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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라, 마스터!
내가 다이아1에 상주한지도 어언 닷새째.
다른 티어대와 달리 다이아1은 유독 점수를 안 주는 구간이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헬퍼BJ 다피해도 잡는 등 통쾌한 경험도 했으니 나쁜 일은 아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정작 내 마스터 승격전을 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승, 승, 패, 패 패.
거짓말처럼 떨어졌다
하지만 고작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
다시 다이아1 60점부터 시작해 올라갔다.
악착같이 점수를 올린 끝에 다시금 코앞까지 도착했다.
'이 판만 이기면 승격전이다.'
다행히 게임은 무난하게 흘러간다.
변수가 있다면 꼬그모의 프리딜이다.
시간이 갈수록 무지막지 강력해지는 꼬그모.
W스킬, 침 마구마구 뱉기를 켰을 때 한정으로 엄청난 사거리와 마법%뎀을 가지는 괴물이다.
나는 그런 꼬그모에 궁극기를 켜고 달려들었다.
플레이하는 챔피언은 여전하게도 AP마검사다.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내 손에 촥촥 감기는 느낌으로 숙련도가 무르익었다.
나는 날아오는 또도 박사의 식칼을 몸으로 받아내며 치고 나갔다.
슈우우웅!
알파 슬래쉬, 그리고 발화.
불타오르는 꼬그모의 몸은 방금의 공격에 체력이 절반 이상 깎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턱없이 부족하다.
고작 스킬 한 방에 죽어서야 AP마검사는 진작에 필밴이 됐을 테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꼬그모를 따내기 위해 죽자고 달려든 게 아니다.
띠이이이잉..!
-조냐시에이팅ㄷㄷ
-마검사가 조냐갔음ㅋㅋㅋㅋㅋ
-황금 마검사보소ㅋㅋ
2.5초동안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대신 무적이 될 수 있는 조냐의 물시계.
그 효과로 나는 황금 동상이 되어 적진영 한 가운데 세워졌다.
내가 열어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군이 호응한다.
역시 마스터 티어에 가까워진 만큼 팀원들의 수준이 높다.
적들을 나를 막기 위해 스킬들을 너무 많이 쏟아 부었다.
아군들이 깽판을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 셈이다.
이미 반피가 깎인 꼬그모가 어떻게든 딜을 넣기 위해 포지션을 잡는다.
하지만 금새 약빨이 떨어지고 만다.
침 마구마구 뱉기의 지속시간이 끝난 탓이다.
꼬그모는 도망가려 했지만 아군 탑라이너 갓랜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정의를 위해!>
갓랜의 궁극기 이마시야의 심판이 꼴아박히며 꼬그모를 황천길로 보내버린다.
잃은 체력에 비례해 데미지가 올라가기 때문에 강렬하다.
꼬그모 위주로 조합 짰던 상대팀은 속수무책 무너진다.
─승리!
가볍게 승리를 쟁취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전기록창.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떡 하니 떠있다.
<마스터 승격전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마스터 티어로 가는 승격전에 도달했다.
3전 2선승의 승급전과 달리 승격전은 5전 3선승이다.
지난 번처럼 승승패패패라는 웃기는 꼴을 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저격도 좀 있었지. 이번에는 조심 좀 해야겠다.'
저격 등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화면을 잠깐 가리고 큐를 돌렸다.
그리고 라인이 꼬일 경우를 대비해 다른 챔피언들의 룬셋팅도 완벽히 했다.
곧 마스터 승격전의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ㅋㅋ 방장 저격하고 있다 ㅅㄱ
-절대 못 올라가게 막자.
-사실 지난 번에 트롤한 거 나임ㅋㅋ
-라고 브론즈 실버가 말합니다.
저렇게 채팅창으로 어그로를 끄는 시청자 중 99%는 거짓부렁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가다 진짜가 있다.
그 진짜에 당했던 기억도 한 번 있다.
아군으로 만나서 겁나 못하더라.
강퇴를 할까 말까, 블랙까지 넣어버릴까.
고민을 하던 나는 참아주기로 했다.
진짜로 트롤때문에 지면 그때 가서 두고 보자.
승격전 첫 판에서 내 포지션은 정글이 됐다.
