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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자
철꾸라지, 팡우, 러이갓, 별쏘냐 4명의 대표BJ.
그들이 시끌벅적 벌칙을 정하고 있는 사이에 실력파 BJ들끼리도 대화가 오갔다.
물론 카메라는 오직 대표BJ들만을 비추고 있다.
이유는 당연 인지도 때문이다.
이번 조추첨식에서 나를 비롯한 실력파BJ들은 처음 자기 소개를 간단히 끝마친 게 전부였다.
서러워서라도 치고 올라가야지.
이번 종말전 이벤트는 실력파 BJ들에게 계기가 됐다.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
종말전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높히기 위해 같은 조의 팀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올마스터님이시죠?"
"예에. 그쪽 분은..?"
자신을 BJ불꽃사내라 소개한 남자.
그랜드 마스터라는 무시 못할 실력을 보유한 정글러였다.
단 하나, 약점이 있다면 흔히 말하는 원챔충.
늑대의 모습을 하고있는 위웍이란 챔프를 못하게 됐을 때 그의 실력은 훨씬 낮게 잡아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팀에서 가장 높은 점수대를 자랑하는 유저다.
"철꾸라지님한테 지명 당하다니.. 솔직히 불안불안하죠?"
"하긴 조오금.. 이미지가 재미나시긴 하시죠. 근데 뭐 방송컨셉이겠거니 합니다."
대화가 잘 통해서 다행이다.
불꽃사내는 친근한 이미지의 소유자였다.
하필이면 철꾸라지에게 걸린 탓에 불안했는데 팀원 한 명은 지극히 정상이다.
"오늘 회식도 한다 던데 설마 방송처럼 간장 마시고 그러진 않겠죠?"
"에이, 뭐 설마요 하하."
지금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불꽃사내를 포함해 우리팀은 다음과 같이 편성되었다.
정글러, 위웍 장인 불꽃사내.
미드라이너 말차차 장인 요구르트.
서포터 조아라 장인 인간조아라
원딜러로는 애씨장인 비스무리한 BJ철꾸라지.
마지막 나는 탑을 하기로 자처했기에 탑솔러가 되었다.
나를 제외하고도 실력파 BJ 하나하나가 쟁쟁하다.
그들의 점수대가 대부분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했다는걸 생각한다면 다른 대표BJ팀들보다는 수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죄다 원챔충이잖아.'
주챔프를 제외하면 솔직히 마스터 티어도 불안하다.
다른 챔프를 잡게 되면 트롤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종말전인 만큼 분명 장인류 BJ들의 카드는 밴이 된다.
내가 정글을 포기하고 탑라이너를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자칭 애씨장인 철꾸라지의 주챔프는 밴이 되지 않겠지만.
나머지 위웍, 말차차, 조아라는 전부 밴이 될지도 모른다.
다른 팀에 비해서 장인 비중이 높은 우리팀은 전력이 절반 이하로 뚝 감소한다.
'이 정도면 적당한 패널티라고 볼 수 있지.'
딱히 위기감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군이 활약을 못하게 되는 만큼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게임을 지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괜찮은 상황이다.
'설마.. 지기야 하겠어? 나 빡겜할 건데.'
솔로 랭크에선 싫어하는 놈의 라인만 미친듯이 갱을 가는 등 장난을 치는 내가 빡겜을 한다.
그것도 지금껏 아껴왔던 꿀챔프를 꺼내면서까지 말이다.
웬만한 상황이 아닌 이상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팀원들도 다른 카드들을 준비해왔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런데 쟨 언제까지 요구르트를 쪽쪽 빨아댈 생각일까.'
미드라이너 BJ요구르트가 한 쪽 구석에서 요구르트를 쪽쪽 빨고 있다.
BJ요구르트는 닉값을 하기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요구르트에 환장을 하는 건지.
테이블에 의자에 쪼그려 앉아, 조그만 요구르트를 벌써 10병째 마시고 있었다.
그 정도 마시면 뱃속이 꽤나 느글느글거릴 텐데.
생판 남인 나조차 걱정이 될 지경이다.
게임 내에서도 제정신이 아니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부디 컨셉이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올마스터님은 가난 컨셉 쭉 가실 겁니까?"
"네..?
내가 컨셉으로 가난을 겪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
나와 불꽃사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BJ인간조아라가 말을 걸어왔다.
솔직히 말해서 실례다.
진짜로 가난할 수도 있는 노릇아닌가?
하지만 사람 좋기로 유명한 조아라 장인, 인간조아라님이었기에 그 언중을 물어보기로 했다.
"무슨 컨셉을 말씀하시는 거에요?"
"하하, 모른 척 하시긴. 집 말입니다 그 꺼먼 곰팡이 낀 단칸방."
"....."
나의 집.
회귀한 이후부터 쭉 살고 있는 단칸 월세방.
방송을 켰을 때 캠으로 보이는 방안의 모습은 조금, 아니 상당히 누추하긴 하다.
내가 그런 집에서 살고 있는 게 가난 컨셉아니냐고.
BJ인간조아라님은 자기 딴엔 농담을 던지신 거였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있었다.
"BJ분들 가난 컨셉 많이 하시죠. 우리팀의 리더, 철꾸라지님도 폐가 컨셉으로 유명하시지만 강남에 빌딩 두어 개 있으시다 들었는데."
"아, 빌딩이요....."
BJ들의 수입이 엄청나다는 소문은 들은 바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빌딩, 그것도 강남이라니!
빌딩 올려서 월세 받아먹고 사는 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다.
