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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0화 (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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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컷, 예쁘게 잘라드려요

한동안은 브론즈 아재 티어 올려주기를 해야 한다.

무려 따블이라는 금액을 선뜻 지금한 큰손이다.

절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

그런데 픽창부터 말썽이 일어났다.

-마검사 AP로 가면 똑같이 티몽 박고 미드 던짐.

-분명 경고했음.

하지만 닷지를 할 수도 없다.

내 게임을 보기 위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제법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닷지를 했다간 우르르 몰려 나갈 게 분명하다.

해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기회.

전화위복이 돼버릴지 모른다.

강제캐리의 참맛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더 없는 기회다.

'그러고 보니 티몽으로 트롤 제대로 한 놈이 있었지.'

이름하야 티몽 트롤 사건.

BJ러이갓이 방송을 하던 도중 아군 티몽이 갑자기 미드를 달렸다.

말다툼 같은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작정하고 트롤을 해버렸다.

그런데 러이갓은 그 트롤러를 끼고 강제캐리를 해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의 유명세가 폭발하듯 올라간 계기가 되어준 사건이었다.

'나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아.'

로드 오브 로드는 5대5의 팀게임이다.

아군 한 명이 트롤을 한다?

이는 단순히 팀원 수가 줄어들었다는 정도가 아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방송 채팅창을 열어두었다면 분명 난리가 났을 거다.

이걸 게임을 해?

왜 닷지 안 해요?

부캐라고 그냥 막해도 됨?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대답할 필요 뭐가 있을까.

어차피 이겨버리고 말 텐데.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들려오는 아군의 죽음 소리.

아직 게임을 시작한 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인베를 와서 죽은 건 당연히 아니다.

픽창에서 AP마검사 하지 말라고 했던 티몽 녀석이 의도적으로 적에게 죽어줬다.

딱히 내 방송을 보고 트롤을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확실히 심해 유저들은 AP마검사를 진심으로 싫어하긴 한다.

철천지원수라도 진 것처럼 증오하다 못해 혐오하는 수준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영웅은 빛나는 법이야.'

녀석이 트롤링을 하던 말던 상관없다.

내가 게임을 승리로 이끌면 된다.

다짐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죽어주고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만 당했습니다!

단순히 팀원 수가 줄어드는 정도가 아닌 이유다.

적에게 죽어주면 골드와 함께 경험치를 내뱉는다.

자신의 목슴으로 적을 살 찌우는 행위다.

그래도 아주 치명적이진 않다.

너무 많이 연속해서 죽어버리면 적에게 주는 골드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때문에 악랄한 녀석들은 킬세탁까지 해댄다.

적군이 일부러 트롤러에게 죽어준 후 다시 골드를 뱉게 만든다.

아직 시즌2인지라 트롤하는 애들도 수준이 낮아 그럴 염려는 없다.

진짜 심한 애들은 아군 정글 따라다니면서 방해하고 난리도 아니다.

역시 트롤도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법이다.

저런 막무가내 트롤은 충분히 데리고 이길 만하다.

-하아.. 게임 할 맛 안나네. 미드 오픈 안 해요?

-열심히 파밍하고 있으면 알아서 이겨줌. 게임해요ㄱ

트롤 하는 놈을 말리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할 맛 안 나하는 팀원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편이 현실적이다.

안 하는 놈은 어차피 지 자존심 때문에라도 죽어도 말 안 들으려고 한다.

-ㅋㅋ 한명이 미드를 달리는데 어케 이김?

-본캐 다이아입니다. 이겨드려요.

-니가 다이아면 난 그랜드 마스터다ㅋㅋㅋㅋ

이런 뭉그랄!

역시 말로는 설득이 안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방송 중이다.

-파프리카TV에서 양학 방송 중입니다. BJ올마스터 확인하세요.

-ㅋㅋㅋ 니가 BJ면 난 러이갓이다!

검색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힘드나.

정말 말 지지리도 안 듣는다.

다행히도 팀원 중 한 명은 검색을 해본 모양이다.

그 한 명에 의해 내가 방송 중이고 천상계 유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윽고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물론 트롤하는 티몽은 지 분에 못 이겨 계속 미드를 박고 있지만 말이다.

-ㅋㅋ 다이아면 트롤해도 이겨야 하는 거 아님?

트롤하는 중간중간 혈압 오르는 소리까지 해댄다.

너는 그럼 사람인데 왜 브론즈..

