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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를 저격한다
나의 검은 당신만의 것이오.
마검사를 픽했을 때 나는 알림음이다.
상당히 포스가 느껴지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마검사가 가지는 스킬들은 대략 이러하다.
Q스킬 알파 슬래쉬는 최대 4명의 적에게 1.0AP계수의 강력한 마법 피해를 가한다.
W스킬 명상은 5초에 걸쳐 빠른 속도로 체력을 회복하며 4.0의 AP계수가 달려있다.
E스킬 우주류 도법은 순간 물리공격력을 늘려준다.
궁극기, 마지막 전사는 마검사라는 챔피언의 꽃이며 AP마검사가 존재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명이면 족하다.
적 챔피언을 한 명만 죽일 수 있으면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된다.
한번 더 주 공격기인 알파 슬래쉬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적이 마검사의 손에 쓰러지면 스킬 쿨타임이 한 번 더 초기화된다.
이런 식으로 최후의 일 인까지 쓸어버린다.
한 마디로 도미노처럼 와르르르..!
─펜 타 킬!
전설의 출현!
-봤냐? 이게 바로 AP마검사다.
-쩌, 쩐다..
-님 무슨 프로게이머에요? 진짜 말도 안되게 잘한다;
-강제 캐리 감사합니다. 러이갓보다 잘하시는 거 인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막말해서 죄송….
"크캬캬캬!"
웃음소리가 육성으로 터져 나온다.
어떻게든 단 한번의 기회만 제대로 노릴 수 있다면 디 엔드.
AP마검사는 이토록 한타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만다.
말하자면 한타 최강.
라인전에서 다소 말아 먹어도 한타 빨로 보충이 가능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현재 내 실력으로는 라인전에서 말아 먹기도 힘들다.
오히려 솔킬을 땄으면 땄지, 말릴 일이 뭐가 있겠는가?
AP마검사는 시즌3에 챔피언 리메이크라는 과정을 거치며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2, 즐길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
모든 챔피언들을 전부 다룰 줄 아는 나이기에 AP마검사도 당연히 수준급.
물론 완벽하단 소리는 아니다.
사실상 로드 오브 로드에서 삭제가 되었던 AP마검사를 다시 내 챔피언으로 만드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그 시간은 오래 잡을 것도 없다.
이 골드 심해에서 연습하며 올라가는 동안 해결될 문제니까.
이미 열 판이 안되어 오의를 깨우쳤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승승장구해서 플레티넘, 다이아까지 치고 나간다.
천상계를 가볍게 정복해 버린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까진 없다.
아직 즐길 거리는 많이 남아있으니까.
파프리카TV의 롤하는 아재BJ 커맨드팡우.
팡우는 40줄 가까이 먹고 게임 방송을 전업으로 삼는 BJ다.
최근에는 롤을 시작했는데 그 실력은 무참하다 못해 불쌍하다.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브론즈의 표본이지.'
그럼에도 이상하게 티어는 괜찮다.
무언가 야리꾸리한 뒷사정이 숨어있다.
그를 떠받드는 팬들, 그리고 몇몇 지인BJ들이 속칭 버스를 태워줬다.
지양해야 할 일이 맞지만 원래 팡우가 좀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버스란 무엇일까?
잘하는 사람이 파티를 맺어 이겨주는 행위를 뜻한다.
RPG게임으로 따지면 쩔과 비슷하다.
이 버스를 매 판 받아 팡우는 손쉽게 게임을 이겨왔다.
그렇게 브론즈 실력인 아재가 골드까지 가버렸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다.
그 정도로 버스 받았으면 슬슬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발전이 없다.
하루종일 게임하는 주제에 정말 신기할 정도로 못한다.
본신의 실력은 언제나 브론즈.
혼자 게임을 할 때면 골드티어의 현지인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다닌다.
'팡우 아재가 다이아5티어까지도 갔었나?'
꽤나 먼 미래에 전설적인 사건이 생긴다.
도진기라는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버스를 제대로 태워주고 만다.
강제캐리가 아니라 멱살캐리 수준으로 말이다.
가까스나마 다이아5티어, 천상계에 팡우를 안착 시켜주었다.
무려 브론즈를 다이아까지 끌어올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후일담이지만 팡우는 스스로의 실력을 믿고 솔랭을 돌리다가 다시 고향인 브론즈로 떨어졌다.
어쨌거나 말이 안 나오는 수준으로 못하는 아재BJ 팡우가 상대팀으로 잡혔다.
딱히 저격을 한 게 아니다.
