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도씨 가문 삼인방(三人衆)
'도씨 가문.. 잊고 있었네.'
2012년, 현재 고등학생일 녀석.
간간이 급식으로 비빔밥이 나오게 되면.
자신히 하는 롤 팬사이트에 비빔밥 너무 싫다고 징징대는 글을 올렸던 유저가 있었다.
바로 도씨 가문의 둘째.
도미니언 슈크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속칭 도슈.
닉네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그 녀석은 대망신처럼 다른 게임에서 넘어온 네임드다.
도미니언이라는 타 AOS게임을 상당히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인 대망신과는 다르다.
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과 재능으로 그랜드 마스터에 입성.
실력을 뽐냈다.
어째선지 도슈는 프로를 목표하지 않았지만.
아마추어 실력자를뽑을때면 항상 다섯 손가락에 꼽혀지는 인물.
물론.
녀석이 비빔밥이 싫다고 올린 사이트는 잉벤이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의 팬사이트는 잉벤 하나 뿐만이 아니니까.
잉벤과 반대되는 이미지의 팬사이트.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줄여서 롤갤이라 불리는.
차후 안 좋은 방향으로나마 크게 성장해 나갈 롤 팬사이트다.
로드 오브 로드의 그늘, 어두운 부분을 먹으면서.
지금 시점에서 롤갤은 사람의 부족으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존재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내 기억 한 구석에 뚜렷이 남아 있다.
인격파탄자, 대리게이머등의 안 좋은 소문을 가진 유저들.
바로 그들이 롤갤에 모조리 모여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팬사이트들.
일반적인 사람의 상식에서 걸리는 짓을 너무나도 많이 했기에 배척당할 수밖에 없던 비매너 유저들.
하지만 그러한 자들도 자신들만의 안식처를 원했다.
그곳이 바로 로드 오브 로드 팬사이트 중 하나인 롤갤.
그 롤갤에서 대표되는 인물들이 바로 도씨 가문이다.
도씨 가문이라고 한들.
아이디의 앞글자가 '도'로 시작되기에 붙은 별명일 뿐이고.
딱히 친형제 사이는 아니다.
그저 친목.
따지자면 의형제에 가깝다.
그러한 도씨 가문의 이들은 잉벤은 물론 롤유저들에게서 악평을 받는다.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대리게임유저의 처벌을 표명한 이후로도 대리게임을 해대고.
종국에는 대리 전문 사이트까지 만들어 운영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프로게이머를 향한 욕설과 트롤까지.
막나가는 녀석들 아닐 수 없다.
물론 내가 그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경찰도 아니고.
그놈들을 잡아 정의구현을 한다고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그놈들이 없어도 비슷한 자들은 우후죽순 돋아나기 마련이기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픽한 아링때문에 조금 기억이 났을 뿐.
아링이 바로 그 도씨 가문 중 하나인 도슈를 대표하는 챔피언이다.
이 아링이라는 구미호 챔피언을 녀석은 자유자재로 다뤘다.
스킬콤보 중간중간에 타자를 칠 정도로.
E꼬그모
R멍청이
Q이걸
W처맞네
R허접아
어이가 없지만 하나의 전설이 된 일화.
도슈는 자신이 싫어하던 상대가 아링의 논타겟 스킬인 E스킬을 맞아주자, 상대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채팅을 쳤다.
무려 스킬을 쓰는 사이사이에 한 마디씩.
과장이나 헛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듯한 심증이 있다.
도슈 녀석은 취미로나마 BJ를 했으니까.
파프리카 방송을 하기때문에 자신의 게임화면을 보여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시청자가 적은 탓에 녹화는 되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나가 결국 전설로 남았다.
어째선지.
그 후로 같은 플레이를 다시 보여주려 하지 않아 증명까진 되지 않았지만.
피지컬이 뛰어나고 타자가 유난히 빠른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욕설을 칠 때.
한 번 궁금증에 방송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가능성을 높게 쳐주고 있다.
내가 지향할 프로경기에서는 볼 일이 없는 개차반들임에도.
확실히 도씨 가문 녀석들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인성은 몰라도 실력면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니까.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도씨 가문의 이들이 프로를 목표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런 의미없을 토론이 종종 불이 붙는다.
그들이 저지른 짓때문에 절대 프로가 될 수 없게 된 미래에서도 롤유저들은 의문을 던진다.
물론.
다시 사는 삶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운명이 크게 변할 리가.
내가 뭐 걔네들의 면전에 대고 나쁜 짓 하지말라고 협박이라도 하지 않는 한, 같은 사람이 다른 길을 걸을 리가 없다.
괜시리 떠오르는 기억.
나는 마우스를 붙잡고 게임에 임했다.
잡생각을 하는 동안 게임의 로딩이 끝났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언제나의 여자의 목소리.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팀의 호흡을 맞추는 연습게임이었기에 긴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은.
