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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전
'쳇, 치사한 놈들.'
깔끔하게 1승을 챙기긴 했지만 연이은 2패.
북미 프로팀, CLC와의 승부는 1승 2패로 마무리하게 됐다.
솔직히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의 잘못?
아니다.
그렇다고 팀원의 잘못도 아니고, 수준 차이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팀의 수준이 달라.'
꽤 오랜 시간을 연습했다.
팀랭크에서 호흡도 맞췄다.
그러나 그 뿐이다.
CLC는 프로 레벨에서 적게는 몇 달, 많게는 1년 이상을 지내온 자들.
게다가 게임 경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한국엔 로드 오브 로드가 보급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이제 겨우 시즌2지.'
시즌2라 함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기준이다.
로드 오브 로드가 처음 출시된 나라는 미국.
한국에서 시즌1이 시작되기 1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롤이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클로즈 베타 기간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나라는 북미보다 2년이나 느린 셈이다.
때문에 현재 시즌2에는 게임서비스가 먼저 시작된 북미와 유럽쪽의 수준이 높다.
시즌3부터는 서서히 한국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오긴 하지만 시간이 한참 남았다.
솔직히 말해, CLC의 2군팀이라 하더라도 한국 롤챔스의 1군팀들과 비교해 손색이 거의 없다.
그 정도의 팀들을 상대로 첫 판을 따내고 패배한 두 판도 나름 선전을 했다.
만족해도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패배한 방식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두 번째 판도 탤런을 픽했던 나.
대비책이라는 게 바로 나올 수 없는 법이라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상대편에서 밴을 하지 않았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
하지만 하나 놓친 점이 있다.
'핫숏이 말차차를 픽했지.'
말차차는 럭키에 비해 라인전이 훨씬 쎈 편이다.
아니, 라인전만 놓고 보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
그렇다 해도 다를 건 없었다.
힘의 영약을 사서 라인전을 버틴다.
그리고 6레벨을 찍은 후 기동력의 신발을 사서 로밍을 다닌다.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을 터트리면 될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는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커녕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프로다.
핫숏이 럭키가 아닌, 말차차를 뽑은 이유.
챔프 숙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CC기의 유무다.
물론.
럭키도 속박이라는 CC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확정타가 아니다.
내가 궁극기의 이동속도나 스펠의 점멸을 활용하면 충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말차차는 확정 타겟팅 CC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CC기의 종류들 중 가장 격이 높다는 제압이다.
제압은 로드 오브 로드의 챔피언들 중 오직 네 명만이 가지고 있다.
이전에 종말전에서 나와 같은 팀을 짰던 불꽃사내의 주챔프 위웍, 그리고 핫숏이 플레이했던 말차차.
그리고 클끼리가 애용하는 챔프인 스캐너와 마지막으로 전우협이라는 무시무시한 협회때문에 언급할 수 없는 챔프.
오직 이 네 챔프의 궁극기에만 달려있는 CC기다.
제압은 상대의 행동을 원천봉쇄하는 최상위의 CC기.
기절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확연히 틀리다.
제압은 상대가 아예 스펠자체를 쓸 수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클린즈.
클린즈를 쓰면 기절을 포함한 대부분의 CC기를 해제하고 도망칠 수 있지만, 최상위의 CC기인 제압을 상대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아예 방어적인 스펠인 힐이나 실드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선택지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말차차의 제압은 무려 3초에 가까운 시간동안 유지가 된다.
핫숏은 그 말차차의 궁극기를 활용해 갱호응을 했다.
점멸 궁.
예상을 하고 있었더라도 피할 수가 없다.
당연히 말차차가 순수하게 점멸궁을 쓴 거라면 후속데미지가 없기때문에 내가 죽을 일이 없다.
하지만 그를 위한 갱킹이다.
적 정글러인 아모모가 점멸까지 쓰며 갱각을 잡았다.
마치 내가 이전 판에서 미스터 포텐을 광우스타와 함께 따버렸을 때처럼 망설임이 없다.
CC기의 개념이 확실한 만큼 그보다 쉬운 판단이라 할 수 있겠지만 효과는 절대적.
말차차의 궁과 아모모의 궁이라니 거의 5초동안 아무것도 못한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 탤런은 죽을 수밖에.
내가 탤런으로 스노우볼을 굴렸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탤런은 망하게 되면 할 게 없어진다.
AD챔프라 후반갈수록 딜도 안 박히는데다, 이렇다 할 생존기 없어 한 번 스킬을 쏟아 붓고 나면 지속적인 딜링을 할 수가 없다.
더욱이 한두 번 당한 거면 모르되 점멸 쿨이 찰 때마다 계속 노려왔다.
간간히 적 서포터 쏘냐까지 와서 점멸센도를 날려 댔다.
말차차는 와서 궁극기인 빨대를 쏘옥 꼽기만 하면 밥상이 완성되는 상황.
내 실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탤런이라는 챔프의 한계다.
만약 사거리가 길거나 생존기가 확실한 미드 챔피언이었다면 조금 더 먼 거리에서 사릴 수 있었을 거다.
적팀이 나만 노린다면, 나만 사리면 되는 문제니까.
하지만 탤런이라는 챔프는 그게 안된다.
하드캐리라는 매력적인 하이리턴 만큼이나 하이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니.
때문에 세 번째 판에서는 마이나, 탤런처럼 어디 한 군데 단점을 가진 챔프가 아닌.
일반적인 미드챔프라 할 수 있는 모르피나를 픽했다.
당연히 탤런보다 캐리력은 떨어진다.
애초에 모르피나는 서포터적인 성향이 강한 챔프니까.
미드로 사용할 때는 흔히 말하는 버스타는 챔피언이다.
