

"각오들 하라고. 크캬캬캬."

아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첫 번째 솔로랭크를 시작했다.

.

.

.

* * *

이제부터 내가 걸을 길은 꽃길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니 거기서 왜 귀환을 타? 한타 안 해? 게임 안 해? 게임 이길 생각 없어? 그냥 던져줘?'

정말 우습게도 나는 몇 판 지나지 않아 암이 걸리고 말았다.

팀원들이 진짜 말 드럽게 안 듣는다.

게임 져서 아쉬운 사람이 누구인지 감을 못 잡은 모양이다.

-제발 한타 좀요. 몸만 대면 제가 다 잡음.

-알아서 판단한다. 명령하려 하지 마라.

-니가 뭔데 오더를 함? 난 탑레 골든데ㅋㅋ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컴퓨터를 켜고 내리 갈긴 게임 10판.

참혹하다 할 성적은 당연히 안 나왔지만 기대보다 훨씬 밑바닥을 기고 있었다.

7승 3패, 확실히 나쁜 성적은 아니다.

이 당시의 나였다면 기분 좋아서 룰루랄라 치킨을 시켜 먹었을 지도 모르는 연승가도.

하지만 지금의 나는 6년 후에서 회귀한 마스터 실력자다.

실버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도 세 판이나 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캐리해줄 텐데 팀원들이 자꾸자꾸 던져댄다.

'이 자식들 왜 말을 안 들어? 내가 한타 캐리해주고 운영해주고 뭐가 대체 불만이야?'

하라는 데로 하는 게 그렇게나 힘든가?

라인에서 CS만 먹다가 그냥 한타하면 안돼?

앞에서 몸만 조금 대주면 내가 알아서 싹 쓸어담는데?

'후... 머리를 식히자.'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한 감도 있다.

이 심해 자식들한테 오더를 하다니.

내가 직접 다 때려 패죽였어야 함이 옳다.

팀원들 데리고 정상적인 한타 하려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

일례로 전설적인 초식 정글러 클끼리의 일화가 있다.

아모모로 대리게임하다 실버 리심한테 깨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쿠웅!

드디어 다음 게임의 큐가 잡혔다.

이번에는, 이번에야 말로 강제 캐리한다.

정글을 잡는다.

그리고 다 패죽인다.

-5픽 정글 좀요. 마스터 부캐입니다.

나는 당당하게 채팅을 쳤다.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정글만 준다면 전 판에 만났던 빌어먹을 팀원이 있더라도 부처의 마음으로 하드캐리를 해줄 것이다.

-마스터 부캐님, 최근 전적이 왜 그럼?

-ㅋㅋ니가 마스터면 난 그마요.

-쟤 전판에 만났는데 걍 현지인임. 내가 KDA 더 좋음ㅋㅋ

-내가 정글 감. 저런 애들 치고 게임 들어가서 잘 하는 놈이 없더라~

수의 폭력.

심지어 전 판에 내가 캐리해줬다 생각했던 원딜 자식까지 훼방을 놓는다.

사거리 긴 원딜러, 헤이클린으로 뒤에서 뾱뾱 평타도 제대로 못 박던 놈이 뭐가 어째?

생각을 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확 트롤픽 박아버리고 던져 버릴까?

─5픽 서폿 갈게요^^ 모두 화이팅해요!

회귀하기 전의 어린 내가 아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 놓고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다.

참아야지, 착한 내가 참아야지.

나는 그렇게 5픽으로서의 숭고한 임무.

서포터를 하게 되었다.

게임의 결과는 혹시는 커녕 역시나였다.

7승 3패에 1패를 추가해 7승 4패.

5픽 서폿은 6년 후나 지금이나 언제나 필패였다.

"하아.. 나 왜 이러지."

어째서 심해에서 4패나 해버린 것일까.

팀운이 안 좋았던 탓도 분명히 있다.

화가 나서 되는 데로 플레이 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패치 사항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곰곰이 고민해보자 진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게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어.'

소설에서나 볼 법한 회귀.

그리고 쌓이고 쌓였던 스트레스.

맛밤 게임단에서 5년이나 설거지를 하며 불어난 설움과 인내가 발목을 잡았다.

인생이 갑자기 풀려버리자 역으로 불안해져 버렸다.

스트레스의 발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지금 바캉스를 갈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낭비가 될 여가 생활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면 끝이 없으니까.

롤로 생긴 스트레스는 롤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게이머의 숙명이다.

스트레스를 풀 대상을 찾아야 한다.

물론 트롤, 비매너 플레이를 한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BJ..저격!"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이야기 진행 중 나오는 인물이나 명칭들은, 현실과 전혀 상관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가 브실에서 지는 스토리.

1)캐리하기 위해 솔킬 따려다가 살짝 무리해서 역으로 당함.

2)만회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갱와서 또 죽음.

3)이건 정글이 한 번만 풀어주면 되는데 정글이 아무것도 안 함.

4)아군이 ㅋㅋ거리며 멘탈 한 번 긁어주면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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