그냥 우연히, 어쩌다 보니 잡힌 것이다.
'살다 살다 팡우를 다 만나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너무 심해이다 보니 만날 일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러고 보니 팡우의 명대사가 있었지?'
유튜부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영상.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다.
<아니 이 우두루 쒸펄 색히는 뭔데! 왜 나만 따라다니면서 죽여!>
한 번 본 이라면 배꼽 빠지게 웃었던 롤하는 아재의 극빡침 영상이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타고 유머 영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덕분에 브론즈 심해 아재인 팡우는 파프리카BJ로서 당당한 일각을 차지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미래의 행적을 내가 재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확실히 못할 건 없으니까.'
본래라면 2년 후에야 생기는 사건이다.
하지만 팡우 아재의 드립력이라면 기대해 볼만 하다.
때마침 내가 고른 챔프도 우두루다.
여건은 차고 넘치게 가춰졌다.
이제는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
아주 지독하고 끔찍하게 팡우만 말이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내 게임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게임 소리를 아예 꺼놨다.
방금 전 알림은 내가 켜둔 팡우의 방송에서 나는 소리다.
탑에서 솔로 라인을 서고 있던 팡우를 내가 갱을 가서 따버렸다.
방플을 하기 위해 방송을 켰을 리 있을까.
애초에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상대다.
단순히 팡우의 드립을 실시간으로 듣기 위해서 방송을 켜둔 것일 뿐이다.
나중에 녹화본으로 듣기에는 너무나도 아쉽다.
<아니, 아군은 왜 역갱 안 오는데~!>
콰앙!
책상과 키보드를 향해 내려쳐 지는 시원한 샷건!
아재 BJ팡우의 트레이드 마크다.
팡우는 화가 나면 집안 살림을 다 때려 부수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장난으로 하기는 하지만 가끔 보면 진심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부숴 댄다.
방금 전 내리친 샷건의 강도로 유추하건데 확실하다.
라인을 밀다 갱킹을 당한 게 어지간히 빡친 모양이다.
'그렇다고 봐줄 일은 없지만.'
하지만 결코 멈춰서지 않는다.
나는 두 번째 갱킹도 팡우를 노렸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이고오~브론즈에도 저런 정글러는 없었는데.. 어떻게 두 번이나 역갱을 못 쳐!>
팡우 아재가 아군 정글러를 탓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갱을 당한 건 아군 정글이 뒤를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징징대고 있다.
슬슬 불쌍해서 동정심이 일 정도다.
그러나 팡우를 향한 내 열정은, 그리고 갱킹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멘탈이 탈탈 바닥이 보일 때까지 계속해서 박박 긁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와하하하하! 이제는 화도 안나, 화도 안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팡우가 세 번째 죽음을 초연하게 맞이한다.
혹시 실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즌다.
그래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밀어 붙인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에게 또 당했습니다.
-적에게 또 또 당했습니다!
콰아아앙!
키보드의 자판이 흩날린다.
제대로 빡친 팡우가 슈퍼 샷건을 날린 결과였다.
모르긴 몰라도 저 키보드의 수명은 오늘로 다했다.
<아니, 이 우두루 쒸펄 색히는 뭔데 왜 나만 따라다니면서 죽이는 거야!>
내가 조금 심하게 따라다니긴 했다.
무려 열 번이나 말이다.
내가 관여한 12개의 킬 중에 열 개가 팡우였으니 말 다했다
<저 자식은 나랑 웬수를 졌나 왜! 왜! 나만 갖고 그러는 데에에에!!!>
진심으로 빡친 팡우가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어떻게 보면 귀엽게도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건 팡우가 화나고 아니 가 아니다.
내 노림수가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유튜부에 올라가려나..?'
물론 저 빡친 장면이 편집이 되어 유튜부에 올라갈지는 모를 일이다.
하고 싶은 바를 해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래에 올 상황을 강제로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묘한 쾌감이 온몸을 자극한다.
그러는 사이에도 게임은 이미 터질 대로 터져 끝나간다.
-패배!
팡우네 팀은 20분 칼서렌을 쳤다.
골드에서 다시는 맛보지 못할 유쾌한 패배를 경험했을 테다.
브론즈 아재 팡우에게 많이 미안하다.
그와 동시에 웃기다는 감정도 참을 수 없다.
"크키키키키킼."
이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게도 느껴진다.
그래도 뭐, 재미는 있었다.
그것으로 끝날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의 기억에는 어느 순간 사라졌던 일이다.
