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1화 (11/803)

11====================

헤어컷, 예쁘게 잘라드려요

펜타 킬을 몇 번 했는지 세는 걸 포기했다.

너무 많이 해버려서 신물이 나올 지경이다.

결코 과장이 정도로 양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얘.. 현지인 아닌 거 같은데..?'

이번 판에서 맞붙게 된 상대의 움직임이 무언가 이상하다.

혹시 고랭크의 유저가 저격을 한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격을 해오는 이들이 종종 있긴 했다.

아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표현이 맞다.

까놓고 말해 나도 했었으니까.

물론 내 방송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저격한 사람은 고작 두 명이었다.

방송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두 명도 춘분히 많다고 할 수 있는 숫자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는 조금 특별하다.

어쩌면 마스터 티어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아모모를 상당히 잘하네..'

절대 브론즈3티어 유저가 아니라고 내기를 해도 좋을 정도로 잘한다.

저격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대리 게임이 확실한 녀석.

어느 정도냐면 내가 적 미드를 솔킬 따려고 할 때마다 방해해 온다.

노렸다는 듯이 아주 정확하게 역갱을 친다.

상당한 수준의 운영 감각과 노련미.

그런데 왜 하필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에 아모모일까?

아모모는 절대 양학에 적합한 챔피언이 아니다.

'이건 뭐 클끼리도 아니고.'

얼밤의 상징과도 같은 정글러 클라우드 코끼리.

약칭 클끼리는 현재 프로게이머로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의 플레이 특색은 한 마디로 초식 정글러의 정석이다.

그는 피지컬적인 면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운영이나 오더, 팀을 이끌어주는 능력은 참으로 뛰어났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프로게이머로서 피지컬이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결국 시즌3 후반기에 은퇴를 하고 게임 해설자의 길로 빠지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로드 오브 로드에서 피지컬의 중요도가 올라간 결과다.

그럼에도 그가 시즌2를 화려하게 장식한 전설적인 프로게이머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사람이 없다.

지금 시기를 보자면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는 얼마 안됐고 이름을 떨치려면 아직 멀었지만서도.

'볼수록 의심 가네..'

내가 녀석을 클템이라 의심한 이유는 그 한 가지만이 아니다.

게임 숙련도와 운영 센스는 상당히 뛰어난데 반해 단점도 명확하다.

아모모의 Q스킬, 붕대 뿌리기를 심각하게 못 맞힌다.

포킹 리심으로 유명한 클끼리와 너무나도 겹친다.

'에이 뭐, 클끼리일 리가. 그냥 부캐겠지.'

브론즈3에서 우연히 클끼리를 만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잡생각을 버리고 라인전에 집중하는 게 옳다.

나는 미드, 그리고 아모모 녀석은 정글이다.

라인전에서 나를 말리지 못한다면 녀석의 확실한 패배.

때문에라도 라인전 도중인 지금은 한 눈을 팔아선 안된다.

슈우우웅!

미니언을 파밍하는 동시에 견제를 우겨 넣는다.

집중적으로 미드를 보는 아모모 탓에 시원한 솔킬을 못 내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성장은 안정적이고 결코 부족하지 않다.

CS의 개수부터가 상대보다 눈에 띄게 우위다.

이대로 한타에 들어가면 질래야 질 수가 없다.

마음을 편히 파밍을 하며 라인전을 끝냈다.

이윽고 용한타가 시작되었다.

상대팀과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

안타깝게도 마검사인 나는 선 이니시가 불가능하다.

아군이나 적이 걸어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먼저 움직이는 쪽은 상대였다.

화아아앙!

아모모의 점멸 궁극기가 제대로 작렬해버렸다.

나를 제외한 4명의 팀원에게 점멸 궁을 꽂는데 성공했다.

위험하다.

아모모의 궁극기는 1.5초간 상대의 발을 묶고 공격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정없이 당하기 시작하는 우리팀.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되는 법이다.

유일하게 아모모의 궁에 묶이지 않았던 나는 킬각을 엿보았다.

낮은 티어대일수록 원딜러들은 특히 틈을 잘 준다.

그리고 체력이 낮은 원딜러의 특성상 기회만 오면 순식간에 끔살이 가능하다.