그럼에도 픽한 이유는 상대가 나만 보기 때문에.
모르피나의 다크 실드는 상대가 어떤 CC기를 걸어와도, 심지어 제압을 써도 무효로 돌릴 수 있다.
어중간한 탈출기가 있는 챔프들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한 덕에 갱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양 팀의 실력 차이가 패인으로 작용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준하는 씨지맥이나 리뮤는 그냥저냥 잘 버텨줬지만 문제는 봇라인.
봇라인의 승패는 서포터의 기량에 따라 좌우될 때가 많다.
상대 봇듀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 급인데 반해.
우리팀 서포터, 인간조아라님의 실력이 마스터다.
정상적인 라인전이 성사될 수가 없다.
내가 첫 판부터 탤런이라는 로밍형 챔프를 택한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었다.
봇라인에 영향을 주어 라인전을 빨리 끝내고 한타페이스에 접어들어야 하니까.
라인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크게 누적된다.
때문에 그걸 노린 상대팀의 정글러는 노련하게 게임의 균형을 맞춰 라인전을 길게 끌고 나갔다.
내가 절대 로밍이라는 선택지를 취할 수 없게 미드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이 상황을 우리팀에서 파훼하려면 방법은 2가지.
왕귀한 탑이 내려와서 깽판을 치거나 정글러가 역갱을 시원하게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실력이 상대가 위다.
탑은 밀리지나 않으면 다행.
그나마 팽팽하다 할 수 있는 미드라인에서도, 미드정글의 2:2교전을 섣불리 걸기가 힘들었다.
말차차라는 챔프는 초중반이 어마어마하게 강력하니까.
결정적으로.
아군 정글은 미드와 봇, 두 곳을 주시해야 하는데 반해.
상대 정글은 자기 팀 봇라인은 무조건 이기니 미드만 주시하면 된다.
팀의 실력차를 이용한 강제적인 승리법.
차후 시즌3에서 SKY라는 강팀이 롤챔스 전승을 위해 써먹은 방법이다.
사실 이는 이렇게 양팀의 실력 차가 극명할 때나 가능하지, 프로레벨에서는 쓸 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SKY는 그 프로레벨에서조차 우월한 격을 자랑하는 화려한 프로게이머들을 다수 영입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실현시켰다.
물론 테이커와 비행기라는 원석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겠지만.
어쨌든 간에 내가 괜히 치사하다는 말을 던진 게 아니다.
상대가 만약 공격적인 선택지를 취했다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었을 테니까.
스크림이라는 연습게임에서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속이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상대는 정말 치사하게 우리팀의 숨통을 갉아먹다 확실하게 승리를 취했다.
나는 나름대로 선전을 했다.
핫숏의 말차차를 상대로 라인전을 밀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CS는 10개 가량 위였다.
모르피나라는 픽이 CS수급도, 더티파밍도 카서트에 준할 정도로 좋기때문도 있겠지만.
같이 성장하게 된다면 모르피나가 말차차보다 꿇리는 챔프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시즌2의 후반은 원딜 오브 로드다.
모르피나라는 캐리력 떨어지는 픽을 고르고 후반을 봤다.
그런데 상대는 프로다.
잘 싸웠다는 말은 들을 수 있을지 언정, 한타를 이기는 미래는 애초에 나올 수가 없었다.
'부족하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해도 되는 승부였다.
내가 부족했던 것도, 실수를 했던 것도 아니니까.
그냥 팀의 실력차이가 너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먹히지 않는다.
이길 수 없는 판도 이겨내야 한다.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그럴 수 있는 자만이 슈퍼스타를 목표할 수 있다.
과연 테이커가 이길 수 있는 판에서 팀이 만들어준 상황만 받아먹고 캐리를 했다면, 슈퍼스타라 불릴 수 있었을까?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을 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우문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기에 칭송받는 거다.
대표적으로 듀의 자드를 잡았던 영상.
같은 챔피언인 자드로 자드를 잡았을 때다.
당시 테이커의 자드는 포탑과 듀의 자드에게 얻어 맞을 대로 쳐맞아 체력이 1/3도 남지 않은 데다 발화까지 걸렸다.
어떻게 봐도 확실히 끝났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테이커는 이겼다.
로드 오브 로드를 하는 유저라면 신기해서라도 열 번씩은 돌려 보게 만드는 플레이.
듀를 영원히 고통받게 만들었다.
테이커는 듀의 모든 스킬을 피하고 자신의 스킬을 모두 맞혔다.
입롤도 이런 입롤이 없는데 심지어 그걸 대회무대에서 해냈다.
대체,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한 마디말고는 대답할 게 없다.
슈퍼플레이.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
뛰어난 팀원?
팀플레이?
아니다.
내가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됐을 때.
그 프로무대에서 상대팀에게 졌을 때마다 변명을 할 것인가?
우리팀이, 적팀보다 약했기 때문에 졌다고.
그런 꼴 사나운 변명.
통할 리도 없거니와, 자기 위안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강한 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출발선은 모두가 비슷하지만, 성장하는 팀은 서로가 서로를 일깨워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는 슈퍼스타가 있다.
바로 내가 되어야 한다.
오늘의 게임으로 확실하게 알았다.
나는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만족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핫숏디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중요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언젠가 반드시.
'꺾어주마.'
찌질한 복수가 아닌 순수한 호승심이다.
로드 오브 로드가 시즌3에 접어들게 되면 핫숏은 급격히 퇴물이 된다.
너라는 해가 저물기 전에.
전성기의 너를 잡아주마.
LCL의 예선전을 하루 남겨둔 밤.
나는 내 자신에게 맹세했다.
이번 대회에서 또 다른 성장을 이루어 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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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위해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합니다.
*훼이커->테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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