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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6화 (1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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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의 비상

오늘도 방송을 켜고 게임을 한다.

그러나 어제와는 한 가지가 다르다.

나는 지금 부계정이 아닌 본계정을 하고 있다.

-ㅋㅋ 올마스터도 본캐 하면 별 볼일 없네~

-네 다음 거품ㅋㅋ

간간히 비웃는 시청자들이 보인다.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줘서 라기 보단 기대치다.

브실골 마냥 펜타킬을 밥 먹듯이 하는 건 힘들다.

다이아3이라고 해도 나름 천상계.

개개인의 실력이 아주 뒤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과정이 약간 난해해졌을 뿐이다.

이 정도로 나를 고전케 만들기엔 부족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처음이 힘들 뿐이다.

킬을 쓸어담기 시작하면 존재감이 달라진다.

그 처음의 물길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트였다.

채팅창의 분위기도 많이 반전되었다.

-ㅋㅋ여기 다이아인 거 모름? 방장까는 놈=심해 ㅇㅈ?

-다이아에서도 학살하네 ㄷㄷ

-한타 들어가면 진짜 볼 만하겠다.

양학만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솔킬만을 목표하게 된다.

그 흥분을 차츰 가라앉히며 원래의 스타일을 되찾는다.

첫 판에는 다소 영향이 남있던 탓에 스타트가 조금 별로였지만 금방 풀렸다.

수 년의 인생을 로드 오브 로드에 꼴아박은 보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말하고 나니 처량해지네.. 어쨌든 지금부터는 더욱 집중해야 해.'

과거, AP마검사가 잘 사용되지 않았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펜타 킬의 제왕이라는 유일무이한 타이틀.

한타 캐리에 최적화돼 있음에도 괜히 안 쓰인 게 아니다.

실제로 마스터 이상의 극천상계에선 거의 쓰이지 않았다.

롤챔스에도 딱 한 번 나왔을 뿐이지 이후로는 사용 안됐다.

주류픽으로는 사용돼온 역사가 없다.

그 이유라 함은 다름아닌 한타 난이도다.

그냥 한 놈 죽이기만 하면 싹슬이인데 그게 힘든가?

예를 들어 보자.

실버에서 AP마검사로 한타를 하면 킬을 따기 쉽다.

원딜이든, 미드든, 서폿이든 간에 한 녀석 정도는 분명 체력이 많이 닿아있다.

그 녀석을 노려서 나머지를 쓸어담으면 간단하다.

실력대가 낮은 지라 실수가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마검사가 킬을 한 번 따면 연쇄작용이 와르르르~!

5, 4, 3, 2, 1 펜타 킬이 너무나도 쉽다.

하지만 다이아부터는 전혀 달라진다.

'그 한 명을 찾는 게 바늘 구멍이 돼버리니까.'

팀원 중 누구 한 명이 실수를 해주는 확률이 급격히 감소한다.

설사 실수를 해도 다른 팀원들이 커버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실수 자체가 페이크인 가능성도 농후하다.

AP마검사가 한 번 킬을 먹었을 때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낳는지 모두가 아고 있다.

상대팀 중 CC기가 많은 챔피언은 한타에서 반드시 마검사를 마크한다.

언제 들어오나 보자.

들어오면 작살을 내주겠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킬리셋을 못하면 마검사는 다른 미드 챔피언보다 존재감이 떨어진다.

뒤에서 킬각만 주구장창 보다가 한타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 천상계에서는 AP마검사의 픽은 꺼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찰나를 캐치해낸다.

킬각을 보는 범위가 다이아 유저들과 전혀 다르다.

─트리플 킬!

올마스터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두 명의 팀원을 제물로 받쳐 트리플 킬을 소환한다.

얼핏 너무해 보이지만 결과만 좋으면 만사 오케이다.

애시당초 내가 아니었으면 아군 두 명은 그냥 잘리고 끝이었다.

'아직 끝이 아니지만.'

세 명을 따냈지만 아직도 두 명의 적이 더 남아있다.

남은 적 중 한 명은 주력 딜러인 가시오가피.

다른 미드라이너와 달리 지속딜이 어마어마하다.

뱀인간의 형상을 한 가시오가피가 꼬리를 흔들며 접근해온다.

슬금슬금.

도망가고 싶어도 갈 구석이 없다.

트리플 킬을 따내기 위해 적진에 들어온 탓에 퇴로가 끊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은 한 명 더 있다.

풀리츠크랭커까지 증기를 내뿜으며 달려오자 사실상 끝이다.

절대 넘길 수 없는 위기다.

