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5화 (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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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전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Load Of Lord Challengers League).

너무나도 길기에 LCL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 LCL은 다름아닌 2부 리그다.

엄밀히 말해서 1부 리그인 롤챔스보다는 격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LCL은 볼 가치도 떨어지는 대회인가?

그것만은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현재는 시즌2.

원석들이 여기저기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 다닌다.

각 팀들 간의 수준 차.

거기에 더해 팀원들끼리도 들쑥날쑥 하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눈에 띄는 이를 찾기 좋은 시기라는 사실이다.

한국엔 한 번 E스포츠의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갤럭시 크래프트.

이미 한 번의 과거가 있었기에 모든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다.

만약.

로드 오브 로드의 임요한, 콩진호가 될 자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챌 수 있다면.

자신이 그런 스타가 되지 못할지 언정, 그 사람의 1호 팬을 가장 먼저 자처한다면.

짜릿하다.

시즌2의 LCL은 차후 스타가 될 프로게이머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아무래도 솔로랭크는 친숙하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재미가 없으니까.

만약 모든 사람이 등수대로, 정확히 성공한다면.

공부벌레처럼 열심히 공부만 한 사람이 무조건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사회, 너무나도 재미없지 않은가?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하나의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방송으로 나가는 대회라는 무대.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확신한 진실들.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

따를 수 있다.

슈퍼스타가 된다.

시즌2 서머시즌의 LCL.

역사적으로 봐도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던 시기.

안 그래도 크게 타올랐던 불구덩이에 장작이 하나둘 추가되었다.

.

.

.

* * *

까톡!

내 스마트폰에서 울린 따가운 소음.

방금 내가 보낸 메세지의 답장이었다.

그리고 그 답장의 내용은.

─내 맘ㅗ

'하하.'

이 말을 예쁘게 하는 까톡친구는 다름아닌 예은.

메로나를 좋아하는 싸가지녀다.

최근 조깅길을 나서도 만나는 일이 없길래,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까톡을 했더니 이 모양이다.

'잘 지내나 보내.'

정말 기운이 없고 곤란하면 욕도 안나오는 법이다.

매서운 독설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녀인 만큼,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면야 잘 살고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알고 넘어가려던 그때, 한 번 더 까톡음이 울린다.

-바빠ㅗ

암 그러시겠지요.

뒤에 붙이는 저 모음은 마침표 대신인 거겠지요.

바쁘시다는 분을 더 이상 물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컴퓨터를 키고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현재 시간은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치뤄지는 예선전의 첫 경기까지 2시간이나 남아있다.

그동안 내가 할 일은.

'스트레칭 좀 하고, 밥먹고, 설거지하고 적당히 수다나 떨면 되겠지.'

시험 전 날이라고 바삐 몸을 움직이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후회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오히려 머리를 비워놓는 편이 좋다.

물론, 예선 게임 시작 전에 칼폭풍 협곡으로 손을 풀어두는 것도 괜찮겠지만.

나는 점심으로 차가운 메밀 냉면을 먹기 위해서 냄비에 물을 끓였다.

단순한 봉지라면이 아니다.

꼬들꼬들한 밀가루면이 아닌 진짜 메밀면.

대형마트에서 3인분에 7천원씩이나 주고 사온 동치미 물냉면 세트다.

지금은 7월.

상당히 덥다고 할 수 있는 시기다.

비록 내가 더위탐을 잘 안 해서 덜덜 거리는 선풍기 하나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지만.

더울 때 땡기는 음식 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냉면을 위해 끓인 물에 가장 먼저 계란을 넣었다.

삶은 계란.

대형마트에서 산 물냉면 세트에는 들어있지 않다.

냉면을 먹을 때 계란이 없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나는 꼭 넣는 편이다.

무려 한 개를.

집에서 해먹을 땐 이게 좋다.

시켜먹으면 무조건 삶은 계란이 반 개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계란 한 개를 반숙까지해서 넣을 수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장점.

내가 금전적인 여유가 생겼다고는 해도 가능한 냉면은 만들어서 먹는 이유다.

'시켜먹는 음식에 맛들이면 안 좋기도 하고.'

맵고 짜고.

그놈의 MSG는 얼마나 넣는지.

