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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씨 가문 삼인방(三人衆)
"그 녀석을.. 말이냐?"
<예, 팡우 형님. 최소한 한 명은 필요합니다.
'허어.. 대망신이가 큰 걸 원하네.'
팡우는 대망신의 부탁에 혀를 찼다.
도씨 가문 삼인방(三人衆).
아직 양지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눈 여겨 보고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이 녀석들의 생활비를 바로 자신이 책임쳐 주고 있으니 어지간한 부탁 정도는 들어줄 테지만.
'크흠.. 그래도 대회는.'
아직 시기가 일렀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기에는 아직 애매한 때였다.
게다가 대회 참가라는 부탁을 들어줄 만큼 사이가 가깝지는 않았다.
일방적으로 요구하면 자신한테 들어준다 해도 상당한 대가를 요구할 터.
하나하나가 인성이 개차반인 녀석들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막내 녀석이면 충분하겠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줄 녀석은 한 놈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한 녀석이면 차고 넘친다.
올마스터가 종말전에서 제법 활약했다고 하나 분에 넘치는 상대다.
<그런데 형님. 그 녀석에게 잘 말해주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인성이 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영입하려는 거 보면 대망신이 꽤나 급한 모양이었다.
인성이 상당히 괴팍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막내 녀석은 괜찮다.
"괜찮아, 괜찮아. 막내 놈은 내 말이면 껌뻑 죽는 거 알잖아?
<그렇기는 하지만요..>
확실히 도수 녀석을 비롯해 다른 한 놈은 자신조차도 통제가 안됐다.
그러나 도씨 가문의 막내 녀석은 자신을 말을 잘 따랐다.
형님, 형님.
자신의 앞에서 만큼은 그렇게 깍듯할 수가 없을 정도다.
BJ의 길 또한 생각하는 듯하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흠! 나 팡우야 팡우! 걱정 붙들어 매고 달달한 성과나 준비해 놔."
<그럼요 형님. 저 대망신은 형님만 믿겠습니다!>
.
.
.
* * *
나와 씨지맥을 포함한 팀원들은 꼬박 하루를 연습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식 시간을 최소한으로 잡고 하루종일 팀랭크를 돌렸다.
바로 내일이면 LCL의 접수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을까.
보이스 채팅을 통한 오더에는 모두 익숙해졌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팀의 시너지를 위해 조합을 완성시켜야 한다.
서로가 사용 가능한 챔피언들.
팀게임에서는 조합이라는 걸 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완성도 있는 조합.
예를 들어 보자.
로드 오브 로드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조합이 존재한다.
돌진조합.
포킹조합.
장판조합.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하다.
저 세 조합 간에는 상성이 있어 어느 한 조합이 특별히 우월하다고는 볼 수 없다.
돌진조합은 포킹조합의 카운터다.
그러한 돌진조합은 장판조합에 잡아먹힌다.
그러나 그 장판조합은 포킹조합에 쥐약이다.
먹고 먹히는 상성 관계.
먹이사슬에 최정점에 선 조합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건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현 시점에서는 이 특색을 정확히 모르지.'
현재는 2012년의 7월이다.
롤챔스란 프로 대회가 있다고는 해도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원거리 딜러라 불리는 라인에 다른 챔피언들도 아무렇지 않게 갔을 정도다.
예를 들어 빵테온, 브란도.
-빵테온도 투창 원거리 스킬인데?
-브란도 원거리 챔피언 아님? 평타 사거리 긴 거 ㅇㅈ?
기본적인 상식이란 게 없었다.
물론 이 상식이라 함은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정해진 거다.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이 좋을까 연구한 결과다.
이러한 상식은 때때로 사람의 사고를 얽매이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게 지금 시점에서는 제대로 분석이 되지 않았다.
아주 이상적인 조합을 갖춘다면 팀의 전력 상승이 상당하다.
'그래도 적당히 해야 돼.'
최적화된 조합.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눈치를 봐야 한다.
아마추어 리그라고는 해도 프로팀들이 주시하고 있으니까.
그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보였다가는 분석 당한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들을 과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이용함이 옳다.
그저 써버리기만 했다가는 동이 날 뿐.
때문에 아군의 주력 챔피언들을 살리는 선에서 괜찮은 조합을 구성하려 한다.
현재 우리팀의 팀원들이 챔피언 폭은 대략 이러하다.
