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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라, 마스터!
─이~~쿠우~!!
중후하게 울려 퍼지는 리심의 음성.
리심의 궁극기, 범의 일격을 발동하며 쏘냐의 궁뎅이를 걷어찬다.
상대를 먼 거리까지 차버리는 그 특성상 걷어 차이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적어도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ㅁㅊ 뭐한 거야??
-왜 쏘냐가 갑자기 아군 쪽으로 배달됨?
-쏘냐 뒤로 이동해서 때려 찼음.
-대체 어떻게?
두루루루 채팅창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다.
내가 대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물론 저 많은 시청자들 중에서 내 플레이를 정확히 캐치한 사람도 있긴 있을 거다.
봤을 뿐이지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 정도로 현란한 플레이는 처음 봤을 테니.'
봇라인에 갱킹을 갔던 나의 리심.
궁뎅이를 걷어찼던 쏘냐는 아군 봇듀오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사실 당황했던 건 시청자들 만이 아니었다.
사실 아군도 갑자기 쏘냐가 대체 왜 날라왔는지.
쏘냐 본인도 자기가 대체 무슨 짓을 당한 건지.
양 팀 모두 반응이 조금씩 느렸다.
결국 서로의 실수가 상쇄되며 쏘냐는 황천길로 떠났다.
이런 날카로운 갱킹이야 말로 리심의 참맛이다.
아니, 없던 킬도 만들어 내는 게 진정한 꿀맛.
아마 쏘냐는 방심했을 것이다.
내가 뒤도 아니고 앞에서 왔으니 분명 그러했을 터다.
리심의 궁극기를 사용한 통칭 배달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적에게 뒤를 내어주는 상황은 흔치가 않다.
하지만 그것을 강제로 만드는 게 바로 '와드방로.
일반적으로 시야를 밝히기 위해서 깔아 놓는 투명한 와드를 타고 들어간다.
W스킬, 방로를 사용해 와드의 위치로 리심의 몸을 옮기는 플레이다.
즉, 와드를 들고 있는 리심은 점멸을 방로의 쿨타임마다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응용플레이 덕에 상대를 차낸다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리심의 궁극기가 환상적인 배달로 이어진다.
방금 내가 한 것이 그 플레이다.
-와드를 왜 거기 깐 거야?
-?? 돈 많아서 자랑하나?
-혹시 와드에 방로탈 수 있음?
채팅창에서 서로 꼬리를 물듯이 따져댄다.
내가 와드방로를 보여준 것은 방금이 처음이었을 테니 당연하다.
궁금증이 폭발하기 직전일 터다.
이대로 한타가 일어날 때까지 숨기고 있을까.
조금 장난스러운 생각을 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물어보는 이들 중에는 열혈팬들도 보였다.
너무 숨기다가는 밉상이 되는 수가 있다.
슈웅!
벽을 넘어버렸다.
당연히 점멸을 사용한 게 아니라 와드방로 플레이다.
2번키에 놓여져 있는 와드를 박고 방로를 탔다.
간단하면 간단하지만 시즌2에는 아무도 몰랐다.
-오오오오오오!
-저게 돼? 헐 대박.
-W스킬을 점멸로 만드네?
채팅창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똑똑히 보라고 일부러 느리게 보여줬다.
웬만큼 시선이 느려도 캐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와드박고 방로 타고를 어느 세월에 함?
-마우스를 두 개는 써야 할 듯.
-저거 그냥 입롤 아니냐?
빠르게 와드를 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연습하다 보면 누구라도 안될 거야 없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다.
어려워 보이는 게 당연하고 실제로 쉽지 않기도 하다.
그 와드방로를 활용해 나는 이리저리 전 라인을 쏘다녔다.
가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갱킹에 성공.
결과는 당연히 초전박살이다.
상대의 예측을 뒤집어 버린다.
와드방로로 벽을 넘어 엉뚱한 데서 나타난다.
더더욱이 현재는 시즌2, 움직임이 느린 초식 정글러들에게 익숙한 시점이다.
홍길동마냥 튀어나오는 내 리심에 반응할 수 있을 턱이 없다.
─승리!
승격전의 두 번째 판도 가볍게 가져왔다.
여기서 멈출 턱이 있을까?
연이어서 내리 달린다.
세 번째 승격전의 큐가 잡혔다.
쿠웅!
내가 리심을 너무 잘하긴 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 필연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다.
밴픽창에서 상대가 조금 치사한 짓을 해왔다.
-쟤네 리심 밴을 왜 해?
-2픽 쟤가 전 판에 리심으로 하드캐리함ㅋㅋ
-리심충이냐? 아, 그런 비주류 챔프 하지 좀 말지.
물론 내 방송을 보고 저격했을 확률도 있지만 마냥 그렇게 특정해서는 안된다.
인원이 적어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천상계의 특성상 때문이다.
