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3화 (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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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전

럭키.

시즌2의 대표적인 미드챔피언 중 하나.

카서트처럼 아예 대놓고 글로벌 궁극기까지는 아니지만 범위가 길다.

조금 발품을 팔면 궁지원을 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로밍도 별로고 라인전이 센 것도 아니다.

이러한 챔프를 대체 왜?

바로 포킹이다.

미드라는 라인.

기본적으로 탑정글이 탱킹, 원딜이 평타라면 미드는 스킬이다.

상대보다 우월한 거리에서 막대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스킬들을 쏟아 부을 수 있다.

물론, 단점은 있다.

스킬이 빗맞으면 데미지를 넣을 수단이 없고, 쿨타임이 길다는 사실.

그럼에도.

'매력이 있지.'

원콤보.

잘 큰 럭키가 2코어를 적중시켰을 때의 위력.

원딜이나 서포터는 잘못 걸렸다간 반항도 못하고 즉사다.

다른 포킹챔프들처럼 서서히 상대를 갉아먹는 게 아닌.

스킬연계로 통해 적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럭키만의 장점.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러한 럭키를 상대로 내가 픽한 챔프.

탤런이었다.

-탤런...쓸 줄 아세요?

씨지맥의 걱정.

알다마다다.

탤런의 사기성이 대두된 건 지금으로부터는 머나 먼 시즌4.

시즌2 유저들이 생각하는 탤런은 그저 자살특공대다.

미드라이너 주제에 포킹도 안되고 데미지도 2%부족하다.

심지어 AD챔프라 후반갈수록 탱커도 못 잡는다.

거기에 더해 생존기도 없어서 갱도 잘 당할 뿐더러, 한타때는 적 팀 한 가운데 들어가서 모든 스킬을 쏟아 붓고 죽는다.

잘 큰 상태라면 한 명 죽일 수 있겠지만.

성장을 충분히 못했거나, 탈력이라도 걸려 데미지가 약화되면 얄짤없다.

그렇지만 탤런은 내가 꿀을 빨았던 챔프 중 하나.

여러 챔프를 했던 만큼, 꿀챔프 소식에도 밝았던 나다.

너프가 되기 전까지 내 점수를 착실히 올려줘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까지 도달하게 만들어준 놈이다.

'결국 떨어지긴 했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미끄러졌다.

아쉬움도 남지 않을 정도로 1승3패로 깔끔하게 졌다.

당시에 내가 올라갔으면 그마 못 달았다고 징징대지도 않았을 터.

어쨌든 간에 지금의 탤런은 상당히 좋다.

고작 E스킬에 달린 침묵 하나의 존재때문에.

침묵.

탤런의 E스킬 목베기에는 원래 침묵이 있었다.

침묵은 CC기의 한 종류.

상대의 행동을 딱히 제한하지 않아 로드 오브 로드 게임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단 한가지.

상대가 스킬과 일부 스펠을 못 쓰게 할 뿐이기에.

이동에는 아무 지장이 없고 평타도 쓸 수 있다.

때문에 완전 의미없는 CC기가 아니냐, 오해를 받았지만.

'미드라이너에게 이보다 사기 CC기가 없지.'

-미니언이 출발하였습니다.

탤런이라는 챔프에 대해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잡생각을 하다 보면 인베가 문제될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첫 판이기에, 별 다른 공세없이 인베는 끝이 났다.

그리고 핫숏과의 미드라인전이 시작된다.

촥! 챠르륵!

경쾌한 표창소리.

상대를 2번 가격함과 동시에 둔화효과를 주는 탤런의 W스킬이다.

자칫 힘들 수 있는 라인전 이었지만 무난하게 진행됐다.

아니, 무난하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다.

원래라면 원거리 챔프인 럭키에게 초반 빡견제를 받아야 했지만.

내가 들고 있는 아이템때문에 핫숏은 쉽사리 덤벼들지 못한다.

'역시 탤런하면 이거지.'

다른 챔피언들에겐 도박수가 맞다.

힘의 영약.

이 아이템을 샀다는 건 그만큼 코어템이 늦게 나온다는 소리.

하지만 그럼에도 탤런은 사야 한다.

초반 라인전이 약하기 때문에.

빵테온처럼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가 아닌, 자신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의미로 산다.

한 번 때려봐라.

나 영약빤다?

이런 느낌으로.

촤르륵.

마나가 부족하기에 한 방, 한 방 고심해가며 쓰는 파밍용 표창.

영약을 샀다고 해도 견제를 덜 당하는 거지 안 당하는 게 아니다.

더욱이 상대는 시즌2 최고의 미드라이너 핫숏디디.

못하는 럭키는 Q스킬을 의미없이 날리지만.