탑- 말카림, 콜라곰, 우콩.
정글- 리심, 탈리반 3세.
원딜- 고르키, 배인, 애씨.
서폿- 조아라.
나열해보니 서포터 쪽이 상당히 빈약하다.
'인간조아라님은 어쩔 수 없긴 해.'
아무래도 원챔 장인인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
몇 가지 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숙련도가 아쉽다.
그래도 인간조아라는 팀의 화합을 책임져준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사실 별로 상관이 없다.
'서포터에게 중요한 건 게임 진행 능력이지 챔피언이 아니니까.'
물론 조아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다.
공격적인 서포터.
아군의 미드나 원딜을 재치고 딜량을 1등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임무 수행에 큰 문제가 되진 않을 터다.
쿠웅!
잡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다음 큐가 걸렸다.
오늘의 마지막 게임이다.
우리팀은 점말 하루 웬종일 팀랭크만 돌렸다.
마스터 승급에 성공하고 그랜드 마스터로 진격 중이다.
결과는 9승 5패.
올라갈수록 상대 팀의 수준이 비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쁜 결과가 아니다.
게다가 다섯 패배 중 세 개는 낮 시간대에 해버렸다.
오더와 조합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
상대팀의 레벨이 갈수록 높아짐에도 오히려 승률이 높아져 간다.
-오늘 이 게임이 마지막이네요. 마지막이니 힘내봐요 다들 화이팅!
-화이팅합시다.
-화이팅해요.
-화이팅..요.
리뮤녀석도 제법 팀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인간조아라의 덕분이다.
가지각색 독특한 팀원들을 잘도 화합시켰다.
책임지고 맡겨 달라고 했을 때는 너무 큰 소리 뻥뻥 치는 게 아닌가 불안도 했었는데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쿠웅! 소리와 함께 잡히게 된 픽창에서 밴픽이 시작됐다.
이 자체는 이전 게임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 팀랭의 점수가 상당히 올라가버렸다.
그탓인지 지금껏 없던 문제가 생겼다.
'저격밴이라.'
마스터 구간쯤되면 만났던 상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많다.
팀랭크의 경우 솔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팀랭크를 하는 사람의 숫자가 그만큼 적기 때문.
아마 지금 걸린 적팀은 전 판에 우리에게 졌던 상대팀일 것이다.
밴하는 챔피언을 보면 대략 유추가 된다.
'조아라, 마검사, 말카림.'
저 세 챔피언은 전 판에서 사용됐었다.
게다가 솔랭에선 절대 밴이 되지 않는 챔프들이다.
아마 다시 만났다고 확신하고 밴을 한 모양.
'방송까지 하고 있으니 뻔한가.'
인간조아라가 방송을 하고 있다.
밴카드라는 건 3개밖에 없는 만큼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팀랭에서 똑같은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해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잘못 짚은 헛다리가 패배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이는 인간조아라의 방송 화면을 본다면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다.
당연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심증이 깊다.
전 판에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저 놈들 방송 보고 정글 위치 파악하는 거 같은데..
-하아.. 그런 거 같기도 한데.어떡하죠? 맵을 가려볼까요?
팀랭크는 재미나 친목 위주의 유저들이 많다.
솔로랭크만큼 한 판, 한 판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 우리팀의 도달한 점수대가 너무 높다.
그랜드 마스터가 목전이니 만큼 점수에 환장한 상대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데.'
녀석들은 우리팀의 주챔프를 밴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특히나 조아라밖에 못하는 인간조아라님의 경우 큰 곤란을 겪을 거라 여겼을 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조아라는 앞서 말했던 조합에서 장판조합에 해당하는 픽이다.
하지만 우리팀은 기본적으로 돌진조합의 성향을 띈다.
탑, 미드, 정글의 주챔프들인 말카림, 마검사, 리심만 봐도 그러하다.
한 마디로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가는 걸 장점으로 삼는 챔피언들.
때문에 조아라라는 픽은 좋게 작용하지 않았다.
인간조아라가 조아라를 가장 잘 하기에 그냥 했을 뿐이다.
그런 조아라를 밴해주다니.
오히려 돌진조합의 장점을 살려주는 꼴이다.
나는 적절한 챔피언을 인간조아라에게 권했다.
"인간조아라님. 광우스타하시죠."
누구도 날 못 막는다는 광우스타.
