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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를 아십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집 안에 바퀴벌레 한 마리 보이면 최소 열 마리는 더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헬퍼를 쓰는 유저가 카서트 그 한 마리 뿐일 리가 없었다.
시즌2의 핵유저는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스타의 맵핵처럼 딱 티가 나는 게 아니다.
보통 잘한다고만 생각하지 핵 쓴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설마 로드 오브 로드에 핵이 있으리라고도 떠올리기 힘들다.
특유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니 더더욱이다.
'그래도 대놓고 쓰니 알아보기는 쉽네.'
가장 골 때리는 부류가 몰래 쓰는 놈들이다.
시즌4 이후에 제대로 유행하기 시작한 헬퍼.
너무 티나게 쓰면 욕도 먹고 신고도 당한다.
살금살금 쓰는 놈들이 정말로 많았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게임 정상적으로 하다가 몇 판 져서 슬슬 빡칠 때 발동한다
헬퍼로 꽁승을 해서 패배를 메꾼다.
혹은 핵유저라 의심하기 힘든 챔피언을 해버린다.
지난 번에 만난 카서트, 혹은 가시오가피와 제우스 같은 부류들.
이러한 챔피언들은 핵사용이 팍팍 티난다.
하지만 리심이나 말화이트 같은 챔피언들은 티가 잘 안 난다.
그렇게 몰래몰래 핵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존재했다.
'지금도 있는 것 같지만 말이지.'
아주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보기엔 지금도 있다.
다이아1 랭크 게임에서도 간간히 눈에 띈다.
물론 시즌2에는 핵이 잘 알려지지 않은만큼 사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헬퍼에 대해 아는 자들이 많아진다.
현재 시점에선 아는 사람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들이 눈치챈다면 과연 좋게 생각을 해주겠는가?
마스터 이상에서는 항상 만나는 이들만 만나게 된다.
한번 찍혀버리면 소문이 나는 건 삽시간이다.
자신의 명줄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 사리는 것이다.
어디가서 다이아, 마스터 행세하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다.
솔직히 배알이 꼴리는 일이다.
헬퍼 써서 올린 주제에 으스대고 다녔다니.
과거의 내가 이런 헬퍼 놈들에게 점수를 빨렸다 생각하면 화가 난다.
길가다 만나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만 씹어대고 있던 와중에 기회가 왔다.
제대로 정의구현 할 절호의 찬스가.
'이 자식.. BJ주제에 헬퍼를 쓰고 있네.'
파프리카TV의 원딜BJ 다피해.
신들린 컨트롤로 카이팅의 끝을 보여준다.
그러한 컨셉으로 방을 하는 원딜 유저들의 우상이다.
그에게는 명대사가 있다.
-원딜을 어떻게 잘 하냐고요?
그냥 상대 스킬 다 피하면서 평타 슝슝~ 오예!
어때요, 참 쉽죠?
헛소리 하면서 따라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혹시 몰라 쭉 지켜봤다.
캠을 키고 있는 녀석의 팔 움직임이 이상하다.
한타 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무빙 또한 다분 기계적이고 부자연스럽다.
지나칠 정도로 논타겟 스킬을 잘 피한다.
빼박 헬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녀석은 별로 유명한 놈이 아니다.
내 기억에 남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시즌2때 반짝 하고 사라졌다.
슬슬 헬퍼가 유명해질 때쯤 게임을 접은 현명한 케이스 같다.
그런 쓰레기가 별풍선을 받는 꼬라지를 나는 라면을 먹으며 보고 있었다.
언젠가 적팀으로 만났을 때.
제대로 조져주기 위해서다.
기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점수대가 비슷해 만날 거라 생각은 했지만 빠르다.
BJ다피해가 상대 팀에 걸렸다.
-ㅋㅋㅋ BJ대결이네.
-그러고 보면 올마스터도 스킬 겁나 잘피하지 않나?
-비사이로 막가 대결이냐?ㅋㅋ
아니, 저 자식은 핵으로 피하는 거고.
난 실력으로 피하는 거고!
한 마디 소리쳐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시청자들 중에 헬퍼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 말하면 오해받기 딱 좋다.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 판에서 내가 고른 챔피언은 AP마검사가 아니다.
헬퍼를 작살내기 위해 선택한 특별제다.
-방장 또 트롤한다ㅋㅋㅋ
-피로라는 그렇다쳐도 테러스티나는 너무한 거아니야?ㅋㅋㅋㅋㅋㅋ
-설마 AP가는 테러스티나? 내가 방장 때문에 미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특이한 챔프를 하긴 했다.
