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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1화 (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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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전

'밴이 되다니.'

스크림의 첫 판은 미드 차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임이 시작된지 고작 10분이 안되어 트리플킬을 먹은 AP마이.

어떻게 막을 수단이 없다.

대회였다면 시간이 질질 끌어 후반을 봤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팀은 20분에 칼서렌을 쳤다.

스크림 게임이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첫 판을 손쉽게 가져갔지만 얕볼 수 없다.

부쉬의 침략자.

괜히 스프링시즌부터 굴러먹던 팀이 아니다.

AP마이를 처음봤음에도 대처가 확실하다.

픽창에서의 밴으로.

'대처 안되는 픽을 상대로 밴만한 게 없긴 하지.'

즉석에서 상대법을 짜고 카운터 조합을 구축한다.

말이나 쉽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쓸데없는 변수를 만들 바에 밴을 하는 게 합리적.

그러나 이는 자존심과도 연결된다.

-AP마이, 트롤픽아님?

내가 아무리 다이아1까지 AP마이로 이름을 떨쳤다 해도.

마스터 이상의 유저들은 코웃음칠 뿐이다.

일반 유저들 입장에선 다이아나 마스터나 매한가지로 잘하겠지만.

질적인 면에서 완전히 틀리니까.

수입산 소고기의 꽃등심과 국내산 한우의 꽃등심만큼이나 다르다.

업진살도 국내산이 훨씬 더 살살 녹는 법.

그럼에도 '부쉬의 침략자' 팀은 밴을 택했다.

자존심을 접어두고 AP마이라는 변수를 차단했다.

LCL에 참가한 200개 가량의 팀들 중에서 우승 후보팀으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만큼 대처능력.

비록 첫 판을 졌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회게임에 익숙하다는 증거.

물론.

상대의 밴카드가 나에게 집중된 덕에 아군의 주챔프들이 살아났다.

탑정글 봉쇄전략은 이제 쓸 수가 없다.

'다른 전략들도 있지만.'

아직 대회가 시작도 안했는데 동네방네 소문내서야 안된다.

아무리 친선게임의 형식을 띈 스크림이라고 해도.

입가벼운 사람은 어디나 있는 법이니까.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질 수 있다.

우리팀의 전략이.

팀랭크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돌진조합.

원래의 컨셉을 활용해 맞붙기로 했다.

.

.

.

* * *

타닥타닥.

언제나 저녁이 되면 잊지 않고 나가는 조깅길.

나는 탄천로를 뛰고 있다.

평소에는 몸의 피로를 잊기 위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지만 오늘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았다.

'팀랭크, 스크림.'

기본적으로 난 오더를 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게임 내용에 하나하나 간섭한다면 우리팀의 전력은 다소나마 올라갈 테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

'나도 모르게 떠벌릴 수 있어.'

회귀를 했다는 사실.

아무래도 거기까진 말하지 않겠지만, 미래의 전략에 대해 나도 모르게 내뱉을 수 있다.

수준이 낮은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랜드 마스터다.

씨지맥, 타임끝.

현재뿐만 아니라 꽤나 오랜 시간 그마라는 티어를 유지하는 실력자들이다.

더욱이 그들은 주류챔프로 만족하지 않고 여러가지 챔프들의 가능성을 건드린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난 가끔 핑을 찍는 것 빼고는 오더를 지양하고 있다.

시즌2의 답답한 운영과 스노우볼링을 보고 있자니 처음에는 속이 막히긴 했지만.

'괜히 미래의 실력자들이 아니야.'

인간조아라님을 빼놓고는 아마추어 고수를 논할 때 열손가락에 드는 이들이다.

물론.

리뮤녀석은 현재 마스터 티어다.

그러나 이미 그마급의 기량을 보유했다고 내가 보증한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 시즌3부터는 그랜드 마스터를 밥먹듯 찍었던 놈이니 만큼 향후 발전가능성이 더없이 농후하다.