넘길 수 없어야 당연하다.

이 시대의 유저였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바늘 구멍이 나에게는 보인다.

샤락!

무빙을 엇박자로 틀어 풀리츠크랭커가 쏘아낸 로켓 그랩을 피해낸다.

논타겟 스킬을 쓰는 자는 상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해서 날린다.

때문에 나는 한 박자 더 꼬아 무빙을 틀었다.

6년 후의 미래나 지금이나 논타겟 스킬은 개인의 센스에 의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한없이 높이는 방법이 존재한다.

시즌2의 유저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하나의 비밀이 있다.

논타겟 스킬은 맞히는 쪽이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피하는 쪽이 잘하는 것인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니는 꼴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확률을 높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스킬을 쓰기 직전.

어떤 플레이어든 간에 무조건 잠깐은 움직임을 멈춘다.

자신도 인지하기 힘든 찰나 동안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마치 총을 사격할 때와도 비슷하다.

자세를 잡고, 조준을 하고, 장전을 한 다음에야 발사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집중해버린다.

호흡을 들이 쉬고 사냥감을 노려본다.

'이것이 역으로 틈이 돼버리고 마는 거지.'

사격을 할 때는 이 습관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썩 좋은 버릇이 아니다.

때문에 게임이 제대로 연구되기 시작하는 시즌3부터는 프로게이머들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고쳐 나간다.

그러나 현재는 시즌2 일반 유저들은 당연 알 리가 없다.

'그랩 쏘는 각도가 아주 뻔하지 뻔해.'

풀츠의 그랩을 가뿐하게 피했다.

그럼에도 아직 가시오가피가 남아있다.

나를 향해 독과 함께 살기를 내뿜는다.

그랩을 피한 것은 좋았지만 필연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좁아졌다.

과감하게 점멸을 사용해 회피한다.

가시오가피의 딜링 사이클을 역이용해버린다.

가시오가피는 독을 맞힌 상대에게만 E스킬, 독니를 연속해서 쏠아낼 수 있다.

내가 점멸로 그 독을 피해낸 이상 가시오가피의 데미지는 급감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위이이이잉..!

명상에 의해 체력이 엄청난 속도로 차오른다.

만약 그랩을 맞아버렸거나, 가시오가피의 독을 허용했다면 죽어버렸을 것이다.

이윽고 인고의 시간 끝에 아군의 지원이 도착했다.

가시오가피와 풀리츠크랭커는 나를 노리려다 역으로 자신들이 발목 잡혔다.

두 명의 아군이 가세하자 전세는 뒤집힌다.

알파 슬래쉬의 쿨타임 또한 돌아와버렸다.

-쿼어~드라 킬!

펜! 타! 킬!

올마스터님은 전설적입니다..!

펜타 킬은 밥 먹듯이 해왔지만 천상계에서는 처음이다.

슈퍼 플레이를 해낸 보상은 더없이 달콤하다.

채팅창에서도 난리가 났다.

-와 ㅁㅊ 다이아에서 펜타 킬을 해버리네.

-방금 무빙이랑 판단력 봄? ㅁㅊㄷㅁㅊㅇ

-러이갓도 다이아에서는 연패하고 난리도 아닌데.. 장난 아니게 잘한다.

-오늘부터 러이갓팬 접고 올마스터팬 합니다!

미친 듯한 기세로 채팅창이 올라간다.

별풍선 또한 당연한 듯 터져 나온다.

내 플레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간풍의고라니'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했습니다!

-'혐성키나'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했습니다!

고작 양학 정도가 아니다.

프로 레벨에서 먹힐 수 있는 하이퍼 캐리를 지향한다.

AP마검사의 진정한 전설.

그 서막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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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 최대 규모의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잉벤.

롤유저의 반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러한 사이트에 내가 주인공이 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제목 : BJ러이갓 vs BJ올마스터 AP마검사는 누구의 것인가?

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러이갓 방송을 초창기부터 보던 팬입니다.

시청자가 50명이 안될 때 부터 봤으니 상당히 오랫동안 봐온 셈이지요.

마찬가지로 올마스터님의 방송도 시청자가 20명이 안될 때부터 봤네요.

사실 처음에는 그냥 러이갓 따라하는 사생팬인가 하고봤는데 보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거두절미 본론을 말하자면 올마스터가 훨씬 잘해요.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요.

솔직히 말해서 러이갓이 본캐하는 거 봤습니까?

다이아에서 양학하는 거 봤어요?

똥이나 안 싸면 다행이지.

