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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 치킨
'근데 나 진짜 친구 없구나.'
LCL에 참가할 팀원을 구하는 일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일단 내 유일한 인맥이자 내가 인정하는 몇 안되는 실력자.
회귀 전부터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단 한 사람이 말썽이다.
'리뮤 이 자식은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거절을 한 거면 모른다.
지가 싫다는데 계속해서 무리하게 권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아예 접속 자체를 하고 있지 않다.
벌써 1주일이 넘었다.
대체, 무슨 일로?
이 게임 폐인이 롤을 안 하다니 슬슬 걱정이 될 지경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는 앞으로 몇 년은 쭉 게임만 하신 양반이다.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혹시 내가 바꾼 현재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에이, 그건 좀 아닌가.'
원래 시즌2에 심해를 면하지 못했던 내가 확 올라가 버렸다.
게다가 유명해지기까지 했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파졌다는 심리로 게임을 하기 싫어진 걸지도.
농담삼아 생각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의 접수가 마감되는 건 5일 후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봐도 될 터.
여차하면 대체 멤버를 넣고 조정을 해도 될 문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운동을 안 했었지.'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하던가.
하루에 1시간 이상의 뜀박질.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종말전 기간에 바빴기에 지키지 못했다.
딱히 변명은 아니다.
가능하면 나가고 싶었지만 정말 여건이 안됐다.
철꾸라지 팀원들과 같이 했던 술자리.
그리고 대회의 긴장감.
평소보다 배는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힘든 상황일수록 멈추지 않고 운동해서 컨디션을 유지하라.
그런 소리가 있지만 솔직히 무리다.
안 움직이는 몸을 구태여 혹사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슬슬 다시 해도 될 상황이다.
나는 컴퓨터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오래된 거울을 찬찬히 들여봤다.
회귀한 이후 2달이 넘게 꾸준히 관리했던 몸.
관리라고 해봤자 조깅이 전부긴 하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그런지 잔근육이 붙으니 제법 볼 만하다.
'이 정도면 준수한 거 아니야?'
관리만 한다면 연예인급.
물론 그건 무리겠지만 조금 안 생긴 연기파 영화배우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잘 생겨 보인다곤 한다.
그래도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솔직히 조금 반할 때가 있다.
'후후, 절대 합리화같은 게 아니지.'
어쨌거나 오늘은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조깅을 나가보려고 한다
한동안 만나지 않았던 메로나녀.
길고양이 예은과도 얼굴을 마주하고 싶기도 하다.
'혹시 길고양이가 나를 알아보진 않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오프게임넷의 장인 어르신에 출연한 적이 있다.
파프리카TV 종말전 우승자로서 메인 페이지 한 부분을 조그맣게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나는 대강의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방송 덕에 돈을 버는 것만 빼면 방구석 폐인에 가까웠던 나.
하지만 최근엔 외출할 일도, 사람 만날 일도 잦아졌다.
외출도 타인을 만나는 것도 어색하지가 않다.
사실 프로게이머 연습생을 하던 시절엔 지인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그런 질문을 들어버리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안절부절 못했다.
그랬던 내가 다시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변한 것은 오직 시간 뿐일 텐데도 무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깅길에서 만났넌 그녀, 예은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찍접댔던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소개도 하지 않았다.
피하려 했던 건, 매몰차게 대했던 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접근 방식을 조금 바꿔야겠다.'
고작 며칠에 불과할 텐데도 탄천로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던가.
사나흘로 이 정도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나도 그 가까이 돌아왔으니 충분히 바뀔 수 있어.'
나는 잡념을 잊기 위해 탄천로를 있는 힘껏 뛰었다.
숨이 벅찰 정도로 힘차게 말이다.
몸의 고단해지자 오히려 마음이 상쾌해져 간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탄천로를 뛰길 두 시간쯤 됐을까.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자 정말 두 시간에 가까웠다.
'하아, 거의 마라톤을 해버렸네.'
물론 시간의 이야기다.
어림 생각해도 속도의 차이가 있기에, 42. 195km는 당연히 안된다.
하지만 마라톤 선수들이 그렇게나 오래 뛸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만도 같다.
