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4화 (5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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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 치킨

리뮤 녀석이 보이스 채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하기 보단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최대한 돌려 말해주는 것도 이제 힘들다.

-어쩔, 내 맘.

지가 그러고 싶다는데 뭐 어쩔 수 있나.

아니, 어쩔 수 없어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

'좀 타협하지..?'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온라인 대회다.

결승까지 오직 온라인으로만 치러진다.

물론 우승을 해서 롤챔스 참가 자격을 얻게 되면 엄격한 신분 증명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강요할 생각은 없다.

우리팀에 속한 다섯 명 중 순수하게 프로를 목표하는 건 나랑 씨지맥뿐이다.

타임끝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프로는 생각 없어 보이고.

인간조아라는 확실하게 BJ의 일로(一路).

리뮤 녀석은 그냥 내가 부탁해서 끌고 왔다.

우승을 하게 되면 롤챔스를 나가기 싫은 사람은 팀을 탈퇴하게 된다.

새로 팀원들을 구해야 하긴 하지만 LCL과 롤챔스 사이의 텀은 상당히 길다.

다시 팀을 재정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아니면 참가 자격 채로 프로팀에 흡수되는 것도 괜찮다.

이 경우 대우도 올라가고 팀원 걱정도 안 해도 된다.

실제로 우승팀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래도 내 이미지가 있다.

현재 인간조아라의 방송에 다 나가고 있다.

평소 대화하듯 막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미봉책으로서 오늘 연습은 리뮤를 뺀 나머지만 보이스 채팅을 하기로 진행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걸 계기로 인해 녀석이 관심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씨지맥]-정글님 탑. 다음 웨이브 다이브 킬각이에요.

[인간조아라]-적 정글 블루쪽에서 사라졌어요. 삼거리 돌아서 봇 올 거 같은데.

'하아..'

보이스 채팅 덕분에 칼같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긴 한다.

무척 좋은 일이지만 그걸 듣는 사람이 보이스 채팅을 하고 있지 않다.

애초부터 될 일이 아니었다.

의사소통이 일방통행이다.

어떤 라인이든 당연히 자신을 위주로 봐주길 원한다.

각자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글러의 몸은 하나다.

때문에 정글러는 항상 계산해서 움직여야 한다.

어느 쪽이 더 큰 이득이 될지 판단이 필요하다.

방금과 같은 상황의 경우 대략 이러하다.

탑을 가서 적을 따는 것.

그리고 봇을 가서 역갱을 치는 것.

어느 쪽도 틀린 선택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 팀랭의 정글러는 굉장히 까다로운 포지션이다.

솔랭이었다면 그냥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저지르면 그만이다.

설사 팀원이 아쉬운 소리를 한다고 해도 차단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팀을 이룬 만큼 무작정 자기 판단만 밀고 나갈 수는 없다.

게다가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조율할 기회가 있다.

바로 보이스 채팅을 통해서 말이다.

솔랭과 팀게임에서의 정글러는 상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군의 판단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

즉,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정글러도 팀게임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기 힘들다.

일례로 클끼리.

솔랭에서의 실력은 진짜 컨디션 좋을 때도 마스터 중위권이 한계다.

그런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도 탑급 정글러라 평 받는다.

시즌2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로 기억에 남게 된다.

보이스 채팅은 어떻게든 이루어져야 한다.

리뮤가 받아 들이지 못한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지 모른다.

─패배!

결국 오늘 진행한 총 열네 게임의 전적은 10승4패였다.

전승을 했던 배치고사를 제외한다면 5승 4패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기대 이하의 수치.

더진행된 모든 게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오더가 오가는 속도의 차이 때문에 플레이가 굼뗘졌다.

중간중간 방법을 찾으려고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부 실패했다.

어떤 방식을 취해도 안된다.

전원이 보이스 채팅하며 팀플레이를 맞추지 않으면 될 것도 되지 않는다.

