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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의 비상
잉벤을 또다시 뜨겁게 달궈버리고 있는 올마스터!
심지어 이번 비교 대상은 러이갓따위가 아니다.
시즌2의 절대 최강자라는 핫숏디디가 단두대에 올랐다.
-핫숏디디 퇴물ㅇㅈ?
-핫숏 부쉬에서 어리버리하다가 죽음ㅋㅋ
-판사님 전 아무것도 몰라요ㅋㅋㅋ
-고양이가 두들겼습니다 판사님!
프로게이머가 솔랭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하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대회도 아니고 솔로랭크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너무한 처사다.
하지만 하필이면 올마스터도, 핫숏디디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
물론 놀리는 사람은 소수다.
핫숏디디는 명실상부 현존 최고의 프로게이머 중 하나.
주 활동지는 북미지만 한국에도 그의 팬들이 적지 않다.
그를 옹호해주는 댓글이 더욱 많을 수밖에 없었다.
-부캐라 걍 즐겜한 거 아님?
-ㅇㅇ게다가 미드도 아니고 탑이었음.
-솔킬 좀 따일 수 있지 뭘 이런 것 가지고 호들갑이야ㅋㅋ
그럼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평범하게 솔킬을 따고 라인전을 이긴 거라면 모른다.
사용한 챔피언이 너무나 특이했다.
비주류 챔피언인 피로라를 사용해 탑미달리를 이겨버렸다.
'역시 화제글에 안 올라갈 수가 없지. 또 시청자 유입 제대로 되겠구만.'
오늘 낮에 있었던 다이아1로 가는 승급전
핫숏과 만났던 게임에서 나는 라인전에서 내리 세 번이나 솔킬을 땄다.
마음 같아서는 영혼이 나갈 때까지 털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탑의 균형이 무너지자 적 정글러는 탑만 오게 됐다.
핫숏디디를 풀어주기 위한 속셈이다.
만약 낮은 티어였으면 정말 짜증이 났을 거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다이아 티어다.
우리 정글러도 부단히 움직인다.
적 정글러가 나를 쪼는 사이 미드와 봇에서 갱킹을 성공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탑에 와서 2:2싸움을 해줬으면 싶었다.
일단 결과가 좋았기에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게임은 결국 이기면 장땡인 법 아닌가?
중간에 살짝 탑신병 돋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참았다.
'다이아1로 승급도 했으니 따질 것까지야 있을까.'
게다가 낮 시간의 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승급에 성공하자 별풍선이 엄청나게 터져 나왔다.
정말로 놀랄 놀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이들이 같이 기뻐해주었다.
-'삼천불릿'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핫숏잡은올마'님이 별풍선 1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핫숏디디는 방송을 자주 하진 않는다.
대신 어쩌다 한 번 방송을 하면 시청자들이 수천 명씩 유입된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내가 피로라로 미달리를 따낸 것을 똑똑히 봤다.
상당한 수의 시청자들이 새로이 유입되었다.
-Wow! unbelievable kimchi power!
-$$#[email protected]$^#@@
채팅창에 영어 채팅을 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간혹 알아듣지 못할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도 보였다.
순식간에 글로벌스타라도 돼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국은 따로 남아있었다.
큼지막한 한 방 제대로 터진다.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1004개를 선물했습니다!
-'채팅창열어줘'님이 별풍선 1004개를 선물했습니다!
얼마 전, 사살 녹는 업진살을 사준신 회장님이 잊지 않고 축하하러 와주셨다.
별풍선 1004개를 무려 두 번씩이나!
리액션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회장님은 나의 천사!"
어쨌든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일 투성이다.
방송도 흥행을 하고 별풍선도 무척이나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안 좋은 생각까지 들어버렸다.
혹시 내가 내 돈으로 업진살을 사 먹어도 되지 않을까?
'사람이 주제를 파악해야지..'
내 주제에 업진살은 무슨.
지금도 충분히 미각이 고급화 됐다.
정신 못 차렸다간 식비로 나가는 돈이 장난 아니게 될 거다.
'삼겹살로 타협하자.'