전 판에 나와 게임을 했던 이가 상대팀에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가 적군이었든 아군이었든 마찬가지.
그런 엄청난 하드캐리를 봤으니 쫄렸을 테다.
무서워서 밴을 안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을 거다.
2연승을 챙겨주던 리심이 그렇게 밴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이번 판은 미드를 가야 할까.
AP마검사도 좋고, AP타이온도 괜찮다.
하지만 밴 좀 됐다고 라인을 바꾼다면 사나이의 자존심이 죽는다.
정글을 해야 한다.
리심이 밴된 이상 다른 챔피언을 찾는다.
아모모가 살긴 했지만 당연히 하지 않는다.
초식 챔피언은 별로 재미가 없다.
게다가 리심을 밴한 상대팀을 화끈하게 몰아붙일 수 없다.
상대의 멘탈을 갈아버릴 수 있는 챔피언을 하자.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결론이 나왔다.
다름아닌 끠들스톡이다.
-방장 끠들도 함?
-근데 끠들은 트롤챔도 아니고 에이, 재미없네.
-무난무난한 픽이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많은 챔프들 중에서 끠들을 꺼낸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보는 사람이 깜짝 놀라 자지러질만한 플레이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번 게임에서 써먹어 놀래켜줄 예정이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익숙한 아나운서의 음성과 함께 게임이 시작된다.
인베 단계는 무난하게 끝을 맺었다.
나는 봇듀오에게 리쉬를 받고 정글링을 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말이다.
-우리 정글 갱 안 해요?
-적 말화이트는 탑에 사는데~
말화이트는 탑솔러니 당연히 탑에 살지 이 양반아!
그러한 팀원들의 성화에도 묵묵히 정글만을 돌았다.
갱킹을 당해 죽는 것을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다 노리고 있는 바가 있다.
'끠들스톡은 6레벨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6레벨을 찍고 궁극기를 배운다.
그것을 위해 아군에게 무한정 희생을 강요한다?
딱 절반만 맞는 소리다.
티링!
이윽고 나의 끠들스톡이 6레벨을 달성했다.
정글만 돌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시간대가 일러도 너무 이르다.
-끠들스톡 벌써 6레벨?
-이게 RPG의 힘인가.
-이 정도 속도라면 RPG할 만하지.
시청자들의 이야기도 반만 맞았다.
무려 6분 대에 6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다름아닌 경험치룬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글러들이 안정적인 정글링을 위해 초반에 강력한 룬을 든다.
하지만 끠들스톡은 그런 거 없어도 체력관리가 준수하다.
W스킬, 빨대가 체력을 쭉쭉 빨아댄다.
덕분에 경험치룬을 들고 성장에 몰두할 수 있다.
이 경험치룬과 유틸 특성에 있는 영령의 힘이 더해진다.
결과적으로 경험치가 11%나 추가로 오르게 된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이른 타이밍에 6레벨에 도달하고 만다.
'그리고 끠들스톡과도 참 잘 맞아 떨어져.'
끠들스톡은 6레벨의 궁극기 갱킹이 가장 매섭다.
어설픈 갱킹을 가느니 정글링을 해서 6레벨을 찍는 게 나을 정도다.
그 과정을 룬과 특성을 통해 비약적으로 단축해냈다.
물론 이를 모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어리둥절 하겠지만 말이다.
-와, 대체 어떤 마술을 부려야 6분대에 6레벨을 찍음?
-경험치 버그라도 썼나 진짜 빠르네.
-ㅉㅉ심해들아. 방장처럼 실력 좋으면 정글도 빨리 돈다.
전부 틀렸다.
누구도 경험치룬과 특성 덕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이는 시즌3 후반기쯤 돼서야 유행한 룬특이다.
-적 말화이트는 아직도 탑에 사는데~
저 드립을 대체 언제까지 칠 작정인지.
저러면 정글러도 갱 가주기 싫은 법이다.
나는 징징거리는 탑솔을 내비두고 미드로 향했다.
딱히 그 때문만은 아니고 끠들스톡이라는 챔피언의 특성 때문이다.
끠들스톡은 미드 라인 갱킹을 성공시키기에 더없이 알맞다.
스킬구조 자체가 최적화돼 있다.
'안 보이는 벽 너머에서 그것도 6분대에 궁극기 갱킹,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가 없지.'
끠들스톡의 궁극기 황천의 까마귀 떼.
1.5초 간의 정신 집중 이후 점멸보다 넓은 거리를 이동한다.
두터운 벽을 뛰어넘어 갱킹을 성공시킨다.
한 번 닿아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코리아나가 때 아닌 봉변을 맞이한다.
까악! 까악! 까아악!
검은 까마귀 들이 코리아나를 거세게 물어 뜯는다.
5초에 걸쳐 주위의 모든 적들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선사한다.
