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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전
핫숏디디.
세계 굴지의 프로게이머.
시즌2 시점으로 따지면 명실상부한 최고의 프로게이머다.
'거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당시에는 해외뽕이 조금 있었다.
해외 프로게이머면 무조건 인정해주고 들어가는 분위기.
마치 본래 가격의 수 배나 되는 비싼 해외명품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걸 내 시점으로 봐서 그렇지.
현재 시즌2를 하는 유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핫숏의 이미지는 테이커.
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로 미드라이너를 꼽을 때 항상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런 사람이 속해있는 CLC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인간조아라에게 의문을 표했다.
-핫숏이 시현씨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관심이라.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이전에 한 번 솔랭에서 핫숏을 솔킬 낸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겨우 솔킬당한 정도로?'
테이커라고 하면 무적불패의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라는 느낌이 있지만.
정작 솔랭을 하면 이만한 트롤러가 없다.
특히나 서폿을 했을 때.
같은 팀의 프로 원딜러가 질색을 표할 정도.
미드를 할 땐 팀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무적이 아니다.
솔킬을 딴다는 행위.
그만큼 자신도 솔킬을 따일 위험을 감수한다는 거다.
슈퍼플레이.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트롤링들.
대회에서는 적을지 몰라도 솔랭에서는 사정없다.
솔랭에서의 테이커는 무리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
솔킬이라는 그 찰나의 승부.
감을 살리기 위함일 수 있겠지만.
같은 팀의 입장에선 얼척이 없을 정도다.
그걸 대체 왜 들어가?
물론 던지는 만큼 성장을 했기에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는 솔로랭크에서 솔킬을 당한다 해도.
심지어 상대가 도발을 한다고 해도.
부들부들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겨우 솔킬 한 번 당했다고 스크림까지 받아들인다고?
-그것도 있지만. 제 인맥빨이 더 크죠.
"아, 네에.."
그러나.
원래라면 CLC의 2군팀과 할 예정이라고 한다.
1군은 현역 프로들이기에.
그것도 전 세계 롤 유저라면 모를 리가 없을 정도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아무리 지인이 부탁한다고 해도 엉덩이를 움직일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나 핫숏은.
그 이름값 만큼이나 어지간한 친목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닐 텐데.
-예,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다.
CLC의 2군팀에 핫숏이 낀다.
당연히 1군에 비하면 손색이 있고 균형도 안맞을 거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핫숏을 상대했다는 명성을 알리기 위함은 아니다.
스크림이라는 것 자체가 연습게임의 성격을 띈 데다가 비공개 게임이다.
하지만 프로 수준의 팀을 상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만한 찬스는 쉬이 오지 않는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이다.
CLC와 친선전, 스크림을 잡아보겠다는 인간조아라님의 말.
나는 당연히 수긍했고 인간조아라님은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가 끊어졌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핫숏은 미드라이너다.
공교롭게도 LCL에서의 나도 미드라이너.
연습게임이라고 해도 같은 라인에 서게 된다.
딱히 명예욕에 관심은 없지만, 핫샷은 넘어야 할 대상.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언젠가 올라야 할 산이다.
조금 시기가 빨라질 뿐.
잔뜩 쉬어서 진정시켰던 가슴.
다시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숨이 가빠서가 아니다.
기대가 되기 때문에.
그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또 한 번 탄천로를 내달렸다.
.
.
.
* * *
결국.
'만나지 못했네.'
예은.
메로나를 좋아하는 싸가지녀와는 만나지 못했다.
이걸로 거의 1주일은 돼가는데.
'우연, 우연일 거야.'
그 쪽에서 나를 피한다는 가능성.
솔직히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으니까.
'단순히 바쁠 뿐이겠지.'
현재 나는 상당히 바쁘다.
그러니 예은도 무언가 일이 있어 나오지 않을 뿐일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스크림.
나는 오늘 무려 북미 굴지의 프로게이머 핫숏이 있는 CLC와 연습경기를 한다.
그리고 또 내일 이면 LCL 예선에 접어든다.
'후우..'
솔직히 자신은 있다.
미래의 지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오만함이 아니다.
팀랭크와 스크림을 거치며 붙은 자신감.
지금의 나라면 상대가 누가 와도 이길 수 있다.
그러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긴장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프로라고.'
솔랭에서 어쩌다 프로를 만나는 일은 잦았다.
지금이 아닌, 미래에서.
내가 솔랭을 한두 판 한 게 아닌 만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스크림에서, 팀게임을 할 때의 프로는 다르다.
솔랭에서는 솔킬도 따고, 쉽게 꺾었던 상대가 팀게임이 되니 달라진다.
그 격이 한층 높아진다.
간혹 롤챔스를 보면.
성적이 안 좋은 프로들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솔랭 점수까지 물고 늘어지며.
그러나 그건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아마추어에서 내로라 하는 플레이어들.
웬만한 프로들보다 솔로랭크의 점수가 높은 자들이다.
그들이 팀을 짠다면.
최하 수준의 프로팀들을 가볍게 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명백한 오산이다.
최하 수준의 프로팀.
속칭 연습생이나 2부리그에 속한 자들.
어디가서 프로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그러한 자들이라고 솔랭 점수를 못 올리는 게 아니다.
