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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9화 (1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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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를 아십니까

방송을 하기 전 이른 아침.

나는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먼저 컴퓨터를 켰다.

딱히 겜돌이의 본능이라기 보단 확인해야할 것이 있었다.

'크큭, 다이아1..!'

다이아1, 그리고 핫숏디디를 잡아낸 자랑스런 전적이 보인다.

조금 야단법석인 감은 있다.

과거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스터는 찍었으니 말이다.

'뭐, 과거는 과거고 현재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2012년, 시즌2 당시 나는 실버, 골드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다이아1티어를 찍어버렸다.

전설이라 불리던 프로게이머를 라인전에서 찍어 누르기까지 했다.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는 아침밥을 대충 때웠다.

후라이팬에 데운 밥에 간장을 솔솔 뿌려, 계란까지 깨어넣고 주걱으로 쓱쓱 비빈 후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볶음 밥을 먹었다.

마지막 한 톨까지 싹싹 비운 후 컴퓨터에 앉아 방송을 켰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밥은 든든하게 먹어줘야 하겠지만 시기가 시기.

모르긴 몰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를 거다.

'세간의 눈이 확 달라졌을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조금 특출난 다이아BJ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핫숏을 잡고 다이아1에 오른 태풍의 눈이다.

잉벤의 화제글에 오르며 유명세를 제대로 타고 있다.

그로 인해 유입되는 시청자들도 제법 많을 것이다.

-오ㅋㅋㅋ 첫빠. 방장 부지런하네~

-잉벤보고 즐찾했습니다. 엣헴. 똥싸기만 해봐라.

-크 갓벤 선비님들 오셨네.

늘 내 방송을 찾아주는 건빵, 그리고잉벤에서 오셨다는 선비분이 나를 반겨준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온다.

평소보다 배는 빠르게 시청자 수가 차오르고 있다.

물론 이중 대부분이 반짝 유입이고 고정팬으로 남게 될 사람은 적을 것이다.

세간의 관심을 받아 스타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다.

'한두 번으로 안되면 그 이상으로 해버리면 되겠지.'

어제와 같은 사건을 또다시 터트려 버린다.

핫숏디디를 잡아낸 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게 점수대가 올라갈수록 유명인사를 만날 일이 많아진다.

'다이아1이 높아 보여도 프로게이머들을 만나기엔 한참은 부족해.'

최소한 마스터는 돼야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다.

만날 수만 있다면 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올라가야 한다.

진짜 천상계, 마스터 이상의 극천상계를 목표로 달린다.

'슬슬 시청자들도 많이 왔고 시동을 걸어야겠구만.'

잠깐 딴 짓을 하며 기다리는 사이 시청자들이 많이도 쌓였다.

가장 중요한 손님들, 열혈팬 형님들도 한 명 한 명 찾아왔다.

"고만양학해 형님! 오늘도 다이아 양학하게 될 것 같아 먼저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전에 나에게 별풍선을 500개나 쏴주셨던 형님이다.

우두루 플레이를 부탁하셨고 나는 멋지게 소화해냈다.

이후로도 꾸준하게 내 방송을 와주시며 현재는 회장님 다음 가는 위치에 계신다.

'첫 판은 솔킬 두어 번 땄더니 오픈인가. 시작이 좋아.'

몸풀 겸 돌린 첫 번째 게임에서 승리했다.

하루의 처음이 기분 좋게 끊어졌다.

나는 곧바로 두 번째 게임의 큐를 돌렸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최근에 들어 깨달은 사실이 있다.

당장 승률 조금 올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즌2의 메타에 나는 아직 적응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너무 힘을 주고 휘두른 감이 있어.'

상대하는 적들의 수준이 낮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이아1, 마스터 티어 이상의 유저들도 만날 것이다.

대강대강 하다간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현재 메타를 완벽히 이해하고 써먹어야만 한다.

내가 아무리 과거로 돌아왔다고 해도 만능, 혹은 무적이 될 수는 없다.

패치된 사항도 다르거니와, 운영이라던지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현재의 유저들에게 맞춰야 한다.

롤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니까.