다이아1도 겨우 한번 찍고 그나마도 떨어져서 다이아 2,3에서 미끄덩미끄덩.

그에 비해 올마스터는 어떻습니까?

양학할 때도 러이갓처럼 털리고 변명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매판 필승.

살다살다 양학 그렇게 잘하는 BJ는 처음 봅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다이아 본계정에서도 펜타킬을 했습니다.

심지어 두 번이나요.

아직 본계정 한지 얼마 안돼서 다이아2에 머물고 있지만 센스 넘치는 플레이와 캐리력을 보자면 마스터가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에 가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에요.

올라가서도 AP마검사가 통할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흥분해서 조금 치우쳐진 감이 있는데 러이갓을 욕하는 것도, 방송을 안 보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입담은 러이갓이 괜찮잖아요 그쵸?

한 대 때려주고 싶게 얄미운 것만 빼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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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글에 오르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는 나를 욕하는 댓글도, 비방하는 댓글도 있었다.

올마스터가 어디 사는 뉘슈? 가슴 아픈 댓글도 보였다.

나쁜 파급 효과도 분명 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런 게 바로 노이즈마케팅이지.'

방송의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인지도도 상승했다.

당연히 내가 한 건 아니다.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 한 명이 글을 올렸는데 화제가 됐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미래에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성공한 BJ가 한 명 있었다.

BJ웃음이라는 원딜러.

헬퍼라는 핵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가 헬퍼인지는 판명되지 않았다.

왜?

라이엇이 잡을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으니까.

잉벤을 몇 달이나 달달 볶은 BJ웃음의 헬퍼 의혹.

결과적으로 BJ웃음의 인지도만 올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헬퍼라는 핵을 썼는지 아닌지는 신과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물론 나는 딱히 시시비비가 심하게 갈리고 있진 않다.

투닥투닥 논쟁이 오가는 정도다.

어쨌든 노이즈 마케팅 덕에 내 시청자는 500명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나리란 전망이다.

-잉벤 보고 왔습니다! 방장님 엄청 잘하네요.

-신입BJ가 어그로 끄는 건 줄 알았는데.. 실화냐?

-세상 살다 마검사가 정상적인 픽으로 보이는 거 처음임;

나는 다이아2티어까지 상승했다.

듀오가 아닌 솔큐로 승률이 80%다.

방송을 켜고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전례가 없다.

사실 여기서 더 승률을 높일 수도 있었다.

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 재미와 연습을 위해서다.

주챔피언을 AP타이온을 한다면 게임이 쉬워진다.

AP타이온은 자신의 실력대보다 낮은 구간에서 캐리하기 좋은 챔피언이다.

스노우볼을 굴리는 능력이 정말 막대하다.

하지만 AP타이온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비슷한 실력대의 유저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AP마검사를 위주로 솔랭을 돌린다.

숙련도를 높여 극천상계에서도 써먹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편이 인기도 많다.

Q날리고 W 보호막 펑!

타이온의 스킬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그에 반해 AP마검사는 킬리셋이라는 짜릿함이 있다.

한타에서 하이퍼 캐리가 가능한 유일무이한 챔피언이다.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무난무난 하구만. 이 기세라면 마스터를 금방 찍고 놀려 먹을 수 있겠어.'

최근 방송이 바빠서 잠시 잊고 살았다.

끈질긴 악연의 친구 리뮤.

플레티넘을 찍고 다이아에 갈 때까지 듀오를 했었다.

하지만 지 버릇 개 못 주고 자꾸 팀원들과 싸워대서 잠시 헤어졌다.

그 리뮤 녀석은 아직까지도 다이아 1티어에 머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녀석의 실력과 센스는 상당히 뛰어나다.

지난 번에 나를 고전시켰던 르풀랑과 비견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자식이 마스터를 못 가는 이유는 전적창이 증명한다.

티몽-[0/26/3] 패배!

리심-[2/20/7] 패배!

람머트-[0/40/2] 패배!

하도 성격이 더러워서 팀원과 조금이라도 마찰이 생기면 일단 던지고 본다.

회귀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성격은 변하지를 않는다.

성격만 조금 고치면 함께 프로게이머를 지향해도 괜찮은 녀석인데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하나 좋은 점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스터를 찍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티어 리뮤를 앞지르게 된다.

-ㅉㅉ 다이아 심해 색히. 그 티어에 잠이 오냐?

이 한 마디를 리뮤 녀석의 면상에 던져주는 게 가능하다.

최근 내가 솔랭을 열심히 하는 데엔 이러한 이유도 있었다.

나는 지체없이 다음 큐를 돌렸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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