하지만 가끔은 배때지에 기름칠도 해줘야 하는 법!
수입산이 아닌 국산, 그것도 생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냉동 특유의 알 수 없는 비린내도, 깔끔하지 못한 생김새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국내상 생삼겹살 정도는 먹어도 되는 사람이다.
암, 그렇고 말고.
참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수입산 삼겹살도 아껴가며 먹었던 내가 성장했다.
다시 인생을 살아간지 한 달만에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만족해버릴 내가 아니다.
그 위를 노리고 있다.
이제 나는 국내산 생삼겹살을 넘어 소고기를 목표로 달릴 것이다.
그런데 누구랑 먹지?
'이러다 혼자 고기 구워 먹게 생겼네..'
친구, 있기는 있다.
적긴 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나 자신과의 약속이 먼저다.
이 업계에서 최소한의 성공을 할 때까지 만나지 않을 것이다.
BJ로서는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아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BJ란 직업을 모독하는 건 아니다.
훌륭한 직업이고 직업에는 애초에 귀천이 없다.
게다가 돈을 겁나 잘 벌지 않는가?
돈 벌면 그게 바로 직업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아직은 세간의 시선이 좋지 않을 시기야.'
현재 날짜는 2012년 5월이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개인 방송BJ에 대해 물으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케이스다.
정말 걱정이 되는 건 두 번째 케이스.
<나 알아! 간장 원샷하고, 샤워하고 그런 놈들 아니야?>
안타깝게도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어떤 광기어린 BJ녀석이 간장을 물처럼 마시면서 온갖 생쇼를 해댔다.
그것이 기사로까지 나가면서 사람들 사이에 선입견이 박혀버렸다.
어디 가서 BJ라 말하기 뻘쭘하다.
철꾸라지 한 마리가 파프리카를 완전히 흙탕물 이미지로 만들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친구들에게 BJ라 밝히는 건 애매한 시기다.
그렇다면 남은 건 역시 혼밥 뿐인가.
다년 간의 프로게임단 설거지 역할을 한 나에겐 익숙하다.
혼밥과 눈칫밥 둘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친숙하다.
이 혼밥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오직 하나 뿐이었다.
'많이 껄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일 고맙기도 했고 5만원도 아직 많이 남았고.'
메로나 만으로 감사를 표하기엔 조금 적은 감이 있다.
냉정하게 따져 보자면 빚을 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신경 거스를 짓도 많이 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은근히 호감이 간다.
한 번쯤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다.
뚜~ 뚜~
솔직히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나는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주머니로 넣었다.
까똑!
이 녀석 참 뚝심이 장난 아니다.
절대로 까톡으로만 말을 하겠다.
초지일관 컨셉이 바뀌지를 않는다.
-어쩔?
길고양이, 예은에게서 까톡이 왔다.
한 번 더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안 받는다.
나는 핸드폰을 두들겨 까톡을 보냈다.
-밥 사줄게. 먹을래?
어차피 기대도 안 한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꺼냈다.
싫으면 마는 거고, 허락하면 같이 먹는 거고.
길고양이가 해온 대답을 정말로 의외였다.
-뭐 먹을 건데?
솔직히 말해 백이면 백 거절할 줄 알았다.
막상 이렇게 알겠다는 대답을 듣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파스타같은 분위기 있는 걸 좋아했던가.
역시 삼겹살은 포기하고 선회하는 편이 나으려나.
-고기 아님 안 먹음.
우연일까.
아니면 정말 마음이 맞아 떨어진 걸까.
그런데 혹시 여기서 말하는 고기가 스테이크는 아니겠지.
안타깝게도 그럴 만한 예산은 나에게 없다.
-삽겸살?
-ㄱㄱ
누가 보면 부랄친구랑 연락하는 줄 알겠다.
삼겹살이라는 단어가 보인지 1초가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아주 약간 가까워졌을 분인데 분위기가 썩 시원스러워졌다.
'근데 얘 진짜 채팅체 좋아하네..'
요즘 애들이 원래 이런 건가?
그냥 저 녀석이 원래 이상한 건가.