안 올리는 거지.
너무나도 바쁜 스크림, 연습경기들.
그리고 플레이스타일을 팀플레이에 최적화시킨다.
그러한 작업을 겪다보면 누구라도 솔랭점수가 하락한다.
프로가 되지 않은 아마추어 중에 한 명.
도씨 가문의 첫째가 있다.
그는 수도 없이 솔로랭크 1위를 찍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프로와 비교하지 않는다.
왜?
아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주위에서 아무도 치켜 세워줘도.
결국 솔랭은 솔랭일 뿐이라는 것을 그 자신이 알고 있다.
물론.
솔랭에서 잘하는 이는 프로급 게임에서도 먹힌다.
그렇다고 항상 비례하는 게 아님을.
알고 있기에 구태여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고.
팀랭크와 스크림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뽐낸 것도 맞다.
자신감이 충분히 붙었지만 긴장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 성공한다면.
CLC를 상대로 내 실력이 먹힌다면.
내 앞길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올마스터님 곧 시작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아, 예. 부탁드립니다."
인간조아라님의 말.
팀랭크를 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는지.
그리고 BJ가 아닌, 프로를 목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실제로 토로도 했다.
나와 씨지맥이 이번 LCL에서 프로제의를 받기 위해 시간은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잡은 걸지도 모른다.
CLC와의 스크림을.
현재의 프로게임단과 경험을 가져보는 건 중요하다.
프로의 벽.
어느 정도인지 직접 겪어봐야 한다.
-아, 들어오네요.
스크림의 경우 비공개 게임인 만큼 큐를 돌리지 않는다.
비공개 게임 방을 잡고 사람이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첫 번째로 들어온 이는.
-HI!
인터넷에서 말 짧게 하는 건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매한가지인 모양.
REA RO라는 닉네임의 CLC프로, 2군팀의 원딜을 맡고 있다고 한다.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은퇴시기를 빠르게 잡은 듯 하다.
그렇게 REA RO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북미 CLC의 2군팀 멤버들이 하나하나 들어왔다.
영어로 된 닉네임들.
한국 사람들도 영어로 아이디를 많이 짓는다곤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딱 봐도 외국인이라는 게 느껴지는 듯하다.
'둘, 셋.'
CLC팀의 숫자가 4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가.
'핫숏디디.'
이미 솔랭에서 한 번 승부를 겨뤘음에도 입가에 침이 고인다.
침을 자연스럽게 삼키지 못할 만큼 긴장했다는 증거.
-This game is..
인간조아라님이었다.
나도 대강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영어는 아니었지만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채팅이 빠른 걸로 보아하니 회화에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나는 그 대화에 끼어들 자신이 없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핫숏님이 올마스터님에 대해 얘기를 하시네요.
영어로 된 칭찬.
good이나 well.
좋은 의미라는 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무슨 말인지 내가 이해할 수 있을 턱이 있나.
-아, 지난 번에 피로라로 니달리를 따셨을 때 있잖아요. 잉벤에 올라왔던. 그 게임을 기억하시나 봅니다.
'호오, 그걸 직접 언급하다니.'
겨우 솔랭.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픽한 피로라라는 챔프.
그 누구도 하지 않는 트롤픽에 가깝다.
-그 게임 덕에 피로라라는 챔프를 다시 봤다고 하시네요. 이번에도 좋은 모습 보여 달라고 하십니다.
채팅창이 많이 올라간 걸 보면 그것말고도 다른 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줄이자면 그렇게 함축되는 듯 하다.
차피 뭐 중요한 건 게임이니, 성사만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프로의 칭찬 한두 마디에 기분이 붕뜰 만큼 내 목표가 낮지 않으니까.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스크림 게임을 시작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승부는 밴픽창부터.
'아무래도 밴을 해야겠지.'
미드라이너인 핫숏.
그리고 핫숏의 르풀랑.
수준 높기로 유명하다.
논타겟 스킬 위주의 챔피언이라면 몰라도.
시즌2의 르풀랑은 타겟팅 스킬인 Q가 선마다.
강력한 라인전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챔프.
핫숏이라는 프로게이머는 라인전이 강력한 픽들을 즐겨 쓴다.
물론.
르풀랑이 나온다고 기죽을 내가 아니다.
하지만 팀의 사기.
유명한 프로가 주챔프까지 꺼낸다면 확 꺾일 수 있다.
더욱이 아마추어주제에 뭘 믿고 핫숏의 르풀랑을 가만 냅둔단 말인가.
상대의 생각을 고려해서라도 밴은 반드시 해야 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초가트와 말차차정도인가.'
핫숏이 꺼내올 픽은 그 정도.
르플랑 외의 밴은 서로 적당한 것을 금지했다.
OP챔프 위주로.
스크림에서도 저격픽은 흔하게 되지만, 첫 판이니 만큼 서로의 실력에 대한 확인이 먼저가 됐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시작하는 게임.
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점.
핫숏이 가져온 픽은 초가트도 말차차도 아니었다.
'럭키.'
프로게이머 쌩쌩별의 주챔프로 대표되는.
마치 마법소녀와 같은 외관을 지닌 미드챔피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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