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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만큼 벌었다
오늘로 인생을 다시 시작한지 20일 차다.
회장님의 아이디는 어느새 플레티넘에 도달했다.
게임의 수준부터가 슬슬 암도 별로 안 걸리고 괜찮다.
그만큼이나 라인전도 힘들어지게 되.
─적을 처치했습니다!
"긴 개뿔이."
플레티넘이든 골드든, 실버든, 브론즈든 매한가지다.
마스터의 입장에서 보면 다 고만고만하다.
지금의 실력으로 따지자면 그랜드 마스터 이상인 만큼 더더욱이다.
물론 처음 올릴 때는 조금 고전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인 지금은 너무나도 쉽다.
양학도 요령을 배우니 점점 더 간단해진다.
'양학은 파밍이다.'
양학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솔킬따는 게 아니다.
내가 말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
브론즈, 실버야 상대가 무조건 킬각을 내주겠지만 그 이상.
티어가 올라갈수록 상대는 확실히 만만 찮아진다.
한 손으로 두 손 막을 수 없는 법이다.
섣불리 솔킬각을 노리다 갱킹이 와버린다면?
그리고 아군 정글은 룰루랄라 놀고 있다면?
잘못하다간 내가 역으로 죽을 수 있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초반에 한 번 죽고 말리면 장사 없다.
적라이너와 템차이가 밀리게 되면 라인전에서 우세를 점하기 힘들다.
이를 게임 센스를 통해 극복한다?
그건 비효율적이다.
나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내가 괜히 챔피언 폭이 넓은 게 아니니까.'
안정적인 파밍과 킬각을 동시에 지향한다.
AP마검사와 함께 또 하나 주챔피언을 발굴해냈다.
<네 소환자는 대체 누구고, 뭐 하는 녀석이냐?>
바로 AP타이온.
당연히 리메이크 이전의 타이온이다.
타이온은 리메이크 후에 완전한 탱커로 자리매김 한다.
하지만 현재는 탱커도, AD딜러도, 심지어 AP마법사도 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건 그 중에서도 주문력 템트리.
타이온의 괴랄한 AP계수를 활용한 게임 방식이다.
확정 타겟팅 스턴기인 Q스킬, 무서운 눈초리.
두터운 실드와 함께 광역 데미지를 선사하는 W스킬, 사악한 포옹.
AP타이온은 네 가지 스킬 중 고작 이 두 개만을 사용한다.
다른 AP챔피언들은 스킬을 네 개씩 쓰는데 고작 두 개로 게임이 되겠냐?
잘만 된다.
초반 라인전 구도에서 말이 안 나오는 위력을 뽐낸다.
<내 망치를 따르라!>
중후하기 그지없는 타이온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려가 적을 가격했다.
슈웅! 퍼엉!
이 두 가지 효과음은 타이온 이 풀콤보를 박았음을 알려준다.
뭐, 풀콤보라고 해봤자 Q와 W스킬 두 개 뿐이다.
그런데 이 데미지가 엄청나게 강력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의 공격은 실드로 다 막으면서 나는 스턴 넣고 딜 넣고 빠진다!
그렇게 상대의 체력을 깎으며 킬각을 잡아버린다.
라인전에서 타이온이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얌체같은 챔피언이 또 없다.
퍼엉!
그리고 무엇보다 골때리는 부분은 라인 클리어다.
높은 계수와 깡뎀 덕분에 5레벨만 되면 미니언을 잡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라인을 쭉쭉 푸쉬한 후 로밍각을 노린다.
로밍이란 무엇인가?
라인전에서 여유가 있는 라이너가 다른 라인에 지원을 가는 행위.
타이온만큼 로밍이 좋은 미드 챔피언은 적어도 시즌2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미드 미아콜 절대 안 치네ㅋㅋㅋㅋㅋㅋ 미드차이 오진다 ㅅㅂ
-ㅋㅋ 쳤는데 니가 못 봐놓고~ 타이온 킬 먹여주고 변명하고 있네ㅋㅋ
미아콜을 쳤는지, 안 쳤는지 전혀 중요치 않다.
기동력의 신발을 신은 타이온의 로밍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마디로 쌍방 과실이다.
강력한 라인전을 기반으로 솔킬을 내고 기동력의 신발을 사와 전 라인을 유린한다.
라인전 단계에서 타이온의 캐리력을 앞지를 챔피언은 단 하나도 없다.
