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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씨 가문 삼인방(三人衆)
'앞으로 사흘이다.'
어제 KTX를 타고 부산에 가서 접수까지 마쳤다.
회장형님께 소고기까지 종류별로 거하게 얻어 먹었으니 컨디션도 만빵.
이제 사흘 후면 LCL이 시작되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물론 지금껏 해오던 팀랭연습은 꾸준히 할 것이지만.
한 가지 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생겼다.
'우승후보팀.'
당연히.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가 2부 대회라고는 해도.
2부 대회 수준이 아닌, 롤챔스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강자들이 존재한다.
소설이나 영화같은 걸 보면 꼭 있지 않은가?
힘을 감춘 채 뒷골목을 배회하는 숨겨진 실력자들이.
그러한 강자들을 격파하고 롤챔스의 출전권을 얻는 팀은 오직 우승팀 하나 뿐이다.
나머지 팀들은 상금만 받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프로 팀에서 그 일부 팀원을 채가기는 하지만.
결국 몇 안되는 소수다.
즉 나머지 이들은 이번 LCL서머시즌에 재참가를 하는 것.
롤이라는 게임자체가 뜨게 된 게 극히 최근의 일인 만큼
아직 재야(在野)의 실력자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데다.
그에 준하는 실력자들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선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그저 실력만으로 승부한다.
패널티를 안는 다는 취지도 좋고.
꽤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이진 않다.
내가 어떤 적을 상대하는 지를 아는 건 필수불가결이다.
싸움 전에 적을 분석하는 건 병법의 기본.
하지 않는 다면 손해를 본 채 전투에 임해야 한다.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
미래의 마스터 실력으로 회귀를 했으니.
다 때려 부술 수 있을 거라 과신하는 건 지나친 오만이다.
그래서야 기껏 얻은 기회를 허무하게 낭비하는 꼴이다.
하나하나 침착하게.
내가 상대보다 우월한 입장이라고 불리한 승부를 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유리한, 최소 동등한 승부를 이루어야 한다.
만화같은 걸 보면 마왕은 늘 용사에게 당한다.
압도적인 힘과 부하들을 거느리고도.
항상, 늘.
대체 왜?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방심하기 때문에.
그러한 방심.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로 끝나야 한다.
현실에서까지 멍청해서야 안된다.
쓸데없이 부하들을 내보내서 용사를 레벨업 시키는 행위.
꿀챔프를 과도하게 풀어서 미래를 변하게 하거나 하는 일은 만들면 안된다.
'눈여겨 볼만한 팀은 일단 네 팀.'
자세한 신상정보까진 당연히 나오지 않지만.
LCL 대회 사이트에 가면 참가자의 로드 오브 로드 내의 닉네임들이 나온다.
약 200개 가량의 팀들.
스프링 시즌에 비하면 배에 가까운 숫자다.
로드 오브 로드의 인기가 많아졌다는 확실한 증거.
하지만 수많은 팀들 중에서도 알짜배기는 고작 네 팀이었다.
스프링시즌에서 활약한 두 팀에 더해.
참가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구성원 하나하나가 화려한 두 팀.
직접 200개의 팀 명단을 쭉 둘러보긴 했지만.
하나하나 기억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도 않고 무엇보다 눈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잉벤을 포함한 팬사이트들에서 정보를 얻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네 팀에 대해.
-LCL 서머시즌 롤챔스급 라인업 아니냐?
-치킨각 ㅇㅈ합니다.
-그건 오바지. 롤챔스랑 비교하냐ㅋㅋ 글도 본선은 기대중ㅎ
LCL은 예선과 본선으로 나뉜다.
물론 둘 다 온라인으로 치뤄지지만 한 가지 큰 차이점.
바로 오프게임넷을 통해 방송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파프리카TV 등 여러 협렵업체들을 통해 인터넷으로도.
사실상 롤챔스급의 시청률을 자랑하기에 의미가 깊다.