탤런을 상대할 줄 아는 럭키는 E와 평타를 활용해 체력만을 깎아낸다.

힘들기 그지 없는 라인전.

그렇지만 버텨냈다.

'6레벨.'

6렙 이전의 탤런과 6렙 후의 탤런은 전혀 다르다.

아예 다른 챔프라고 할 수 있다.

왜?

지금부터 보여준다.

촤륵! 촤라라라락!

하지만 그전에 우물이 먼저다.

하도 빡세게 견제를 당한 탓에 마나도 체력도 부족했기에.

나는 W와 궁극기를 활용해 라인을 깔끔하게 먹고 귀환을 탔다.

핫숏의 럭키가 귀환타이밍을 한 번도 안준 탓에 꽤나 쌓인 골드.

기동력의 신발과 롱스워드 2개를 샀다.

다른 챔프들은 첫코어템을 먼저 맞추지만 탤런은 다르다.

비전투시 이동속도를 크게 올려주는 기동신.

탤런의 스킬과 플레이 방식에 시너지가 큰 코어 아이템이다.

그 기동신의 이점을 활용해 빠르게 도착한 라인.

집에 먼저 갔음에도 CS를 거의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되는 핫숏과의 라인전.

아니다.

기동신이라는 아이템의 이점.

라인전을 위함이 아니다.

탤런이라는 챔프의 장점을 살리고 상대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다.

촤르륵!

미니언을 정리하고 상대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럭키가 선택한 건 더티 파밍.

그에 비해 나는 로밍이다.

물론.

상대는 2군이라고 해도 프로.

쉬이 당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킬각이 없다면 만들면 그만.

촤아악!

봇라인에 가까워지자 발동시키는 궁극기.

그 효과는 은신과 더불어 이동속도까지 어마어마하게 상승시킨다.

안 그래도 높은 속도를 추가해주는 기동신에 날개가 붙어 버린다.

챠캉!

게임시작 이후 처음으로 쓰는 목베기.

적 원딜, 미스터 포텐에게 타겟팅으로 접근해 1초간 침묵시킨다.

아무리 라인에서 발을 살짝 빼고 사리고 있다고 한들.

기동신과 궁극기의 이동속도.

점멸과 목베기까지 더하면 빈틈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뿐이다.

목베기는 상대를 기절을 시키지도, 에어본을 시키지도 않는다.

잠시동안 스킬과 스펠을 못 쓰게 만들 뿐.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했기에 내린 결론이다.

쿠웅!

인간조아라가 플레이하는 광우스타의 점멸 쿵쾅!

내가 봇라인에 도착하기 직전에 말을 맞춰 놨다.

당연히.

상대는 괜히 프로가 아니다.

적서포터 쏘냐는 점멸을 활용해 회피했다.

프로레벨쯤 되면 점멸 쿵쾅의 거리를 모르지도 않을 뿐더러, 그 찰나의 반응을 하지 못할 리도 없다.

그렇기에 난 점멸까지 써가며 무리하게 침묵을 걸었다.

없는 킬각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

상대 미포는 점멸을 쓰고 싶었겠지만 목베기의 효과, 침묵때문에 늦어버렸다.

그리고 그 잠깐이 만든 광우스타의 쿵쾅.

이제 요리의 시간이다.

촤악! 촤라라라락!

1.5초간의 에어본 덕에 딜을 때려넣을 시간은 더없이 넘친다.

Q평캔에 더해 W, 궁극기, 발화까지 풀콤보를 박아 넣는다.

이미 적서폿 쏘냐는 이건 아니다 싶어 도망간지 오래.

적원딜 미포는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만약 다른 미드라이너 였다면 지금 시점에서 궁극기의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탤런은 귀환 전에 미드의 라인클리어때문에 궁극기까지사용했었으니까.

그러나 궁극기의 쿨타임이 짧다는 탤런의 장점.

타겟팅 침묵에 의한 강제 선빵.

이것이 탤런이라는 챔프를 하는 이유다.

비록 데미지가 2%부족 하더라도.

AD챔프이기에 시간이 갈수록 방템을 올린 적에게 딜을 박기 힘들다 하더라도.

게이머의 플레이 방식으로 극복해낸다.

스노우볼링.

탤런은 아링보다도 더욱 게임의 진행을 빠르게 만든다.

탤런이 있는 게임은 어느 쪽이 이기든 승패가 빠르게 결정된다.

그리고 그 탤런이 퍼스트 블러드, 400골드를 먹어 버렸다.

다시 귀환해서 나온 아이템은 AD챔프의 코어아이템 미개한 방망이.

거기에 검 한 자루가 더 나온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것은 학살.

핫숏의 플레이하는 럭키.

챔프숙련도가 낮을 텐데도 위력적이다.

라인전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럭키는 어디까지나 포킹챔프.

