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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씨 가문 삼인방(三人衆)
-승리!
오늘의 마지막 게임은 깔끔한 승리로 장식됐다.
내 아링의 활약.
당연 돋보였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티격태격.
싸워댔던 탑과 정글.
결국 서로 게임성향은 맞았다.
공격적인 플레이.
서로가 호흡을 맞추니 빛을 발했다.
-정글님 탑 삼거리 와드 가능?
-ㅈ까.....요.
썩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도 같지만.
원래 남자들 사이가 욕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그러는 게 아니겠는가.
더 이상 큰 문제를 만들지도 않으니.
이 정도면 둘의 사이는 수그러들었다고 봐도 괜찮을 터다.
그렇게 준비는 완료됐다.
팀의 구색은 갖춰졌다.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Load Of Lord Challengers League).
그 시작점에 서게 된다.
.
.
.
* * *
"하아? 삽치형님. 지금 저 무시하십니까?"
-진기야아! 그게 아니고오..
'크흠, 이노옴. 말싸가지 하고는.'
도진기.
도씨 가문의 막내.
나 삽치는 LCL이라는 대회 참가를 설득하기 위해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냉대.
아니, 내가 해준 게 얼마인데 감히..
하지만 진기 녀석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크흠.. 우리 진기가 자존심이 좀 상하지?"
도진기 녀석의 실력은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다.
도씨 가문의 막내라는 것도 사실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막내라는 위치 그저 유입순으로 매겨진 거니까.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 롤갤.
해당 롤팬사이트를 시작한 순서라고 한다.
자기들끼리 정한 것이지만 부르기도 쉬우니 나도 쓰고 있지만.
-제가 첫째만큼은 아니여도 아마추어 대회 따윈, 그냥 양학인 거 모르십니까?
도씨 가문의 첫째.
첫째만은 각별하고 특별하다.
넘사벽의 실력.
이는 도씨 가문 녀석들과 얘기해봐도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 실력이 현재 최상위권 프로들에 못지 않다고 하니.
나는 그저 롤을 방송용으로 여기기에, 게임 실력이라는 게 어떤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롤 잘한다는 놈들이 입모아 그렇다고 하니 신빙성이 높다.
"구래 구래. 내가 동생 마음을 모를 리가 있나. 그런데, 이번 일이 그만큼 중요해."
사실 정말로 중요한지는 모르겠다.
LCL이라는 대회가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지도 관심없다.
어차피 나는 BJ.
롤을 잘하는 녀석들을 주위에 둔 것도 방송을 위함이다.
하지만 그 롤 잘한다는 놈들이 그렇게나 목맨다고 하니, 믿고서 신경 써주고 있다.
더욱이.
'이 자식들 뺀질뺀질, 돈만 받아 타 쓰고 하는 게 없어.'
도씨 가문 놈들은 주위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키우고 있다.
물론 나중에 프로를 하든 방송을 하든 내 말을 따르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기껏해야 용돈 수준의 생활비정도니 금전적으로도 문제될 것도 없다.
나는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차후 대세 게임이 될 거라 확신한다.
오락실 드나드는 생활부터 시작해 20년이 넘게 게임에 빠져있는 나 삽치.
그런 나의 안목이니 만큼 틀릴 리가 없다.
갤럭시 크래프트 때는.
안목도 부족했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어 시도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가능하다.
BJ로서 확 뜬 덕분에 자금에 여유가 생겼으니까.
앞으로 대세 게임이 될 로드 오브 로드에서 치고 나갈 인재들.
내 손때를 묻혀 두면 차후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임요한급은 바라지도 않지만.
2인자나 그 이하.
콩진호급정도의 프로게이머가 될 사람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시점에서 나에게 은혜를 입는다면.
잊을 리가 없다.
이 겜돌이라는 놈들은 성격을 삐뚤어져도 내면심리는 순수하다.
바로 내가 게임만 해오던 인생이라 누구보다 잘 안다.
힘들었을 때의 타인이 해준 보은은 뼈에 새긴다.
그리고 언젠가 갚는다.
도씨 가문 녀석들같은 이들을 하나하나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괜찮은 투자라 할 수 있다.
물론.
투자라는 게 다 그렇듯.
초기에 성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차차 성장을 두고 볼 일.
그래도.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언제 한 번 대회도 나가보고.
밖에 나가서 친목도 다지고 그래야지.
나도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요즘 애들은 참.
'크흠.. 정도가 없지.'
-하아.. 그럼 이번만 특별히 입니다? 제가 형님을 따르기는 하지만. 제 클라스라는 게 있는데 이런 일에는 자중하시지 말입니다.
"구래, 구래. 내가 동생 마음 잘 알지. 닭잡는 데에 소잡는 칼 쓰지 않는 법이니까. 그래도 동생과 나, 우리 둘 사이잖아. 크흠!
이 삽치가 이만한 나이를 먹고.
아직 파릇파릇한 20대에게.
크흠!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가끔.
이렇게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면 따르는 동생들이 우러러보는 법이지.
자신들을 위해 숙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결코 꼿꼿한 볏단같은 아재가 아니구나.
이 삽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구래, 믿고 부탁할 게. 진기야."
-아, 네에. 형님. 근데 전 신경쓰기 싫으니까 자세한 건 그 쪽에서 알아서 하라 해주세요.
뚜─
"크흠!"
요즘 애들은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다.
전화를 멋대로 끊다니.
자고로 전화라는 건 쪽에서 끊는 게 예의인 법인데.
그런 사소한 상식도 모르다니.
하지만.
이 삽치는 절대 꼰대가 아니니까.
신세대들의 마음.
그들에게서 가장 가까운 BJ로서 이해해준다.
정말 동생들을 이 정도로 이해해주는 나만한 어른이 없다.