어쩌면 내가 설렁설렁 즐겜을 했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았을 지도 모를 일.

성격이 괴팍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녀석이다.

높은 수준의 팀원들.

우리팀을 잘만 굴린다면 정상을 노려볼만 하다.

롤챔스까지는 몰라도 이번 LCL은 충분히.

더군다나 오늘 있었던 팀랭크도 기대 이상이었다.

8승 2패.

만나게 되는 팀의 수준이 올라감에도 승률이 기가 막힌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운적인 요소가 있는 만큼 전승까진 불가능했지만.

지는 판도 결코 쉬이 넘겨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는 게 중요하다.

회귀한 이후.

진짜 꼽아주는 실력자들을 상대로는 게임할 여건이 안됐으니까.

티어가 낮았기에.

내가 속한 마스터 티어도 충분 높은 점수대지만 앞으로 내가 프로를 목표하려면 최소치가 그마다.

팀랭크라는 특수한 상황 덕에 나는 그랜드 마스터에 준하는 미드라이너들과 라인전을 치룰 수 있다.

밀린다는 느낌?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몇 수는 위다.

회귀를 했다는 이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드라이너는 예나 지금이나 재능의 라인이다.

순수하게 라인전만 두고 보면 미래의 그마보다 크게 밀린다고 말할 수 없다.

1:1 솔킬각에서야 익숙한 내가 유리하다고 쳐도.

기본적인 게임센스가 필요한 라인전 능력에서는 그들을 상대로 밀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시즌2에 그마, 혹은 마스터 상위권을 찍은 자들의 재능.

우습게 볼 수 없다.

그러한 자들을 나는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

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더욱이 스크림.

친선게임에서 부쉬의 침략자라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을 상대로 선전했다.

전승까진 아니었지만.

'2승 1패라.'

시간문제로 그 이상 하진 못했다.

세 판.

하지만 서로의 실력을 엿보기에는 넘치는 판수다.

첫 판은 내 AP마이의 트리플킬이 도화선이 되어 깔끔하게 챙겼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판.

탑에서 나온 2렙 우콩의 솔킬.

미드에서 보고 있자니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그러나 확실한 계산이었다는 씨지맥의 확언.

믿어도 될지는 몰라도 일단 결과가 좋았으니 수긍해줬다.

탑의 초반 선전 덕에 정글을 플레이하는 리뮤가 탑위주로 게임을 풀기 쉬워졌다.

팀랭크에서 했던 대로 탑을 터트린 후, 씨지맥과 함께 봇라인에 다이브 친다.

그리고 드래곤같은 오브젝트를 챙기고 글로벌 골드 차를 벌린다.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갈 수밖에.

하지만 세 번째판은 달랐다.

명예회복을 위해서인지 상대팀은 진지하게 임했다.

부쉬의 침략자.

그 팀명에 맞는 픽들.

탑 미달리.

미드 르풀랑.

정글 아모모.

원딜 헤이클린.

서폿 풀리츠크랭커.

하나하나가 부쉬에서 튀어 나오면 깜짝 놀랄 챔프들이다.

헤이클린은 부쉬와 인연이 없긴 해도.

부쉬에서 평타를 쓰면 패시브 스택이 2개씩 쌓인다.

이러나 저러나 부쉬와 연관이 있는 챔프들.

팀의 컨셉이 확연했다.

하지만 저 조합은 스프링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부쉬의 침략자 팀의 대표픽들.

팀의 전력노출때문에라도 쉽사리 꺼낼 픽들이 아니다.

-솔직히 얕보고 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친선경기에서 주챔프들, 그것도 가장 자신있는 조합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우리팀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연습의 의미를 가지는 게 스크림이기에 이것저것 해보는 거다.

하지만 반대다.

우리팀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 부쉬의 침략자팀은 전력을 다했다.

