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2화 (5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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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 치킨

파프리카TV의 BJ는 현재 내 직업임과 동시에 돈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잠시 쉬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모함하는 이들에게서 도망가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연습이 필요해.'

쓸데없는 사건으로 발목을 붙잡혀서는 안된다.

LCL의 접수 마감일이 앞으로 나흘 남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차피 내일모레 중으로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에서 연락이 올 터.

화제의 리픈 영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해준다고 했다.

물론 내 파프리카TV 방송국에 공지사항은 적어 놓을 것이다.

나를 비난하는 이들이 내가 잠수했다고 착각하는 꼬라지를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 예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내용을 적었다.

[공지사항]-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현재 지인들과 팀을 꾸린 상태입니다.

대회 연습때문에 한동안 방송 시간이 뜸해지는 점 양해바랍니다.

LCL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 얻어서 제 실력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게 할테니까요^^

'이 정도면 됐겠지.'

선전포고는 해뒀다.

이제 남은 건 연습이다.

아직 서포터를 구하진 못했지만 일단 네 명이서라도 호흡을 맞춰보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은 오후 12시.

점심을 먹고 바로 들어간다.

'팀랭크라.. 추억이구만.'

로드 오브 로드에는 솔로 랭크만 있는 게 아니다.

다섯 명이 한 팀으로 진행하는 팀랭크라는 게 있다.

리뮤, 씨지맥, 타임끝과 급조한 한 명을 더해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

LCL,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의 출전을 위한 과정이 척척 진행된다.

.

.

.

* * *

[CGVMAXIM]-탑갱 안 오세요?

[리뮤]-니가 사리던가ㅋ

[CGVMAXIM]-ㅎ솔킬각이었는데

[리뮤]-네 다음 2데스ㅋㅋ

"작작 싸워!"

육성으로 터져 나온 한탄.

사실 예정된 난항이라 할 수 있다.

불화가 끊이지 않는 중이다.

그 중심을 있는 건 당연히 리뮤였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니겠는가.

씨지맥의 잘못도 없진 않다.

실력도 판단도 부족함이 없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탑솔러다.

솔킬각.

탑라인의 경우 아군 정글이 뒤를 봐줬으면 하는 타이밍이 있다.

어떻게 잘 비비면 상대를 딸 수 있어 보일 때.

그렇다고 막 들어갈 수는 없다.

적팀 정글러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역관광이다.

만에 하나 당해버리면 주도권을 잃고 역으로 당하게 된다.

이때 아군 정글이 뒤를 봐주면 최소한 손해 볼 일은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탑을 하다 보면 아군 정글의 지극히 민감해진다.

특히나 공격적으로 솔킬을 따고 싶어하는 탑솔러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 공격적인 탑솔러 중 한 명으로 대표되는 유저가 바로 씨지맥.

씨지맥은 천상계의 탑신병자로도 상당히 유명하다.

물론 정글을 맡고 있는 리뮤가 탑을 신경 써준다면 해결되는 일이다.

하지만 정글러 입장에서도 쭉 탑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호흡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런데 호흡이라는 게 생기기도 전에 이 모양 이 꼴.

씨지맥은 탑 와달라고 징징대듯 말하고.

성격 삐뚤어진 리뮤는 청개구리 마냥 행동하고.

팀 꼬라지가 아주 가관이다 가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보이스 채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팀랭크에서 보이스 채팅은 필수불가결이지만 리뮤 한 사람의 거부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주둥이로 싸웠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언젠가 보이스 채팅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리뮤 이 자식은 왜..'

보이스 채팅의 유무로 인해 판단 속도가 갈려버릴 수가 있다.

솔랭처럼 핑이나 채팅으로 하다간 한 타이밍 늦어버린다.

단 1초의 차이로 오더가 갈리며 될 것도 안돼버릴지 모른다.

그런데 대체 왜 리뮤 녀석은 보이스 채팅을 안 한다는 걸까.

딱히 실명을 까라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것도 아니다.

정말 말 지지리도 안 듣는다.

언제 한 번 날 잡고 설득해야 할 일이다.

어쨌든 당장 급한 건 팀의 화합이다.

이 자식들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것도 세 놈 다.

탑신병자 씨지맥.

지 멋대로 리뮤.

독고다이 타임끝.

치고 박고 있는 두 사람은 일단 내버려 둔다.

나는 마지막 사람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올마스터]-타임끝님 나일아이의 수정창 왜 가요?

[타임끝]-이거 좋음ㅋ

나일아이의 수정창라는 아이템을 갈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많이 쓰이진 않지만 특정 챔피언들에겐 괜찮다.

나만 해도 탑소리커를 할 때 가지 않았는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원딜 고르키로 라일라이를 왜 가냐고!'

타임끝한테는 원딜을 맡겼다.

원딜은 그래도 규격화가 된 라인이다.

미포 정글같은 요상한 게 튀어나올 건덕지가 없다는 생각으로 시켰다.

실제로 그는 고르키라는 준수한 원딜 챔프를 픽했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것은 너무나도 안이한 생각이었다.

하고 많은 아이템들 중에서 왜 AP템을 가고 있다.

[타임끝]-이거 가면 포킹 재밌어짐ㅎ

아니 게임 재밌게 하시는 건 좋은데 그걸 왜 원거리 딜러로 하시냐고요ㅎㅎ

라고 따지고 싶지만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애초에 정말 효율이 좋지 않은 걸 생각할 정도면 그랜드 마스터에 갈 재목이 아니었을 테니까.

저런 하이브리드 고르키도 그렇고 탑콩머스도 그렇고.

미포 정글같은 아예 동떨어진 트롤픽을 제외한다면 의외로 괜찮은 픽이다.

