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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4화 (3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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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멸망전(滅亡戰)

얼마 전에 있었던 리픈장인 쿨통통과의 일전.

혹시나 했던 일은 역시나였다.

나를 저격했던 놈들 중 한 녀석이 이실직고를 해왔다.

스타일짱짱, 약칭 스짱이라 불리는 다리웁트 장인.

출시된지 얼마 안된 다리웁트를 벌써 수백 판이나 플레이함으로서 화제가 됐다.

덕분에 파프리카BJ로서도 조금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쿨통통과 비슷하게 공격적인 챔피언 다리웁트 장인 이미지를 굳혀나가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쿨통통과 제법 친분이 두터웠다고.

하도 몰아세우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을 해댔다.

-그게.. 쿨통통형이 제가 파프리카 처음 시작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어쨌든 정말 죄송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결과가 좋으니 용서해주는 건 어렵지 않다.

솔직하게 먼저 사과를 했으니 참작의 여지는 있다.

그런데 그 쿨통통은 어디서 뭘 하고 있냐?

-통통형은.. 연락이 안되고 있어요. 정말 저도 몰라요.

뭐, 애도 아니고 알아서 밥벌이정도야 하겠지.

사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용서해주려고는 했다.

내가 뒤끝이 좀 있기는 해도 귀신까진 아니니까.

물론 본인이 반성의 기미를 보였을 때의 이야기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언행을 보였다간 얄짤도 없다.

당연 맨입으로 용서해줄 생각도 아니다.

이러저러 족쇄를 달달 달아 설설 기는 부하로 만드는 정도.

하지만 내가 나서서 찾을 이유는 없으니 몸 달아 오르면 지가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누구처럼 아이디를 새로 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 앞으로는 양심있게 살자 응? 사내새끼가 찌질하게 뒤에서 남 흉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예!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아, 그리고."

"네?"

용서는 용서고.

책임은 책임이지.

내가 니 행동을 평생 입닫아 줄 거라고 생각하지마.

그러니까 형 말 잘 들어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형님!

이런 느낌으로 통화는 종료되었다.

쿨통통의 사건은 대략 마무리가 지어졌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일상.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고 뭐 있겠냐만 말이다.

방송을 한다 거나, 게임을 한다 거나, 조깅으로 몸관리를 한다 거나 그 정도가 전부다.

당분간은 일단 방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쿨통통녀석때문에 거진 이틀은 방송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땜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만 한다.

호랑이 기운이 나는 과자를 우유에 말아 아침을 떼운 나는 여느 때처럼 방송을 켜고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슬슬 방송을 시작하려던 찰나, 내 파프리카 계정에 온 한 통의 쪽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쪽지가 오는 것 자체는 흔히 있는 일이다.

내 방송의 시청자라든지, 스팸 메일이라든지!

방송국에 광고를 다는 건 어떻겠냐 같은 문의도 은근히 왔다.

프로게이머 지망인 만큼 언제까지 방송을 하게 될지 불분명하기에 받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하나의 쪽지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

쪽지를 보낸 이가 무려 운영자였다.

'아니, 나 혹시 방보위에 걸렸나?'

방송 보도심의 위원부, 줄여서 방보위.

대한민국 정부 직속으로 운영되는 여러 부서 중 하나다.

세금 날려먹기로 유명한 4대 빡대가리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방보위, 여성사랑부, 기상부, 대한민국 전기 산업부.

한국 정부는 저 4대 빡대가리들을 두터운 신뢰로 쓰다듬어주고 있다.

덕분에 저 4대 빡대가리는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으로 재밌는 파티를 벌이기로 유명하다.

그들에게 투자한 천문학적인 금액은 대체 어디로 증발하는 걸까.

관료들의 사정을 내 알바는 아니지만 일단 중요한 건 방보위에 걸리면 끝장이라는 거다.

할당된 예산에 비해 하는 게 드럽게 없기로 유명한 방보위는 무언가 공적을 만들기 위해서 여기저기 손을 뻗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파프리카 방송.