엄밀히 따지자면 32강부터지만.
그렇다곤 해도 32강 본선이 시작하자마자 롤챔스급의 시청률이 나오진 않는다.
암이 걸리기 때문에.
뽀록으로, 대진운으로 올라온 팀들이 있어 32강의 경기는 발암 그 자체다.
스프링시즌의 경우.
팀 5명이 게임시작부터 미드에서 농성한 팀도 있었다.
심지어 5명 전원이 플레티넘 티어.
상대는 최소 마스터 티어급이니, 제대로 붙으면 승산이 없기에 도박수를 던진 것이긴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ㅋㅋㅋㅋㅋLCL은 이 맛에 본다ㅋㅋㅋ
-나도 저거 솔랭에서 해봤는데 은근 먹힘ㅋㅋㅋㅋ 지긴 했지만ㅋㅋ
그 발암이 재밌어 애청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LCL은 32강부터 서서히 시청률이 올라간다.
2배씩 껑충 껑충.
8강쯤 가게 되면 롤챔스에 뒤지지 않는다.
대전표를 쭉 봤을 때.
8강 진입이 거의 확정된 팀이 바로 우승후보라 칭해지는 그 네 팀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중에 우리팀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마스터도 LCL 참가한다던대?
-낄때 껴라 올마스터는 아니지.
-종말전에서 우승하지 않음?
-ㅁㅊ 대회랑 종말전을 비교하냐ㅋㅋㅋㅋ
기본적으로 이런 반응.
확실히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솔랭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한 것도 아니고.
몇 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압도적인 실력자로 대우받을 수는 없다.
인정할만한 부분.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내가 회귀한지 이제 겨우 두 달이 조금 넘었을 정도니.
그 두 달안에 내가 한 성과.
일단 BJ로서 누가 봐도 성공했다.
앞으로 방송만 해도 평생 먹고 살 일 걱정없을 정도로.
그렇다고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솔랭은 마스터 티어 중위권에 들었고.
팀랭도 곧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한다.
더욱이 몸관리까지 빠지지 않았다.
이만한 성과를 고작 두 달하고 반정도 만에 이루어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생각해본다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우승후보팀들의 전력.
주챔프와 플레이 방식을 정리해 둠과 동시에.
나는 몇 개의 팀들을 더 꼽아봤다.
내 미래의 기억에 의지해.
앞으로 유명해질 이들을.
'생각보다 없네.'
닉네임같은 건 변경하는 사람도 많고.
내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다.
200개의 팀이면 1천명이다.
너무 많기에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놈들은.'
엊그제 팀랭에서 했던 마지막 게임.
내가 아링을 했던 판에서 악질적인 행위를 한 놈들이다.
방플과 저격밴.
큰 잘못으로 까지는 볼 수 없으니.
자비로운 나로서는 처절하게 짓밟아주는 정도로 용서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식들까지 나오다니. 간땡이가 부었나.'
대망신과 그 일파들.
대체 그 실력으로 뭔 대회에?
그러나.
팀원 수준을 보니 납득이 간다.
'아하, 인맥.'
그랜드 마스터만 세 명이다.
인맥빨로 롤을 배운 대망신.
괜히 인맥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확실히 시즌2에는 타AOS게임 '혼돈'에서 넘어온 고랭크유저들은 상당히 많았으니까.
'혼돈' 의 네임드인 대망신을 따르는 고랭크 유저들이 있을 수밖에.
이 정도라면 이해가 되는 노릇이지만.
'그런데 미드 자식이.'
처음 보는 아이디임에도 익숙한 글자.
착한 소환자명 072.
비매너 유저라는 증거였다.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게임사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증거.
일종의 낙인이다.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한 달정도 저러한 형식의 아이디를 유지시킨다.
물론 제재를 받은 대부분의 이들은 콧방귀도 안 뀐다.
실질적으로 게임내에서 손해보는 부분도 없고, 오히려 자랑스레 자신의 악행을 떠벌리기도 한다.
