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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7화 (2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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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쿨통통 이 자식 게임을 안 하네?'

내 리심 정글에 4판 연속 탈탈 털렸던 리픈충 쿨통통.

어째서인지 엊그제부터 게임을 안 하고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지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파프리카 방송까지 쉬는 중이다.

'뭐, 내 알바냐.'

지가 어디서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무슨 상관인가.

살짝 방아쇠가 된 느낌이라 신경이 쓰였을 뿐이다.

당연히 죄책감까지는 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살다 보면 4연패할 수도 있지.

대전게임에서 10연패정도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는 거 아니겠는가.

그 정도로 멘탈이 깨지는 나약한 녀석이 문제다.

뭐, 그래도 내가 아주 악한 아이는 아니다.

다음부터 쿨통통을 만나게 되면 탑갱 적당히 가줘야겠다 싶다.

물론 처음 만나는 상대들한테는 전혀 자비가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BJ양반, 살살 좀 보여줘어~ 너무 빠르잖아.

-ㄴ아재 시력교정 좀 하세요.

-이건 나이 문제가 아니지 ㅋㅋ 나 스무 살인데 전혀 안 보인다ㅋㅋㅋ

오늘도 나는 리심 꿀을 쪽쪽 빨고 있었다.

요즘 너무 리심만 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원체 좋은 걸 어쩌겠는가.

정글 리심만큼 전 라인에 영향력 주기 좋은 챔프가 또 없다.

일단은 리심으로 단단히 꿀 빨고 점수를 올리는 게 먼저다.

'근데 솔직히 많이 질리긴 하네.'

리심같은 비주류 챔프는 저격이 아닌 이상 뺏길 일이 없다.

게다가 승률도 좋아서 어지간하면 정글 양보를 받고 있다.

더욱이 내 리심은 최근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듯하다.

-올마스터? 잉벤에 영상 올라온 리심아니야?

-ㅁㅊ 진짜네 다이아더만, 벌써 나를 만나냐.

-본캐 뭐임? 프로? 어디 가서 안 말할 테니 저만 갈쳐주셈.

실제로 어떻게 게임하는지 보고 싶어서라도 양보해준다.

그렇게 나는 4일 내내 리심만 하고 있었다.

중간에 몇 번 다른 챔프를 하려고 한 적도 있긴 했지만.

-3픽 리심하라고~ 안 하면 내가 정글 간다?

팀원이 이렇게 협박을 해오거나.

-방장님 잉벤에서 리심 영상보고 왔는데 리심 좀 해주세요ㅎㅎ

-리심 안 하면 당장 나간다. 알아서 판단해라.

-건빵 갑질 패기 오졌다ㄷㄷ

유입된 시청자들이 들들 볶는 바람에 안 하기도 힘들다.

뭐, 그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난 쇼맨십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웬만하면 재밌는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그래도 진짜. 내일부터는 딴 챔프 좀 해야겠다.'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물리기 마련.

나 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슬슬 질려할 때다.

이러다가는 리심 장인으로 이미지가 굳어버릴 지겨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리심으로 점수를 쭉쭉 올리던 나날.

갑작스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시작은 어떤 시청자 한 명의 헛소리였다.

-방장아 너 대리냐?

조금 찔리는 부분이긴 하다.

내가 몇 번 대리 듀오를 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밝혀져도 딱히 문제되는 부분은 아니다.

실제로 대리를 한 것도 아니고 시청자 듀오.

러이갓 같은 애들은 진짜 대리 게임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이 정도 가지고 누가 왈가왈부 하겠는가.

그런데 방금 전 같은 녀석들이 자꾸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BJ 대리받았데ㅋㅋㅋ

-네 다음 대리충~ 마스터 꽁으로 찍고 BJ하는 놈~

슬슬 건빵 어그로가 날뛸 시기인가.

강퇴를 할까 고민하던 찰나.

비슷한 채팅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잉벤에 올마스터 저격 떴다ㄱㄱ

-방장 실버였는데 대리 받고 올라왔다며?

한두 명이 아니었다.

게다가 잉벤이라는 명칭.

속칭 세계정부라고 불리는 잉벤은 유명한 곳이다.

그 별명에 걸맞게 악한들을 심판하곤 한다.