하지만 계기가 있어 다시 떠올랐다.
양학을 즐기며 한 단계, 한 단계 다이아 티어를 향하던 어느 날이었다.
정말로 유튜부에 팡우의 영상이 올라왔다.
-퍼스트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에게 또 당했습니다.
-적에게 또또또 당했습니다.
콰아아앙!
<아니, 이 우두루 쒸펄 색히는 뭔데 왜 나만 따라다니면서 죽이는 거야!!!>
깔끔하게 편집된 아재BJ 팡우의 개빡친 영상.
영상은 당연하게도 큰 인기몰이를 했다.
ㄴㅋㅋㅋㅋㅋㅋ 팡우 개빡쳤네.
ㄴㄹㅇㅋㅋㅋ 나같아도 샷건날릴 듯. 우두루 겁나 집요하게 탑만 갱온다ㅋㅋ
ㄴ어? 그런데 우두루 아이디가 낯이 익은데..
ㄴ그러네? BJ 저격해서 능욕하던 그 자식 아니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보람이 있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쪽팔려야 하는 일인가.
아니 뭐 쪽팔릴 게 뭐가 있겠는가?
내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강자지존의 법칙에 따라 탈탈 발라줬을 뿐이다.
원래 솔로랭크는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BJ들이 양학하는 이유가 그래서인데 나라고 하지 말라는 법 없다.
이 영상으로 인해 내 '올마스터'라는 아이디는 조금씩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영상때문에 가장 흑자를 본 건 내가 아니다.
시청자 유입이 제대로 되며 방송이 흥한 아재BJ 팡우 본인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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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늘도 나는 아침 일과로 솔로랭크를 돌렸다.
오후의 일과 또한 당연 솔로랭크가 될 테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점심 정도는 챙겨 먹어야 한다.
"후루룹!"
컴퓨터 책상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원래 나 같은 겜돌이들은 식탁보다 컴퓨터 책상이 편하다.
그렇게 라면을 거의 다 비워갈 때 쯤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상에서 메세지가 왔다.
메세지를 보낸 녀석은 친구였다.
현실 친구는 아니고 게임 친구.
리뮤라는 아이디를 쓰는 녀석이었다.
-대리냐, 본주냐?
거 참, 첫 마디부터 실례스러운 자식이다.
대리로 의심받아도 할 말 없는 상황이긴 하다.
실버에서 어쭙잖게 굴러다니던 내가 고작 며칠만에 플레티넘이 돼버렸으니까.
-대리 아니거든? 형 각성했다.
-대리가 아니면 뽕이라도 쳐맞음?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니 리뮤 이 자식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 신경을 내리 긁었다.
이 녀석과 인연을 가졌던 건 지금으로부터 4년 후까지 였나.
그 후로는 연락도 안되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지금도 상당히 궁금하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의 이 녀석은 모르는 일이다.
리뮤와 나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베프란 녀석이다.
현실 친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연이 깊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아니, 친구라고 하기는 뭣한 게 원수가 되는 일도 잦았다.
이 녀석이 성격이 하도 배배 꼬여있다.
사실 리뮤 녀석과는 만나기는 커녕 전화 통화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마음이 유난히 잘 맞았다.
게임 내에서는 독불장군에, 비매너란 비매너는 다 하고 다니는 쓰레기같은 놈이지만 이상하게 나와는 성격이 잘 맞았다.
시원스러운 성격.
거짓말도 안하고 돌려말하는 법도 없다.
그 때문에 적이 많긴 하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가장 중요한 건 이 녀석 게임실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랜드 마스터를 밥 먹듯이 달던 놈이었다.
그 썩은 성격 탓에 안 좋은 소문과 적이 많아서 프로게이머는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대리아닌 거 증명할 테니 겜ㄱ?
-미쳤냐, 내가 왜 점수를 손해볼 짓을 해야 함?
나와 리뮤는 다른 AOS게임에서 날고 기었던 과거가 있었다.
로드 오브 로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이 녀석은 다이아3, 나는 실버3.
같은 3이지만 앞에 달린 계급장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제길, 난 게임을 분석하면서 하는 타입이라고.'
확실히 피지컬적인 재능은 리뮤녀석이 뛰어났다.
하지만 그 피지컬마저도 지금의 나는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몸이 만년 실버를 위해 선심 한 번 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친하기는 친한 사이기에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이 기고만장한 녀석.
게임에 들어가면 침을 질질 흘리게 줄 테다.
과거의 나를 실버라고 비웃었던 잘난 콧대를 확 꺾어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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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