실제로 탑콩머스는 차후 대회에도 나오게 된다.

하이브리드, 아니 완전한 AP고르키는 그랜드 마스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탔었다.

어떻게 주류픽 되기 전에 궁극기 쿨타임이 너프돼서 쓰지 못하게 돼버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건 미드로 썼을 때지.'

당연한 말이지만 원딜은 AD템을 올려야 한다.

팀의 물리 데미지를 책임지는 게 원딜이니까.

물론 고르키라는 챔프의 특성상 괴이한 가면이나 마법 관통력의 신발을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예 대놓고 AP템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고!

그래도 나름 그랜드 마스터라 딜은 잘한다.

유일하게 잘하는 사람한테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틱틱대며 싸우고 있는 두 아군의 다리 몽둥이라도 분지르는 게 먼저다.

[씨지맥]-다음 웨이브에 탑갱 안 오시면 걍 죽을게요.

[리뮤]-죽던가ㅋㅋㅄ

"좀 닥치고 하라고!"

.

.

.

* * *

결국 심화된 불화때문에 팀랭 연습은 흐지부지 종료되었다.

그나마 원딜러 타임끝이 생각보다 트롤이 아니라는 게 다행일까.

나머지 둘만 어떻게 조율을 할 수 있다면 어찌저찌 될 듯하다.

'그런데 어떻게?'

씨지맥은 다음에 잘하겠다고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왔다.

일단 본인이 권유를 한 입장이니 그래주면 좋겠다.

문제는 저 리뮤 녀석을 어떻게 해야 닥치게 만들 수 있을지.

강제로 억눌러도 나중 가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

그리고 그 문제가 대회날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해야만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그 둘과 접점이 있는 내가 조율을 하는 것.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나는 그리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다.

선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만들지 않는 게 한계다.

'성격 괜찮은 서포터를 영입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자고로 서포터는 팀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번민하는 두 중생을 보다듬어 줄만한 인재를 구하고 싶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괜찮다.

마지막 한 명만큼은 인성이 받쳐줬으면 하다.

'역시 인간조아라밖에 없나.'

원챔 유저라는 한계.

나이도 제법 지긋해서 피지컬도 판단력도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인성만큼은 후덕하다.

인간조아라, 인간이 좋다는 닉네임이 정말 잘 매칭된다.

인간조아라와는 종말전에서 같은 팀으로 뛰었던 사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현재 우리팀의 부조화만 해결될 수 있다면 부족한 실력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터.

나는 스마트폰을 뒤적여 인간조아라의 연락처를 찾아보았다.

종말전에서의 접점 덕에 생긴 인맥.

친분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연락하는 게 어색한 사이는 아니다.

뚜우─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 인간조아라의 것이다.

며칠 전 있었던 종말전 때는 정말 매일매일 들었다.

딱히 인상이 강렬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임에도 기억에 남아있다.

"안녕하세요. 인간조아라님. 저 올마스터입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인간조아라.

그런 그답게 이번 리픈 사건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때문에 연락을 하는데 딱히 거리낌은 없었다.

내가 LCL에 참가한다는 의사를 밝힌 공지를 띄운 건 고작 아침의 일이다.

잉벤같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소문이 퍼지기엔 이른 시점이다.

천천히 내가 처한 상황부터 그리고 LCL로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인간조아라에게 설명했다.

<호.. 하지만 제가 대회에 나갈 실력까진 아닌 거 같은데요.>

인간조아라는 마스터 티어의 서포터다.

이 정도 되면 분명 알아주는 실력대다.

LCL이라는 대회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대회인 만큼 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자들로 이루어진 팀은 의외로 흔치 않다.

오히려 다이아, 혹은 플레티넘까지 섞여 있는 팀들이 많을 정도다.

당연하게도 상위권에 올라오는 건 마스터급 이상의 팀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인간조아라가 대회에 나가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준까지는 아닐 텐데.

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면 지나친 겸손이다.

<으음.. 솔직히 구미가 당기네요. 그런데 제가 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멤버가..>

자화자찬이 되겠지만 우리팀의 멤버는 상당히 준수하다.

스프링 시즌에 열린 LCL로 따지면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현재는 7월.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 사이에 로드 오브 로드의 인기가 폭증한 만큼 대회의 수준은 크게 올라가리라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꾸린 팀 정도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믿는 바가 있다.

'내가 미드니까.'

캐리할 자신 당연히 있다.

미드라이너로서 꿍쳐놓은 픽이 적지가 않다.

여차하면 꺼내서 써먹음은 물론이다.

물론 인간조아라는 프로를 지망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BJ.

애초에 원챔 유저는 프로를 하기 힘들다.

게다가 나이도 씨지맥 이상으로 많으신 분이다.

20대 후반, 회귀 전의 나보다도 많은 나이시다.

설사 프로 제의가 들어온다고 해도 백이면 백 거절하게 될 터

하지만 꼭 프로지망을 하지 않더라도 BJ의 입장에서도 LCL은 꽤 도움이 된다.

한 마디로 이력서에 한 줄 크게 긋는 셈이다.

한국의 로드 오브 로드 유저라면 빼놓지 않고 보게 되는 대회/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롤챔스라고는 하지만 LCL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 그 인기가 롤챔스에 엄청 꿇리진 않는다.

그러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BJ로서의 홍보효과도 상당할 터.

그래도 사안이 가볍지가 않은 만큼 인간조아라는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대략 30분이 지났을까.

내가 저녁으로 끓인 건 만두를 넣은 부대찌개.

얼큰하면서도 든든한 데다 요리 방법이 간단해 자주 해먹게 되는 내 18번이다.

그 부대찌개가 거의 완성돼가던 도중 인간조아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번 해봅시다. LCL의 우승을 목표로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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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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