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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6화 (3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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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멸망전(滅亡戰)

앞으로 이틀 후면 종말전이 시작한다.

그를 위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롤방송 삼매경 중이다.

종말전에서 쓸 비장의 카드들을 연구함은 물론 한 가지.

정글이 아닌 새로운 라인을 숙달시키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리심을 하는 건 힘들 테니까.'

종말전에서 리심은 무조건 밴이 될 거라 단언한다.

요즘은 솔로 랭크에서조차 밴을 당할 때가 있을 정도다.

내 리심의 위명은 이미 만천하에 널리 퍼졌다.

물론 리심이 밴된다고 곤란할 건 없다.

당장 경험치룬 끠들스톡, 통칭 LTE끠들만해도 충분히 좋은 픽이니까.

문제는 임팩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하드캐리, 그것도 멋지게 털어 버리는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

화려하지 않다.

돋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만 날고 기는 BJ들 사이에서 튈 수 있다.

하지만 정글 챔피언 중에는 딱히 튀는 챔피언이 없다.

현재까지 나온 챔피언들 중에서는 일단 그러하다.

때문에 나는 포지션 자체를 바꿔보려고 한다.

정글이 아닌 탑.

이번 종말전에서 나는 탑솔러로 데뷔한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회귀 이후 탑을 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조금 고민했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왔다.

'장인 어르신에서 리픈을 보여줬잖아?'

오프게임넷에서 진행했던 장인 어르신 코너.

쿨통통과의 1:1 매치에서 리픈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것도 완벽한 승리로 리픈 장인이란 타이틀을 뺏어왓다.

그 장면을 본 시청자의 수는 결코 적지가 않다.

내가 종말전에서 탑을 한다고 해도 이견이 붙지는 않을 터다.

'그래도 미리 떡밥을 깔아 놓을 필요성은 있겠지.'

리픈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 번쯤은 꺼내도 괜찮겠지만 두 번, 세 번 꺼냈다간 제2의 쿨통통같은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치욕적인 별명을 얻어서야 곤란하다.

리픈을 제외하고도 준비해둔 카드가 세 개 더.

그 세 카드들 중 대중적인 챔피언은 개서스 뿐이다.

다른 두 카드는 조금 많이 특이하다.

개인 방송으로 연습하는 척 보여주는 카드는 개서스로 한정된다.

-삶과 죽음은 계속된다. 우린 살 것이고 저들은 죽을 것이다.

중후한 남자의 음성과 함께 선택되는 챔피언.

개의 머리를 하고 있는 개인간 개서스였다.

-방장 개서스도 함?ㅋㅋ 겁나 지루한 챔프 하네.

-어느 세월에 벼가 무르익을꼬! 저거 농사짓는 챔프 아니냐?

그렇다.

개서스는 미니언 깎는 노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의 챔피언이다.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Q스킬 딱밤으로 막타를 쳐 스택을 모은다.

한 땀 한 땀 스택을 모을수록 강해진다는 특이한 컨셉.

한 200스택쯤 모았을 때부터 슬슬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추수를 기다리는 농사꾼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팀원들은 무척 싫어한다.

-아니, 개서스는 왜;;

-20분까지 농사만 지을 거임?

-아 좀 리심이나 해주지;

나는 팀원들이 만류에도 꿋꿋이 개서스를 픽박았다.

미니언을 깎아 농사를 짓는 즐거움.

농사가 길어질수록 수확의 시간 또한 보람차진다.

의문을 제기하는 방송의 시청자들과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팀원들을 뒤로 하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혹시 닷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딱히 트롤픽을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까지 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믿어주기는 한다.

-아 개서스 됐으니까 20분되면 합류나 해라.

-그래, 딱 20분까지만 봐준다 ㅅㅂ

게임에 들어와서도 나를 쪼는 건 그대로 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미 시작한 마당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투덜대는 선에서 끝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꾸준하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 치킨왔는데 다 먹고 오면 한타 시작한?

-ㄴㄴ 여기 방장 하도 요상한 플레이 많이해서 1시간동안 스택만 쌓을지도 모름ㅋ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까지는 안 한다고.

결과적으로 많이 쌓기는 할 테지만.

나는 그렇게 느긋한 각오로 라인전에 임했다.

따악!

꿀밤때리는 소리와 함께 골드로 화하는 한 마리의 미니언.

