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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자
여러BJ들이 그토록 수고를 쏟았던 종말전이 전부 끝났다.
결과 또한 착착 정리되어 나왔다.
철꾸라지팀 3승.
팡우팀 1승 2패.
러이갓팀 2승 1패.
별쏘냐팀 3패.
재경기따위 없었다.
철꾸라지팀이 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제 남은 건 우승한 철꾸라지 팀원들의 인터뷰 뿐이다.
"종말전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쥔 철꾸라지팀. 그 팀의 주장. 뭐 사실 한 건 없다시피 하지만 일단 한 말씀해주시죠."
아무래도 사생활이 있는 개인 방송BJ들인 만큼.
조추첨식때처럼 한 자리에 모이는 일까진 없었다.
종말전을 진행했던 게임 캐스터와 해설자가 모인 파프리카 공식 방송을 통해 인터뷰는 간단히 진행되었다.
<캐스터님도 인정 하시겠지만, 종말전에서 제 애씨의 활약이 컸지 않겠습니까?>
"아, 네. 대체 어떤 부분이 말이죠? 나로호?"
<마아아아아!!!>
철꾸라지의 괴성을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우승팀의 주장이라지만 한 게 없는 만큼 대우는 처참했다.
-사회자도 무시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긴 했지ㅋㅋㅋ
-종말전 끝까지 꿀잼이구만!
게임 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예능을 고수했던 철꾸라지.
웃기기는 했다지만 스무 번 가량이나 나로호를 쏘아 올린 대가일까.
캐스터에게 철저한 무시와 혹대를 받으며 종말전의 흥행을 위해 마지막까지 희생했다.
뒤이어 차례차례 진행되는 철꾸라지 팀에 속한 각 팀원들의 인터뷰.
"불꽃사내님. 결국 자랑하시던 위웍을 마지막까지 보여주시지 못하셨네요."
<종말전의 모든 팀들이 저를 두려워했기에 위웍을 밴했습니다. 사실 위웍따위 안 해도 제 전투력은 떨어지지 않지만. 저까지 전력을 발휘하고 만다면 불쌍하지 않나요?>
"확실히 불꽃사내님의 두두때문에 불쌍하긴 했습니다. 팀원들이요. 정글 작작 먹고 갱킹 좀 하시지 말입니다?>
불꽃사내에게 혐성을 쏟아내는 게임 캐스터.
그의 말대로 불꽃사내는 갱킹을 거의 가지 않았다.
하얀 설인의 형상을 두두라는 챔피언으로 쓸데없이 카정만 쳐댔다.
실질적으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농담조로 비꼰 거다.
인터뷰는 유쾌하게 계속해서 진행된다.
"인간조아라님은 주챔프이신 조아라의 밴이 거의 풀렸죠? 그런데 왜, 그 모양이셨습니까?"
<하하! 게임캐스터님께서 종말전동안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게 쌓이셨나 보네요. 뭐 일단 최선을 다했습니다.>
"뭐, 원딜이 그 꼬라지였으니 이해는 됩니다."
<마아아아아아아아!!>
보이스 채팅이 연결돼 있었다.
철꾸라지가 끼어들며 또 다시 괴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철저하게 무시하고 철꾸라지를 차단까지 했다.
인터뷰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진행된다.
"과묵하시기로 유명한 BJ요구르트님. 앞 서 세 분과 다르게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주셨습니다."
<...네.>
"그런데 솔직히 파밍만하고 재미는 없었네요. 그런 것보단 시청자들의 질문. 종말전 진행동안 요구르트 몇 개 까셨습니까?"
-ㅋㅋ글 올린 거 나임
-나도 올렸는데 너만 올린 줄 아냐?
-근데 ㄹㅇ 저렇게 야쿠르트 수십 개씩 퍼마시면 속 안 상하나 BJ요구르트는.
평소 개인방송 도중에 시도 때도 없이 야쿠르트를 까마시기로 유명한 BJ요구르트.
