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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29화 (2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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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삭빵

"김토홍이라고 합니다."

"김시현이라고 하네요."

민철씨의 제안을 수락한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됐다.

오프게임넷 스튜디오에서 쿨통통가 만났다.

내키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김토홍이라니 참 특이한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 쿨통통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딱히 그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라기 보단 쿨통통이라는 아이디의 유래가 웃겼기 때문이다.

토홍을 빠르게 발음하면 통.

앞 글자인 쿨은 자신의 성격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래도 쿨통은 어감이 이상해서 일부러 한 글자 더 붙이게 됐다고.

그런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의 유래를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물론 나는 쿨통통의 성격이 전혀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리고 딱히 유래가 궁금할 만한 아이디는 아닌 것 같지만.

게임 닉네임정도야 본인의 자유니 그러려니 한다.

나와 쿨통통은 정말 대충 인사를 나누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잠시 지체된 탓에 방송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곧바로 녹화가 진행되었다.

영화를 찍는 것처럼 사람이 직접 카메라를 들진 않았고.

조그만 스튜디오방 내부에 여러 각도로 카메라가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게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셋팅이 완료돼 있다.

뭐, 셋팅이라고는 해봤자 별 건 없지만 말이다.

그냥 컴 키고 롤 키고, 나머지는 진행자와 내 입담으로 때운다.

사실상 개인 방송과도 다를 게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형식이기에 인기가 많은 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몇 년쯤 후 였던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 약칭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 몰이를 했다.

타 방송과 가장 차별화된 요소가 바로 인터넷 개인 방송의 형식이라는 부분.

파프리카TV 등의 개인 방송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결과는 따져볼 것도 없이 흥행 대박.

물론 하나하나 요소를 비교해 보자면 지금 내가 출연하는 장인 어르신과는 다른 점이 많다.

개인 방송을 하는 것과 비슷해서 긴장이 안되는 게 다행인 정도다.

큰 컴퓨터 모니터 앞에 내가 앉아있고.

그 좌우에 진행자로 온 호루스와 쿨통통이 보조한다.

호루스씨는 40대정도의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다.

오프게임넷에서 이전부터 몇 개의 프로그램들은 맡아온 베테랑 진행자다.

그 나이에 걸맞게 롤은 드럽게 못한다.

아재BJ 팡우처럼 만년 브론즈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고 보면 잘하는 아재도 한 명 있었지.'

모든 아재들이 못하는 건 아니다.

잘하는 아재BJ도 없지는 않다.

부산 사투리로 유명한 BJ흐난. 30대 중반정도 되는 아재가.

그렇게 잠깐 딴 생각하는 사이.

시간이 되었고 방송은 시작했다.

그런데 방송 시작하자마자 쿨통통이 사고를 쳤다.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구설수에 오른 본인이 직접 자리에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증명이 끝난 게 아니냐?

호루스씨의 물음에 쿨통통이 반박했다.

"제가 잉벤에 올렸던 대리 관련 외에도. 의심하는 게 2가지 더 있습니다."

쿨통통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의 잉벤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내 대리 의혹에 대한 심화 설명이었다.

"올마스터의 계정은 본인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계정을 키우는데 한참이 걸리는 로드 오브 로드.

그 과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줬을 지도 모른다.

실버에서 100판 넘게 플레이했던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라는 게 쿨통통의 새로운 주장이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쿨통통씨. 대리 게임이 옳지 않은 건 사실이죠. 그런데 조금 논점이 벗어난 게 아닌지."

당연하게도 오늘 이 자리에서 증명할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한 마디 하려던 걸 호루스씨가 예리하게 짚어왔다.

비록 게임 실력은 브론즈일지라도 40대의 나이는 결코 허투루 먹은 사람이 아니었다.

'당장 증명을 하지 못해도 별 의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현재 시즌2에도 대리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자신의 실력이 아님에도 남의 도움으로 올라가는 행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불법까진 아니다.

게임사에서 딱히 제재를 하는 일은 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을 텐데.

구태여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인신 공격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리 듀오를 한 나와는 달리 쿨통통은 직접 대리를 했다.

시청자 아이디를 빌려서 게임을 하지 않았던가?

"여담이긴 한데 쿨통통씨도 방송 주력 컨텐츠가 시청자 티어 올려주기 아니었나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호루스씨의 물음에 쿨통통이 안색이 굳었다.

이것저것 이유를 만들어 온 모양이지만 애초부터 아귀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피식 실소를 흘리기엔 아직이다.

녀석은 두 가지라 말했다.

할 말이 남았는지 쿨통통이 입을 놀렸다.

"후우.. 호루스씨는 혹시 헬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대리에 이어 헬퍼라니.

잠자코 듣고 있자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무리수도 적당히 던져야지.

내가 헬퍼면 왜 여기까지 나와 게임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쿨통통은 헬퍼야 말로 자신이 꺼내고 싶었던 본론이었는지 이것저것 준비성이 돋보이는 언변을 늘여 놓았다.

아무래도 현재 시즌2에서는 헬퍼가 무엇인지, 로드 오브 로드에 핵을 쓰는 유저가 있기는 한지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쿨통통의 헬퍼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본질에 대해서는 정확했다.

"....여기까지가 헬퍼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올마스터를 헬퍼로 의심하는 이유는…"

한술 더 떠 내가 헬퍼라?

쿨통통은 진지하게 나를 헬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헬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헬퍼를 쓰려면 반드시 특정 프로그램을 깔아야 할 텐데?

책임도 못 질 말을 계속해서 늘여 놓는다.