.
.
.
* * *
"참가신청. 하겠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나는 LCL의 대회 참가를 접수하기 위해 직접 부산까지 내려왔다.
롤챔스가 경기권에서 열리니 만큼.
2부리그의 접수처만큼은 부산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2대 도시를 꼽자면 서울과 부산이고.
대회를 뭐 쭉 부산에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니 한 번쯤의 수고야 괜찮을 터다.
물론 대부분의 팀은 부산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이 총대를 메고 수고를 해주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팀에는 현재 부산 근처에 사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숨도 돌릴 겸 그냥 갔다.
솔직히 요즘 너무 인생을 빡빡하게 살았으니 말이다.
또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부산엔 그 분이 있으니.
바로 내 방송의 열혈팬 회장님이.
오는 길에 이미 약속도 잡아 놨다.
업진살, 살살 녹는다!
이제는 내 돈으로 사먹을 수도 있지만.
밥.
특히나 고기는 내 돈으로 사먹으면 맛이 나지 않는 법이다.
LCL.
접수를 오프라인으로 받을 뿐 실질적인 대회는 온라인으로만 치뤄진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총 256강.
최대치가 256강이라는 거지 실제로 참가하는 팀은 평균적으로 그 반수가 안된다고 들었다.
참가팀이 정확히 2진수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운만 좋으면 부전승을 챙길 수 있다.
그렇게 꿀 잘 빨면서 16강까지 올라간 팀도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는 16강부터지.'
그 밑에는 어중이 떠중이들을 걸러내기 위한 여과장치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따로 목적을 가지지 않고, 단순 흥미 본위로 참가하는 사람도 많은 법이니까.
아마추어 대회라는 게 원래 그렇다.
가끔 터지는 뽀록을 기대하고 참고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16강부터가 진짜인 이유.
대충 그 시점부터 프로팀들이 주시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녀석이 싹수가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가 괜찮은 팀원들을 솎아낸다.
간혹.
팀단위로 스카웃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승팀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런 사례는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
물론 아예없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있는 미래의 기억에서 어떤 팀의 경우 프로팀에서 스카웃하고자 한 건 서포터뿐이었다.
하지만 그 서포터가 난 쟤가 원딜이 아니면 결코 뛰지 않겠다.
라인전 자체를 못해 먹겠다.
그러한 억지를 부리는 통에 원딜러도 같이 게임단에 소속된 적이 있다.
그렇다고 잘나가진 않았고.
딱 평균치를 기록하는 프로게이머들이라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내가 프로게이머 연습생인 만큼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접수신청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갔다.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의 한국지사.
그리고 그 부산지부다.
지부인 만큼 썩 거창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한국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조막만한 나라.
솔직히 말해서 한국은 캐나다나 유럽쪽.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다.
그런데도 게임사가 유저들을 위해 서울과 부산, 두 곳이나 신경을 썼다는 사실.
갤럭시 크래프트를 흥행시킨 나라인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흔히들 게임부심.
쓸모없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인이라면.
양궁과 게임만큼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다는 자부심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 잡생각을 하며 나는 룰루랄라 걸어갔다.
약속장소.
내 방송의 열혈팬 회장님에게 고기를 얻어먹기 위해.
.
.
.
* * *
"업진 살살 녹는다!"
중간에 한 글자 빼먹은 듯도 싶지만.
발음하다 보면 이게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게 외칠 수 있다.
"그래 마이 무라!"
업진살.
끝나지 않는다.
오늘 회장형님이 준비한 건 업진살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들어나 봤는가.
아롱사태.
듣기만해도 아찔한 이름.
더욱이.
채끝살.
낙엽살.
토시살.
별의 별 게 다 나온다.
"형님, 꽃등심도 있습니까?"
소고기.
회귀하기 전의 나는 입에도 못 댔다.
기껏해야 수입산 소고기.
그것도 질기디 진긴 살덩이를 부드럽게 묵혀서 만든 볶음정도일 거다.
그런 내가 아는 건 인터넷으로 알고 있는 지식 정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업진살.
이름이 예뻐서 기억하고 있는 아롱사태.
그리고 누구나 알고는 있는 꽃등심.
이 세 개가 전부다.
"마아! 이런 거 아무데서나 못 묵는다. 동상이 꼬기를 모르네. 그럴 만도 하재."
다른 사람들은 오해했을 것이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인간조아라님도 그리 생각했을 정도니.
─하하, 모른 척 하시긴. 집말입니다 그 꺼먼 곰팡이 낀 단칸방.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내가 방송에서 캠너머로 보여주는 집구석이.
정말로 컨셉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조아라님을.
물론 악의로 말한 건 아니고 정말 순수한 착각이었지만.
그만큼 상처받았다.
난 정말로 못산다고.
물론 통장에는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파프리카TV 별풍선도 꽤나 오랫동안 출금을 안했다.
그러나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돈 쓰는 법도 모르겠다.
그만한 돈.
만져봤어야 쓰는 법도 아는 것이지.
나로서는 있어도 쓰지를 못하겠다.
"마! 동상아 고생했다."
내 방송의 회장님 만큼은 알고 있다.
내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더욱이 초창기에 채팅창을 얼리고서 까지 방송을 하고.
대리게임까지 구해야 했던 이유.
정말 몇 안되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 잊고, 파파 무라! 형님이 쏜다 아이가!"
그렇게 내가 먹어 치운 고기가 무려 20만원 어치였다.
최고급.
그것도 소 한 마리를 도축해도 얼마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들만 추려서.
이러한 호사를 누릴 날이 오다니.
한 끼 밥값으로 만원단위를 처음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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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자비를 내려주시옵소서..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도입비->도진기로 등장인물 이름이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