물론 요구르트와 야쿠르트는 다른 제품이고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야쿠르트만을 고집한다고.
방송에서는 하루종일 입에 달고 살 정도라고 한다.
종말전 이벤트 동안은 대체 몇 개나 까마셨을까?
방송 게시판에 질문이 수십 개나 올라왔다.
<그냥 컨셉입니다.>
"아, 네에.. 그러셨군요.."
정말로 컨셉이라면 위장을 꽤나 혹사시키는 셈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특이한 정도는 아니다.
같은 팀의 주장 철꾸라지는 간장을 콜라처럼 마셔대지 않던가.
BJ라는 직업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BJ요구르트를 끝으로 철꾸라지 팀원들의 대략적인 인터뷰가 끝났다.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단 한 명을 빼놓는다면 말이다.
"자..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 시청자분들이 그렇게나 대망하시던 종말전의 MVP, 화제를 몰고 오는 남자. 이번 만큼은 저도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올마스터.
방송을 시작한지 두 달을 겨우 채운 신입BJ.
하지만 롤BJ계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용담호혈의 종말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은 남자.
"개서스, 리픈같은 비주류챔프 뿐만 아니라 탑소리커에 제임스까지. 어느 하나 캐리를 못하신 적이 없는데요. 대체 챔프폭이 얼마나 넓으신 겁니까?"
파프리카 초유의 빅 이벤트.
종말전이 만든 슈퍼스타의 인터뷰다.
캐스터의 어조가 다소 진중해졌다.
물론 달아오른 분위기가 식지 않게끔 쾌활한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한 캐스터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왔다.
BJ올마스터의 음성이 울렸다.
<그건 제 아이디를 보시면 간단합니다.>
올마스터.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말인 즉, 설마.
"설마.. 모든 챔피언들을 다루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임 캐스터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해설자.
종말전에서 올마스터의 예상픽을 3번이나 틀렸던 바로 그다.
지금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해설자가 입을 열었다.
물론 캐스터의 진행을 도와주는 건 해설자의 일이지만 이번 만큼은 다분 사심이 섞여있다.
<그렇습니다.>
고작 한 마디.
하지만 종말전을 시청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한 마디다.
그것도 확답이다.
모든 챔프를 전부 다룬다고 본인이 시인했다.
만약 개인 방송 중의 발언이었다면 허세로 여겨졌을 것이다.
BJ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말을 가볍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BJ로서가 아닌 종말전의 MVP로서의 발언이다.
결코 가볍게 스며들지 않는다.
"이게 참, 저도 태클을 걸고 싶은데.. 실력으로 보여주셨으니 안 믿을 수도 없고.."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올마스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야기 했다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종말전에서의 그의 행적.
흘려 들을 수 없는 발언이다.
캐스터는 지금 이 자리에서 시비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인터뷰의 자리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올마스터는 그것을 감안하고 발언을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올마스터를 띄워주는 노선으로 인터뷰는 마무리되어 간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허풍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올마스터의 방송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만약 노림수라면 크게 될 인물.
수년 간 파프리카의 여러 방송을 도맡으며 수많은 BJ들과 만나고 교류해온 종말전의 게임캐스터였다.
올마스터 이 남자는 특별하다.
경험에서 우러난 직감이 머릿속에 속삭였다.
.
.
.
* * *
"준비는?"
<완벽해.>
좁은 방 안에서 한 명의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다.
남자는 파프리카TV에서 BJ대망신으로 통하는 자.
그리고 전화를 받는 BJ그마카림이었다.
"영상.. 그럴 듯 한데? 배포는 어떻게 할 거야?"
BJ올마스터가 버그를 썼다는 결정적인 증거.
단순 스크린샷이나 게임 화면으로는 부족하다.
증거 이전에 관심과 악의가 말이다.
누구 하나 물어 뜯기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잉벤에서 화제를 일으켜야 한다.