특출난 행동을 해대는 BJ들을 제재한다.

일례로 철꾸라지라는 간장 원샷하고 난리부르스를 치는 BJ에게 철퇴를 때려 상당히 오랜 기간 자숙을 하게 만든 적이 있다.

물론 그건 드물게도 굉장히 잘한 일이다.

다만 방보위가 철꾸라지에게 철퇴를 때린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탓에 BJ라는 직업의 이미지에 제대로 먹칠이 되고 말았다.

내가 지금 친구들한테 BJ라고 말 꺼내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거다.

어쨌든 철꾸라지 케이스처럼 가뭄에 콩나듯 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그걸 꼭 제재까지 하나?

애매한 수준의 것들도 시도 때도 없이 찌르고 본다.

한 마디로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다.

내가 나름 준수한 방송 활동을 하긴 했지만 아예 찔리는 게 없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두근두근 대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파프리카 운영자가 보낸 쪽지를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BJ올마스터님.

상투적인 제목이다.

하지만 쪽지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예상치도 못한 기상천외한 사건을 예고했다.

-최근 저희 파프리카에서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rd)라는 게임 방송이 뜨거운 감자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로드 오브 로드를 방송하시는 몇몇 게임BJ분들을 초청해 이벤트를 열려고 기획 중입니다.

가능하다면 BJ올마스터님도…

.

.

.

다행히 방송 보도심의 위원부 때문에 온 쪽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소식.

결코 전체 쪽지가 아닌 상당히 공을 들여 쓴 듯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한두 줄로는 끝나지 않을 복잡한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단 세 글자로 압축하는 게 가능했다.

'종말전.'

차후 파프리카의 대표 컨텐츠가 되는 BJ종말전.

내 기억에 따르면 시즌2에는 열린 적이 없었다.

정확히 떠올려보자면 파프리카의 종말전 컨텐츠의 시작은 시즌3 초기였다.

그런데 어째서 벌써 지금 시기에?

'내 행동이 과거를 바꿔버렸다?'

얼마 전 오프게임넷의 장인 어르신 코너에서 있었던 대형 사건.

정확히는 쿨통통과의 버빵 대전은 상상 이상의 여파를 불러왔다.

-아니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제 쿨통통 못 보는 겨? 팬이었는데..

선비님들의 엣헴! 거리는 기침 소리가 모니터 밖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물론 이런 이는 극소수.

진지를 먹는 사람들 보다는 그저 웃고 즐긴 사람이 많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쿨통퉁 끝나쓰요ㅋㅋㅋㅋㅋㅋ

- 쌤통이네 사람 멋대로 의심이나 하고ㅋㅋㅋ

-명예회손죄로 합의금 안내는 게 어디냐?ㅋㅋ

-ㄴ님아 훼손입니다^^

완전히 축제 분위기다.

잉벤 유저들이 볼 거리, 씹을 거리 제대로 만났다.

이렇게까지 난리가 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프게임넷은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 방송사다.

지난 장인 어르신 방영 이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올마스터와 쿨통통이 대체 어디서 뭣하는 사람인가?

찾아보니 파프리카TV란 곳에서 방송을 하더라.

결국 나와 쿨통통의 사건 덕에 파프리카 내에서 로드 오브 로드의 인지도가 올랐다.

당장 눈에 확 띄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통계를 보자면 확고하다.

유행에 민감한 파프리카TV는 미리미리 캐치하고 이벤트 기획하고 있었다.

차후 대세가 될 게임의 밧줄을 단단히 움켜쥐기 위함이기도 하다.

파프리카의 운영자가 보낸 쪽지에도 명시돼 있는 부분이다.

-최근 로드 오브 로드의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 파프리카TV에서도 하나 이벤트를 기회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BJ올마스터님이 오프게임넷의 장인 어르신 코너에서 진행한 내용을 참고 삼아 종말전 컨텐츠를…

종말전, 나와 쿨통통의 서로의 롤 인생을 걸고 한 승부는 종말전이라 명명되었다.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명칭이 붙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종말전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우연히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그 종말전에 대해 유심한 관심을 가진 파프리카TV.