세 개의 스택이 올라가며 딱밤의 데미지가 3만큼 강해진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아니, 조금은 달라졌다.

-이야 오늘 농사는 풍년을 기대해도 되겄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영감ㅋㅋ

내 스택이 조금씩 늘어갈 때마다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각박하기 그지없는 AOS게임에서 이러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챔프는 오직 개서스 뿐이다.

평화롭게 농사를 지어 나간다.

따악!

따악!

-개서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적 탑라이너인 네네톤이 나를 열심히 견제하곤 있다.

응, 맞아도 피흡 하면 돼~

개서스의 패시브인 체력 흡수 덕분에 금방금방 체력이 찬다.

물론 처음에는 골머리를 썩어야 하긴 했다.

하지만 고통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방어력과 마나, 스킬쿨타임감소까지 올려주는 꽁꽁 언 심장이 나온 이후로는 맞아도 안 아프다.

아무리, 아무리 때려대도 딱밤을 때릴 때마다 체력이 쭉쭉 오른다.

네네톤도 견제하기 지쳤는지 서로 미니언만을 먹는 휴전 협정이 자연스럽게 맺어졌다.

'슬슬 이 정도 스택이면 네네톤을 뚜까 팰 수 있겠지만..'

이 평온한 기분.

조금 더 즐기고 싶다.

내가 CS를 먹는 걸 방해하고 있지도 않으니 일단은 봐준다.

나는 스킬 쿨타임을 대폭 줄여주는 아이우에오 신발까지 사와 차곡차곡 스택을 모았다.

따악!

따악!

네네톤의 전제가 잦아들은 것만 빼면 변함없는 일상이다.

게임 시작부터 20분이 된 지금까지 쭈욱 평화로운 파밍 구도다.

지금껏 로드 오브 로드를 하며 입은 마음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는 듯한 기분.

팀원들이 찬 물을 쏟아붓는다.

-야, 개서스 경고했지? 째깍째깍 한타 뗘와라.

-빨랑 합류ㄱㄱ 곧 용임.

합류를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지킨다고는 한 적이 없다.

그저 팀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한 마디였다.

내 무거운 궁둥이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허허,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을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조금 더 기다려~"

-야, 이..

내 채팅만 치고 모든 아군을 차단 박았다.

팀원들이 아우성을 듣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

벼가 샛노랗게 무르익는 순간을 기다리기 위함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내가 탑에서 라인을 당겨서 한 땀, 한땀 농사를 짓는 사이.

적 네네톤이 용한타에 합류해 아군을 몰살시켰다.

-야 이 BJ ㅁㅊ놈앜ㅋㅋㅋㅋㅋㅋ

-네네톤이 다 쓸어 담는다ㅋㅋㅋㅋㅋㅋ

-방장 트롤해욧ㅋㅋㅋㅋㅋ

정말로 합류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는 듯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EK.

팀원들 다 죽어가는데 언제까지 농사를 짓냐며 박장대소가 터졌다.

-거 참, 사리라니까.

나는 전체 차단을 한 채팅창에 내 할 말만 남기고 다시 채팅창을 닫았다.

그러기를 장장 30분.

게임이 시작하고 30분동안 오직 미니언만을 깎았다.

모든 힘이 딱밤에 집중되었다.

-와 나 치킨 다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까지 까고 왔는데. 아직까지 농사짓냐ㅋㅋㅋㅋㅋㅋ

-진짜 치킨 먹고왔냐 ㅋㅋㅋㅋ 방장 스택봐라ㅋㅋㅋㅋㅋ

팀원이 죽건 말건, 5 : 20으로 털리든 말든.

뚝심 있게 농사지은 내 스택은 어처구니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느긋한 시즌2 메타 덕도 있지만 솔직히 팀원들이 잘 버텨주었다.

'일천 스택이라.'

딱밤에 한 방이면 맞은 이의 혼령까지 뽑아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이 모였다.

물론 그 대가로 아군의 기지는 초토화.

드디어 수확을 마친 나는 아군의 차단을 풀어주었다.

-농사 잘 지었냐?

-양심있으면 서렌 찬성이나 눌러라.

개서스가 과연 언제까지 농사를 짓나, 그 꼬라지를 보기위해 서렌을 누르지 않고 버티고 있었나 보다.

차단을 해서 보이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나를 욕하며 들들 볶고 있었을 게 뻔하다.