배달음식만 먹는 생활을 하다보면 괜히 하얀 쌀밥이 그리워지는 게 아니다.

그러한 생활은 탈피하기로 했다.

내가 회귀한 직후부터 운동과 함께 결심한 사항 중 하나다.

'후후, 이 정도면 됐겠지.'

냉면의 준비는 다 됐다.

계란도 반숙으로 알맞게 익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 미리 꺼내 놨다.

바로 반쯤 얼려둔 냉면 육수다.

내가 산 냉면 육수는 무려 동치미.

육수가 든 비닐봉지를 뜯어 그릇에 넣으니 얼음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러한 육수에 차갑게 식힌 메밀면과 삶은 계란을 넣고, 미리 송송 채썰어둔 오이까지 더하니 이제 바랄 것도 없다.

나는 강풍으로 틀어둔 선풍기를 옆에 두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후루룩.

냉면을 먹으며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한다.

'어, 있네.'

시간은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아있기에 조금 더 늦게 와도 될 텐데.

다른 팀원들만 해도 식사를 하는지 아직 게임에 들어와 있지 않다.

하지만 역시나 겜돌이.

리뮤녀석 만큼은 접속해 있었다.

-칼폭풍ㄱ?

냉면정도야 칼폭풍 큐잡으면서 금방 먹는다.

시원한 국물을 천천히 즐기는 것도 괜찮겠지만, 나나 이 녀석이나 겜돌이 성격 어디 가나.

급하게 음식 먹는 일은 다반사다.

딱히 대답은 오지 않았지만 초대를 수락한 것 보니 마음은 있는 모양.

바로 큐를 돌렸다.

칼폭풍은 은근히 큐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니까.

내가 칼폭풍을 하자는 데는 노닥거리자는 의미도 있다.

어차피 본게임을 하기 전에 손을 한 번 풀어야 한다면, 칼폭풍을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칼폭풍 협곡은 재미가 있으니까.

로드 오브 로드에는 두 가지 게임모드가 있다.

소환자의 전장과 칼폭풍 협곡.

전자가 기존 AOS게임의 형식을 띈다면 후자는 그냥 즐기는 곳이다.

서로 스킬 난사하고 때려죽이고, 심리전이나 운영따위 없다.

말그대로 재밌자고 만든 게임 무대다.

그리고 시작한 칼폭풍 협곡.

고작 10분이 지나지 않아 전체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아군]-우리팀에 마스터 2명있음 ㅅㄱ

[상대]-그래서 마스터가 누군데?

[아군]- 7킬 미달리랑 5데스 티몽ㅋ

[상대]-티몽 대리받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쪼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칼폭풍 협곡은 하고 싶은 챔피언을 고르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선택된다.

즉, 정말 하기 싫은 챔피언이 걸려도 억지로 해야 할 때가 생긴다.

하필이면 그 때가 바로 지금.

물론 난 올마스터다.

모든 챔프를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칼폭풍에서 티몽은 어쩔 수 없잖아요ㅎ 진정하세용.

-응 넌 리폿이야^^

-^오^

나도 모르게 받아쳤다.

티몽을 할 때면 꼭 치고 싶은 이모티콘으로.

안 좋은 챔프 탓에 나는 별 다른 활약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티몽의 궁극기인 지뢰를 깔며 하염없이 관전모드에 들어갔다.

칼폭풍 최고 사기 챔피언 미달리로 신나게 창을 던지고 있는 리뮤를.

-아 AP미달리 진짜 ㅡㅡ

─ㅋㅋㅗ

일반적으로 미달리는 AP로 쓰이지 못한다.

탑에서 AD로 쓰이는 게 일반적.

AP 아이템 효율이 높은 미달리지만 라인전이 너무 약하고 무엇보다 창이 논타겟이라 쓰이지 않는다.

최소한 현재 시즌2까지는.

그러나 그런 미달리는 칼폭풍 협곡 한정으로 최고의 사기 챔피언이 된다.

소환자의 전장에서는 발목을 잡는 성장이 너무나도 하기 쉽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무작정 창을 날리다 보면 언젠가 한 명은 맞게 돼 있다.

이 칼폭풍 협곡이라는 곳은.