'간만에 빡게임이다.'
빡게임이라는 건 결코 허세나 마음가짐만이 아니다.
노래를 끈다.
일반적으로 난 노래를 키고 게임한다.
그 편이 흥도 나고 심심하지 않으니까.
라인전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CS를 먹고 있을 때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일.
스킬로 팍팍 먹으면 그나마 재미가 있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마나때문이라도 스킬을 남발할 수 없다.
때문에 평타로 하나하나 막타를 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귀찮은데다 집중이 요구된다.
보통은 대충 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흥겹게.
그렇게 여유있게 게임을 하다보면 CS의 막타도 놓치게 될 뿐더러 예상치 못한 갱킹을 당할 때가 있다.
만약 집중을 하고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스킬.
맞게 된다.
얼핏 별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력대가 올라갈수록 크다.
프로게이머들은 대회게임에서 CS수급량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그런 그들도 솔랭에서는 일반 유저와 별 차이가 없다.
집중력의 차이.
프로가 되면 한 게임, 한 게임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때문에.
자신의 미래가 걸려있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러한 집중력.
연습생 생활을 폼으로 보낸 게 아닌 만큼 나의 얼마 안되는 장점이다.
'체력낭비가 조금 있긴 하지만.'
마지막 게임이니 만큼 온 힘을 쏟는다.
쳐부순다.
악의적으로 방플을 하고 저격밴까지 하는 놈들을.
첫스타트 산 아이템은 두란링.
시즌2에서는 대부분 신발시작을 한다.
두란링의 가격때문에.
차후 가격과 스펙이 저렴해지는 두란링.
현재 시점에서는 두란링을 사면 포션을 못사게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챔피언들의 신발과 포션으로 안정적인 라인전을 꾸려나가려 한다.
하지만.
'아링은 패시브가 좋지.'
체력회복.
스킬로 미니언을 많이 맞힐수록 더욱 많은 체력이 회복된다.
아링의 Q스킬, 미혹의 물방울의 경우.
나갈 때 한 번, 돌아올 때 한 번.
총 두 번 상대를 가격하는데 그 횟수조차 포함이 된다.
라인에 도착한 미니언을 모두 맞추면 상당한 체력이 회복된다.
그렇기에 아링에게 필요한 건 마나수급능력이지 체력이 아니다.
마나수급에 더해 주문력과 체력을 올려주는 두란링으로 적을 압박하기 위한 선택.
물론.
난이도가 요구된다.
체력포션이 없다는 점.
한 번 실수를 하게 되면 물러날 곳을 잡기 힘들다.
그러나 나라면.
'실수는 안하면 그만이다.'
상대와의 실력차.
그리고 적 미드라이너가 논타겟 스킬을 쓰는 코리아나라는 점.
코리아나.
여성의 형상을 딴 기계인형의 모습을 한 챔피언이다.
솔랭에서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잘 픽하지 않는다.
수동적이기에.
확실하게 성장을 하면 그만큼 값어치를 하지만, 그 성장을 하는 동안 할 게 없다.
오로지 파밍 파밍.
스킬의 사거리가 긴 편이 아니라 솔킬도 내기 힘들 뿐더러, 이동스킬이 없어 로밍도 힘들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그만큼 수비에는 좋다는 점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카서트가 괜찮지.'
종말의 노랫소리, 종말곡.
스킬쿨타임이 조금 단점이지만, 궁극기인 종말곡으로 다른 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똑같이 파밍할 거면 카서트가 조금 더 나은 픽이라 평가되고 있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챔피언이라는 게 있다.
상대는 코리아나를 이번 시즌에만 300판이나 플레이한 장인.
상당한 자신이 있는 듯 보인다.
내가 라인전 실력이 아무리 위라고 한들.
수비적인 챔프인 코리아나를 상대로는 솔로킬을 내기가 힘들다.
실드와 더불어 강력한 평타를 가진 코리아나.
상대가 못하면 모르되 마스터 티어.
녹록치 않은 상대다.
1:1을 한다면 오히려 질 확률이 높을 정도.
하지만.
6레벨을 찍게 된다면.
샤락!
아링의 궁극기 황천 질주.
짧은 거리를 무려 세 번이나 도약한다.
동시에 주위의 적에게 데미지까지.
내 공격적인 플레이에 흠칫 놀란 코리아나가 구슬을 날린다.
구슬을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며 자신을 보호하는 실드까지 생성하는 게 코리아나의 스킬구조.
공수전환이 능하지만 그만큼 명백한 단점도 존재한다.
바로 구슬의 속도.
샤락!
나에게 굴러오는 구슬을 피한다.
그리고 아직 두 번이 남은 황천 질주를 사용한다.
코리아나의 뒤를 잡게 되는 두 번째 도약.