아니다, 유치한 말싸움은 그만두자.

나는 채팅창에 올라갔던 손가락을 내려놓고 게임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격장지계에 말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차단을 박고 싶다.

그러나 BJ라면 시청자들의 입장도 고려를 해줘야 한다.

저 녀석의 도발을 보는 맛도 분명히 있을 테니 그냥 내두기로 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또 죽었다.

그것 자체야 별일 아니지만 이번엔 티몽이 아니다.

아군의 탑라이너가 솔킬을 당해버렸다.

-아 게임 할 맛 안 나네. 상대 탑은 포션 다섯 개씩 사오는데~~

겨우 어시스트 먹고 포션 사왔다고 징징대기인가?

이 쪽은 상대 아링 두란링 두 개에 신발까지 왔다.

아무래도 내가 미드라이너다 보니 티몽은 상대 미드에게 중점적으로 죽어줬다.

이 힘든 상황도 참고 인내해야 승리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다.

슈우우웅!

야금야금 미니언을 갉아 먹는 동시에 알파 슬래쉬로 아링을 긁는다.

조금씩, 조금씩 아링의 피를 빼놓는다.

문제는 이렇게 딜교환을 잘해도 의미가 적다는 거다.

두란링 두 개와 포션에 의해 수급되는 아링의 마나.

여기에 체력 회복 효과가 있는 패시브까지 있어 유지력이 장난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는 마나가 점점 부족해진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견뎌내야 한다.

어느 유명 프로게이머가 이런 말을 했다.

세계 최강의 미드라이너로 불리는 테이커가 한 말이다.

─적 스킬 다 피하고 내 스킬 다 맞히면 이깁니다.

이 자식도 제정신은 아니다.

천재나 할법한 말도 안되는 기만이다.

물론 틀린 말이라곤 하지 않겠다.

적어도 심해에서 만큼은 그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나도 실현시킬 수 있으니까.

슈우우웅!

라인전을 최대한 버티면서 알파 슬래쉬로 조금씩 아링의 체력을 깎아냈다.

상황이 애매해지자 조급해진 아링은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시작 아이템이 세 배 차이인데 밀리면 너무 쪽이 팔린다.

그리고 이 정도 차이라면 대충 싸워도 이기겠지 싶었을 테다.

티링!

서로 6레벨에 도달한 이후에 아링이 행동을 개시했다.

궁극기인 황천 질주로 대쉬한다.

먼저 날리는 스킬은 CC기 효과가 있는 유혹.

나는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무빙을 틀어 비껴냈다.

그럼에도 아링은 멈추지 않고 발화까지 걸며 온갖 스킬을 쏟아부었다.

나 또한 승부수를 띄운다.

슈우우웅!

아링의 주력 스킬인 미혹의 물방울이 나를 스치지도 못했다.

잠시나마 무적 판정이 있는 알파 슬래쉬를 활용해낸 결과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음에도 내 마검사의 체력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시작은 이제부터다.

위이이이잉..!

무려 5.0AP계수를 가진 명상에 의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체력바가 급속도로 차오른다.

잠시 후 발화의 치유 감소 효과까지 끝나자 눈에 띄게 회복량이 증가했다.

풀피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유있는 체력이 되었다.

역으로 아링은 모든 스킬이 다 빠진 상태다.

브론즈 다운 실수를 한 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마검사에게 유혹을 먼저 쓰면 안됐지!

덕분에 아주 편하게 명상으로 체력을 채웠다.

물론 내가 입힌 피해는 알파 슬래쉬 한 번 그은 게 전부다.

그럴 텐데도 아링의 체력을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다.

바로 미니언 때문이다.

미니이언이 어째서 깡패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아링은 바보처럼 궁극기인 황천 질주를 오로지 공격용으로 퍼부었다.

생존기도 없는 상황에서 체력까지 줄줄 샌다.

라인전을 버티고 인내한 끝에 기회가 왔다.

마검사의 궁극기, 마지막 전사가 발동한다.

물론 AP마검사인 나에겐 아주 큰 효과는 없다.

'이럴까봐 일부러 스킬 포인트를 아껴뒀지.'

AP마검사는 E스킬, 우주류 도법을 초중반에 배우지 않는다.

물리 공격력을 올려주는 스킬이다 보니 효율성이 낮다는 게 이유다.

그럼에도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스킬 포인트를 아껴뒀고 그 선택이 빛을 발한다.

