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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만큼 벌었다
일반적인 택배보다 하루가 더 걸렸다.
이게 다 리잰 택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투명 인간인 건 서비스.
벨 눌리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1초만에 두고 슝 사라졌다.
오직 리젠 택배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다.
'그래도 드디어 새 컴퓨터가 들어왔어.'
예산 문제로 모니터까지는 구입하지 못했다.
돈은 조금 남아있지만 다음 달 방세랑 생활비 생각하면 빠듯하다.
덜덜 거리던 고물 컴퓨터와 안녕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방송이 더욱 쾌적해 진다는 것도 중요하지.'
파프리카TV 방송 시청자수가 꽤나 늘었다.
평균 시청자는 세 자리 수에 육박할 정도로 말이다.
지금까지는 렉때문에 채팅창을 얼려 놔야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드디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며 재미난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사실 로드 오브 로드를 할 때 렉이 없었던 게 아니다.
은근하게 사람 신경 거슬리게 만들 떄가 있었다.
분명 점멸 눌렀는데 안 나가서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새 컴퓨터의 구입한 이상 그런 짜증나는 상황이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컴퓨터 렉탓으로 돌릴 수 없게 된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간에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
"크크크크큭."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야구 동영상도 빠른 속도로 다운 받을 수 있다.
그래픽 카드도 좋아져 더욱 실감 나는 감상이 가능하다.
사뭇 고무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띠-디-딩!
10초도 안되어 부팅이 완료되는 놀라움!
하드 디스크로 절대 맛볼 수 없는 SSD만의 권능이다.
아침에 컴퓨터 켤 때마다 어찌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윈도우10이 없지.'
6년 후의 미래에서는 윈도우10 안 쓰면 간첩이라 불릴 정도다.
윈도우10은 한번 쓰면 다른 윈도우를 못 쓰게 될 정도의 편리함을 자랑했다.
지금 기종에서 그나마 괜찮은 게 윈도우7.
여러 프로그램들과 호환도 잘 되고 여러모로 괜찮다.
나는 곧바로 새 컴퓨터에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깔았다.
그래픽 드라이버부터 시작해 컴퓨터를 처음 사면 깔아야 되는 프로그램들.
조립식 컴퓨터이기에 윈도우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았다.
조금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전의 고물 컴퓨터에 비하자면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업데이트 속도.
가장 오래 걸리는 로드 오브 로드의 다운도 미리 틀어 놓았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간단한 주먹밥과 야채주스를 만들었다.
영양학적 배율이 정확히 알맞다.
결정적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다.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달리기 위한 밑준비다.
브론즈 5였던 아재는 어제 빡세게 돌린 결과 브론즈1이 되었다.
헬게이트 였던 mmr도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오늘은 골드를 노려볼 생각이다.
방송세팅까지 전부 마친 나는 지체없이 시작했다.
죽음의 레이스다.
엉덩이에 땀띠가 나더라도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골드 티어를 향해 달려나간다.
─트리플 킬!
전설의 출현!
트리플 킬만해도 상당한 거지만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젠 펜타 킬정도가 아니면 시큰둥할 정도다.
시청자의 반응은 언제나 뜨겁지만 말이다.
-트리플 킬을 당연한 듯 해버리네ㄷㄷ
-이 방장은 펜타킬도 밥 먹듯 하는 사람임ㅋㅋ
-ㅇㄱㄹㅇ ㅃㅂㅋㅌ!
채팅창을 풀어놓자 뜨겁게 나를 응원해준다.
컴퓨터를 바꾼 덕에 게임하는 맛이 또 하나 늘었다.
지루했던 양학이 조금은 더 재밌어졌다.
-트리플 킬!
쿼어드라 키일~!
펜! 타! 킬!
-'고만양학해' 님이 별풍선 500개를 선물했습니다.
"별풍선 100개 감사.. 아니 500개나?"
컴퓨터를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 들어온 싸구려 마이크와 캠.
