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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화 (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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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를 저격한다

러이갓으로 시작해 심해에서 부캐를 키우는 BJ들을 저격한지도 이틀째다.

고작 이틀, 그 짧은 시간만으로 내 올마스터라는 닉네임은 널리 명성을 떨쳤다.

낮은 티어대에서 양학하는 BJ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세를 자랑하게 됐다.

아니, 악명이란 표현이 맞을 거다.

<저 자식 또 시작이네. 올마스터? 지가 마스터 부캐라고 선전하고 다니는 거야, 뭐야?>

이번에 저격한 파프리카BJ는 쿨통통이다.

리픈밖에 못하는, 엄밀히 따지자면 리픈도 썩 잘하지는 못하는 원챔충 BJ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리픈이라는 챔프는 비주류.

덕분에 그는 리픈유저 중에서 상당히 유명세를 떨쳤고, 그 인기 덕에 BJ를 해먹고 있다.

쿨통통의 인기는 러이갓보다 한참 떨어져 시청자의 수는 고작 일이백 명 수준이다.

솔직히 말해서 무시해도 될 법한 잔챙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다섯 번째 저격하고 있다.

어째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겁나 싫으니까!

<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 자식 없어질 때쯤, 그러니까 저녁 때쯤 봬요. 후우….>

'아니', 그리고 '아'.

롤을 하는 유저들이 할 말이 없을 때, 그리고 굉장히 빡쳐버릴 때 습관적으로 내뱉게 되는 단어다.

사실 러이갓을 제외하면 이 정도로 저격을 집착한 BJ는 쿨통통밖에 없다.

다른 BJ들은 회귀를 한 인사 겸해서 한 번씩 맛만 보여준 정도다.

그러나 쿨통통 이 자식은 진심으로 싫어해서 본 때를 보여줬다.

내가 이 녀석을 그토록 싫어하게 된 이유.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거 없다.

'겁나 못하니까.'

못하는 것만이면 그럴 수 있다 친다.

문제는 리픈밖에 안 한다는 점이다.

물론 리픈만 하는 것도 죄는 아니다.

그래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리픈밖에 못하는데 리픈도 못하는 놈이 선픽까지 박는다.

적이 네네톤이 나오던, 빵테온이 나오던 막무가내다.

적 라이너가 극상성 챔피언을 해도 자신은 BJ이니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돼도 않는 변명으로 리픈을 한다.

그렇게 앞뒤 안 보고 픽한 라인전의 승패는 불보듯 뻔하다.

말할 것도 없이 영혼까지 털리게 된다.

그 짓을 부계정으로 하면 괜찮겠지만 이 쿨통통 녀석은 본계정에서도 해대는 철없는 자식.

쿨통통 때문에 쌓인 패가 수십 번이 넘어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심지어 가까스로 갔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에서도 이 녀석 때문에 한 판 졌다.

물론 미래의 이야기인 데다 지금 시점의 쿨통통은 나를 전혀 모른다.

그렇다고 내 앙분이 풀리는 건 절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 오자마자 응징을 해주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정도로 쿨통통을 용서해주기엔 턱도 없다.

골드티어가 된 내 계정, 올마스터가 마스터에 가면 쿨통통의 본계정도 저격해줄 거다.

마스터 티어의 계정도 사정없이 짓밟아주마.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마스터 티어에 갔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날짜는 아주 오래 남지 않았다.

이틀 간 BJ들을 저격하며  깔깔 웃은 나는 목적하던 바를 이뤄냈다.

맛밤게임단에서 설거지를 하며 쌓아온 스트레스를 대강이나마 풀게 되었다.

'이제 장난질은 접어두고 본연의 목표에 집중하자.'

저격으로 스트레스를 푼 덕에 컨디션도 좋아지고 승리도 제법 챙기긴 했다.

그렇다 해도 승리를 목적으로 게임을 돌리는 것과는 올라가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스트레스 풀겠답시고 BJ 저격하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올라가야 한다.

천상계, 다이아 티어에 말이다.

'그 전에 하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회귀한 이후 정신이 없었던 탓에 차마 실행할 수 없었던 그것.

미루고 미루었지만 슬슬 실행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장부터 봐야겠다..'

회귀 3일차.

그동안 먹은 것이라곤 부순 라면과 끓인 라면이 전부였다.

조리 방법을 바꿔 봐도 결국은 라면이었다.

회귀하고 맛보는 2번째 인생이 너무나도 달콤했던 탓이다.

지금까진 짜디 매운 라면만으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삶의 질을 위해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하다.

내 미각은 제대로 된 음식을 원하고 있다.

나는 츄리닝 차림으로 자취방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대형슈퍼로 향했다.

'피망, 상추, 브로콜리, 우유, 계란..'

프로게임단에서 5년동안 설거지만 한 덕에 내 가사 능력은 상당하다.

웬만한 수준의 식사야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사내 자식이 살림에 도가 트다니 이런 썩을..'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지금 만큼은 날 엄청나게 부려 먹은 감독 자식에게 감사한다.

감독 녀석이 날 부려 먹지 않았다면 또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보니, 과거의 나는 자취를 한답시고 알바한 돈으로 치킨 시켜 먹고 짜장면 시켜 먹고 건전한 식사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6년 후에는 완전히 아저씨 체형이 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생은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깔끔한 외모는 프로게이머의 격을 높혀 준다.

좋은 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 해먹는 음식과 약간의 체력 단련만 이어진다면 차고 넘친다.

내 기본 외모는 결코 나쁜 편이 아니기에 약간의 노력으로도 훈남 소리 들을 수 있을 터다.

꾸준히 관리, 그리고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슈퍼스타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탄생하게 만들고 만다.'