"게임 셋."
-무슨 타이온을 AP로도 쓰네ㄷㄷ 타이온 AP계수도 있음?
-그다지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짜 잘한다ㅁㅊㄷㅁㅊㅇ
-좋은 거 배워갑니다. 나도 써먹어야지ㅋㅋ
-라인전도 세고 로밍도 좋고 단점이 대체 뭐야?
이렇게 AP타이온 충이 탄생한다.
AP마검사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원조는 러이갓이다.
결국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다.
때문에 나는 AP타이온을 비롯해 다른 챔피언들도 자주 쓸 작정이다.
AP마검사와 타이온으로 나는 현재 파프리카 랭킹 200위권에 진입했다.
그리고 현재 시청자는 무려 300명을 넘는다.
그동안 러이갓은 시청자 천 명을 훌쩍 넘기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단기간에 300명이면 말도 안되는 수치지. 따라 잡는 건 순식간이야.'
우리 열혈회장님의 아이디도 슬슬 다이아 티어를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대리 듀오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별풍선만으로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된다.
이제 나도 본계정에 집중해 마스터를 노릴 것이다.
아마 오늘 내일 안에 결착이 지어진다.
길고 길었던 여정은 드디어 끝이 보인다.
그런데.. 오늘 게임의 상태가 무언가 심상치 않다.
-ㅋㅋ 올마스터 저격함.
내가 과거로 돌아오자마자 했던 저격 행위.
하도 야단법석을 떨었던 탓에 저격을 하는 유저가 부쩍 늘었다.
유튜부의 우두루 영상이 파급 효과도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물론 대부분이 본계정으로 하면 저격도 못할 낮은 애들이다.
지금껏 걸림돌이 될만한 수준의 놈은 지금껏 없었지만 이번 상대는 무언가 까리하다.
무빙부터가 범상치 않다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잘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니, 이게 죽어?"
내가 솔킬을 당해버렸다..?
무슨 그랜드 마스터가 저격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고 해도.
상대가 라인전이 센 르풀랑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대체 뭐 하는 녀석이길래?
[전체]-ㅋㅋ 올마스터 별 거 아니네~
전체 채팅까지 입까지 털어댄다.
아무래도 작정하고 저격한 모양이다.
-방장님 솔킬 당하셨네요ㅋㅋㅋ
-거품 빠졌네 꼴좋다ㅋㅋㅋㅋ
이때다 싶은지 몇몇 시청자들이 같이 입을 털어댄다.
제대로 화나는 상황이지만 마땅찮다.
어떻게 반격의 구도를 잡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내가 이번 판에서 꺼낸 챔피언은 AP타이온이 아닌 AP마검사다.
타고난 라인전 강챔인 르풀랑에 비해서 손색이 솔직히 크다.
그 패널티를 메꾸기 위해서라도 집중해야 한다.
감히 나를 도발한 상대를 박살내기 위해서 눈을 부릅떴다.
'하필 르풀랑이라 라인전에서 무언가를 하기가 힘든데..'
사실 굳이 이기려고 할 필요는 없다.
킬만 주지 않아도 유통기한이 있는 르풀랑은 자멸하기 마련.
라인전이 센 만큼 한타에 가면 AP마검사보다 훨씬 안 좋다.
그래도 무언가 한 방 먹여주지 않으면 속이 가라앉지 않을 것만 같다.
슈우우웅!
알파 슬래쉬로 야금야금 적의 체력을 갉아먹었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르풀랑의 패시브가 터졌다.
르풀랑은 체력이 40% 이하로 깎이면 겉모습만 똑같은 분신이 생긴다.
평소 같았으면 다음 알파 슬래쉬로 적의 목을 노렸을 것이다.
'이 녀석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불길한 예감이 일어난다.
때문에 나는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상대는 뒤늦게 포션을 사용해 체력을 회복했다.
'체력이 낮아졌는데도 포션을 아끼고 있다.. 역관광을 노리고 있었다는 증거지.'
녀석의 아이템창에 남아있던 포션들.
절대 실수로 안 사용한 게 아니다.
나를 낚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체력을 유지했다.
상당한 고단수,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녀석은 분명 내가 알파 슬래쉬로 들어가면.
대쉬기와 점멸을 사용해 나를 포탑쪽까지 끌어당겨 죽일 작정이었다.