내가 고른 건 테러스티나.
그것도 주문력템을 가는 AP테러스티나다.
헬퍼를 잡는데 좋은 챔피언은 역시 타겟팅 스킬이 있는 부류다.
하지만 마검사도 엄연히 타겟팅 챔피언.
지금껏 단 한번도 하지 않은 테러스티나를 꺼낼 이유가 있을까?
더군다나 AP마검사와 달리 AP테러스티나는 뜬 적이 없다.
이렇게 불안한 픽을 굳이 해야 하나.
그럼에도 선택했다.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두고 보면 알 테지.'
어차피 나는 미드고 BJ다피해는 원딜 포지션이다.
라인전이 끝날 때까지는 어지간하면 만날 일이 없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녀석보다 더 성장을 해야 한다.
AP마검사에 비해 강력하기 짝이 없는 AP테러스티나의 라인전을 바탕으로 말이다.
피융-!
테러스티나의 앞점프!
AD테러스티나라면 완전 자살행위라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하지만 AP테러스티나는 이 점프로 딜을 넣는다.
챵! 챵! 챵!
앞점프를 하다니 이게 미쳤나?
적 미드라이너 까타레나가 궁극기인 흩뿌리는 칼날로 반격한다.
깡뎀과 계수가 어마어마하게 높아 풀딜을 맞으면 위험하다.
흩뿌리는 칼날이 끝나기 전에 바로 움직이다.
'E, 그리고 R, 발화!'
퍼어엉!
까타레나가 저 멀리 포탑 근처까지 날아간다.
죽지 않고 체력이 1/3이상 남았지만 상관없다.
강력한 도트 피해를 자랑하는 AP테러스티나의 E스킬 폭렬 탄환과 발화가 중첩됐다.
현실이었다면 데구르르 굴러서 몸에 붙을 불을 끄고 싶었을 상황일 테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당연히 하고 싶어도 못한다.
초단위로 줄어드는 체력바를 보며 까타레나는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초반부터 짤짤이를 넣어 솔킬을 두 번 땄다.
이번으로 세 번째 솔킬이다.
문제는 내가 이렇게 미드를 박살내는 사이 BJ다피해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의 서포터 풀리츠크랭커는 참 사고 잘 치기로 유명하다.
맵도 제대로 안 보고 적 광우스타를 끌어버렸다.
광우스타는 신나서 꽈앙!
땅을 내려쳐 풀리츠크랭커를 띄우고 아군 쪽으로 배달까지 했다.
때마침 찾아온 적 정글러의 갱킹까지 합쳐지며 죽고 말았다.
-님들 풀츠 봄? 광우스타를 끌었어ㅋㅋㅋㅋ
-ㅅㅂ 배인 끌라고 했는데 쟤가 피한 거잖아.
풀츠도 역시 할 말이 있었다.
변명 없는 데스그랩은 정말 본 적이 없다.
이런 거 보면 브실골이나 다이아나 뭐가 다른 건지.
하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이해해줄 만도 한다.
'상대 원딜이 헬퍼니 어쩔 수 없었겠지.'
끌고 싶어도 끌을 수 없다.
뚜벅이 애씨라도 힘들 터인데 배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랩의 성공 확률은 불가능에 한 없이 가깝다.
현재 아군 풀리츠크랭커가 당하고 있는 설움.
어쩌면 과거의 나도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난생 처음으로 데스그랩 풀츠를 동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적팀은 솔킬 따이는 까타레나가 욕먹고.
아군은 풀리츠크랭커가 욕먹고 있는 상황이다.
라인전은 결국 서로가 비등비등하게 끝이 났다.
이후의 게임 양상은 간단하다.
한타 위주로 게임이 진행되는 시즌2 답게 흘러간다.
양 팀이 용으로 모여 한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와 배인 저렇게 잘 크면 노답 아님?
-뒤로 굴러 좌로 굴러 스킬 죄다 피할 듯.
-BJ다피해 안 그래도 무빙 좋은데 큰일 났다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틀리지 않았다.
본래라면 성장 기대치가 높은 싹 쓸어먹는 구도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도 딱히 부정을 하진 않겠다.
그 만큼이나 배인은 한타 캐리하기 좋은 챔피언이다.
더더욱이 상대의 조합도 웃어준다.
배인만 어떻게든 지켜보겠다는 원딜캐리 조합이다.
차후 롤챔스같은 대회에 빠지지 않고 나오게 되는 단골손님, 속칭 진시황메타라고도 불리운다.
