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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6화 (2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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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리뮤.

나와 빌어먹을 악연의 친구.

이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뭘까?

녀석과는 정말 오래 알고 지내왔다.

하지만 녀석에 대해 아는 건 단 하나다.

나오는 게임마다 깽판 치고 다니는 게 삶의 낙인 놈.

갤럭시 크래프트, 갑작스런 공격, 시티 디펜스, 노바 1942 등.

웬만한 게임에선 랭커를 차지했던 전력이 있다.

한두 게임도 아니고 유행하는 게임마다 족족이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재능충 자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경력을 가진 리뮤자식과, 내가 얽히게 된 게임은 갑작스런 공격이었다.

총을 두두두두 쏴서 상대 팀을 제압하는, 흔히 FPS로 분류되는 게임이다.

제작사는 돈슨이라 불리우며 악명이 지극히 높다.

나도 게임에 대한 재능이라면 상당하다고 자부했던 바.

하지만 처음 만났던 녀석은 격이 달랐다.

주구장창 게임만 하기 위해서 태어난 인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 이후로 같이 다른 게임을 할 때마다 적응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이 자식은 정글 한복판에 슉~하고 던져 놔도 어떻게든 원숭이처럼 적응해 살아나가겠지.

그런 생각이 진지하게 들 정도로 게임을 배워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로드 오브 로드를 시작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음에도 녀석은 다이아3, 나는 실버3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rd)가 이 정도로 뜨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때문에 대충대충 했다는 이유도 분명 있다.

당시 군대를 전역했던 나는 심심을 타파할 거리가 필요했다.

당시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롤을 함께 플레이했던 정도다.

그런데 그 로드 오브 로드가 단순히 심심풀이가 아니게 됐다.

서서히 인기가 쌓여가던 롤은 한 순간을 기점으로 확 떠버렸다.

계기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갤럭시 크래프트의 몰락 때문일까.

한국 내에서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엄청난 인기몰이를 해왔던 갤럭시 크래프트의 차기작 갤럭시크래프트2가 예상외로 선전을 하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게임 방송사인 오프게임넷에선 갤럭시 크래프트를 대체할 E-스포츠가 필요했다.

새로운 대세가 되어줄 수 있는 게임으로 로드 오브 로드가 주목 받았다.

당시 한국에서 로드 오브 로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게임을 만든 회사 자체도 솔직히 많이 듣보였다.

더욱이 AOS장르 라는 것 자체가 정말로 희귀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로드 오브 로드 이전에도 AOS장르의 게임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AOS게임들은 정말 쓸데없이 난잡하고 유저가 배워야 하는 잡지식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매니아성은 높아도 초보 유저들의 접근성이 지나칠 정도로 낮아서 유입이 되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로드 오브 로드는 접근성이 무척 좋았다.

그 점이 오히려 기존의 AOS류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었다.

AOS는 복잡한 게 참맛인데 너무 단순한 거 아니냐?

응, 아니야.

심플함에서 싹트는 운영과 컨트롤의 묘미가 있었다.

한국에 출시된지 고작 2년이 안되어 점유율이 40%에 가까워질 정도로 한국 게이머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내가 알고 있는 6년 후의 미래까지 길고 긴 게임 수명을 유지하며 역사에 한 획을 제대로 그었다.

나는 그러한 미래를 알고서 시즌2로 회귀했다.

한 몫 단단히 잡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찬스다.

실제로 회귀한지 두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전의 인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별풍선을 물쓰듯 쏴주는 열혈팬 형님들.

예은, 길고양이와도 잘되어 갈 것 같은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의 인생,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만족이다.

무시 받고 천대 받고 고생만 했던 나는 이 정도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손을 놔버리고 인생을 즐기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그토록 동경해왔던 무대.

프로게이머로서 빛나는 조명을 받으며 수만명의 관중 앞에 선다.

억단위로 있는 전세계 로드 오브 로드의 팬들에게 내 게임 화면이 송출된다는 짜릿함을 느낀다.

결코 쉬운 길이 될 수는 업삳.

재치고, 재치고 가로 막는 모든 이들을 밀쳐내며 치고 올라가야 한다.

다시 한번의 인생에서 비정한 수라의 길을 걷는다.

이~쿠우우!!

적 탐라이너 리픈을 사정없이 까버린다.

Q스킬 3번, E스킬 1번.

총 4번의 도약이 가능한 리픈이지만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갱킹 생각 안하고 막무가내 딜교하다가 딱 걸렸다.

나에게 뒤를 잡힌 이상 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치킥을 제대로 선사하며 리픈을 골로 보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라인 밀면 죽어야지 별 수 있나.

탑신병자 스타일은 기특하게도 갱각을 정말 잘 준다.

상대 리픈이 전체 채팅으로 무어라 떠들어온다.

[전체]-탑갱 좀 작작 와ㅡㅡ

지난 번 티몽 상태 이후 어지간하면 작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에 한해서는 살살 손봐줄 생각이 없다.

저 리픈 자식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쿨통통이라는 유저였다.

한 달쯤 전이었을까.

내가 회귀한지 얼마 안됐을 때.

양학을 하는 BJ들을 저격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단단히 혼쭐을 내줬던 한 녀석이 쿨통통이다.

그 리픈충 쿨통통을 마스터 티어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리고 이미 한 번 예고했던 복수를 해줬다.

고작 양학 계정을 저격해서 빡치게 한 정도로 안된다.

녀석에 대한 내 분노가 풀리면 아직 한참은 멀었다.

물론 딱히 저격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우연하게 만난 것일 뿐이다.

이 우연이 앞으로도 수 번 반복될 예정이다.

사람이 적은 탓에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는 극천상계 아닌가?