저 철꾸라지가 그렇게나 잘 먹고 잘 살았구나.
"저만 해도 웬만한 직장인의 따따블은 버는데.. 아, 물론 올마스터님도 컨셉으로 하시는 거겠지만. 그래도 혹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요즘 잘 나가시잖아요."
"아, 네에..."
어느샌가 나는 잘나가는 BJ라 불리게 되었다.
물론 실상은 직장인의 따블도 힘들다.
우리 방송의 시청자들이 꽤나 늘었고, 채팅창도 무서운 속도로 도배가 되지만 실질적으로 별풍선을 쏘는 사람은 몇몇 열혈팬뿐이다.
그나마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 모아둔 돈이랄 것도 없다.
그래도 이미지만큼은 생각보다 괜찮게 굳어진 모양.
조금 슬프지만 기분 나쁠 일은 아니었다.
"이제 슬슬 철꾸라지님도 돌아오시네요. 그럼 가보죠."
"회식 정말 하나요? 꽁술이라면 당연히 사양 안 하지만."
벌칙을 어떻게 정할지.
서로 목청을 높히던 네 명의 대표BJ들 사이에서 무난히 협정이 맺어진 모양이다.
종말전의 조추첨식을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건 각자 집으로 흩어지는 일 뿐.
우리 철꾸라지팀의 경우엔 따로 회식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더치페이라면 핑계를 대서라도 안 가겠지만 주장이 산다는데 가주는 게 도리다.
그 장소도 제법 괜찮은 곳이라 얼핏 들었다.
역시 강남 건물주!
나와 세 명이 BJ들은 룰루랄라 철꾸라지의 뒤를 따랐다.
.
.
.
* * *
종말전의 회의를 겸한 회식 자리.
우리 철꾸라지팀은 팀은 술집에 모여있다.
"마! 팍팍 스까라!"
살짝 흥분한 듯 철꾸라지의 입에서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BJ인 만큼 방송에서는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쓰지만 가끔 가다 고향의 말을 쓰곤 한다.
스까라는 말은 섞으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맥주와 소주를 섞어 폭탄주를 팍팍 만들고 싶나 보다.
"그래, 니가 올마스터고. 요즘 좀 유명하다 켔나?"
"그럭저럭 잘 나가는 듯싶습니다."
"마하하하하하!"
호쾌하게 웃어대는 철꾸라지였다.
조금 단순하긴 해도 사람은 의외로 좋았다.
술을 사줬기 때문도 물론 있다.
종말전의 팀원들이 모여있는 회식 자리.
꽤나 비싼 술집에 방을 잡아 놓고 비싼 술과 안주들이 즐비하게 주문했다.
그 모든 것을 철꾸라지가 쏜다고 한다.
간장을 마시는 건 어쨌든 통이 큰 건 마음에 든다.
"마~ 자기 소개는 끝났고.. 그럼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한다."
철꾸라지의 어조가 갑작스럽게 진중해졌다.
처음으로 열리는 종말전에 기대치가 높은 모양이었다.
회식자리에 모인 모든 팀원들이 철꾸라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오더한다."
아니, 당신 브론즈도 겨우 벗어난 걸로 아는데.
철꾸라지는 BJ팡우와는 달리 브론즈까진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실버 지박령이다.
이미 실버에서 수백 판을 플레이했고, 내가 알고 있는 미래까지 포함한다면 앞으로 2만 판정도는 가망없이 실버 수문장이다.
그러신 분이 오더를 하신다고?
"에이, 그건 아니죠!"
"농담이 심하십니다~~"
당연하게도 야유가 터져 나온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다른 팀원들도 얼척이 없었는지 진심으로 항의했다.
침묵을 고수하던 BJ요구르트도 빨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뿜었을 정도.
"마아아아아!!!!"
철꾸라지가 방송에서 종종 보여주는 빡친 컨셉.
안타깝게도 오더를 하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었던 듯하다.
"내가, 오더한다."
"........."
곧게 뻗은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자신감을 뽐낸다.
아무래도 오더만큼은 양보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한 가지 조건.
한 번 실수하면 다음 오더는 자제해 달라는 확답을 받아냈다.
일단은 실버의 애씨장인 철꾸라지의 오더를 들어주기로 모든 팀원들이 수긍했다.
아무리 실버라고는 해도 지금 모인 자리의 BJ들 사이에서는 가장 나이도 많고 BJ경력도 오래되었다.
팀의 대표BJ기도 하니 한 번쯤은 의사를 존중해주기로 마음이 모였다.
어쩌면 의외로 대박을 낼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것이 게임의 승리를 말하게 될지, 시청자를 빵 터지게 만드는 개그 요소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철꾸라지의 오더 선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회식자리는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서로가 어떤 느낌으로 게임을 하게 될 건지도 말이 오갔다.
철꾸라지가 한 번 더 우겨댔다.
"아.. 내 애씨 밴 되면 니들이 캐리해야 한다."
"아니..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요?"
"방송도 아닌데 너무 무리수 던지시네~"
상대가 애씨를 밴할 날이 종말전의 마지막까지 단 한 번이라도 있을까.
제법 진지하게 말을 한 탓에 순간 나도 당황했다.
물론 장난으로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철꾸라지를 포함해 다섯 명의 팀원들.
회식의 마지막까지 요구르트만 쪽쪽 빨아대던 BJ요구르트까지 같은 팀에 속한 모든 팀원들의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날 밤, 철꾸라지가 사준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고 나는 푹 잠에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기다리던 종말전이 시작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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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