"와드를 깔고 방로를 타는 속도라던지 말이죠. 그리고…"

마음 같아서는 뒤집어 엎고 싶지만 참는다.

일단 녀석이 어떤 발악을 할지 잠자코 듣는다.

다 듣고 보니 나름대로 논리는 가지고 계셨다.

"물론 제가 보는 앞에서까지 핵프로그램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때문에 지금 이 스튜디오에서 올마스터 계정을 플레이한다면 평소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쿨통통은 아주 자신감이 넘치게 선언했다.

여기에 더해 쿨통통은 한 마디를 더 던졌다.

"화제의 리심 플레이는 꼭 보여주셔야겠습니다. 당연히 영상과 같은 속도로 말이죠."

만에 하나 정말 운이 나빠서 게임을 지더라도 이건 해줘야겠다.

방송으로 보여주었던 엄청난 속도의 와드 방로.

그 이후에 연계되는 콤보까지 말이다.

쿨통통은 아주 제멋대로 시청자들 앞에서 조건을 걸어왔다.

"마음대로 하시죠. 안 그래도 하려던 참이니까."

호루스씨가 쿨통통의 과도한 발언에 주의를 주려던 찰나.

내가 먼저 쿨통통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기고만장했던 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못내 억지 웃음을 지으며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게 빤히 보인다.

'설마 단칼에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내 화려한 리심 플레이를 보여주는 건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

어제 이민철씨와 통화했을 때부터 이야기가 오갔던 부분이다.

물론 쿨통통은 당연히 몰랐겠지만 말이다.

어찌되었 건 녀석은 지뢰를 밟아도 단단히 밟았다.

대범한 나의 대답에 안색이 굳어버린 쿨통통과 달리.

호루스씨는 누가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상이 펴졌다.

나와 쿨통통이 서로에게 거는 내기가 커지는 만큼 방송은 흥해 갈 테니까.

그렇게 서로 말로 하는 견제가 끝이 났다.

이제는 슬슬 본방을 시작할 때다.

가장 먼저 꺼내는 건 당연히 민증이다.

"자, 보이시죠? 제 주민등록증입니다. 여기, 클로즈업 해주세요."

나는 모니터 위의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갑에서 꺼낸 주민등록증의 민증 번호를 가린 채 내밀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모두 볼 수 있도록 오랫동안 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에 접속한 올마스터 계정.

정보 보기를 클릭하니 김시현이란 세 글자가 떡하니 박혀 있다.

내 주민등록증과 같이 화면에 송출되고 있을 테다.

누가 어떻게 봐도 반박할 건덕지가 없는 상황이다.

내 왼쪽에 있는 쿨통통이 팔짱을 깊게 끼고 입술을 물어 뜯는다.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려던 입에 가까스로 제동을 걸고 방송을 이어나갔다.

물론 진행하는 건 내가 아닌 호루스씨다.

그래도 빠릿빠릿 멋있는 모습을 주어야 내 방송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훗날 스타급 프로게이머가 될 내 전설의 한 획이 예쁘게 그어지는 셈이다.

나는 방긋 웃으며 시청자들을 향해 쿨통통의 마지막을 고했다.

"그럼 이제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증명은 충분한 것 같으니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내 계정이 내 것이라는 증명을 충분하다.

그렇게 판단한 진행자 호루스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잘 통하시는 분이라 참으로 다행이다.

바로 게임을 돌리자 곧바로 큐가 잡혔다.

쿠웅!

극천상계의 게임은 원래 큐가 잡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고작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추측컨데 지금의 생방송을 보고 있는 일부 극천상계 유저들의 저격이다.

나도 한 번 방송 좀 출연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우르르 같이 큐를 돌린 듯하다.

그렇게 잡힌 픽창에서 나는 아군들의 아이디와 전적을 살폈다.

서폿이 두 명, 탑도 두 명.

각자 서브라인이 있기야 하겠지만 좋지 않다.

"혹시 팀운이 안 좋았다고 변명하진 않으시겠죠? 올마스터님."

이죽거리는 쿨통통.

녀석에게 아주 조금은 좋게 흘러간다.

확실히 극천상계의 게임의 승패 반 이상은 팀운이 작용하기 마련이니까.

이렇게까지 서로 라인 겹치면 대부분의 경우 닷지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닐 것이다.

'방송 타보려고 일부러 닷지를 안 할 가능성이 높아.'

순수하게 솔랭 점수에 목 마른 놈이라면 닷지를 해야 정상이다.

그런 녀석들이라면 애초에 지금 저격을 하지 않았겠지.

방송 타려고 작정한 놈들인 만큼 게임은 이대로 진행될 테다.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채팅창으로 증명 해오고 있다.

-ㅋㅋㅋㅋ나 방송 탐ㄱㅇㄷ~

-지혜야 사랑한다!!

한국 사람들이 여행 같은데 가면 꼭 하는 행위.

벽이든 나무든 간에 자기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온다.

비슷하게도 방송 한 번 타면 여자친구 자랑, 혹은 고백을 해재낀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몰라도 그 명맥이 여기까지 이어졌다.

그 관심종자인 덕분에 4픽인 내가 정글 리심을 갈 수 있게 됐으니 그러려니 한다.

예상했던 대로 닷지 없이 게임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게임의 여정은 조금 고될지도 모르겠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그래봐야 조금 고될 뿐이지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얼핏 눈길이 스친 쿨통퉁의 표정이 이상하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녀석이 준비해온 비장의 수는 고작 하나나 두 개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조금 더 연참하고 싶지만..

연재 작품이 2개라 힘이 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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