그렇기에 동영상을 준비했다.
편집해준 이는 자신의 방송을 애청해주는 열혈팬.
혼돈에서부터 파프리카 방송까지 쭉 따라와준 남자에게 대망신은 동영상 제작을 부탁했다.
사정을 들은 열혈팬은 흔쾌히 수락해줬다.
고퀄리티의 편집까지 깔끔하다.
올리기만 한다면 입소문을 타는 건 따놓은 당상이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올리기는 좀, 그렇지 않냐?"
BJ간의 선전포고가 된다면 그림이 좋지 않다.
만에 하나 쿨통통처럼 된통 당할지도 모른다.
맞불을 놓는 등 치사한 짓을 해댈 것이다.
올마스터 녀석이 분명 사용했을 버그가 유야무야 덮어져 버리기라도 한다면?
벌집을 쑤신 꼴이 된다.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한다.
<맡아주기로 한 사람이 있어. 내 방송 팬중에 올마스터 자식을 엄청나게 싫어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 잉벤 딱지가 핑크색이야. 홍보 제대로 될 걸?>
잉벤에는 레벨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며 핑크색은 상당한 고레벨이다.
로드 오브 로드로 따지면 마스터 정도.
물론 실력같은 게 아닌 단순히 잉벤을 많이 했을 뿐이다.
어쨌든 핑크색 딱지라면 아무 의미 없는 뻘글만 써도 조회수가 팍팍 올라간다.
굳이 자신이나 그마카림이 올리지 않아도 글이 묻힐 가능성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 이상이다.
"그럼 그 부분은 부탁할게. 하지만 열혈팬분들이 이렇게 고생해준 만큼 우리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알지?"
대망신이 세운 계획은 이러했다.
BJ올마스터가 버그 유저임인 증거가 되는 영상.
그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불씨를 키운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방송에서 동정을 호소한다.
자신과 그마카림은 올마스터와 1:1라인전을 해 져버렸기 때문에 당사자다.
그 패배가 버그에 의한 것이었다면 올마스터를 비방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건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득이다.
연루된 BJ들의 홍보효과는 커지고.
결과가 어떻든 올마스터의 이미지는 시궁창을 기게 된다.
버그를 사용해서 종말전을 우승한 쓰레기같은 BJ로 말이다.
당연히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다.
계속해서 물어 뜯는다.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호소한다.
사건이 묻히기 전까지 단물을 쪽쪽 빨아 먹는다.
탑급 롤BJ가 되기 위한 최고의 여건이 갖춰졌다.
<큭큭, 당연하지. 그 눈꼴사나운 자식도 묻어버리고 이번 기회에 우리도.. 그런데 팡우 형님은 어쩌신데? 그 분이 밀어주고 말고가 상당히 크잖아.>
아무리 자신과 그마카림이 방송에서 올마스터를 물어 뜯는다 한들 기본적인 시청자수가 적다.
둘을 합쳐도 떠오르는 태양, 아재BJ 팡우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물밑 작업은 완료한지 오래였다.
"내가 어제 팡우 형님이랑 룸살롱 갔던 거 알지? 형님도 올마스터 엄청 싫어하더라고. 이제 그 자식은 끝이야."
롤BJ계의 4대 거물 중 하나.
종말전의 일각.
팡우 형님까지 나서면 녀석에게 도망갈 구석따위 없다.
스캔들을 일으킨 연예인들처럼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가 다시 기어 나오는 선택지.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버그 유저의 방송을 곱게 볼 시청자는 없다.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건 내일이다.
내일부터 서서히 올마스터 자식을 벼랑끝까지 몰아 넣는다.
팍!
떨어뜨려 버린다.
다시는 기어 올라오지 못할 지옥의 밑바닥으로 말이다.
대망신은 자신의 계획에 확실한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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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로 오탈자 지적해주신 부분 따박따박 고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