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한 줄의 채팅으로 답했다.

-자~ 개서스 왕귀요~!

-이 ㅁㅊ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저 새끼 드디어 말함.

30분동안 내 농사만을 보고 있던 방송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설마 이 드립을 위해 30분을 낭비한 거냐..?

-어디 한 번 30분동안 농사지은 보람 좀 보자.

-대체 AOS게임을 하는 거야, RPG를 하는 거야? 내가 무슨 게임을 보러 온지 모르겠네.

AOS게임에서 RPG게임을 한다.

100개가 넘는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들 중에서 오직 개서스에게만이 허락된 재미다.

그리고 RPG라 함은 성장.

나는 결코 30분동안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다.

이제 곧 이어질 한타에서 내 존재감을 증명한다.

-1분 후에 용 젠되는 거 아시죠? 아, 근데 어차피 질 텐데..

-이번에 지면 칼서렌ㄱ 안 해주면 탈주함.

-어휴; 개서스 하나땜에 지네.

팀원들은 이미 반쯤 포기한 분위기다.

내가 엄청나게 잘 컸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지만, 탑이 왕귀한 정도로 한타가 뒤집힐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적 네네톤이 합류하기 이전에도 밀리고 있던 우리 팀이다.

내가 합류를 안 해서 지고 있다며 흔히 말하는 정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일천 스택이 가지는 의미를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을 터다.

당연히 숫자만 보고서는 체감하지 못한다.

콰아아앙-!

한타는 서로 더 두고 볼 것도 없다는 듯 시작되었다.

적 서폿 말화이트가 맨 선두에서 간을 보고 있던 아군 정글에게 1인궁을 박아버린 것.

어차피 대충 싸워도 이길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지 거리낌이 없다.

실제로 내가 한타를 안 했다면 그렇게 될 공산이 100%였다.

말화이트때문에 어중간하게 걸린 한타는 서로가 뒤엉킨 아비규환이다.

그러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고 기회를 노렸다.

절호의 찬스.

단 한 번의 딱밤이면 이변을 만들 수 있으니까.

'지금이다.'

슈웅! 따악!

나는 일천 스택이나 모은 Q스킬을 장전한 채 점멸을 썼다.

고작 적 한 명을 한 번 때리기 위해 이동했다.

체력이 1/3쯤 까진 적 원딜러 헤이클린에게 딱밤이 떨어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순간 얼어붙어 버린 공기.

분명 숨가쁜 한타가 지속되는 와중임에도 떨떠름해진다.

그 누구도 개서스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잘 큰 헤이클린이 대체 왜 죽어?

안타깝게도 현실은 현실이다.

그리고 딱밤은 결코 궁극기가 아니다.

한 명을 사단냈음에도 끝나지 않고 몰아치는 개서스의 딱밤.

'노화.'

적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대폭 낮추는 개서스의 W스킬.

노화는 적 미드라이너, 공을 다루는 기계인형 코리아나에게 달라붙었다.

일단 전력을 다해 반항해준 아군 덕에 체력이 조금 까이긴 했지만 한 방에 처리하긴 힘들다.

코리아나는 실드로 자신을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까이 가고 있음에도 여유롭게 카이팅을 하고 있다.

우우웅!

개서스의 E스킬 불길의 장판이 깔리며 코리아나의 방어력을 낮춘다.

안 그래도 괴력을 자랑하는 일천 스택의 Q스킬이 더욱 강력해진다.

방심한 코리아나를 향해 들어가는 회심의 한 방.

빠아악!

─적을 처치했습니다.

단 한 방에 픽 하고 쓰러져 버린다.

기분 탓인지 정말 단단한 머리가 뽀개진 것처럼 소리가 더욱 경쾌하다.

고작두 번의 딱밤으로 적 주요 딜러 두 명이 전사하고 말았다.

그 기적을 30분동안 농사만 짓던 트롤 개서스가 이루어냈다.

-어...? 이거 혹시 이기나?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됐는지 아군 녀석들은 어리벙벙한 상태다.

한타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명명백백하다.

이후의 게임은 완전히 낙승.

내 개서스는 적 넥서스까지 스택으로 만들며 총 1300스택의 괴물 농사꾼이 되었다.

모두가 질 거라 여겼던 게임은 농사꾼에 의해 강제로 역전되었다.

============================ 작품 후기 ============================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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