당연히 미드를 하고 싶다 말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서로가 잘 하는 라인을 가는 게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모든 라인을 잘 하는 잘난 내가 양보해줬다.
'어떤 챔프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오랜만에 해보는 정글이다.
승격전이니 만큼 좋은 챔프로 필승을 챙겨야 한다.
혹시 꿀챔프가 없을까.
기억을 헤집으며 챔프창을 뒤적거리던 그때 한 챔프가 눈에 띄었다.
'리심..!'
나는 회귀한 후부터 지금까지 리심을 한 적이 없다.
정글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도 물론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챔피언이 안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리심은 대세 챔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눈에 띄기 싫어서, 그리고 딱히 할 이유도 없어서 안 했다.
하지만 지금은 1승, 1승이 절실하다.
나는 망설임을 접고 리심을 가져갔다.
-ㅋㅋㅋ 방장 또 실험픽하네.
-마스터 승격전인데 해본 적도 없는 픽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지금까지는 못한 적 없잖아? 이번에도 기대할 만함.
-설마 AP리심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해줘요.
내가 가끔 독특한 챔피언을 하는 건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물론 시즌2의 리심은 아예 안 쓰이는 수준까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안 좋은 챔피언으로 낙인 찍혔다.
현재는 아모모, 스캐너, 또도 박사 등의 탱커 챔프가 주류 정글이다.
육식 정글로 분류되는 리심은 잘 활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있게 리심을 꺼내들었다.
'팀원들도 역시 썩 좋아하지는 않네.'
첫 출동하는 나의 리심에 팀원들이 영 불안해 한다.
잘하는 우두루나 하지.
유튜부 방송에서 아재BJ 팡우 겁나 잘 잡더만.
그래도 마스터 승격전인 내가 장난을 치지는 않을 노릇이니 믿어줬다.
투덜투덜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은 아무 일없이 시작되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정글러의 시작템은 당연 사냥꾼의 마테차다.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템을 구매했다.
체력80 공격력 8, 체력 회복 효과가 있는 두란의 검을 말이다.
-혹시 자기가 정글라는 사실 까먹었나?
-방장아 너 미드 아니다! 정글러다!
-슬슬 팀원들이 눈치채겠다ㅋㅋㅋㅋㅋ
시청자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아군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눈치채도 상관없다.
내가 먼저 이실직고 할 테니까.
-저 두란검시작이니, 빡리쉬 좀 해주세요.
-네..? 마테차 안 샀어요?
어이가 없어하는 팀원들.
하지만 이미 게임은 시작된 마당이다.
어쩔 수 없이 서포터가 정글몹에게 평소보다 2대를 더 맞아준다.
체력 포션을 많이 들고 있는 서포터인지라 이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을 터다.
'내가 잘해서 메꿔주면 그만이고.'
빡리쉬의 보담을 해야 할 때다.
레드 도마뱀을 마무리한 나는 2레벨을 찍자마자 적 정글을 향해 움직였다.
몰래 몰래 들어간 정글에서는 역시나.
시즌2의 대세 정글러, 아모모가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늑대를 잡고 있었다.
코너를 돌아 마주쳤기에 지근거리인 상황.
나는 바로 땅바닥을 찍어 E스킬로 아모모의 이동속도를 늦췄다.
연이어 레드가 묻은 평타를 때려 둔화 효과를 중첩시켰다.
아모모로서는 절체절명의 대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과연 아모모는 어떤 판단을 할까?
점멸을 써서 벽을 넘었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차피 죽은 목숨이지.'
안타깝게도 나는 음파를 아껴두고 있었다.
구태여 먼저 쓰다가 상대가 점멸로 피하면 큰일 나니까.
시야 밖으로 사라진 아모모를 점멸로 따라갔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코앞에서 음파를 맞춰 정확히 킬을 따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것이 카운터 정글의 정석.
절대 스킬을 먼저 쓰면 안된다.
상대가 점멸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든 다음 맞점멸로 따라가 확실하게 마무리 한다.
두란검 스타트를 한 보람도 분명히 있었다.
높아진 공격이 아모모의 몸을 아프게 두들겼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상대가 반항했다면 두란검의 추가 체력 덕에 내가 무조건 이겼다.
카정에 특화된 템트리라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정글러가 선취점을 먹게 되면 스노우볼이 엄청나게 굴러간다.