파프리카TV의 종말전 컨텐츠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물론 파프리카TV에서 열겠다는 종말전 이벤트는 한 쪽을 막 끝장내는 정도까진 아니었다.

단순히 어그로성의 제목.

순수하게 자존심과 긍지를 걸고 승부를 낸다.

패배한 BJ가 더 이상 방송을 하지 못하겠되는 등 사단이 나진 않는다.

기껏해야 이 정도일 거라 생각한다.

'눈썹을 새하얗게 밀린다거나.'

그러고 보면 철꾸라지라는 BJ가 종말전을 참 많이 했다.

유명한 BJ인 만큼 참여가 당연히 많았다.

그런데 지기는 또 오지게 많이 졌다.

그리고 질 때마다 눈썹 밀고, 머리 밀고, 염색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런 세분화된 벌칙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모양.

일단 패배한 쪽은 벌칙을 받는 정도로 훈훈하게 끝난다는 파프리카 운영자 측의 설명이었다.

부디 종말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BJ올마스터가 참여를 해줬으면 싶다고 부탁을 해왔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귀찮다.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내가 왜 간장으로 샤워하시는 분들과 어울려서 게임을 해야 하는 건지.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떡밥이 너무 컸다.

확정된 멤버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간장 좋아하시는 철꾸라지에 이어 세 명 더.

유튜부의 우두루영상으로 유명한 아재BJ 팡우.

최근 실력파 BJ로 급부상하고 있는 러이갓.

항상 기모노를 입고 다닌다는 여BJ 별쏘냐.

게임 드럽게 못하는 네 유명BJ들간의 정면 승부가 메인 컨텐츠였다.

그리고 그들을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의 실력파 BJ들이 보좌한다.

현 시점에서는 나보다 인기든, 게임 점수든 높은 이들만으로 구성돼 있었다.

물론 이것만이었다면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터다.

'참가만 해도 500만이라..? 역시 잘 나가는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

BJ들이 얻는 수많은 별풍선들.

그 30~40%를 꿀꺽 삼켜버리는 파프리카지만 쓸 때는 확실히 쓰는 모양이다.

확실히 이번 이벤트가 나로 인해 비롯된 만큼 내가 있고 없고로 흥행이 갈릴 테니 신경 좀 쓴 듯하다.

참가하는 각 BJ들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 또한 병행한다고 한다.

앞으로의 방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며 운영자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참여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밑밥을 깔았다.

'돈과 인기, 중요하긴 하지.'

엄밀히 따지자면 다르지만 프로게이머도 결국 그 둘을 위해서 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BJ가 딱히 프로게이머보다 못난 직업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후의 미래.

BJ웃음이라는 어떤 원딜러가 알파고도 보여주기 힘든 컨트롤로, 프로게이머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제 실력이 BJ웃음님 정도가 안돼서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습니다. BJ분들의 실력을 의심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립니다.

BJ의 위상을 한껏 드높혔던 사건이다.

그 어떤 프로게이머도 BJ웃음보다 뛰어난 피지컬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존심 높은 프로게이머들의 콧대가 전부 꺾여버렸다.

BJ웃음 사건 이후로 프로게이머들은 파프리카에서 양학 방송하는 롤BJ들을 무시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 BJ웃음 사건이 일어나려면 지금으로부터 한참은 머나먼 미래다.

그래도 분명 BJ라는 직업은 차후 엄청나게 주목 받으며 아무도 무시 못할 직업이 된다.

프로게이머라는 게 평생할 수는 직업이니 만큼 은퇴 후의 기반을 닦아 놓자.

딱 그 정도의 생각으로 나는 파프리카 운영자가 보낸 쪽지에 답장을 했다.

-BJ올마스터입니다. 종말전에 참가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나, 조건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이전 화, 마지막 부분 수정했습니다.

넵. 쿨통통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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