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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자
파프리카 초유의 빅 이벤트.
지금까지 열려왔던 이벤트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내로라하는 네 명의 대표BJ를 주축으로 수많은 실력파 BJ들을 초청했다.
이 정도의 호화로운 멤버로 진행되는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로드 오브 로드(Load Of Lord) 유저들만을 위한 이벤트다.
파프리카TV가 향후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얼마나 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이벤트에 나 올마스터가 참가하게 됐다.
'절대 죽 쑬 수 없는 노릇이지.'
리픈과 개서스를 필두로 한 총 4개의 챔피언.
이번 방송으로 내 이름값을 드높일 자신이 있다.
판이 큰 만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수도 많을 게 분명하다.
프로 게임단에서 내 플레이를 보고 영입을 제안할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웃고 즐기고 BJ로서 인지도를 높이는 정도의 이벤트가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종말전이다.
때문에 나의 각오는 상당히 진지하다.
곧 종말전의 우리 철꾸라지팀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상대는 BJ러이갓.
솔직히 말해서 형평성이 안 맞는다.
'치사한 자식.'
철꾸라지, 팡우, 별쏘냐 같은 심해BJ들과 달리 러이갓은 다이아1을 찍은 경험도 있는 실력파BJ에 가깝다.
타고난 말빨 덕에 대표BJ에 끼기는 했지만 게임의 점수대가 다른 세 대표BJ들보다 월등히 높다.
즉, 팀에 심해가 없는 러이갓 팀은 약점이 없다.
치사빤스.
아닐 수 없다.
때문에라도 처절하게 짓밟는다.
탑에서 만난 상대는 말카림을 잘하기로 유명한 BJ그마카림이었다.
나는 일부러 말카림을 열어주고 카운터쳤다.
준비해온 카드들 중 하나 알맞는 게 있었다.
'말카림한텐 개서스가 딱이야.'
말카림의 특징은 기동성과 한 방의 누킹이다.
그 자랑하는 기동력을 노화로 봉쇄하고 체력을 올려주는 궁극기로 폭딜을 상쇄한다.
카운터를 치기에 더없이 괜찮은 카드다.
[마! 정신차려라!]
당연하게도 팀원들과 보이스 채팅이 연결되어 있다.
철꾸라지가 아주 힘차게 소리쳐왔다.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하는 건 본인임을 알고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지만 이미 게임은 시작을 앞에 두고 있다.
[자, 화이팅합시다.]
[철꾸라지님은 제가 책임지고 지켜드릴게요.]
불꽃사내와 인간조아라의 상투적인 응원 메세지.
일단 한 번 만나 술자리까지 나눈 덕에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물론 BJ요구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섞이려하지 않고 침묵만을 고수하고 있다.
지체없이 게임이 시작한다.
내가 속한 철꾸라지팀과 러이갓팀은 밴픽창에 들어섰다.
이렇게 방송 대회의 경기는 롤챔스의 BGM이 흘러 나오면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모르긴 몰라도 파프리카TV의 공식 방송을 통해 그렇게 나가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를 포함한 팀원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한 눈 팔 때가 아니지.'
밴픽 단계라고 설렁설렁 긴장의 끈을 풀었다간 큰일난다.
일단은 팀 경기인 만큼 솔로 랭크와 달리 중요성이 상당히 깊다.
상대가 가장 처음에 밴을 한 챔피언이 눈에 띄었다.
'역시 리심을 자르나.'
시즌2에서 리심은 탑으로도 사용되는 챔피언이다.
대부분의 스킬이 너프를 먹지 않아 탑솔러로도 제법 쓸 만하다.
더욱이 즉석으로 포지션 스왑이 이루어질 가능성 고려한 판단일 터다.
그에 맞서 우리팀의 밴은 소리커로 시작됐다.
상대 서포터 토깽이인간을 저격하기 위함이다.
받은 만큼 갚아준다.
자비없이 시작된 밴픽은 서로 주특기가 되는 여섯 개의 챔피언을 끝장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리심, 말차차, 위웍.
우리는 소리커, 탤런, 스캐너.
탤런은 BJ이창호를 향한 밴이다.
스캐너는 흥행을 위해 파프리카측에서 특별 초청한 프로게이머 클끼리를 향한 밴이었다.
BJ그마카림의 주챔피언인 말카림의 경우 일부러 밴을 하지 않고 열어주었다.