나는 집에 도착해 하나 더 두란검을 구입했다.
이것이 시즌3 초기에 유행하게 되는 정글러 2두란검 메타.
시즌2의 유저들은 당연히 알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추가되는 체력이 160, 공격력이 16. 거기에 안정적인 피흡까지.'
마테차와 영혼석 같은 정글템을 사게 되면 필연적으로 라이너보다 스펙이 안 좋아진다.
그럼에도 정글러는 안정적인 정글링을 위해 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2두란검이라면 가능하다.
공격력과 체력부터 시작해 정글링까지 깔끔하다.
나는 미래에 유행하게 될 아이템트리를 일부 사용했다.
물론 고작 이 이유만으로 리심을 꺼낸 건 아니다.
현재 초식 정글이 대세인 이유는 간단하게 좋아서다.
특히 아모모의 경우 궁극기 범위가 진짜 말도 안되게 넓다.
'그래도 결국은 초식 정글러라 캐리력이 애매해.'
팀파이트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승리다.
그를 위한 필살기를 하나 준비해뒀다.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적어도 지금 만큼은 나만의 필살기.
밑천은 함부로 드러내면 안되지만 난 그 밑천이 조금 과하게 많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계속해서 카정을 치며 적 정글러에게 지옥 같은 고통을 선사한다다.
아모모는 당연히 조심조심 정글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내 눈에는 빤히 보인다.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갈지 전부 말이다.
동선을 꿰고 있다가 마주치면 풀콤보를 먹여버린다.
'Q평E평RQ평E!'
훗날 파프리카TV의 BJ깡맥주가 창시하게 되는 전설적인 리심 콤보다.
그것이 나의 손에서 재현된다.
주도권을 한 번 잡은 리심은 적이 반항할 시간도 주지 않고 순삭이 가능하다.
하아!
또 한 번 아모모와 부쉬에서 인사하게 되었다.
먼저 음파를 날리고 평타를 때려 레드를 묻힌다.
그리고 E스킬, 땅치기로 이동속도를 저하시킨 후 다시 한번 평타.
궁극기로 아모모를 뻥! 까버리며 마무리 한다.
아모모는 어떻게 반항도 못하고 회색 화면을 맞이한다.
누구 마냥 키보드를 때려 부수고 싶을지도 모른다.
도주를 불허하는 철저한 능욕을 당해버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하도 정글을 따내자 나와 아모모는 4레벨 차이가 난다.
적팀의 사기는 당연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천상계라 유저들도 멘탈이 비교적 좋다.
때문에 아직 분열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금은 분명히 가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반응이 왔다.
-ㅋㅋㅋㅋ아모모잡고 어떻게 1인분도 못하지?
-정글 못하는 나도 승률 50% 만들어준 챔피언이 아모모인데..
-정글러가 주포지션인데 아모모 잡고 리심한테 털리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아무래도 현재 아모모는 스펙이 엄청나게 좋다.
자잘한 너프도 먹지 않았고 궁극기의 면적도 2배 가량 넓었다.
지금 시점의 아모모는 밴이 될 정도로 강력한 챔피언이다.
그런 아모모로 카정을 자꾸 당하니 답답한 모양이다.
─승리!
솔로랭크에서 정글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답도 없다.
게임을 더 해볼 것도 없다는 사실을 적들도 알고 있다.
20분이 되자마자 항복을 치고 게임을 포기한다.
-방장 리심도 잘하네ㅋㅋ
-근데 어차피 리심은 카정 빼면 끝아님?
-ㅇㅇ 한타가면 아모모가 100배는 더 좋음.
-아모모 6번 죽었는데 뭔 한타임ㅋㅋ 10킬먹은 리심한테 펜타킬나겠다ㅋㅋㅋ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시즌2의 리심은 잘 성장해도 애매한 유통기한 챔피언으로 분류된다.
시청자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리심은 말이야.'
하지만 내 리심의 밑천은 한참 남아있다.
게임이 너무 쉽게 풀려서 안 꺼냈을 뿐이다.
이제부터 줄창 보여줄 수 있다.
마스터 승격전의 첫 번째 승리.
이제 겨우 시작이다.
내 리심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는지 제대로 선보여줄 무대가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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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