우주류 도법은 발동시 순간적으로 AD가 늘어난다.

잠시나마 AP마검사임에도 적지 않은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다.

서걱! 서걱!

이제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아링이 도주한다.

하지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검사의 궁극기, 마지막 전사는 이동속도를 엄청나게 높혀준다.

따라가며 아링을 쓱삭쓱삭! 베다가 뒤를 돌아본다.

화르르르륵!

미련을 남길 이유가 없다.

내 딜계산은 정확하다.

아링은 발화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만에 하나도 없이 깔끔한 딜계산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은 여유는 박수쳐줄 만하다.

내가 한 행동이지만 정말 멋졌다.

[전체]-마검사 부캐냐?ㅡㅡ

내가 잘한 것도 잘한 거지만 걍 니가 못했다.

그렇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안된다.

나는 지금 BJ이기도 하니 멘트로 화답한다.

[전체]-파프리카TV의 BJ올마스터입니다^^

[전체]-아~ 나도 본캐 골드인데 이번 판 말리네.

부캐는 개뿔이.

누가 어떻게 봐도 브론즈다.

시작 아이템 세 개 들고 라인전 지기도 힘들겠다.

이렇게 선전하는 와중에도 트롤러 녀석은 사정없이 적들에게 죽어주고 있다.

어떻게든 게임을 지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내가 미드에서 솔킬을 따고 풀려버렸다.

게임의 승기는 사실상 넘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아링은 그 이후로 솔킬을 두 번이나 내줬다.

말린 미드를 풀어주기 위해 방금은 갱킹까지 왔다.

그것을 내가 역으로 더블 킬을 따버리며 게임을 터트렸다.

[전체]-우리 아링 사람임? 인베에서 3킬 먹은 주제에 라인전을 털리네ㅋㅋ

[전체]-응 정글 차이 오지구요~ 정글 때문에 미드 말리네~

이윽고 적팀에선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우리팀 트롤러가 미드를 박은 것과 마찬가지과.

적 정글과 라이너를 더블 킬로 따버리면 이렇듯 서로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꿋꿋이 했다면 승산이 조금은 있었을지 모른다.

멘탈이 약한 브론즈 친구들은 여기서 끝인 모양이다.

봐주는 것 없이 몰아붙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어드라 키일!

펜 타 킬!

전설의 출현!

라인전을 반반만 갔어도 한타에 들어가면 AP마검사의 압승이다.

그런데 라인전을 이겨버리고 적 정글까지 따버렸다.

한타는 볼 것도 없이 내 마검사에 의해 종결난다.

아링은 이미 내 손에 여섯 번이나 끝장 났다.

죽을 때마다 흘리는 요염한 소리가 귓가에 남았을 정도다.

차후 나오게 되는 슈퍼스타 아링 스킨의 경우 더욱 섹시한 소리가 나오는데 아쉬운 노릇이다.

-으하앙.. 리허설땐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스킨이다.

솔직히 남성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스킨이기도 하다.

'슈퍼스타 아링이 나오려면 앞으로 2년은 남았네.'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겨우 게임의 패치 유무로 고개를 끄덕이다니.

나도 참 어지간히 겜돌이가 아닐 수 없다.

─승리!

결국 게임은 나의 무난한 캐리로 끝이 났다.

한 번 펜타 킬을 터트려 버리자 그 이후로는 속수무책.

전의를 상실한 상대팀은 만장일치로 항복에 동의했다.

-와 마검사님 쩌네요ㄷㄷ 강제캐리 감사합니다.

-BJ올마스터. 꼭 보러갈게요!

대전기록창의 분위기는 더없이 훈훈하다.

슬슬 기대가 된다.

트롤러 녀석은 과연 무어라 말할까.

-아 진짜 트롤할 맛 안 나네.. 인정합니다. 다이아 맞긴 하나 보네 ㅅㅍ

보통 욕을 하고 가기 마련인데, 지가 뭐라고 인정까지 한다.

마지막은 그래도 귀염을 떨고 나가버렸다.

방금의 방송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강렬했을 것이다.

팀에 트롤이 있어도 캐리해낸다.

방송을 튼 지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우 이 한 판 덕에 시청자가 벌써 50명 가까이 늘었다.

오늘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보여줄 실력은 차고 넘친다.

양학왕[王]

무패[無敗]의 전설.

진정한 양학이 무엇인지 두 눈 똑똑히 각인시킨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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