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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멸망전(滅亡戰)
파프리카 TV에서 주최하는 빅 이벤트.
종말전 참가를 수락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는 뭐해 한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기왕 선심 쓰시는 거 조금만 더 세게 불러주시죠?ㅎㅎ
이렇게 대놓고 말한 건 아니고 넌지시 뉘앙스를 내포시켰다.
조금만 더 앞자리 수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파프리카 운영자에게 답장을 보냈던 건 어제 아침의 일이다.
꼬박 하루나절이 걸린 후에야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저희도 자금 사정이 빠듯해서 많이는 힘듭니다.
600만 정도면 마음에 드실런지요?
가능한 빠른 답신 부탁드립니다^^
파프리카 운영자의 답신 내용.
아무래도 살짝 아슬아슬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잘 풀린 모양이니 되었다.
받자마자 즉각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냈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재답신이 도착했다.
-호쾌한 참가 감사드리며 오시는 길 동봉하겠습니다.
pdf파일이니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인터넷에서 pdf리더를 다운 받아주세요.
오시는 길을 동봉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종말전의 진행 방식 때문이다.
철꾸라지, 팡우, 러이갓, 별쏘냐 네 명의 대표BJ.
그리고 그들을 보좌하는 마스터와 그랜드마스터의 실력파 BJ들.
각각의 대표BJ들은 자신을 보좌할 실력파 BJ들을 직접 뽑는 구조다.
이 또한 컨텐츠 중 하나로 파프리카TV에서 공식으로 생중계가 된다.
즉, 첫날 만큼은 직접 가서 방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오는 길을 동봉했다는 것은 아마 그를 위해서 일 테다.
'역시 그거 맞네. 내용따위 안 봐도 척하면 척이지.'
파프리카TV가 주최한다는 빅 이벤트.
BJ종말대전에 나가기로 결정지어졌다.
앞으로 1주일 후에 종말전 컨텐츠에 참여하게 됐다.
'이 정도로 밀어주는 컨텐츠라면 의미가 적지 않아.'
나의 인지도를 높여가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무대가 없다.
장인 어르신은 한 번 나오고 땡이지만 종말전을 며칠에 걸쳐 진행된다.
결정적으로 종말전이 가지는 특색 때문이 크다.
'강자지존, 캐리한 사람이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을 테니까.'
출연진들 하나하나가 유명한 만큼 캐리한 BJ는 더욱 더 튀게 된다.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그냥 잘하기만 해선 부족하다.
'리심으론 임팩트가 살짝 부족해.'
남은 1주일 동안 종말전에서 쓸만한 챔피언들을 찾아 연습해야 한다.
현재 시즌2의 패치 내용이 어떤한지 정확히는 알고 있지 않다.
그리고 최근 플레이 한 챔피언이 리심 밖에 없다는 부분도 있다.
더욱이 리심만으로 종말전을 진행한다면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저격밴이 허용되기 때문에 온갖 추잡한 수가 다 나올 거다.
최근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내 리심을 밴하지 않을 리가 없다.
벌칙이 걸려 있는 만큼 인정사정 봐주지 않을 터다.
일단 리심은 잘린다는 전제 하에 비밀병기라고 부를만한 카드들을 잔뜩 준비해 놓는다.
이는 중요한 일이다.
같이 게임하게 될 대표BJ들은 게임을 드럽게 못한다.
못해도 좀 심각하게 못한다.
나는 철꾸라지를 포함한 네 명의 대표BJ들을 전부 알고 있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서 최소 수천 판씩은 더하고도 브론즈들이었다.
러이갓은 포함되지 않지만 어쨌든.
당시에 브론즈였는데 지금은 대체 어느 정도 못할지 감도 안 잡힌다.
빠듯하게도 준비해도 그들이 역캐리를 단단히 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내 실력에 꿀챔이 더해진다면 여반장이지.'
단순한 꿀챔만이 아니라 재밌고 독특한 챔피언.
나라는 사람의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계기다.
나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개인 방송을 진행하기 위한 밑준비를 끝마쳤다.
.
.
.
* * *
"올마스터..?"
"형님도 들으셨습니까?"
시끌벅적한 술집, 기름진 치킨내음과 시원하게 톡톡 터지는 생맥주.
호프집 안에서 몇 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그들이 떠들고 있는 주제는 새롭게 떠오른 한 신입BJ.
건방지기로 소문난 올마스터에 대해서였다.
"그 자식, 어떻게 손을 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흐음.."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러하다.
쩌리급은 아니지만 애매하게 유명한 로드오브 로드 BJ들.
그들은 말빨은 후달리더라도 롤 티어가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인 덕에 어찌어찌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차차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최근 확실하게 뜰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파프리카에서 성대하게 연다는 종말전 컨텐츠.
절친한 유명BJ덕분에 미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머리를 숙인 끝에 참가를 허락 받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이 휘둥그레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떤 신입BJ가 거의 낙하산급으로 종말전 컨텐츠에 끼어들었다.
심지어 약속 받은 액수 또한 엄청나다는 카더라.
1년 가까이 파프리카TV BJ를 해오던 그들로선 청천벽력이었다.
자신들이 겨우겨우 참가할 수 있었던 종말전에 굴러온 돌이 깽판을 치는 셈이다.
단순히 소문이라면 흘려 넘겼겠지만 확인해 본 결과 정말이었다.
종말전에 참가하는 것도 사실이었고.
분위기를 보니 대표BJ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눈꼴이 시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알고는 있다.
능력이 있으면 그만큼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
사회의 기본 상식에 반기를 들 정도로 여기 술집에 모여 있는 BJ들은 어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BJ가 자신들에 비하면 경력이 반의 반도 안되는 신입이라는 사실.