-고생들 하셨어요~

-그럼 일단 오늘 연습은 이 정도로 하고 내일 뵙죠. 리뮤님은 보이스 채팅 생각해주세요.

-..수고.

보이스 채팅이 종료되고 나는 바로 리뮤에게 채팅을 치려 했다.

녀석의 막무가내 태도에 대해 한 마디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약삭빠르게 접속을 종료해버렸다.

"하아.."

다음에 만나면 까톡 연락처라도 물어봐야겠다.

옹고집.

자존심 하나는 드럽게 센 이 놈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그래도 LCL에 참가하겠다고 한 입장이니 조금은 성격을 죽이고 맞춰주면 좋을 텐데.

'운동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히자.'

아직 6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체력 관리를 위해 늘 뛰는 조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어쩌면 가는 길에 또 길고양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

.

* *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나는 골똘히 되짚어봤다.

조깅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여러가지 고심해봤음에도 결국 뭐 하나 된 게 없었다.

리뮤 녀석의 보이스 채팅 문제, 그리고 길고양이.

'뭐, 이틀 정도 못 만날 수도 있는 일이니.'

탄천로에서 조깅을 하다 종종 만나게 되는 예은.

날이 갈수록 마주치는 빈도가 높아졌던 것 같은데 어제 오늘은 못 만났다.

하지만 이틀 정도야 못 만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괜시리 신경 쓰이는 이유는 그때 일 때문일까.

'취미가 통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긴 감이 있지.'

취미도 통하고, 최근에는 말까지 통하고 있다.

알아간다는 기분이 결코 나쁘지 않다.

그래도 뭐 길고양이의 까톡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급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해결해야 하는 건 리뮤 녀석의 보이스 채팅.

그 설득이다.

오늘도 LCL 대비 팀랭크의 약속이 잡혀 있음은 물론이다.

어제와 같은 늦은 아침에 말이다.

아직 한 시간 가량 여유가 있다.

원래라면 아침을 먹고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지만 나는 빠르게 컴퓨터를 켰다.

만약 리뮤가 접속해 있다면 설득을 해야 한다.

안된다면 아쉽지만 놓아줘야 할 시기다.

리뮤는 현재 마스터 티어.

다음 시즌에는 그랜드 마스터까지 갈 실력자다.

아직 성장 중이긴 해도 그랜드 마스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잘한다.

내가 직접 판단한 거긴 하지만 딱히 고평가를 하진 않았다.

이렇듯 잘해도 팀게임에서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한 명이 발을 맞추지 않으면 팀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어제처럼 그렇게 될 수 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해야만 한다.

정 맞지 않는다면 다른 정글러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미드라이너를 구하고 내가 정글러 가도 괜찮다.

미드 만큼은 아니여도 정글도 충분히 캐리가 가능한 라인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모로 최악이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이틀.

접수 마감일까지 다시 팀원을 구하기엔 빠듯하다.

게다가 알고 지낸 녀석을 빠지게 하는 만큼 내 마음도 편치 못하다.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밝아지자마자 나는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그리고 친구창에 그 녀석이 있나, 없나 찾았다.

'있다.'

아침 시간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엊그제부터 꽤나 빨리 접속하고 있는 녀석이다.

의외로 생활 패턴이 반듯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먼저 리뮤 녀석을 설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팀원을 구하는 것은 마지막의 선택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보이스 채팅 깔아줬다. 감사해라.

내가 뭐라 설득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정말 뜻밖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그냥 프로그램 까는 게 귀찮았을 뿐인가?'

꼭 그런 사람이 있다.

별 것도 아닌데 안 귀찮아서 안 하는 사람.

성격 파탄난 리뮤이기에 그럴 만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보이스 채팅을 안 하겠다고 물고 늘어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컴플렉스를 가진 경우면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가 된 덕에 여유가 생겼다.

나는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샤워까지 마친 후 기다렸다.

오늘은 조금, 아니 많이 달라질 팀랭을 말이다.