완벽하게 정상을 목표로 한다.

게임 실력만이 아니 외모까지 찬양 받게 만들 테다.

그 정도는 돼야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보람이 있다.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장보기가 완료됐다.

나는 약국에서 혹시 모를 상비약, 그리고 각종 영양제까지 구입한 후에 집으로 발을 돌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계획을 세우자 기분이 절로 들떴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도착한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집안 꼬라지가 영 말이 아니었다.

방구석에서 라면만 먹으며 게임만 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정리가 필요하다.

'내가 이러고 살았단 말이지..'

이곳저곳 푸짐하게 쌓인 먼지에 정돈조차 되지 않은 살림살이들.

사흘간 게임만 한 탓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평소 나의 돼먹지 못한 생활 패턴이 쌓아 올려진 결과다.

바로 잡아야 한다.

새 술은 새 그릇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청소기같은 고가의 가전제품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빗자루로 방바닥을 쓸고 손수 바닥 걸레질을 해야 했다.

제법 많은 분량이라 여겨졌지만 애초에 코딱지만 했던 내 자취방은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아 마무리 됐다.

'좋아할 일은 아니네.'

그만큼 지금의 내가 형편없는 곳에 산다는 반증이다.

노력하고 쟁취해서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이곳에 사는 것 외에 뚜렷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 아니 포션을 만들어 놓자.'

열심히 청소한 덕에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다.

나는 간단하게 먹을 스튜를 끓였다.

스튜의 영양 배율도 맛밤게임단 식사를 준비하며 완벽하게 공부했으니 한 쪽에 치우쳐질 문제는 없다.

"이런 씨불얼.."

과거의 기억이 생각날 때마다 비참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잊어야 한다.

아직은 서막일 뿐이니까.

연습생 김시현이 아닌 프로게이머 김시현의 전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고물 컴퓨터를 로딩하고 게임을 켰다.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rd), 그 천상계.

정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5픽 미드 갑니다. 전적 확인요. 부캐에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골드 3티어 구간이다.

BJ들을 저격하며 은근하게 승리를 챙긴 덕분이다.

때문에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다.

이전 번과는 달리 충분히 전적이 괜찮다.

검색을 해본다 해도 딴지 잡힐 건 전혀 없다.

-에이, 5픽 대리네.

-ㅋㄷ 빼박이네 딱 걸림. ㅇㅈ각 오졌구요ㅋㅋ

변명하기 힘든 아픈 곳을 걸렸다.

회귀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실버.

현지인으로서 그다지 좋은 전적을 가지지 않았던 탓에 CP.GG라는 사이트에서 챔피언 별 승률을 확인하면 이러하다.

갓랜-57%

개서스-48%

우두루-60%

티몽-28%

주챔프가 이런 성적인 놈이.

최근 하고 있는 챔프는 이러고 자빠졌다.

나이즈-100%

다리웁트-78%

네네톤-88%

초가트-100%

솔직히 내가 봐도 대리다.

판사님 인정합니다.

하지만 억울해요.

내가 직접 한 거 맞다고 이 자식들아!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ㅋㅋ 그러게 대리는 왜 받아서~

엄청나게 억울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상황에서 팀원의 전적을 봤다면 나라도 그리 판단했을 테니.

체념하고 남는 라인을 가기 위해 말싸움을 끊었다.

그런데 그동안 파프리카 BJ방들을 들쑤시며 깽판을 친 보람이 이런 곳에서 발휘될 줄이야?

-올마스터? 저 자식 BJ저격러 아니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가 무어라 말을 해주냐에 따라 가능할지 모른다.

-저 자식 대놓고 악질이던데. 어디 그 실력 한 번 보자ㄱㄱ.

3픽의 말투는 띠껍기 짝이 없지만 결과는 좋았다.

덕분에 내가 부캐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고, 5픽임에도 미드 라인을 양보 받을 수 있었다.

양학할 때 미드 라인을 하고 말고는 엄청나게 차이난다.

내가 미드 픽으로 뽑은 챔피언은 다름아닌 마검사다.

이전에 러이갓이 선보였던 그 챔피언이다.

마검사는 확실히 양민학살하는데에 특화돼 있다.

그리고 나도 AP마검사의 숙련도는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내가 AP마검사의 새로운 전설이 되어주마.'

AP마검사라는 챔피언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앞으로는 러이갓이나 감자샐러드라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내 이름 김시현 석 자와 내 아이디 올마스터 넉 자가 AP마검사를 상징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면 두 번째 삶의 첫 AP마검사를 픽박았다.

-와~ 5픽 트롤하네. 니가 러이갓인줄 암?

-꼭 저런 놈들 있더라ㅋㅋ 게임 노잼으로 만드네. 아, 트롤 할까ㅋ

원래라면 정글을 택해 AD템만 올리는 마검사를 미드로 쓰다니?

그러고 보니 현재 미드 AP마검사는 트롤픽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팀원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인데 마음이 앞서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아까 내 편을 들어주었던 3픽이 다시 한번 나를 옹호해주었다.

-쟤 방송에서 보니까 러이갓도 솔킬내던데, 알아서 하겠지. 한 번만 믿어주고 안되면.. 나 달린다?

팀원 모두가 한 번 믿어줘 보자.

3픽의 말에 수긍하며 게임은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해 3픽 녀석의 말투는 띠꺼웠지만 옹호해준 것은 솔직하게 고마운 일이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창시자인 러이갓까지 포함해 제대로 다루는 사람이 없던 AP마검사.

그 누구도 제대로 펼쳐본 적 없었던 전설의 첫 페이지를 이 내가 차지한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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