저 채팅체만 보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바람에 마음 한 구석이 참 꺼림칙하다.
.
.
.
* * *
어떻게 생각하면 첫 번째 데이트일지도 모른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성격은 베베 꼬여있어도 일단 얼굴은 반반하다.
우습게도 나는 아직까지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철벽녀들이 한 번 무너지면 해바라기가 되곤 한다니까.'
길고양이가 골라줬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그대로 간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이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
이 정도면 적어도 못생겼다 소리를 또 들을 일은 없겠지.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난 순간 확신했다.
아, 데이트고 나발이고 생각했던 건 나 뿐이었구나.
"이제 슬슬 여름 오는데.. 안 덥니?"
꾸욱 눌러 쓴 회색 후드티.
오늘도 언제나의 옷차림이었다.
날씬한 체형 탓에 성별 정도는 구분되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다 보니 김칫국을 마신 꼴이 되었다.
'혹시 잘 안 씻어서 저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긴 머리카락 탓에 씻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여자들이 많다.
특히 대학가에 보면 즐비하다.
아침이 바빠 제대로 씻지 못한 여자들이 취하는 모습들 있지 않은가.
똥머리, 혹은 모자.
그리고 최종 형태 후드티.
바로 저거 말이다.
얼굴이 빤질빤질한 것 보면 적어도 세안은 잘 하고 다니는 거 같은데.
그리고 저 얼굴에 안 씻고 다니면 남자들이 확 깰 텐데.
남자들의 환상을 깨트리고 다니는 주범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본인에게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길고양이를 데리고 탄천 조깅길 위의 상가로 향했다.
평소 다니는 길보다 조금 위에 삼겹살집이 하나 있다.
수입산도, 대패도 아닌 진짜 제대로 된 국산 생삼겹살 집이다.
"여기 생삼겹 단 하나.. 아니, 3인분 주세요!"
일단 데이트는 아닌 듯하고 친구랑 밥 먹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여자 사람 친구, 통칭 여사친.
그리고 호화롭게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뛴다.
주문한 생삼겹이 도착하고 바로 밑준비를 시작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양파까지 얹는다.
어차피 데이트도 아니니 마늘도 기름장에 담아 올려놓는다.
이 녀석도 정말 고기 얻어 먹으러 온 거면 찬동할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얘 슬슬 여자로 느껴지지가 않네.
'핸드폰 정말 좋아하네. 대체 뭘 보내고 있는 걸까?'
내가 고기를 굽고 있는 와중에도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삼겹살들이 조각조각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이윽고 고기가 구워질 참이 되자 길고양이가 줏어먹기 시작했다.
아니, 한 손으로는 먹고 한 손으로는 폰을 만진다.
심지어 화면을 보지도 않고 두두두 무언가 글자를 치고 있다.
요즘 여자애들 정말 무섭다.
'분위기 참 어색하다~'
삼겹살은 지글지글 먹기 좋게 구워졌지만 분위기는 여전하다.
별 다른 대화도 없이 서로 먹는데만 집중한다.
남자끼리 밥 먹으면 딱 이런 분위기다.
딱히 삼겹살을 사준 보답을 받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 번 쯤은 쌈을 싸서 입에 넣어줄 만하지 않은가?
역으로 내가 한 번 저질러 볼까?
'그러다 겨우 잠잠해진 성격 일어날라.'
김치로 싸대기를 맞는 장면은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고기 먹다 상추로 얻어 터지는 장면은 본 적이 없다.
그 첫 희생양이 돼버리기엔 나의 마음은 여리디 여리다.
그래도 나름 만족스런 식사였다.
성격은 모나지만 얼굴은 반반하다.
살짝살짝 드러나는 길고양이의 얼굴은 은근히 눈정화가 된다.
-눈 안 깔아?
"그럼 네가 고기 굽던가."
엿본 격이 됐지만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고기 굽다 보면 시선 좀 올라갈 수도 있지.
한 마디 하자 길고양이는 얌전히 고기만 줏어먹는다.
다소 티격태격 하고 있긴 해도 오랜만에 면한 혼밥은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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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