더욱이 나이조차 새파랗게 어린 놈이라는 부분이었다.
그런 자식이 운 좋게 꿀챔프 한두 개 알아내서 단박에 유명해지다니.
더더욱이 자신들을 BJ로서 선배대접을 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
"제가 그 올마스터 자식을 솔랭에서 한 번 만났는데요.."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 남자 중 하나가 이야기를 꺼냈다.
게임 내에서 스크루지영감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BJ그마카림이었다.
주로 다루는 챔피언은 말카림.
다른 챔프들은 정말 못하지만 말카림 하나는 수준 있게 다룬다.
말카림만큼은 그랜드 마스터급, 줄여서 그마카림이라는 별명이 곧 BJ명이 되었다.
그는 촉촉한 닭다리살을 감정을 실은 채 물어 뜯으며 쌓여있던 분노를 토로했다.
"제가 부캐가 있다는 건 형님도 아시죠?"
사건의 시작은 BJ그마카림이 랭크 게임에서 올마스터를 만났을 때였다.
그마카림은 말카림 하나 만큼은 엄청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한 챔프만 고수하다간 쿨통통 꼴 날 수가 있다.
때문에 이것저것 맞는 챔피언을 찾아보기 위해 비슷한 점수대의 계정을 하나 더 키우던 중이었다.
그 부캐의 랭크 게임에서 상대팀으로 올마스터를 만나게 된 것.
BJ그마카림은 당연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자신이 가장 잘하는 말카림을 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싱나드다.
두번 째로 애착이 가는 챔피언인 만큼 마스터 중위권 수준으로는 한다.
올마스터라는 자식이 대체 어느 정도 난 놈이길래 요즘 그렇게 설치고 다니나.
같은 마스터 티어라고는 해도 중위권인 자신보다 한참 낮은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도와는 영 딴판이었다.
"역으로..털렸다고? 네가?"
"저는 탑솔러지만 녀석은 정글이지 않습니까? 아군 정글 놈이 역갱을 안 봐줘서.."
'후우..'
BJ그마카림의 이야기를 맞장구 쳐주던 큰 덩치에 비해 유순한 인상의 남자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쉰 남자는 똑같이 BJ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CGVMAXIM.
그 또한 올마스터에 대해 썩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친한 동생인 BJ그마카림의 이야기에 대해 호응을 해주기는 힘들었다.
올마스터 자식이 정말 사고를 친 거라면 몰라도 그건 단순한 탑신병이었으니까.
'그마카림아.. 좀 사려..'
절친한 동생 BJ그마카림의 실력은 그랜드 마스터인 CGVMAXIM도 인정하는 바다.
문제가 있다면 그 저돌적인 성격.
앞뒤 상황 생각 안 하고 뛰어들다 적 갱킹을 당해 죽어주는 일이 상당히 잦았다.
그런 단점 좀 고치라고 지적을 해준 일이 적지 않았다.
같은 탑라이너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성격을 죽이지 못하고 그만 사고를 친 모양이다.
그것도 올마스터에게 얕잡아 보일만한 짓을 제대로 했다.
소심하면서도 신중한 성격인 CGVMAXIM은 일단 태클을 걸지 않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마카림말고도 올마스터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나도 그 녀석에 대해서 할 말 있다."
그마카림과는 동갑이며 CGVMAXIM보다는 어린 BJ대망신.
그는 로드 오브 로드 이전에 유행했던 AOS게임 혼돈에서 유명한 네임드였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로 주게임을 바꾸고 난 이후로 시원찮은 상태다.
그렇게나 원했던 프로게이머는 꿈도 못 꿀 지경.
혼돈에서 넘어온 팬들과 함께 파프리카 방송 BJ를 생업으로 삼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한 과거를 가진 BJ대망신은 올마스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자식이 날 무시 했다니까?
이번에는 그나마 낫다고 CGVMAXIM은 생각햇다.
설사 증거가 없다고 해도.
정말로 문제가 되는 발언을 했다면.
게임사에 요구해서 대화파일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
"올마스터 자식이 나보고 리픈 드럽게 못하니까 작작 하레, 지는 리심밖에 못하는 주제에.."
'하아.........'
CGVMAXIM의 한숨이 깊어졌다.
일단 올마스터 자식을 싫어하는 건 그렇다 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의명분이 있어야 사이즈가 나오는 거지, 이런 수준이라면 중고딩들 뒷담이나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이 알기로 올마스터는 챔프폭도 엄청 넓은 데다 그 리픈조차 쿨통통보다 잘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쿨통통과의 종말전에서 확실하게 증명이 된 사항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들었다.
쿨통통이 진 이유가 버그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잉벤에는 퍼지지 않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쿨통통과 평소 친분이 있던 고티어 유저들 사이에서는 정론으로 이야기될 정도다.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CGVMAXIM 자신도 화제의 종말전을 실시간으로 시청을 했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평타를 빨리 넣던 올마스터의 플레이를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그랜드 마스터의 티어를 고스톱으로 딴 게 아니니 만큼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버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장인 어르신에서 안 해도 되는 리픈 미러전을 하고 버그를 써서 이겨버린다?
어지간히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런 패널티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
그릭 ㅗ자신이 보기에 올마스터는 꽤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응용 플레이의 일갈래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만약 정말로 버그가 맞더라도 실드 스펠을 안 쓰고 이긴 시점에서 이야기는 끝났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올마스터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저 역량의 차이에 불과하다.
'올마스터라.. 어떻게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러저러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BJ그마카림과 BJ대망신은 흥분해서 올마스터의 뒷담을 까대고 있다.
과연 이 동생들을 데리고 종말전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까.
CGVMAXIM은 회의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항상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어제 올렸던 33회 마지막 부분 수정했습니다.
넵. 쿨통통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