덕분에 조금 개인방송다워졌지만 이런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올 줄이야.
200개까지는 받아본 적이 있어도 500개는 터무니 없다.
현실 돈으로 환전을 하면 이것저것 다 떼도 3만원 가량이다.
별풍이 내린다 샤랄 랄랄랄랄라~
별풍선이 터졌을 때의 러이갓 방송의 고정 음악이다.
프로 방송인을 지향하지 않는 만큼 그냥 훔쳐 쓰고 있다.
"이걸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하나.. 혹시 원하는 챔프 있으세요?"
롤 BJ가 별풍을 쏴준 시청자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뻔하다.
보고 싶은 챔프 플레이 하기랑 듀오해주기 정도.
후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전자만 지른다.
-고만양학해 : 저어가 우두루를 주챔으로 다루는데~ 유튜부로 보니까 잘하시더라고요~ 한번 해주십쇼~
별풍선 500개를 쏴주신 감사한 시청자.
그는 아재BJ 팡우의 영상에서 내가 우두루를 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그런데 이 분도 채팅에서 아재의 향이 그윽하게 풍긴다.
혹시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 전원이 아재인 건 아닐까.
평균 연령대가 궁금할 정도다.
내가 이렇게 아재들한테 사랑받는 존재였다니.
그러고 보면 그 디스 좋아하는 감독도 처음에는 나를 상당히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재능의 벽에 틀어 막히자 어느 순간 보는 눈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아재에게 사랑받는 재능이 나에게 돈다발을 뿌려주고 있다.
나는 아재의 부탁대로 우두루를 픽했다.
AP마이를 하는 게 내 컨셉이긴 하다.
그래도 가끔은 다른 챔피언을 하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된다.
아무래도 하나의 챔프만 하다 보면 나도 시청자도 지겹기 마련이다.
우워어어어어!
우두루의 E스킬 곰빙의다.
이동속도가 상승하며 평타 가격시 적에게 스턴을 거는 효과가 있다.
적을 따라가서 한 대 툭 친 나는 태세를 전환했다.
끼요오오오!
끼요오오오!
이번에는 주작빙의다.
어떤 프로게이머가 생각나는 주작이 우두루에게 힘을 부여한다.
상대에게 마법 피해를 추가로 가하는 우두루의 주력 스킬이다.
-와 우두루가 죽지를 않네.
-우두루가 이렇게 좋은 챔프였나ㄷㄷ 그냥 뚜벅이 갓랜같은 챔피언인 줄 알았는데.
날카로운 갱킹으로 전라인의 킬을 쓸어 담은 나의 우두루.
값비싼 아이템들을 빙빙 두른 우두루는 천하무적이다.
스킬 쿨타임 감소 아이템까지 챙긴 덕에 체력이 달지를 않는다.
바로 거북이 빙의 때문이다.
240가량의 실드를 채워주는 W스킬을 3.6초마다 켤 수 있다.
내 높은 방어력 탓에 깎이지도 않는 실드를 겨우겨우 빼고 나면 또다시 실드가 발동된다.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찰거머리와도 같은 지옥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잘 맞아준다 해도 아군의 딜러진은 딜을 넣지 않을 것이다.
만약 브론즈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게임하는 곳은 실버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군들은 나름대로 사람 노릇은 해주고 있다.
─승리!
-와 이 방장 마이만 잘하는 게 아니네.
-당연하지. BJ들 막 저격하고 다닌 거 모름? 소문으로는 모든 챔프를 전부 다룬다더라.
-에이 설마, 그게 말이 되냐? 롤의 신도 아니고.
채팅창의 논리에 의하면 나는 정말로 롤의 신이 된다.
기분은 좋지만 한 편으로는 안타깝다.
대리를 하느라 내 본계정은 다이아3에 정체 돼있다.
어서 빨리 마스터를 찍고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롤의 신(神).
정말로 그 타이틀을 가져 오고 싶다.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 테이커조차 가질 수 없었던 신이라는 호칭을 내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향후 몇 달간 돈이 아쉽지 않도록 벌어둬야 하는 시기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5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회장님! 정말 회장님 밖에 없어요!"