엔돌핀이 돌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피로가 쾌감으로 바뀐다고 하던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공감이 인다.
이렇게나 오랫동안 아무 생각없이 땀을 흘린 것은 군대에서 노가다를 할 때 이후로 처음이다.
싸구려 저지를 입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버렸다.
숨을 돌릴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시야가 트인다.
지금까지 그저 앞만 보고 뛰고 있었다.
"하아, 하아 대체 몇 바퀴나 뛴 걸까.."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이 동네의 탄천 한 바퀴는 약 6km정도.
네 바퀴 이상 뛰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세 번째야."
누군가 대답하듯 말을 걸었다.
.
.
.
* * *
터벅터벅.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심부름센터에 의뢰해본 결과 틀림이 없었다.
'설마 그 띨빵한 녀석이 올마스터였다니..'
예은은 탄천로 주변을 걸으며 떠올렸다.
올마스터와 녀석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놀랍게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돈을 주고 자세한 신상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비슷한 느낌으로 띨빵하긴 했었지.'
생각해 보면 정말 드문일이었다.
자신이 남자와 말을 섞을 생각이 들다니?
그것도 모자라 한 번은 도와주기까지 했다.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단 한 번도 남자에게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없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두 번째 인가.'
남자와 이야기를 섞는 것은 질색이다.
어릴 적부터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의사에게 듣기로는 일종의 남성 혐오증.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거라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것이 중학교 때의 일이었지만 이후로도 줄곧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찍접대는 놈들이 한 트럭인데.'
남자들이 보내오는 역겨운 시선이 참기 힘들었다.
어떤 여자들은 오히려 이를 즐긴다지만 적어도 자신은 아니었다.
토가 쏠릴 뿐이었다.
그래서 일까.
부모님이나 꼭 필요한 관계를 제외한다면 남자와의 접촉을 피하게 됐다.
아니, 사람 자체가 싫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져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달래줄 수 있는 취미는 많지 않았다.
자신은 게임에 재능이 있었고 주위에서 치켜세워졌다.
외모나, 배경이 아닌 순수한 실력.
성적 말고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존재했다.
더욱 더 빠져들고 말았지만.
'게임에서도 결국 사람들은 싫었어.'
단 한 명, 마음이 통하는 녀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챙겨주고 싶은 느낌이랄까.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정이었다.
'개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키운다면 그런 느낌일 거야.'
시골에서 똥강아지를 조우했을 때 느끼는 반가움.
표현하자면 이 길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다.
그런데 그 녀석이 올마스터였다니?
'심부름센터 두 곳 다 같은 대답을 하는데 어떻게 해.'
영 의아하기는 하나 정말로 사실이었다.
만약 녀석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표정으로 대해야 할지.
솔직하게 모르겠다.
자신에게 있어 올마스터는 적지 않게 특별했다.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 애착이 있었다.
얼마 있지도 않은.. 사실상 한 명뿐인 친구이니까.
'일단은 모르는 척 해두는 게 낫겠지..?'
얼굴에 철판을 까는 일은 꽤 익숙하다.
어차피 녀석이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에 하나 자신처럼 심부름센터를 사용한다고 해도 안된다.
어지간히 간 큰 사람이 아닌 이상 자신을 건드리진 않을 터다.
'하긴 뭐 보통 이 정도까진 안 하려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세세하게 손을 써두자.
예은은 그 방법에 대해 고찰하며 천천히 탄천로를 걸었다.
이 쓰잘데기 없는 고민 때문에 평가 점수가 0.1점이라도 내려가면 자신만 손해다.
'시험 보는 중간에 잠깐 그 생각 나서 멍 때렸던 거 같은데.. 설마 틀리진 않았겠지.'
요 며칠간 있었던 기말 시험동안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마음 같아선 그 똥강아지 같은 녀석에게 니킥을 선사하고 싶다.
그랬다간 단박에 들통이 날 테니 참아야겠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생각을 했다고 혀를 차며 탄천로를 거의 일주하던 즈음.
'설마..'
예은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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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작품 공지사항에 뿔테님이 그려주신 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