가끔가다 생사람을 잡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어쩌면 그 생사람에 내가 걸린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보기엔 난 걸릴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의아하던 참에 채팅창에 링크들이 올라왔다.

나는 시청자들이 걸어주는 링크를 클릭했다.

내가 거론됐다는 문제의 화제글이 화면에 띄워졌다.

─제목 : 파프리카BJ '올마스터' 빼박 대리 증거 포착.

제목부터가 어그로성이 다분한, 누구라도 한 번은 클릭해보고 싶어할 느낌이다.

설사 올마스터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보게 된다.

누군가 한 명 싸잡아 욕먹는 글은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있다.

나라도 안 보고 지나칠 리가 없다.

하지만 뭐 별 내용이 있을 리가.

단순히 어그로성에 기인한 관심 끌기일 테다.

그런데 댓글의 수부터 추천까지 심상치 않다.

더욱이 작성자의 부단한 노력이 엿보인다.

CP.GG 사이트의 전적 스크린샷들까지 쫙 정리되어 있었다.

─제가 CP.GG에서 확인한 올마스터의 전적입니다.

보이시죠? 한달하고 반 전만 해도 실버였습니다.

무려 실버요.

하다못해 플레티넘만 돼도 포텐이 터지면 올라갈 수 있었겠죠.

누구나 랭크 게임하다가 갑자기 게임이 잘 돼서.

혹은 게임을 이기는 법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서.

점수가 확 올라갈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버입니다. 실버.

죽었다 깨어나도 실버가 한 달 반만에 마스터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고스트 대리왕도 아니고ㅋㅋ

-비유지렸다ㅋㅋ 고스트 대리왕ㅋㅋㅋㅋ

-ㄹㅇ 대리아니면 핫숏디디가 와도 안됨.

-BJ올마스터가 지납 번에 핫숏 잡은 애 아님?ㅋ

-그건 걍 뽀록이고ㅋㅋㅋ 혹은 대리거나ㅋㄷ

태반이 부정적인 댓글들이다.

확실히 글의 내용만 봤다면 누구라도 혹할 만하다.

그 글을 올린 장본인의 이름값도 크게 작용했다.

'쿨통통 이 자식. 뭐 하나 했더니..'

리픈장인 쿨통통.

방송 자체는 말하는 게 너무 노잼이라 흥하지 않았지만 리픈장인으로서는 상당히 알려져 있다.

잉벤 내에서 인지도가 나름 높은 축에 속한다.

대충 아, 그 리픈 잘하는 개~ 정도.

심지어 방송에 출연했던 적도 있었다.

각 챔프 별 빼어난 장인을 소개하는 코너.

현재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rd)의 유저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오프게임넷의 인기 방송이다.

장인 어르신이란 코너에 나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잉벤에서는 네임드로 통하게 된 쿨통통.

그런데 그 쿨통통이 내가 대리 유저라는 글을 올린 장본인이었다.

'하, 나름대로 논리적이구만.'

녀석이 제시한 증거는 꽤나 날카로웠다.

솔직히 순수하게 말로는 반박하기 힘든 수준이다.

나 같아도 실버가 갑자기 마스터 됐다고 하면 도저히 믿을 수가 없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짜로 정정당당 게임을 해서 마스터를 찎었는데.

그리고 나에겐 이 상황을 타파할 증거가 있다.

쿨통통에게 엿을 아주 크게 먹여줄 수 있다.

다름아닌 내가 나라는 사실이다.

내 계정이 내 본인의 것이고.

내 실력이 내 손에서 나오는 것이라 증명을 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는데 반박이 나올 여지가 없다.

나는 잉벤의 자유게시판에 당당히 게시글을 올렸다.

뭘 잘못했다고 빼야겠는가?

쿨통통을 향한 도발은 서비스다.

─제목 : 안녕하세요, 화제글의 장본인 BJ올마스터입니다.

─리픈장인 '쿨통통' 님이 빈약한 근거로 유언비어를 퍼트린 게시글은 봤습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저는 대리유저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못 믿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래서 저는 제안하려고 합니다.

오프게임넷의 장인 어르신에 나와 실력을 증명하겠다.

당연히 내 계정 명의를 인증하고.

컨트롤도 인증하고.

내 민증까지 깔끔하게 전부 말이다.

물론 내가 이 정도 거는 만큼 너도 걸어라.