성장이 필요하다.

그 성장을 하기 전에 퍼블을 먹은 탤런으로 게임을 끝낸다.

.

.

.

* * *

"오 마이 갓!"

-판타스틱 탤런!

북미의 프로게임단, CLC의 숙소.

한국의 게이머, 인간조아라와의 인연.

그리고 올마스터라는 남자에게 관심이 있어서 스크림을 허락했다.

그렇기에 쉬운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 판을 넘겨주게 되다니.

-올마스터, 나이스하지 않아, 핫샷?

"오호.. Ok.."

아군의 원딜러 REA RO의 말.

결과적인 미드 차이때문에 게임이 터졌다.

탤런때문에 죽었다고 놀리는 어투도 아닐 뿐더러, 애초에 팀분위기는 심각하지 않다.

스크림.

그리고 초반에 터졌다는 점.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운빨이 살짝 타는 만큼, 못하는 팀에게 지는 경우는 종종 나온다.

다음 판이 남아있으니 멘탈이 상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 핫숏은 라인전을 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드 차이로 게임이 터져 버렸다.

'어떻게?'

그런 똥챔프로.

피로라때도 마찬가지다.

비주류 챔프를 기가 막히게 다룬다.

들어보니 주류챔프라고 못하는 게 아니다.

All Master라는 닉네임.

처음 만났을 땐 건방지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비주류라는 이유로 탤런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솔랭에서의 탤런은 방심하다 보면 휘말릴 때가 있으니까.

킬을 먹기 시작하면 말릴 수 없다는 점 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팀게임에서는 전혀 다르다.

애초에 킬을 먹을 기회자체를 주지 않는다.

서로가 같은 아이템이면 1:1에서 탤런은 힘을 쓸 수 없다.

딜링 측면에서 다른 미드라이너보다 부족한 탤런이니까.

더욱이 탤런은 근접 챔프.

초반 라인전에서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게 라인전을 통해 서서히 피를 말리다가, 내 럭키의 속박에 운 나쁘게 맞았을 때 따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시도하지는 못했다.

힘의 영약이라는 시작템.

이 핫숏이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좋은 선택이다.

덕분에 난 속박 후 연계라는 공격적인 선택지를 취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라인전을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힘이 약해지는 탤런.

팀이 로밍만 주의해주면 그만이다.

탤런의 로밍.

안 그래도 기본 이속이 높은 탤런이 기동신까지 사게 되면, 상당히 빨라 대처하기 까다로운 게 맞다.

솔랭에선 미드 미아핑을 찍어줘도 다른 라인이 잘 빼주지도 않고.

사람인 이상 나도 빽핑을 잊을 때가 있다.

그러나 보이스 채팅이 있는 팀게임에서는 다르다.

미드 미아핑을 칠 필요도 없이 말 한 마디면 전달할 수 있으니까.

설사 내가 깜빡해도 오더를 주도하는 서포터가 신경써준다.

때문에 솔직히 우습게 보았다.

'퍼스트 블러드..'

거의 어거지 킬각이었다.

애초에 죽을 각이 아니었는데 점멸을 2개나 써가며 강제로 따버렸다.

당하는 원딜입장에서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팀원들도 얼척이 없을 정도.

그럼에도 땄다는 게 중요하다.

그 후로 굴러지는 스노우볼을 막을 수 없었다.

이건 탤런이 좋은 게 아니다.

상대 미드라이너, 올마스터가 잘하는 거다.

"나 말차차해도 돼?"

나 핫숏의 주챔프.

당연히 할 예정이 없었다.

그러나 뽑지 않고서야 명예회복이 안될 것 같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저 올마스터라는 사내에게 두 번이나 진 꼴이니까.

-그 정도까지 해야 해?

CLC의 2군 팀원들.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데다 친한 사이이기에 허물이 없다.

그렇기에 하는 말.

진심이냐는 물음이다.

"예스. 전부 진심으로 가자."

프로로서 아마추어에게 얕보일 수 없다.

이는 내 자신감 이전의 문제.

프로게이머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의식이다.

프로의 벽.

까지는 아니여도 프로게이머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올마스터는 분명 가볍게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남자가 아니다.

그런 만큼 더더욱 필요하다.

이 자리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그리고 프로의 길이라는 게 섣불리 걸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럼에도 목표를 한다면.

'흥미가 이는 남자야.'

-Welcome to Summoner's field.

수천 번도 더 들은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갤럭시 크래프트로 유명한 동양의 한 나라.

그 나라의 프로게이머는 커녕 연습생도 안되는 팀을 상대로 두 번째 판이다.

그럼에도 마우스를 움켜쥔 이 핫숏의 오른손이 자잘하게 떨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잊지 않고 해주시는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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