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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자
촤라랑!
팡.
말카림이 CS를 먹으려 할 때마다 견제가 떨어진다.
별똥별과 소리커의 평타, 바나나 모양의 투사체가 사뿐히 날아간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말카림의 체력이 깎여나간다.
말카림으로서도 어떻게 반항을 하고 싶겠지만 안된다.
광역 공격기인 소리커의 별똥별은 견제와 동시에 미니언까지 밀어버린다.
미니언이 깡패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미니언의 수가 적은 쪽은,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잡기 힘들다.
괜시리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간 수많은 미니언들에게 다굴 당해 딜교환을 손해보고 만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소리커의 별똥별과 미니언의 폭력에 의한 라인 주도권.
근접 챔프인 말카림은 오직 참고 인내해야 한다.
6레벨, 궁극기를 배울 순간을 기다리는 게 고작이다.
'귀환 타이밍을 잡고 승부수를 던질 생각이겠지.'
견제만 당하다간 CS차이로 인해 아이템 격차만 커져갈 뿐이다.
말카림은 귀환 후 우물에서 체력을 채우고 아이템을 사올 게 분명하다.
설령 미니언 웨이브를 한 번 손해본다고 해도 말이다.
역시나 시야에서 잠깐 사라졌던 말카림은 귀환을 탔다.
그렇다면 나도 라인에 남아 있어서야 아니되는 노릇이다.
미니언을 밀어 말카림이 CS를 흘리게 만들고 똑같이 귀환을 선택했다.
다시 라인에 도착했을 땐 나도, 말카림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내 소리커의 견제에 의해 깎이고 깎였던 녀석의 체력은 다시 복구됐다.
비록 한 웨이브를 놓쳐서 골드와 경험치를 손해 보긴 했지만 큰 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6레벨을 찍고 궁극기까지 배웠으니 당장 승부가 걸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만에 하나의 기회도 주면 안된다.
다시 미니언을 정리하며 차근차근 압박해 나간다.
그리고 조금씩 말카림의 체력을 깎아낸다.
하지만 상대는 내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이었다.
쿠워어어어!
녀석이 승부수를 띄웠다.
돌진 거리가 엄청나게 긴 말카림의 궁극기.
그림자의 습격이 최대치로 발휘되며 나에게 도달했다.
붙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내 견제로 인해 체력도 조금 깎였을 뿐더러 미니언의 공격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단을 내린 이유.
계속해서 맞기만 하다간 또 집에 가는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해봐도 분명 이 타이밍을 노렸을 것이다.
치지직..!
유령화에 이어 발화까지 사용한 것 보면 진심이다.
모든 것을 투자한 녀석의 각오.
받아주는 수밖에 없다.
촤라랑!
팡.
티잉.
언월도를 풍차처럼 돌리는 말카림의 현란한 이펙트에 비한다면 내 소리커의 반격은 지극히 단순하다.
별똥별과 바나나, 그리고 침묵을 쏘아 적의 체력을 야금야금 깎는다.
그나마 장점이 있다면 별똥별의 스킬 쿨타임 짧다는 것 정도.
서포터라는 태생 탓에 스킬구조가 단조로운 소리커다.
촤라랑!
샤랑~.
스킬 쿨타임이 짧은 별똥별을 계속해서 날림 반쯤 깎인 체력을 회복한다.
소리커 W스킬, 초회복.
아군의 체력을 체워줌과 동시에 방어력을 올려주는 버프 효과까지 있다.
당연 자기 자신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
초회복에 의해 방어력이 올라가자 말카림의 언월도가 무디게 들어온다.
덕분에 말카림의 공격을 조금 더 버텨내는 게 가능했다.
그럼에도 소리커의 공격수단은 결국 별똥별과 바나나뿐이다.
시간을 끈다 해도 공격을 가할 수단이 부족하다.
하지만 초장부터 모든 스펠을 쏟아낸 녀석과 달리 나에겐 실드가 남아있었다.
공격적인 발화와 반대되는 수비적인 스펠인 실드.
게다가 소리커의 별똥별은 상대를 때리면 때릴 수록, 상대의 마법 저항력을 깎는 디버프가 중첩된다.
공격적인 스펠보다 수비적인 스펠을 들어 지속딜을 노린다.
결정적으로.
<은하수여, 응답하소서! >
처음부터 궁극기라는 초강수를 사용한 말카림에겐 남아있지 않은 비장의 한 수가 나에겐 존재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궁극기, 별의 은총.
말카림이 열심히 깎았던 체력이 다시 바퀴벌레마냥 차오른다.
별똥별의 데미지도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마법 공격은 상대의 저항력이 낮을수록 아프게 들어간다.
별똥별로 인한 디버프 효과가 중첩되자 장난 아니게 아파졌다.
횟수를 거듭해 쌓인 별똥별에 의해 마법저항력이 마이너스 수준까지 깎여버린 말카림.
거기에 더해 미니언들의 공격까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더해진다.
결국 이건 아니다 싶은지, 말카림은 유령화의 빠른 이동 속도를 믿고 어쩔 수 없는 도주를 택했다.
그러나 녀석에게 유령화가 있다면 나에겐 점멸이 있다.
조금씩, 하지만 착실하게 깎았던 말카림의 체력.
때마침 돌아온 E스킬, 침묵으로 마무리한다.
촤라랑!
티잉!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씨지맥의 말카림도 얄짤 없다.
고작 서포터 챔프에 지나지 않는 소리커로 솔킬을 따버렸다.
이변.
의문을 자아냈을 탑소리커는 트롤픽이 아니었다.