이름 그대로 미친 소같은 챔피언이다.
얼핏 탑탱커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서포터다.
돌진조합을 할 때 이만한 챔피언이 없을 뿐더러.
'플레이하기가 쉽지.'
처음 서포터를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챔프이기도 하다.
스킬 구성이 간단하고 아군과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힐이 있어 라인전도 준수하다.
가장 대표되는 특징이 맷집.
궁극기를 쓰면 적에게 받는 데미지가 크게 감소한다.
서포터임에도 탑탱커에 준하는 탱킹력을 자랑하는 셈이다.
단점으로 꼽히는 건 다른 챔피언에 비해 데미지가 부족하다는 것이지만.
'다른 팀원이 보충하면 되니까.'
팀랭크이기에 가능하다.
솔랭에서는 답답해서 내가 뛴다!
라는 생각으로 공격적인 서포터, 딜템가는 탑라이너.
그런 거 많이 하지만 팀랭에서는 팀원을 믿고 탱커를 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번 판에서 씨지맥이 말카림 대신 꺼내게 될 픽은 우콩이다.
돌진 조합이라는 컨셉을 맞추기 위해 내가 추천했다.
사실 우콩이라는 픽은 현재 탑 메타에서 조금 힘들다.
탑라인에서 딜챔프를 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큰 행위다.
하지만 씨지맥은 우콩을 1천판 이상 플레이한 장인.
그 숙련도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그저 메타에 맞지 않아 꺼내지 못했을 뿐이다.
더 좋은 픽이 있는데 굳이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이를 정글러와의 시너지로 보완한다.
아군의 리심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휘어 잡는 육식 정글이다.
덕분에 우콩은 마음 놓고 딜교환이 가능하다.
그렇게 적 탑라이너의 체력을 깎아놓고 리심과 다이브를 치는 것도 쏠쏠하다.
아군 정글이 초식정글러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다고 해도 6레벨 이후의 나중이 된다.
솔바론조차 가능하단 소리가 있는 우콩의 2레벨.
그 타이밍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우콩은 상대에게 질질 끌려 다니게 된다.
상대라고 모를 리가 없다.
아군 정글러가 육식인 덕에 딜교환만 잘해놓아도 적 탑라이너를 압박할 수 있다.
초식 정글러에 비해 육식 정글러는 초반 갱킹이 강력하다.
체력이 낮은 라이너 정도야 손쉽게 다이브 친다.
팀원들과 제대로 조합만 짠다면 챔피언 폭이 더욱 다양해진다.
팀랭크이기에, 아군을 믿기에 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나도 하나 보여줘야겠지.'
내가 특이한 챔프들만 사용할 줄 아는 게 아니다.
오히려 팀랭이니만큼 일반적인 미드라이너도 사용할 작정이다.
물론 현재까지 팀랭에서 활용한 챔피언은 AP마검사였다.
실력 차이가 나는 상대로 양학을 할 때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빠르게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갈 목적으로 꺼냈다.
더욱이 솔랭처럼 간곡히 부탁할 필요가 없다는 게 메리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팀원들이 알고 있다.
단 한 명만 마검사가 킬딸을 치게 해주면 캐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르르르륵!
한타에서 상대팀을 도미노처럼 주르륵 무너뜨려버린다.
펜타 킬까지는 아니여도 매판 트리플 킬 이상은 손쉽게 먹는다.
무려 평균 수준 마스터 티어이상인 게임에서 AP마검사가 활약한다.
그러나 이번 판에서는 저격을 한 상대팀이 마검사를 밴했다.
때문에 나는 다른 챔피언을 꺼내려 한다.
나는 구미호의 모습을 한 챔피언으을 픽 박았다.
이 아링은 돌진 조합의 컨셉을 띈 아군들과 시너지가 좋다.
더욱이 현 시점에서는 자잘한 너프를 먹지 않아 굉장히 강하다.
'아링하면 그 녀석 생각이 난단 말이야.'
과거 전설적인 플레이를 했던 아링 유저.
전설이라고는 하지만 실소가 날 정도로 코믹스런 플레이다.
절대 프로는 지향할 수 없는 과거를 가졌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해 줄만했다.
유난히 비빔밥을 싫어했던 녀석이었다.
*이후 미수정본입니다.
마검사->마스터 오브 이, 마이
팡우->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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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추천의 자비를 내려주시옵소서..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