현재가 시즌2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지경이다.
절대 마스터가 티어 정도가 아니다.
최소한 그랜드 마스터, 어쩌면 프로게이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위이이잉..!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안된다.
나는 조급해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이끌어나갔다.
알파 슬래쉬로 견제하며 명상으로 체력을 회복한다.
그러자 오히려 마음이 급박해진 건 상대였다.
녀석이 처음으로 실수를 범했다.
파앙! 파앙!
녀석의 르풀랑의 W스킬 날조와 궁극기.
연속으로 사용해 나에게 접근해왔다.
그러고선 Q스킬인 침묵의 표식을 던져 공격했다.
나는 그 표식이 나에게 닿기 전에 알파 슬래쉬를 내리 그었다.
슈우우우웅!
아주 잠깐이지만 무적 파정이 있는 알파 슬래쉬다.
표식을 피하는 건 당연한 지사.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르풀랑은 날조를 재사용 하면 원위치로 돌아간다.
그런데 알파 슬래쉬는 적을 지구 끝까지 따라간다.
대쉬기가 빠진 르풀랑의 코앞에 도착했다.
당황한 르풀랑은 E스킬, 속박의 사슬을 던져 나를 막으려 했다.
그것을 앞점멸로 가뿐히 피해낸다.
-오오! 저걸 점멸로 피해?
-와 무슨 컴퓨턴야? 저게 말이 돼?
-방장 센스 지려버렸다..
시즌2에는 앞점멸로 상대의 스킬을 피하는 건 고난이도의 플레이에 속했다.
프로게이머들조차 쉬이 하지 못하는 입롤에 가까웠다.
그것을 당연스레 펼쳤으니 시청자들이 난리가 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속박의 사슬을 피해낸 나는 마무리를 하기 위해 추적했다.
'마지막 전사!'
녀석은 이미 이동 스킬을 전부 사용했고 생명의 동아줄일 패시브마저 없다.
이제는 나의 독무대.
궁극기를 발동하고 썰어버린다.
써걱! 써걱!
AP마검사인지라 평타가 많이 약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르풀랑느 체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발화까지 더해지자 확실하게 킬각이 나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깔끔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넘어간 승기를 놓칠 내가 아니다.
이제 곧 이어질 한타는 내 손아귀에 쥐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
.
.
* * *
"와! 난생 처음으로 라인전을 져보네.."
남자는 지금껏 한번도 라인전을 져본 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지더라도 라인전 만큼은 압살했다.
최소한 지는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 게임은 너무 쉬웠으니까.
'그냥 적 스킬 다 피하면서 내 스킬 다 맞히면 이기는 게임이잖아?'
로드 오브 로드는 고작해야 그 정도의 게임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올마스터'라는 녀석은 달랐다.
얼마나 잘하는 녀석이길래 잘난 척을 해댈까?
재미삼아 그의 방송을 시청했는데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라인전은 물론 게임까지 전부 틀어 잡았다.
단순히 잘한다에서 벗어난 그 이상이 보였다.
흥미가 인 남자는 올마스터를 저격했다.
라인전에서 퍼블을 따며 기분 좋게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패.
변명할 여지도 없는 녀석의 승리였다.
'심리전.. 심리전이라.
단순하게 서로 치고 박는 게 아니다.
이렇게 머리를 굴리면서 게임을 하는 녀석은 처음 본다.
자신도 분명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녀석은 차원이 달랐다.
여기서 어떻게 그런 판단을?
지금까지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평생 라이벌이 될지 모른다.
그런 녀석이니 만큼 분명 올라올 것이다.
지금 자신이 있는 다이아1티어 정도는 가뿐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너머까지 반드시.
남자는 르풀랑을 했던 부계정을 종료했다.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본계정 주전파로 아이디를 옮겼다.
주전파 계정은 현재 다이아1티어였다.
'마음만 먹으면 그랜드 마스터 따위는 금방이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실력이 결코 다이아1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랜드 마스터에 갈 수 있다.
남자가 그러지 않은 이유는 명료했다.
어차피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녀석은 보지 못했다.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게임을 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반드시 꺾어주마.'
훗날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며 테이커라는 아이디를 쓰게 될 주전파.
그는 난생 처음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 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본래보다 조금 이르게 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진심으로 그랜드 마스터 1위를 목표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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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주인공.
성장하는 페이커.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