'지금이다..!'

궁극기를 발동하고 뛰어든다.

하지만 원딜러와의 거리는 한없이 멀다.

그 사이를 적 탑솔러인 개서스가 방해하고 있다.

나를 향해 W스킬 노화를 걸어버린다.

우웅-!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대폭 낮추는 개서스의 대표 스킬.

브론즈 현지인 개서스는 모를 수도 있는 사실이지만 마검사의 궁극기에는 둔화 면역이 있다.

안타깝게도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한다.

무식한 개서스를 가볍게 제쳐냈다.

그럼에도 닿지 않는 거리.

나는 점멸을 사용해 접근했다.

설마 점멸까지 쓸 줄은 몰랐다는 듯 상대는 당황해버렸다.

아무래도 시즌2, 그것도 심해이다 보니 생각이 얄팍하다.

헤이클린은 탈출기를 사용해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알파 슬래쉬가 발동되었다.

지옥 끝까지 적을 따라가 추살하는 마검사의 일격 필살기다.

슈우우웅!

닿는데는 성공했지만 데미지가 약간 부족하다.

1:1에 약한 AP마검사의 특성상 치명타를 주지 못했다.

물론 이 또한 계산에 포함돼 있다.

써컹! 써컹!

마검사의 패시브, 연속 공격이 발동되며 적을 2번 가격한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미리 패시브 스택을 쌓아 놓았다.

다소 귀찮았던 노고가 빛을 본다.

그럼에도 헤이클린의 숨통을 끊기엔 아직 부족하다.

때문에 나는 부자베인이란 아이템을 올렸다.

그 효과는 기본 공격에 마법 피해를 부여한다.

라둔의 죽음 투구가 광역 피해를 늘려준다면, 부자베인은 1대1 딜링에 특화돼 있다.

우리팀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못한다는 사실을 라인전 단계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적 정글은 미드에 사는데!

아군 정글은 아무것도 안 해!

이 시점에서 눈치를 까지 못하면 그게 바보다.

그래서 나는 첫 코어템으로 부자베인을 올렸고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사 주문력을 보충했다.

원래라면 AP마검사의 첫 아이템은 라둔의 죽음투구지만 유도리 있게 아이템 순서를 바꿨다.

그 덕을 톡톡히 보게 되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파 슬래쉬와 패시브의 연속공격, 그리고 부자베인의 추가 데미지!

여기 깔끔하게 발화가 끼얹어진 결과물이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헤이클린은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마지막 전사의 진정한 효과가 발동한다.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리셋된다.

고작 이 한 번의 킬로 전세는 뒤집어졌다.

슈우우웅!

더블 킬!

트리플 킬!

아쉽게도 아군 녀석들 때문에 트리플 킬에서 멈춰야 했다.

누가 브론즈 아니랄까봐 킬딸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그래도 한타는 완벽하게 대승이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했습니다!

내 AP마검사의 학살에 전의를 잃은 상대팀이 항복의 의사를 알려왔다.

반박이 불가능한 AP마검사의 압도적인 캐리.

대리로 보이는 아모모 녀석도 제법 분발했지만 최후의 승리는 내가 쥐었다.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나에게 14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대리를 맡겼던 아재다.

충분히 고마운데 종종 별풍선까지 쏴주신다.

어쩜 이리 고마울 수 있는지.

'나만바라도'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게임이 어지간히 재밌었던 모양이다.

다른 시청자가 추가적으로 별풍선을 쏴주었다.

이런 식으로 받은 별풍선은 지금까지 700개.

예상 외의 꽁수익이 생겼다.

이러다가 부자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전문BJ는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도 내 생활이 윤택해진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나는 쿨하게 별풍선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고 다음 게임의 큐를 돌렸다.

.

.

.

* * *

'아, 친구 아이디 실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어둠에 잠긴 PC방 안에서 속삭이는 듯한 음성으로 투덜거리는 한 남자.

그는 절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받고 속칭 대리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 판을 속수무책 져버렸다.