'파프리카측에서 정말 투자를 많이 한 모양이네.'
현직 프로게이머라는 확실한 흥행 보증 수표.
그것도 클끼리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클끼리는 스캐너와 아모모 대표되는 프로게이머로서 현 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중 하나다.
앞으로 몇 개월 후의 미래에서는 세계적인 로드 오브 로드 대회 롤드컵에서 준우승까지 하게 된다.
물론 고작 이벤트 게임에서 빡겜을 하진 않겠지만 충분 이상의 위협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주챔피언을 싹 다 잘랐다.
종말전 첫 번째 경기가 막을 올렸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소환자의 전장에 들어오면 언제나 울려 퍼지는 여성의 목소리.
편안하게만 느껴졌던 깨끗한 느낌의 어조가 대회의 시작을 알린다고 생각하니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생각 이상으로 두근두근 긴장이 된다.
서로가 조심하게, 미니언이 오기 전까지의 인베를 넘겼다.
라인 스왑같은 게 없는 정상적인 라인구도.
시즌3 이후로 보편화되는 라인스왑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기다.
때문에 내가 택한 개서스와 BJ그마카림의 주챔프 말카림은 탑에서 라인전을 맞이했다.
따악!
농사가 시작된다.
한 가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스펠의 차이다.
점멸과 텔레포트라는 수비적인 스펠을 들고온 내 개서스와 달리 말카림은 유령화와 발화라는 공격적인 스펠으로 라인전에 임했다.
어떻게든 나를 한 번 따내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딱밤으로 미니언의 막타를 챙길 때마다 말카림이 나를 부단히 견제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견제는 실력차가 날 때나 먹히는 것.
6년 후의 미래에서 회귀한 나를 상대하기엔 한참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나를 말려보겠다 열심히 발악을 해댄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도 수백 스택을 쌓은 괴물이 탄생한다.
변수가 있다면 오직 갱킹 뿐.
아니나 다를까, 나와 말카림이 서로 궁극기를 배운 후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갱킹이 왔다.
역시나 프로답게 이번 게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상대를 알고 있었다.
'뭐, 당해줄 생각은 없지만.'
착실하게 라인을 당기고 혹시 몰라 와드까지 깔았다.
갱킹의 주 목표가 내가 될 것을 나 또한 예상했다.
결국 조바심이 난 클끼리는 말카림과 함께 다이브를 노려왔다.
포탑을 끼고 있는 상대를 억지로 따내기 위한 행위
조금 위험할 수 있는 도박수지만 노려볼 만하다 판단한 모양이다.
부와아앙!
아모모의 궁극기, 슬픈 좀비의 재앙이 내 발을 묶으며 말카림의 그림자 습격이 쏟아지듯 들어온다.
한 번에 CC기를 연계해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 순삭하겠다는 목적.
빤히 보인다.
한 가지 허점이 있다면 아모모의 궁극기는 발을 묶을 뿐 스킬은 사용할 수 있다.
구오오오오!
개서스의 궁극기가 발동되며 몸집을 키운다.
그 모습을 보고 실패를 예감했는지 아모모는 곧바로 발을 뺐다.
그에 반해 그림자 습격으로 포탑 안 쪽까지 들어온 말카림은 후퇴할 타이밍을 잃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 올마스터 쫌 하네?]
[오오 퍼블!]
서로가 지극히 긴장한 채 임하던 중요한 게임.
팽팽하게 진행되던 종말전의 첫 게임에서 승전보를 따냈다.
어떻게 보면 아모모의 실수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너무 깊게 들어왔어.'
말카림이 오버해서 호응할 이유가 없었다.
궁극기의 위치를 너무 멀리 잡은 것이 결정적인 실수.
그 탓에 아모모와 같이 퇴각하는 선택을 잡을 수 없었다.
프로게이머인 클끼리의 생각에 BJ그마카림이 따라가지 못했다.
안 그래도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는 개서스가 퍼블까지 먹었다.
이제 그 누구도 개서스의 성장을 방해할 수 없다.
따악!
따악!
스택이 쌓이자 딱밤 소리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적어도 BJ그마카림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없을 터.
그렇게 상대 탑라이너를 개무시한 채 성장한 개서스는 이변이 아닌 필연을 만들었다.
꾸드득!
방송게임인 만큼 무식하게 스택만 쌓진 않는다.
정확히 20분 타이밍에 2코어를 뽑았다.