눈으로 보기엔 마치 믹서기로 갈아버리는 듯한 시각 처리다.
여기에 Q스킬, 공포가 더해진다.
그 효과는 스턴과 비슷해 상대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아군의 갱호응까지 더해지며 코리아나는 전사.
멘탈 또한 함께 갈려나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무난하게 첫 번째 갱킹을 성공했다.
나는 곧바로 귀환해 아이템을 사왔다.
구입하는 아이템은 기동력의 신발이다.
약칭 기동신은 비전투시 이동속도를 엄청나게 상승시켜 준다.
이 당시에 끠들스톡은 연구가 덜 되어 기동신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3만 돼도 끠들스톡에게 기동신은 코어템이 된다.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게 만들어주니까.'
뚜벅이인 끠들스톡이 엄청나게 빨리 움직인다.
여기에 궁극기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상대로 하여금 내가 어디서 튀어날치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그 장점을 살려 또다시 미드 갱킹을 노렸다.
궁극기의 쿨타임이 차자마자 곧바로 떨어진다.
코리아나가 또다시 봉변을 맞이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 놈을 또 처치했습니다!
왜 이렇게 집요하게 미드만 노릴까?
물론 미드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라인이라서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번 게임에 한해서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
적 1픽이 바로 코리아나였다.
밴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1픽이 한다.
다른 녀석이 부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거까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고.'
어떻게 알고 싶어도 물어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
물어본다고 해도 발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일단 한 놈만 조진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말이다.
-미드 좀 작작 파! 으아아아아아아!
나로 인해 4데스, 여기에 솔킬이 한 번 더 겹친다.
총 5데스라는 전적으로 미드 라인의 포탑까지 허물어진 코리아나가 울부짖는다.
그렇게 코리아나가 아리까리한 희생을 해준 덕에 나는 부유해졌다.
벌써 끠들스톡의 필수 아이템 조냐의 물시계가 완성되었다.
안 그래도 미드가 무너져 불안하기 짝이 없는 적팀의 조합.
용한타가 시작하자 금이 쩍쩍 갈라지며 약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제대로 노린 내 끠들스톡의 궁극기가 한 가운데 파고 들었다.
상대의 진영을 붕괴시키고 광역 데미지로 적들을 살살 녹인다.
콰광!
쾅! 쾅!
물론 적들도 반격을 한다.
내 끠들스톡을 물몸이고 점사하면 쉽게 죽는다.
화가 난 적군들의 스킬을 포화처럼 쏟아 붙는다.
전부 도로아미타불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띠이잉..!
조냐의 물시계가 발동되며 모든 스킬과 데미지를 무시한다.
나를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갔던 적들은 까마귀 떼에 갈려나간다.
업진살처럼 살살 녹아버린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이미 두 배 이상 해버렸다.
나머지는 아군들이 숟가락 하나씩 얹힐 차례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한타 구도가 벌어졌다.
─승리!
그 한타 이후 적팀을 항복을 해왔다.
대전기록창에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상대팀은 코리아나를 일방적으로 갈구고 있다.
-니가 리심만 밴하면 이긴다며!
-ㅉㅉ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찐따 자식.
-쟤 만나서 정상적인 게임 한 적이 없음. 빨리 심해로 꺼져라.
'이게 바로 정의구현이지.'
물론 이겼을 때나 정의구현인 법이다.
만에 하나 지기라도 했다면 부들부들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스터 티어로 승격하셨습니다! 전장에서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한 번은 떨어졌던 마스터 승격전을 다시 치고 올라갔다.
조금 거창스러운 알림이 뜨며 내가 마스터 티어로 승격했음을 알린다.
시청자들은 당연 날리가 났다.
-방장 닉값 제대로 하네. 정글도 잘해버려?
-뜬금없이 정글해서 불안했는데 반전 제대로네ㅋㅋ
-우두루로 팡우 괴롭히는 거 못 봄? 원래 정글도 잘해.
-방장님 마스터 티어 승격 축하해요! 재능 좀 나눠주십쇼!
축하의 메세지와 함께 별풍서들도 다다닥 터진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일단 일어났다.
긴장한 채 두 번째 승격전을 치뤘던 탓일까?
평소보다 상당히 피곤하다.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은 이르게 방송을 종료.
맛있는 거라도 먹으며 원기를 회복할까.
그대로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나에게 무언가가 눈에 띄인다.
올마스터 계정에 친구 추가가 하나 들어왔다.
'시청자인가? 방송도 끝냈는데 뒷북치기는.'
나는 피식 웃으며 친구 추가 제의를 끄려고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일상이다.
원래 BJ를 하다 보면 친구 추가가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온다.
어지간하면 죄송하다고 돌려 말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 Azobu..?'
단순한 사칭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것은 프로게임단이다.
회귀 후, 첫 번째 기회가 뜬금없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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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