이제는 하도 별풍선을 많이 쏴서 내 방송의 회장님이 돼버렸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랭킹을 자랑한다.
혹시 이분 현실에서도 건물주인 거 아니야?
돈을 무슨 물쓰듯 써대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마! 형님이 요즘 잭트 하고 있는데 넌 어떻게 하나 좀 보자~!
친해져서 말까지 놓은 진짜 형님이다.
마음 같아서는 의형제라도 맺고 싶다.
조만간 찾아봬서 고기를 얻어먹기로 했다.
부산 쪽에 산다고는 하셨지만 서울에 들릴 일이 있다고 한다.
겸사겸사 나와 약속을 잡으셨다.
"형님! 제가 잭트 한번 씨원~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간도 쓸개도 다 빼놓을 기세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이 형님이 나에게 투자하신 돈이 얼만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회귀한 이후 처음으로 내 전력을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쿵! 쿵! 따!
쿵! 쿵! 따!
잭트 특유의 경쾌한 삼단음.
마치 아이U의 삼단 고음처럼 코가 시원하게 뻥! 뚫린다.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까지 전부 말이다.
─학살 중입니다!
잭트로 탑을 설 때의 정석과도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CS를 먹으면서 천천히 패시브를 쌓는다.
잭트는 평타를 때릴수록 공격속도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풀스택을 쌓은 후 유지한다.
멋 모르고 파밍하는 발렐리아의 모가지를 순식간에 따버렸다.
쿵! 쿵! 따!
라인전에서 킬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한 잭트는 한 마디로 무쌍.
안 그래도 쎈 놈이 궁극기를 켜면 몸까지 단단해진다.
쿵! 쿵! 따!가 터질 때마다 적들은 한 놈씩 목숨을 잃는다.
[전체]-아 우리 탑 대놓고 트롤이네. 잭트 겁나 키우고 앉음ㅋㅋ.
[전체]-ㅋㅋ 꼬우면 갱 오던가~ 니가 갱 안 와서 터진 거임^^
터져버린 내분까지 완벽하다.
20분이 채 되지 않아서 게임은 마무리 지어졌다.
회장님 형님이 만족하셨을런지 모르겠다.
-우리 아우가 게임 실력이 대단혀~
-'채팅창열어줘' 님이 별풍선 5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처음에 준 500개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잭트 하느라 수고가 많았다며 500개를 더 얹어주셨다.
이쯤 되면 정말 의심 간다.
'정말로 건물주인 거 아니야?'
회장아재 덕에 벌게 된 돈만 얼마인지.
다른 팬이 준 별풍선들은 다 합쳐도 그 절반이 안된다.
회장 아재 단 한 사람 덕에 내 생활고가 해결되었다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너무 빨리 끝내버렸죠? 한번 더. 이번에는 천천히 보여드리겠습니다."
단골 손님은 확실하게 붙잡아 놔야 한다.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서운할 만한 여지는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
조금 지나치게 하드캐리를 해버린 감이 있었다.
불과 20분이 안되어 게임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방송용으로는 좋았지만 회장님은 아쉬움이 남았겠지.'
회장 형님은 분명 내 잭트를 보고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이렇게 빨리 끝나면 전혀 참고가 안된다.
나이 드신 형님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나하나 설명해드려야 한다.
다음 게임은 조금 슬로우슬로우 천천히 갈 예정이다.
'그러면서 잭트의 포인트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말이야.'
모든 챔프를 마스터급으로 다루는 나다.
잭트에 대한 숙련도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알아듣기 힘든 부분까지 떠먹여드리며 진행한 잭트학개론.
회장형님은 크게 만족하셨는지 또 한 번 터트리셨다.
-'채팅창열어줘' 님이 별풍선 5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물주가 오셔도 제대로 오셨다!
절대 놓쳐서야 안되는 큰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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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