그것도 브론즈에서, 심지어 트롤픽이라 분류되는 AP마검사에게 말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이런 브론즈에서 질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대전기록창에서 적팀이 떠드는 꼴을 듣고 있자니 상대를 추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파프리카TV의 BJ, 올마스터라는 닉네임을 쓰는 녀석이 자신을 지게 한 원흉이었다.

'역시 리심을 했어야 했는데..'

초식 정글러는 양학에 한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에게 항상 승리를 안겨주었던 아모모를 버릴 수는 없었다.

때문에 다음 판에서도 한 번 더 아모모를 선택했지만.

'아니, 실버 주제에 왜 카정을 와?'

실버5의 리심에게 카정을 당하며 선취점을 내줘야 했다.

이후로 스노우볼이 굴러가며 전 라인이 다 터졌다.

한타조차 가지 못하고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이 끝나버렸다.

-아 정글차이; 아모모 리폿하고 담겜ㄱㄱ

-저 본캐 마스터임. 후반보면 이겨요.

-ㅋㅋㅋ 네 다음 브론즈 현지인!

올마스터의 AP마검사 때문에 멘탈이 무너진 아모모 유저.

그는 차후 전설적인 초식 정글러라 평받게 되는 클라우드 코끼리였다.

한 번 진 것도 억울한데 또다시 깨지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클끼리가 대리하다 리심한테 깨진 썰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 * *

양학은 정말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결과는 당연히 무패.

가차없는 연승 행진이다.

무려 20연승을 달성했다.

이 연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내가 제일 궁금하다.

하나 다행인 사실은 아까 가까스로 이겼던 아모모처럼 수준 있는 저격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나, 본캐 플레인데 겁나 잘하시네요..

가장 높았던 저격이 플레티넘이다.

내 시청자 수준 안습이다.

뭐, 아직 티어가 브론즈2밖에 되지 않는 만큼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정말 티어 드럽게 안 오른다.

아무래도 mmr때문일 것이다.

브론즈5에 헬게이트까지 열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페이를 따블로 줬기에 아쉽지는 않다.

하지만 양학만 하고 있자니 슬슬 지친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일이니까.

그냥 재미로 양학을 했다면 질려서라도 그만뒀을 터다.

돈을 받고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생긴다.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나가자 나름대로 재미도 붙는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가 붙을 수밖에 없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했습니다!

'이 맛에 BJ하는 구나.'

그러한 생각이 절로 든다.

가만히 게임만 해도 차곡차곡 돈이 쌓인다.

이토록 게임하면서 보람찼던 적이 없을 정도다.

슈우우우웅!

─트리플 킬!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양학도 숙련도가 쌓이니 달라진다.

처음 이겼을 때는 30분 가까이 걸렸지만 서서히 줄어 들고 있다.

이제는 15분내에 대부분 상대에게 오픈을 받아낸다.

연승을 이 정도하니 전적 무서워서 서렌 치는 상대도 있어 한층 편해졌다.

-어? 마검사 전적 왜 저럼? 대리네 ㅅㅍ..

-저게 말이 돼? 대체 본캐가 어느 티어야?

상대팀이 게임할 맛을 뚝 떨어뜨리는 압도적인 연승력!

그렇게 전적 좋은 상대가 게임 내에서도 학살까지 해대면 게임하고 싶지 않아지는 건 필연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계속 된다면 금방금방 올릴 수 있어 보인다.

오늘의 목표는 브론즈1까지다.

일이 술술 풀리니 정말 기분이 좋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지.'

곧 있으면 택배가 도착할 시간이다.

이 택배를 받게 되면 내 방송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내가 받을 택배는 무려 컴퓨터니까!

'채팅창열어줘' 아재에게 받은 140만원 중 통 크게 100만원을 투자했다.

그만한 거금을 투자하는 건 빈곤한 나에게 있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방송 하면서 별풍선도 쏠쏠하게 받고 있으니 말이다.

문자왔숑!

문자가 오는 걸 보니 곧 택배가 오겠구나.

그런데 메세지의 내용이 너무 길었다.

-리젠 택배입니다. 배송 예상 날짜는..

그만 깜빡해버렸다.

택배 업체를 확인해야 했는데 미처 바꾸지 못했다.

6년 후나 지금이나 리젠 택배는 최악의 배송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작품 중 나오는 회사명은 현실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