꽁꽁 언 심장과 정령힘의 향상.
이 정도 뜬 개서스는 충분히 한타를 해볼 만하다.
말카림도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라인전에서 나를 절대 말리지 못한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듯하다.
말카림은 탑에서 도망쳐 용한타를 위해 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나에겐 텔레포트가 있다는 사실.
적들이 드래곤을 치자마자 근처에 있는 와드를 통해 이동했다.
슈우우웅-!
3.5초의 대기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불리하게 진행되는 게임에서 드래곤이라도 챙기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적팀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빠각!
내가 첫 번째로 친 대상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적 원딜도, 미드도 아니다.
드래곤을 향해 내질렀다.
퍼블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한 600스택이나 쌓인 딱밤이 위력을 뽐낸다.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야 적팀이 드래곤 또 먹었다 이거 큰일..]
[개서스가 잡았는데요 철꾸라지님..?]
드래곤의 막타를 뺏어버리다니?
사실 클끼리는 프로게이머치고 오브젝트 막타를 잘 못 챙긴다.
때문에 시도한 거기도 하지만 내 개서스의 딱콩 한 방이 지나치게 셌던 것도 크다.
불길의 장판과 딱콩이 더해지는 그 순간 누킹은 정글러의 필수 스펠 단타에 뒤지지 않았다.
당황한 적팀은 나라도 잡기 위해 온갖 스킬을 퍼부었다.
당연하게도 역부족이다.
20분 시점에 2코어가 완성되고 궁극기로 체력까지 올린 나는 엄청나게 단단하다.
아군의 역습이 더해지며 첫 번째 경기는 개서스의 하드 캐리로 싱겁게 끝이 났다.
.
.
.
* * *
'내가 져버리다니..'
BJ그마카림은 속으로 한탄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명실상부 최고의 말카림 장인인 자신이 몇 판하지도 않았을 개서스에게 패배했다.
그것도 그냥 게임을 진 거면 모르되 라인전부터 설설 기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정글러인 클끼리의 실수 때문이었다.
-뭐, 게임하다 보면 질 수도 있죠. 다음엔 더 잘해봐요~
-네, 클끼리님 고생하셨어요. BJ그마카림님은.. 다음부터는 조금만 더 집중 부탁드립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뚜─
종말전의 첫 번째 경기.
그 패배의 요인이 자신 탓으로 돌려지며 러이갓한테 한 소리 들어버렸다.
보이스 채팅이 종료되자마자 BJ그마카림은 바닥에 헤드셋을 내팽개쳤다.
파앙!
"제길! 클끼리 자식, 프로게이머라는 주제에 용 앞에서 단타도 제대로 못 쓰고.."
게임을 진 것 자체도 화가 난다.
하지만 그마카림이 정말 화가 난 이유는 클끼리 때문이었다.
분명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된다면서 들어가 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당연히 실패.
그런데 멋대로 들어간 클끼리는 자신이 호응하자마자 빠지기까지 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나.
그럴 거면 그냥 오질 말던가.
충분히 라인전 끌어나가면 솔킬 딸 자신이 있었는데.
솔킬을 못 따더라도 로밍으로 게임을 비빌 수 있었는데.
BJ그마카림은 인상을 찡그리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두고 보자 올마스터.."
프로게이머인 클끼리한테는 큰 소리를 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평범한 프로도 아니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인인 클끼리한테 어떻게 반감을 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자신이 변명을 한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화살은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장본인 올마스터에게 말이다.
'분명 이 자식은 무언가 있어.'
쿨통통과 리픈 미러전을 했을 때도 그러했다.
거의 해보지도 않았을 리픈을 수준급으로 다루고.
리픈 장인 쿨통통을 가볍게 바르기까지 해버렸다.
이번에도 그렇게 개서스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솔랭에서 전적이 있기는 했지만 겨우 몇 판 한다고 잘해질 거면 장인이 왜 있겠는가?
자신만 해도 말카림을 1천 판 가까이 했을 정도다.
'분명 캥기는 게 있는 놈이야. 내가 종말전에서 네놈의 실체를 샅샅이 드러내 주마.'
단순 무식한 그마카림은 혼자서는 방법을 찾아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캥기는 게 있다는 심증만은 확고했다.
그 실체를 캐내기 위해서 가장 친한 친구 BJ대망신에게 그는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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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프로게이머 언제되냐고 질문해주신 독자님.
스토리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