이 판을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만날 때마다 차곡차곡 승리의 제물로 만든다.

─승리!

-방장 탑갱 겁나 좋아함ㅋㅋㅋㅋㅋ

-저번에도 항상한심 티몽한테만 갱가더니ㅋㅋㅋㅋㅋㅋ

-탑108갱 오진 부분이고요~ 쿨통통 개털린 부분이고요~ㅋㅋ

쿨통통의 멘탈을 가볍게 털어주며 승리를 챙겼다.

시청자들이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일단 쿨통통 녀석도 나름대로 BJ다.

인기는 나보다 적지만 방송 경력을 오히려 길다.

모르긴 몰라도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터.

이렇게 BJ들끼리 만나서 대결하는 구도는 시청자들의 팝콘각을 자아낸다.

'그러고보니 날 기억하고 있으려나.'

공교롭게도 내가 녀석의 양학 계정을 저격했던 아이디도 바로 이 올마스터였다.

기억력이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한 아마 기억이 날 것이다.

아니면 뭐 정말 머리가 나빠서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고.

기억이 나든, 말든 뭐가 중요하겠는가?

녀석은 나한테 해코지를 할 수 없다.

항상한심처럼 트롤이라도 했다간 BJ인생 아작 난다.

게임이란 건 결국 실력이 전부다.

못하면 털려야지, 별 수 있나?

-캬 쿨통통 또 만남ㅋㅋ

-정의구현각 오지게 나왔구요~

-쿨통통 점수 왕창 빨리겠다ㅋㅋㅋ

세상사 운 나쁘면 거꾸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다.

그날 내내 단 한판도 빠짐없이 쿨통통은 상대로만 걸렸다.

네 번이나 나에게 점수를 쪽쪽 빨리는 영양제 역할을 해줬다.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네 판 연속 나는 정글이었고 쿨통통은 탑이었다.

연이은 데자뷰에 쿨통은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멘탈이 탈탈 털렸다나 뭐라나.

채팅창을 통해 시원한 속보가 실시간으로 들려왔다.

.

.

.

* * *

작은 방구석에서 한 남자가 궁상맞게 중얼거렸다.

모니터 화면에 패배라는 글자가 네 번 연속으로 자신을 맞이했다.

'제길, 올마스터 이 자식은 뭔데 자꾸..'

남자의 정체는 파프리카TV의 BJ이자 천상계 유저인 쿨통통.

연이은 패배 때문에 화가 난 그는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고 투덜투덜 거리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이 올마스터라는 놈은 대체 뭐하는 놈일까?

뭐하는 놈이길래 자꾸 탑갱만 쳐와서 자신을 말리는 걸까?

물론 고작 갱킹을 많이 왔기 때문에 삐진 건 아니었다.

게임 내용가지고 삐질 정도로 자신은 쪼잔하지 않다.

까놓고 말해서 올마스터 녀석은 인정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잘했다.

잘하는 사람한테 지는 건 결코 쪽팔린 일이 될 수 없다.

갱킹을 조금 도가 지나치게 오긴 했지만 달아올랐던 머리가 식자 이해가 된다.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한 바람에 갱각을 많이 내주게 됐다.

이 특성을 잘 파악하는 정글러들은 일부러 탑갱만 오는 경우가 흔하다.

상대가 잘하기까지 하면 당연히 몰라봤을 리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감이 있었다.

리픈의 기동성을 살려서 갱을 피할 자신이 있어서 그런 플레이를 한 거다.

어지간한 정글 상대로는 오히려 역관광을 낼 자신이 잇었는데.

상대는 어지간한 수준을 한참은 뛰어 넘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두 아는 것처럼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는 타이밍에 골라서 와버렸다.

그것도 상상하지도 못한 갱킹 루트로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혀댔다.

'아, 이 녀석이었구나. 저번에 봤었는데.'

인터넷 서핑 끝에 올마스터가 대체 뭐하는 녀석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롤 커뮤니티 사이트, 잉벤에 와드방로라는 요상한 기술을 선보인 유저.

리심의 W스킬을 사용해 벽을 넘어다니는 플레이로 단기간에 유명세를 탔다.

아마 그 기술을 사용해서 갱킹 루트를 짯을 터.

예상하지 못했던 위치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그래서일 테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올마스터의 영상을 보던 쿨통통은 떠올렸다.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아이디 같았다.

'언제였더라.. 분명 만난 적이 있지 않았나?'

자신이 기억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분명하다.

사고 한 구석에 어떻게 남아있다.

그렇다 해도 확 떠오르는 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쿨통통은 더욱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을 사용해 검색했다.

하나, 둘 올마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타났다.

녀석에 대한 내용은 한 마디로 초신성.

갑작스레 나타난 솔랭 전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기BJ.

200위권조차 버거워 하는 자신과는 명백히 달랐다.

녀석은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파프리카 BJ랭킹 100위 내에 자리매김했다.

100위권 BJ부터는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 자신과 올마스터 녀석의 위치는 한 마디로 하늘과 땅이었다.

'제기랄.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올라갈 거라고.'

녀석이 특별할 뿐이다.

결코 자신이 못난 게 아니다.

이래 봬도 마스터 티어에서 흔하지 않은 리픈 장인이다.

그렇게 구글 페이지를 3번째를 넘겼을 때.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BJ..저격? 팡우?'

아재BJ 팡우가 우두루때문에 제대로 빡친 영상은 자신도 몇 번이나 돌려본 기억이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상대 우두루 유저의 아이디를 기억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우두루 유저가 바로 올마스터라고 한다.

설마 하고 찾아보니 실화.

정말로 우두루의 위에는 올마스터라는 네 글자가 정확하게 박혀 있었다.

이전에 자신을 그토록 저격했던 그 녀석이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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