지금까지는 강제캐리를 목표로 했지만 이제부터는 팀게임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시즌2의 메타로 퇴보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현재의 메타에 완벽히 적응하고 미래의 지식을 더해 뛰어넘을 것이다.

그래야만 과거로 돌아온 보람이 있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줄곧 솔로랭크를 돌렸다.

시즌2의 방식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하니 살짝 발목이 잡힌 느낌.

평소보다 승률이 약간 낮아졌다.

'그런데.. 이번 판은 조금 이상한데?'

한두 판 아쉬운 상황 생길 수 있다는 건 감안하고 게임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판에 한해서는 아니었다.

분명하게 다른 사유가 존재한다.

상대 카서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딱콩을 말도 안되게 잘 맞힌다.

결코 내가 실수한 게 아니라 상대가 이상한 거다.

이렇게 말하면 변명 같은데 정말이다.

느껴본 적이 있다.

경험한 적이 있다.

-방장 그걸 왜 맞아줌?ㅋㅋ

-걍 상대가 잘하는 듯~ 다이아1에선 AP마검사 안 먹히는 거 아님?

-근데 저 카서트 딱콩 진짜 잘 맞추긴 하네.

내가 꺼낸 건 당연히 AP마검사, 상대는 카서트였다.

카서트의 딱콩 견제는 근접 챔프에겐 악몽과도 같다.

하지만 그건 실력이 비슷할 때의 이야기고 나한테는 해당 안된다.

그런데 이 자식의 딱콩은 이상하다.

다이아1 구간의 애들이 쓰는 스킬 정도야 어지간하면 피해낼 자신이 있는 나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이다.

지금까지 한 게임의 전적이 이를 증명하낟.

그럼에도 이번 판에서는 딱콩을 계속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간단하다.

저 자식 헬퍼다.

헬퍼, 스킬을 적중률을 올려주는 일종의 핵 프로그램이다.

이 헬퍼는 기본적으로 중급AI의 행동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없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중급AI들이 스킬 하나는 엄청나게 잘 맞히지.'

컴퓨터라고 무시할 수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애초에 스킬을 잘 맞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가 마우스 커서를 찍은 방향을 컴퓨터가 알고 있다.

이를 활용해 움직임을 예상하고 스킬샷을 날린다.

지금 저 카서트가, 핵유저가 하는 짓이 이와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상대 유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 수 없는 플레이다.

때문에 핵 프로그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즌4부터는 대놓고 핵을 쓰진 않는다.

몇몇 간 큰 유저들을 빼면 안 걸리게 살금살금 사용한다.

'현재는 사람들이 핵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를 테니 연기를 안 해도 되겠지만.'

핵유저도 얼마 안될 뿐더러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그렇다면 속수무책 당하기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방법이 있다.

핵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지금부터는 내 움직임이 달라진다.

'오른쪽에 가는 척, 왼쪽으로 튼다.'

카서트의 Q스킬, 딱콩의 쿨타임은 1초다.

물론 일반 유저의 경우 다른 것을 이를 100%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스킬도 스킬이지만 다른 것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상대 카서트는 손으로 해야 할 일은 헬퍼가 대신 해주고 있다.

1초 단위로 반듯하게 스킬이 나간다.

정말 티가 안 날수가 없다.

여기까지 파악한 이상 내가 할 일은 간단명료하다.

다음 딱콩이 써지는 그 순간에 바로 방향을 비튼다.

적의 예상을 예상해버린다.

-오ㅋㅋ 피했다 피했어.

-이제야 좀 사람같이 하네.

-크~! 솔킬 한 번 당해줘야 꿀잼인데.

내가 사람같이 하는 수준이면 너는 바퀴벌레..

어쨌든 헬퍼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시즌2의 유저들은 핵을 거의 모르기에 설명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나는 정의구현을 목표로 고된 라인전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역시, 상대는 점점 더 조급해졌다.

아마 어이가 없을 것이다.

게임을 가볍게 이기기 위해 핵을 켰는데 상대가 다 피해버리고 있으니까.