사건을 보통 키워 놓은 것도 아니고 사람을 대리충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냐?

진 쪽이 버로우 타는 약칭 버빵을 제안한다.

해명을 못하면 내가 접고, 하면 니가 접고.

쫄리면, 뒈지시던가?

아니면 미리미리 고개를 숙이던가.

대충 이런 늬앙스의 글을 조금 더 정중하게 포장해 잉벤의 자유게시판에 적었다.

-뻥카 지리고요ㅋㅋㅋ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ㅋㅋㅋㅋ

-마! 누가 해머 가져와라. 손모가지 날아가 붕게ㅋㅋㅋ

단박에 축제 분위기가 인다.

어차피 본인들은 장본인이 아니다.

치킨을 시키든, 팝콘을 뜯든, 잉벤 유저들은 구경거리가 생기면 그만이었다.

-버빵 실화냐ㅋㅋㅋㅋㅋ

-이거 지면 올마스터 방송 못 보는 거?

-설마 구라겠냐 이 짓까지 하고ㅋㅋㅋㅋㅋ

당연하게도 방금의 상황을 방송을 켜놓은 채 진행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

하나하나 보고 있던 시청자들 또한 박장대소를 하며 팝콘을 들고 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쿨통통은 막다른 길에 몰린 셈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따윈 없다.

그러게 시비를 걸 거면 사람 봐가면서 걸어야지.

이 멍청한 빡대가리야.

그리고 나는 겨우 이 정도에서 멈춰줄 생각이 없다.

"여보세요. 아, 장인 어르신팀 맞죠?"

-ㅁㅊㅋㅋㅋㅋ진짜냐?ㅋㅋㅋㅋㅋㅋㅋ

-뭐ㅏ, 정말로 전화 건 거야?

-연기여도 진짜여도 어느 쪽이여도 대박이다ㅋㅋㅋㅋㅋ

-쿨통통 덕에 방송 흥한다ㅋㅋㅋㅋ

장인 어르신 홍보 부서에 전화를 걸은 건 당연 실화다.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여건이라 함은 별 건 아니고 내가 리심 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인 어르신은 장인들을 방송하는 코너다.

잉벤에 내 리심 플레이 영상이 올라온 이후로 제의가 왔었다.

혹시 장인 어르신 코너에 나와볼 생각이 있는가?

생각은 있는데 조금 더 생각 해보고 연락 주겠다, 내가 요즘 좀 바빠서 시간 내기가 좀 그렇다.

그 정도로 이야기를 끝마쳤는데 오늘 계기가 생겨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통화까지는 안 했고 파프리카TV의 쪽지로 답장만 주었다.

쪽지를 보낸 장인 어르신 PD는 꽤나 달아올랐는지 모쪼록 잘 부탁한다며 재답장을 보냈었다.

그래서 원하는대로 연락을 준 것이다.

조금 사고를 안고 가긴 하게 됐지만.

"시간이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당장 내일 말입니까? 그야 당연히.. 오케이입니다!"

단 1분도 걸리지 않아 OK사인을 받았다.

사실 나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그로가 끌린 대박 사건을 장인 어르신팀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을 테니까!

통화는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이벤트 전이요? 알겠습니다. 뭐 저야 나쁠 거 없죠. 실력이라면 자신 있으니까요."

장인 어르신팀에서 요청해온 하나의 이벤트.

리픈 장인 쿨통통과 나 올마스터의 1:1 라인전이었다.

장인 어르신팀에서는 기왕 할 거면 확실하게 띄우고 싶은 모양이다.

승락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1:1로 쿨통통을 박살내는 건 나도 바라는 바다.

사이다도, 이런 사이다가 또 있겠는가.

약속을 잡은 시간은 내일 오후 두 시다.

서울에 있는 오프게임넷 스튜디오 방문하기로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혹시 몰라 쐐기까지 단단히 박아놨다.

─아~ 쿨통통님이요? 그 분 장인 어르신에 한 번 나오신 거 아시죠? 연락처 다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허허.

쿨통통과 나.

어느 한 쪽은 완벽하게 끝장나게 될 버빵이다.

진정한 단두대 매치가 그렇게 성사되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댓글이 삭제되는 경우는 오직 공지사항,욕설 2가지뿐입니다.

위 2가지 경우는 정말 최소한의 선이에요..ㅠ.ㅠ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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