원딜이 잘 성장할수록 위협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AP테러스티나를 픽한 이유이기도 하다.
챵! 챵! 타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터지는 배인의 은탄이 터졌다.
은탄은 방어력을 무시하는 고정 %뎀의 효과를 가졌다.
그것을 맞은 네네톤은 억소리를 내뱉으며 부리나케 도망간다.
탱커 주제에 무서워서 앞에 설 생각을 하지도 못한다.
-광우스타가 배인 딱 지키고 서있네. 믿음직하다.
-저러면 원딜 할 맛나지. 원딜 버리고 이니시 거는 탱커 극혐.
-쟤네 듀오인가? 호흡이 척척 맞네.
CC기 우월한 광우스타를 뚷고 잘 큰 배인을 어떻게 손 봐야 할까.
내가 만약 다른 챔피언을 했다면, 특히 마검사를 했다면 골치 아팠을 상황이다.
AP테러스티나는 이러한 철벽 수비를 강제로 뚫어낼 수 있는 유일한 챔피언이다.
피융-!
내 AP테러스티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끝끝내 닿지는 못했다.
앞점프의 도착지점은 배인이었다.
그런데 광우스타가 땅을 딛기도 전에 밀어버렸다.
그럼에도 충분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 저게 죽어?
-배인 왜 죽은 거야?
-설마 원콤? 저게 한방이 나와?
-점프가 닿지도 않았는데 죽었어?
대체 무슨 일이?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며 놀라고 있다.
그 비밀은 별 거 없다.
바로 죽음의 불타는 손길, 일명 죽불손이라 불리는 아이템 덕분이다.
죽불손은 시즌5 프리시즌에 삭제되는 아이템이다.
액티브 사용시 적 챔피언 체력의 15%를 깎아낸다.
그리고 상대가 받는 마법 데미지를 2할 증가시킨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타겟팅이라는 것.
AP테러스티나의 스킬 구조와 참으로 잘 맞물린다.
3개의 타겟팅 공격이 뿜어져 나가며 BJ다피해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놓았다.
'한타는 이걸로 끝났어.'
상대 조합의 요는 결국 배인다.
그런데 그 배인이 가장 먼저 죽는다?
한타가 성립할래야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한타는 당연히 대승, 다음 한타에서 만회하고 싶겠지만 불가능하다.
마법저항력을 4대폭 올려주는 은전자 망토를 사온다 해도 마찬가지.
이미 라인전에서의 솔킬과 한타의 대승으로 내 AP테러스티나는 아이템이 나올 만큼 나와버렸다.
내가 뛰면 한 놈은 무조건 죽는다.
그리고 한 놈은 필연 배인이 되고 만다.
퍼어엉!
테러스티나의 궁극기 대포가 쏘아진다.
헬퍼 쓰는 배인충의 머리를 속시원히 쪼개버린다.
결국 BJ다피해는 한타에서 제대로 딜 한 번 넣지 못했다.
자포자기한 녀석은 내가 앞점프를 함과 동시에 자신도 앞구르기를 해서 맞딜을 넣어보려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사거리가 다르다.
테러스티나는 롤에서 가장 긴 사거리를 가진 챔피언이다.
레벨에 비례하지만 잘 성장한 나는 당연히 레벨이 높다.
배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 닿을 수 없다.
─적 팀이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ㅋㅋㅋBJ다피해 부들부들하고 있음
-얼굴 지금 시뻘개져서 말도 더듬고 있다ㅋㅋㅋㅋㅋㅋ
-길가다 만나면 현피뜰 기세 ㅋㅋㅋㅋㅋ
저 반대 1표는 BJ다피해의 것이라고 한다.
원딜 유저로서 한타 한번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서렌을 치게 됐을 때 그 빡침이란?
이루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다.
이로써 실력으로 정의구현을 해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저 녀석은 이번 판을 지더라도 방송을 계속 할 놈이니까.
나는 대전기록창에서 BJ다피해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한 마디를 적었다.
-스페이스 바 작작 누르세요^^
스페이스 바는 헬퍼를 사용할 때 눌러야 하는 단축키다.
시청자들은 모를 테지만 BJ다피해는 분명 알 것이다.
때문에 딱히 지칭하지 않고 말했다.
헬퍼나 핵이라는 설명을 굳이 불일 필요가 없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거지만 그쪽 방송은 난리가 난 듯하다.
의외로 시청자 중에 내 말을 알아들은 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날 이후로 BJ다피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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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