도주라는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아링의 E스킬, 유혹에 맞지 않기 위해 미니언 사이에 숨은 코리아나.
마스터 티어 다운 침착한 대응이라 할 수 있지만.
나는 아링이다.
후웅!
Q스킬, 미혹의 물방울.
유혹을 피하기 위해 미니언 사이에 숨은 코리아나는 그 대가로 행동범위가 좁아진다.
내 모든 스킬을 맞을 수밖에.
그리고 W스킬 도깨비불.
간혹 논타겟 스킬로 오인되지만 주위에 적챔프가 있으면 달라붙는다.
타겟팅 스킬에 가깝다.
미니언 사이에 숨은 적의 선택.
악수로 작용된다.
샤락!
마지막 도약.
한 번 더 나를 노려오는 구슬을 피해낸다.
하지만 코리아나는 마스터 티어.
스킬을 날리면서도 평타를 섞어내는 걸 잊지 않았다.
코리아나의 패시브에 의해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자랑하는 평타.
거기에 더해 적 미니언까지.
가랑비에 옷젖듯 아링의 HP가 낮아진다.
콰드득!
궁극기, 쇼크웨이브.
코리아나를 하는 이유.
구슬의 범위안에 든 모든 적들은 한 지점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한타에서 적챔피언들을 3명이상 맞히고 아군의 스킬까지 연계한다면 최상의 결과.
그렇게 효과가 큰 만큼 명백한 단점도 존재한다.
점멸.
코리아나의 궁극기 발동에는 0.5초 라는 찰나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드라이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펠인 점멸로 코리아나의 궁을 피하는 것.
나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당연하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세 번의 도약과 점멸.
녀석의 입장에선 어이가 털릴 노릇일 것이다.
단 한 대의 스킬도 나를 맞히지 못했으니.
확실히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킬각.
-???????? 아니, 뭐냐 진짜. 이게 말이 됨?
'된다. 멍청아.'
상대의 모든 스킬을 피한다.
방금 내가 아링으로 한 플레이는 코리아나의 입장에선 키보드를 때려 부수고 싶을 정도.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는 없는 플레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시즌2에서는 높은 수준대의 게임일수록.
미드라이너가 피터지는 1:1 혈전을 가지는 경우는 없다.
라인이 짧고 한타를 지향하는 픽을 하기에 서로가 솔킬에 집착하지 않는다.
솔킬을 따기도 힘들 뿐더러.
한타지향형의 챔프가 갈수록 좋다.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그렇게 해석됐다.
내가 회귀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AP마이로 상대를 자주 솔킬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력차 때문이다.
마스터 티어 정도되면 아무리 나라도 솔킬을 따는 게 힘들다.
마이같은 한타지향형 챔프로는.
그에 반해 아링은 철저한 솔로 플레이 지향형.
솔킬을 따기에 최적화 돼있다.
세 번 도약한다는 딱 봐도 유용해 보이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티어에 갈수록 쓰이지 않는 이유.
'아링의 한타가 별로니까.'
시즌2 초기의 롤은 AOS게임답게 한타를 지향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타 AOS게임에서 넘어온 만큼 비슷한 방식의 플레이를 했기에.
서로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다가 꽝! 맞붙는.
한타 위주의 게임.
그러나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AOS의 형식을 취할 뿐, 그 근본적인 승리지향 방식이 상이하다.
롤은 타 AOS게임들처럼 승패가 결정되는 시간이 길지가 않다.
스노우볼.
초반에 얻은 이득을 눈덩이처럼 굴려 나간다.
심하면 10분이 되기 전에 어느 한 쪽으로 돌이킬 수 없게 기울어진다.
일반적인 AOS게임에서는 절대 볼 수 양상.
스노우볼에 대해 제대로 입감하지 못한 시즌2 중반기까지는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어가 주목받지 못했다.
초반에 한두 번 솔킬을 따도 결국 중요한 건 한타이기에.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유저들의 피지컬이 올라가게 되고, 수준높은 플레이어가 조명받기 시작한다.
슈퍼스타가.
한 판, 한 판의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투가 너무나도 루즈해 지금껏 조명받지 못했던 AOS라는 장르가.
게임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만드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로드 오브 로드를 떠오르게 만든 슈퍼스타가 만들어지는 시기다.
시즌2 의 로드 오브 로드 중후반기는.
'놓치지 않는다.'
슈퍼스타의 자리도.
이미 한 번의 방심으로 솔킬을 허용한 코리아나도.
내 아링의 주위에 솟아나는 도깨비불.
망설임없이 도약한다.
황천 질주.
다시 한 번 녀석의 숨통을 노리기 위해.
============================ 작품 후기 ============================
부디 추천의 자비를 내려주시옵소서..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라는 명칭.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분들 계실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면 바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