전력으로 부딪히지 않으면 안되는 상대라 인정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연습을 하고 있는 다른 조합으로는 이길 수 없기에 판단을 내렸다.

그러한 사정이 있어 부쉬의 침략자팀은 우리팀에 양해를 구하고 주조합을 픽했다.

그리고 이뤄진 게임은 50분에 걸친 대접전이었다.

막상막하.

게임의 상황은 우리팀이 살짝 불리했지만 해볼만 했다.

게임시간이 50분정도나 흐르면 마지막 한타에서 대승을 거두는 팀이 승리를 차지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실수.

계속해서 2인궁이상은 맞히던 인간조아라님의 궁극기가 어긋났다.

그나마 띄운 것도 적 서포터.

최소한 한 번의 딜로스를 만들어야 하는 미드나 원딜을 마킹하지 못했다.

소환자의 전장에서 한타를 했던 10명의 챔피언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 적 미달리 하나였다.

미달리는 백도어에 최적화된 챔프.

우리팀이 부활하기 전에  넥서스를 깨 게임을 끝내 버렸다.

물론.

아무리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사정을 말했다 해도 실례는 실례다.

부쉬의 침략자팀은 한번 더 정중히 사과를 했고 우리팀은 받아드렸다.

훈훈한 마무리.

다음에 LCL예선이 끝나고 한번 더 스크림기회를 갖자고 약속까지 잡았다.

"헉, 헉."

여러 생각을 하며 탄천로를 뛰고 있자니 평소보다 숨이 가빠온다.

육체에 써야 할 에너지가 머리로 갔기 때문일까.

아직 채 1바퀴도 돌지 않았는데 산소가 부족하다.

나는 적당한 밴치를 찾아 들어앉았다.

숨을 돌리기 위해서.

이러면 항상 타이밍 좋게 그녀를 만났었다.

예은, 메로나를 좋아하는 싸가지녀를.

그러나 어째선지 몰라도 최근 그녀를 만나기는 커녕 본 적도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타나지 않을까.

가빴던 호흡이 정상을 되찾았음에도 누구 하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사람만나는 게 쉬운 일인가.

그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고 있는 일이 굉장히 바빠 산책나갈 시간도 없는 걸지 모른다.

마음을 정리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내 핸드폰이 울렸다.

위이잉.

까톡이 아니라 전화.

그리고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인간조아라님?'

무슨 일 일까.

종말전에서의 인연 이후로 LCL의 팀랭크까지.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긴 하지만.

갑자기 전화를 해올 일이라니, 짚이는 구석이 없다.

그래도 일단 연락을 해올 정도면.

나는 스마트폰을 쭉 밀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접니다 시현님.

종말전때보다는 훨씬 가까워진 사이인 만큼 닉네임을 부르진 않는다.

게임 상도 아니고.

현실에서까지 닉네임을 부르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옆에 있던 지인.

그것도 게임에 대해 모르는 여자사람친구가 듣기라도 한다면 1년은 놀림감이 돼버린다.

때문에 사람좋기로 유명한 인간조아라님이 신경을 써주신 것.

물론 난 친하게 지내는 여사친따위 존재하지 않지만.

"호오.. 정말로요..?"

인간조아라님과의 통화.

한 건 따오셨다.

부쉬의 침략자 팀과의 대결도 현재 우리팀의 지명도를 생각한다면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다.

하지만 한 술 더 떠.

인간조아라님이 무려 프로팀과의 스크림 기회를 잡아왔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고작 하루.

내일 모레면 LCL의 예선전이 시작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당연히 내일입니다. 약속을 잡을까요?

대답.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척추반사로 대답을 내뱉었다.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가능한 일일까?

대체 어떻게 프로팀과 약속을 잡은 것일까.

한국팀이면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인맥이라는 게 건너고 건너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에게까지 닿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럼에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국경을 넘는 다는 것은.

"CLC…. 핫숏이 있는 팀 아닙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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