─내가 이래 봬도 프로게이머 누구누구한테 트롤한 사람이야~.
이런식으로.
적어도 대회참가라도 금지시키는 게 도리일 텐데.
온라인대회인 만큼 빈틈 투성이다.
하긴 막는다 해도 부캐로 참가하면 그만인 일이고.
비매너 유저이긴 해도 대회에서까지 별 일 있겠냐 만은 문제가 있다.
그 착한 소환자의 티어가.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이라니 상당한데?'
사실 상위권의 유저들은 대부분 프로게이머거나 그에 준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발딛을 곳이 없다.
즉, 중위권이라는 의미는 아마추어 최상위 실력자 중 하나.
당장 프로로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다.
'그런 자식까지 영입하다니. 대망신이가 참 인맥은 좋아.'
실력은 몰라도 인맥은 좋다.
꽤나 작정을 한 모양.
단순히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면 저렇게 자신이 묻힐만한 이들을 팀에 넣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추어 최고 수준의 미드라이너가 양학하는 와중에.
대망신이 리픈으로 탑에서 널뛰기 좀 한다고 주목받을 수는 없을 테니까.
높은 성적을 원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도 과한 수준의 팀원이다.
'뭐, 열심히 해봐라.'
공든 탑일 수록.
무너뜨리는 보람도 있는 법이니.
참고로.
대망신은 저렇게 수준 높은 팀원을 구했음에도 우승 후보에 끼지 못했다.
그럴 만한 이유.
일단 첫 번째는 다른 우승 후보팀들에도 그랜드 마스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잉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더욱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대망신 마스터 턱걸이 아니야? 왜 그랜드 마스터들 사이에 껴 있냐.
-ㅋㅋ 꼴에 주장이라는데?
-최고급 해산물로 라면 끓이냐ㅋㅋㅋㅋ 구멍때문에 탈락확정ㅅㄱ
최고급 해산물을 가미한 라면.
어느 쪽이 주가 되는지 불분명한, 끔찍한 혼종이지만.
사실 나름대로 맛은 있다.
TV에서 보면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분들이.
배 위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키고 라면을 보글보글.
새빨간 라면의 국물에 비싸디 비싼 대게와 전복, 털게등을 퐁퐁 아낌없이 넣는다.
그리고 후루룩 짭짭 먹는다.
방송을 중개하는 리포터가 시식하는 걸 보면 확실히 맛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따라하기는 싫지.'
돈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어업종사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그걸 어찌 따라한단 말인가.
만약 땅에서 최고급 해산물들이 솟아난다고 해도 회를 떠먹지 라면끓여 먹을 일은 없다.
그만큼 미친 짓.
팀 수준에 맞지 않는 대망신은 깍두기취급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 자신은 잘 모르고 있는 듯 하지만.
─BJ대망신입니다. LCL대회 참가 표명합니다.
평소 게임을 같이 하던 지인들과 함께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제가 LCL대회를 기획한 건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입니다만.
잉벤을 쭉 보니까 올마스터님도 대회에 참가하시더라구요?
최근에 대리의혹에 불법프로그램, 버그까지 악소문이 참 많으시던데.
소문은 소문일 뿐! 저는 올마스터님을 믿고 있습니다.
대회에서 실력으로 증명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설마 이미 실력 증명 다 끝나신 분이 허무하게 떨어지실 리가ㅋㅋ
뭐 여튼 '혼돈' 때부터 저를 응원해주시던 팬 여러분들.
요즘 잘 나가시는 올마스터님만 보지 마시고 제 활약도 지켜봐 주세요^^
항상 부족한 BJ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뭐야 대망신도 LCL 해?
-지가 제일 열심히 까놓고 뭔소리래; 비꼬는 타이밍 오졌구요.
-근데 딴 건 몰라도 항상 부족한 건 맞네ㅋㅋ LCL 팀내에서도 지가 제일 부족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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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자비를 내려주시옵소서..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