화려하게 스킬을 쏟아낸 것도 아니고, 피지컬로 찍어누른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 QQQQQ로 상대를 제압하는 소리커를 보고 있자면 누구라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결과가 이러한데 어떻게 반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탑소리커가 말카림을 솔킬내며 1킬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갱킹이 와도 소리커를 막지 못한다는 것과 이하동문.
광역기인 별똥별의 특성상 일대다도 기가 막히다.
결국 이전 판과 비슷하게 말카림은 라인전을 포기했다.
대신 봇라인을 향한 로밍을 택한다.
이번 판에서도 우리팀의 자랑스러운 원딜러 철꾸라지가 실수를 해줄 거라 기대한 모양이다.
'에이, 철꾸라지도 나름 사람인데.'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철꾸라지의 애씨는 꿋꿋하게 나로호를 쏘아 올리며 예능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픽한 챔피언은 소리커다.
로밍을 따라가지 못할지 망정 궁극기로 지원이 가능하다.
별의 은총은 맵에 있는 모든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은하수여, 응답하소서!>
성장이라도 잘했으면 모르되 도망치듯 봇라인에 로밍을 간 말카림.
아무리 철꾸라지가 사고뭉치라고는 해도 힐을 써줬다.
게다가 서포터도 마스터 티어인 인간조아라다.
당할래야 당할 수가 없을 텐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마아아아!! 이게 왜 죽는데!
─형님이 죽을라고 작정을 하셨으니 죽죠!
역시 안될 놈은 안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철꾸자리가 조금은 자중해준 덕분에 이전 판과 달리 큰 피해없이 라인전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한타다.
잘 성장한 탑소리커의 불도저같은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다.
촤라랑!!
소리커의 필수 아이템 나일아이의 수정창.
스킬피해를 준 상대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그 슬로우 디버프가 스킬 쿨타임이 2초가 안되는 별똥별에 광역으로 묻어나간다.
용 한타가 시작되자 적팀으로 대놓고 침투했다.
촤라랑!
둔화가 묻은 별똥별을 사정없이 쏟아냈다
힐러 주제에 어딜 감히?
상대팀이 눈에 불을 키고 나를 노려온다.
샤랑!
디잉.
이를 초회복과 실드로 막아낸다.
그리고 또 한 번 체력을 채워버린다.
<은하수여, 응답하소서!>
좀 잡았다 싶으니 바퀴벌레처럼 다시 풀피가 된다.
한 타임 버티다 쿨타임이 돌아온 초회복으로 또다시 회복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자 처음에는 아프지 않았던 별똥별의 데미지가 차곡차곡 누적된다.
깎이고 깎인 마법저항력을 탓에 별똥별이 살갗 따갑게 스며든다.
도망가려고 해도 나일아이의 수정창의 둔화때문에 뒤를 잡히고 만다.
한타의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는 대승리.
3전 2선승제의 마지막 판이라는 절박함.
일말의 희망까지 무참히 밟아버리며 서렌을 받아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
.
.
* * *
별풍이 내린다아~ 샤라랄랄랄랄라~
'오호라, 꽤나 잘 만들었단 말이야.'
러이갓의 방송에 가면 하루에 수백 번도 더 들을 수 있는 노래.
하지만 이번에는 틀은 장소도, 목적도 다르다.
어쩌면 필연이었을까, 내 탑소리커가 화제를 몰고왔다.
누군가 게임 장면을 맛깔나게 편집해 유튜부에 올렸다.
그 BGM으로 차용된 것이 바로 별풍이 내리는 노래.
별똥별을 수도 없이 떨어뜨리는 소리커에게 참으로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유튜부 영상 밑으로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음은 물론이다.
-탑소리커가 가능함? 올마스터니까 되는 거 아니야?
-ㅇㅇ 니가 하면 충이다.
-방금 전 아군 탑소리커때문에 승급전 떨어졌다. 질문 받는다.
-ㄴ여친있음?
-그런 질문 말고;
누가 봐도 트롤픽인 탑소리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종말전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다이아, 마스터의 고랭크 유저들까지 따라했다.
결과는 번번히 실패.
탑소리커는 올마스터만 가능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그냥 말카림 카운터인 거 아님?
-초반 라인전 보니까 사거리 차이로 뚜까 쳐맞긴 하더라ㅋㅋ
아무리 내가 종말전에서 탑소리커를 한 번 보여줬다고는 해도 따라하는 건 쉽지가 않다.
사실 탑소리커는 보기보다 다루기 어려운 챔프에 속하니까.
시즌1부터 별다른 변화가 없던 소리커임에도, 수년이 지난 시즌4가 되어서야 탑소리커라는 전략픽으로 발견되었다.
누군가 한두 번 써서 화제가 된다고 발굴이 될 수 있는 난이도의 챔프가 아닌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이 라인전의 방식이다.
미니언을 계속해서 밀어 상대를 몰아붙여야 한다는 점.
그런 짓을 하면 적 정글의 갱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탑소리커를 시도한 대부분의 이들이 이렇게 판단했다.
보이스 채팅로 오더를 하는 팀랭에서나 가능하다고, 솔랭에서는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뭐,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다 보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거다.
내가 또다시 탑소리커를 꺼내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또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내일부터는 그걸 사용할 수 있으니까.'
종말전의 마지막 카드.
새로운 신규 챔피언.
그 챔프가 내일 패치로 인해 출시된다.
나오자마자 엄청난 숙련도로 캐리해버린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보여준 탑소리커다.
이미 나는 챔피언 폭이 넓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더욱이 특이한 챔프도 간간히 꺼내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마술과도 같은 실력을 가진 올마스터가 신챔프를 잘 다룬다는 이유로 누가 감히 딴지를 걸 수 있을까.
내 명성을 하늘 끝까지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어쩌면 종말전을 계기로 정말 프로팀에 스카웃당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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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