혹시 저 AP마검사도 핵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결국 조바심이 난 카서트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를 어떻게든 따버리기 위해 무리하게 접근했다.

스킬 맞히는 건 자신있으니 한 번 해보자 이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가 의도한 수순이다.

이 순간만을 위해 나는 고통스런 라인전을 버텨냈다.

고된 농사 끝에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날이 왔다.

핵 쓰는 놈들의 성격은 다 비슷비슷하다.

브실골이었던 놈이 핵빨로 다이아 티어에 올라온 것이다.

성격 급하고 치졸하고 핵유저들이 으레 그렇다.

어쩌다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던지는 경우도 흔하다.

무리수고 나발이고 간에 일단 해버린다.

어차피 자기가 고생해서 올린 거 아니니 상관없다는 마인드다.

그러한 정면승부야 말로 내가 원하는 바다.

두웅!

카서트가 W스킬 통곡의 벽을 펼쳐왔다.

저 벽에 걸려버리면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진다.

그리고 나는 그 벽에 걸리고 말았다.

'마지막 전사.'

마검사가 궁극기를 발동하면 모든 둔화에 면역을 가진다.

이동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진다.

그럼에도 카서트는 멈추지 않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내가 도주 용도로 궁극기를 사용한 줄 아나 보다.

딱콩을 맞힐 자신감도 충만해있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당연히 자기 자신의 힘이 아닌, 핵을 사용해서 말이다.

나는 딱콩을 피하기 위해 원형의 움직임으로 카서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접근한다.

평타를 박아 넣기 위해서다.

AP마검사가 펜타킬의 쾌감이라면, AD마검사는 살인전차라 불리운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모든 둔화 스킬을 무시하며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스피드로 적에게 달라붙는다.

그러면 당황한 적은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 순식간에 써컹써컹!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살인전차다.

써컹! 써컹!

물론 내가 하고 있는 것은 AP마검사다.

하지만 E스킬, 우주류 도법을 발동하면 잠깐이나마 AD마검사에 준할 수 있다.

아이템을 갖추지 못한 초반에는 AD마검사랑 아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카서트는 달라붙은 나를 향해 딱콩을 연사한다.

이를 무빙을 틀어 피해낸다.

녀석의 중위를 빙글빙글 돌며 평타를 사각사각 후려 갈긴다.

서서히 깎여 가는 카서트의 체력.

결국 당황한 놈은 점멸로 도망가려 한다.

당연하게도 놓아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슈우우웅!

아직 한 발 남았다!

아니, 애초에 쓰지도 않았다.

AP마검사의 주력 스킬인 알파 슬래쉬가 작렬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분할 거다.

무려 헬퍼를 쓰고도 솔킬을 따였다.

네까짓 놈이 자존심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있다면 쫙쫙 금이 갔을 테다.

하지만 한 발 남은 건 녀석도 마찬가지라는 듯 노래한다.

종말의 울음소리, 종말곡을.

카서트를 따내기는 했지만 나도 남은 체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

분명 맞는다면 러브샷, 서로가 공평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단순한 생각을 할 게 뻔하다.

위이이이잉..!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한다.

체력 또한 쭉쭉 회복된다.

녀석의 마지막 발악까지 완전 무[無]로 되돌려버린다.

깔끔하게 정의구현 해버렸다.

-오 솔킬 땄네.

-에이, 뭐 한두 번도 아니고 놀랄 거 까지야.

-이 방송 보다 보면 솔킬, 펜타 킬 밥 먹듯이 나옴ㅋㅋ

비록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뿌듯하다.

나는 차후 시즌4 이후의 롤을 뒤덮어버릴 악의 싹을 하나 자를 수 있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차피 저 놈은 꾸준하게 헬퍼를 쓸 거다.

헬퍼라는 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

브실골 전전하던 유저가 다이아에 왔으니 얼마나 정신을 못 차리고 있겠는가?

어차피 올라가면 만날 일도 없는 놈이니 신경 끈다.

하지만 정말로 몰랐다.

생각 이상으로 시즌2에 헬퍼를 쓰는 이는 많았다.

시즌2의 유저들이 몰랐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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