어제는 결국 10승 4패라는 애매한 성적으로 팀랭크의 점수가 다이아1 87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늘부터 제대로 연습에 임한다면 팍팍 올라갈 수 있다.

'오늘은 최소한 마스터 리그에 든다.'

팀랭크도 당연히 티어제를 따른다.

브론즈부터 그랜드 마스터까지 전부 존재한다.

물론 솔로랭크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하진 않는다.

배치고사 성적이 팀원들의 평균 점수에 비례해서나온다.

마스터 티어 이상의 유저가 5명이 전승을 한다면 바로 밑단계인 다이아1에 배속된다.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팀랭크로 고생하는 건 딱 마스터 티어까지.

애초에 마스터 티어 이상의 유저는 다 합쳐도 1천이 안된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 팀랭크를 즐기는 이까지 생각하면 그 규모는 솔로랭크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다.

때문에 실력이 있는 팀이라면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가 되는 건 다이아1이다.

솔랭에서 마스터를 못 찍은 사람들이 팀랭크에서라도 마스터를 찍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이유로 팀랭크의 다이아1은 꽤나 붐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도 어제 다이아1의 후반 점수대까지 올려놨다.

한판만 더 이기면 깔끔하게 승격전에 접어들 수 있다.

이윽고 팀원들이 전부 모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화이팅 해보죠.

-이 정도 멤버로 다이아1에서 고전하면 안되죠. 바로 그랜드 마스터로 달립시다.

-하이요.

인간조아라와 씨지맥.

그리고 타임끝까지 하나하나 보이스 채팅방에 접속해 인사를 나눴다.

이제 시계가 곧 9시 정각을 가리킨다.

보이스 채팅방의 좌표까지 가르쳐주었으니 곧 리뮤 녀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터.

솔직히 조금 기대가 되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지.'

리뮤 녀석과는 이전에 하던 게임부터 수년을 함께 해왔다.

그럼에도 정작 알고 있는 건 별로 없다.

만나기는 커녕 대화도 해본 적이 없다.

인터넷 친구.

그런 사이라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느껴진다.

혹시 친하다고 생각한 건 나 혼자일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일곤 한다.

가끔씩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다 제쳐두고 연습에 집중할 시간이다.

오늘 오후에는 아주 중대한 볼 일이 있다.

오전 중에 팀의 색깔을 파악해야 한다.

"리뮤님, 접속하셨죠? 대답 좀 해주세요."

보이스 채팅에서는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한다.

나와 리뮤는 말을 놓은 사이지만 다른 분들은 아직 어색한 사이도 많다.

몇몇의 친목 때문에 대화에 혼선이 빚어지면 곤란해진다.

-뭐.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앞전에 들었다.

백이면 백 리뮤일 수밖에 없다.

나는 기본적인 규칙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전달이 안된 모양이다.

-리뮤님, 존댓말로 부탁드릴게요. 그게 규칙이라서.

-그러던가...요.

굉장히 어색한 존댓말.

나름대로 룰은 지키겠다는데 더 할 말은 없다.

리뮤치고 이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다.

'그런데 목소리 톤이 좀..'

조금 높은 편이다.

성격이 녹아 나온다.

목소리에서 유추하는 이미지.

평소에 짜증을 많이 낼 것만 같은 사람이다.

딱 그런 느낌의 인상이었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자식, 안 하려고 할 만하네.'

남자 치고 목소리 톤이 은그하게 높다.

사춘기가 애매하게 온 앳된 느낌이다.

외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당연 옳은 일은 아니지만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남들과 유난히 많이 싸우고 다니는 리뮤 녀석이 이런 소년에 가까운 목소리라니.

들키고 싶지 않을 만도 하다.

"인간조아라님. 보이스 채팅 방송에 안 들리도록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 알겠습니다.>

이 정도까지 신경 써준다면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다.

이제 남은 건 게임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맞추는 일 뿐.

인간조아라의 방송 세팅이 끝남을 신호로 오늘의 첫 게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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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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