더욱이 그 어쩌다 맞은 한 놈은 반피 이상 쭈욱 까인다.

맞히기 힘든 만큼 하이리턴.

거리에 비례한 데미지, 속칭 핵창이라 불릴 정도다.

그런 어마무시한 별명이 붙은 만큼 괴랄한 위력을 자랑한다.

결국 손풀려고 한 칼폭풍 협곡은 나에게 대리라는 오명을 안겨주고 리뮤만 잔뜩 신나게 해줬다.

나도 괜찮은 챔프 쥐어주면 잘 할 자신 충분히 있는데.….

─야, 멍청아.

리뮤의 말.

내가 무어라 말해도 대답 한 마디 않고 있더니, 기분 변화가 급격한 녀석이다.

칼폭풍 협곡에서의 활약으로 하이텐션이 된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말이 많아진 녀석.

그 주된 내용은 어제 있었던 핫숏과의 스크림.

연습게임이 끝나고 핫숏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부분이었다.

당사자인 내가 누구보다 열심히 듣고 있긴 했지만.

'몰라.'

하필이면 우리팀에서 유일하게 외국어가 가능했던 인간조아라님이 급한 일이 있다며 나가셨다.

덩그러니 남게된 나를 포함한 4명.

영어?

모른다.

그래서 고골(gogol.com) 번역기를 돌려봤다.

대충 좋은 뜻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지는 해석이 되지 않았다.

고골번역기로는 외국인들이 즉석에서 치는 채팅까지 해석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남은 팀원, 씨지맥도 영어는 모르는 눈치였고 리뮤는 아예 말이 없었기에.

-Good game. Thank you! bye!

로 상황을 스무스하게 넘겼다.

하지만 당시에 리뮤녀석은 핫숏이 무슨 말을 했는지 혼자서 듣고 있었나 보다.

팀에서 유일하게 인사조차 안 한 주제에.

'혹시 칼폭풍에서 내가 못했다고 위로해주려는 건가.'

의심할 법도 하다.

그도 그럴게 항상 말이 띠꺼운 리뮤가 핫숏이 했다는 말을 너무나도 좋게 해석했으니까.

처음 스크림을 시작하기 전에 핫숏이 나에게 했던 말.

인간조아라가 대강 해석했던 내용에 의하면.

솔랭에서 피로라 잘 봤고, 오늘 스크림에서도 좋은 모습보여 달라는 상투적인 인사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고 한다.

늬앙스나 단어사용을 따졌을 때 나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고 리뮤는 말했다.

리뮤녀석은 언제나 설명이 부족하지만 틀린 말이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 말이 맞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기분 좋게 넘어가도 되는 일.

진짜는 그 다음이다.

스크림 게임의 결과는 1승 2패였다.

우리팀의 확실한 패배.

단순 스코어만 따지면 아마추어팀에게 재밌는 승부를 선사해줬다고 봐도 될 정도의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을 판단한 핫숏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 한 번 연락을 하겠다.

그 시기는 LCL이 끝난 후.

그리고 LCL에서의 활약도 기대하겠다.

대체 나에게 무슨 연락을?

아무리 좋은 인상을 주어줬다고는 해도 프로 스카웃 제의는 아닐 테다.

CLC는 어디까지나 북미 프로팀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닐 뿐더러 가능성이 희박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시즌2에 외국에서 프로를 한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무엇을?'

예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분명 제안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시기를 LCL 다음이라고 할 필요도, LCL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겠다는 사족을 붙일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더욱이 핫숏이라는 사람은.

'차후 CLC팀의 구단주가 되지.'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을 다른 프로들보다 진지하게 보고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쉽게 예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한 가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LCL에 집중하자.'

확실하지도 않은 떡밥에 소풍 전날 밤을 지새울 나이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 30분 후면 시작한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그 첫 게임이.

예선전 정도야 손쉽게 파고 나갈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있고, 상대팀의 수준도 솔직히 말해 별 볼일 없지만.

진지한 각오로 임해야 하는 것이 맞다.

방심때문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니까.

게다가 리뮤의 말은 그냥 나를 놀리는 것일 확률도 있다.

거짓말은 안 하더라도 나 놀리는 뻥은 잘 치는 녀석이니까.

적당히 흘려 듣기로 한 나는 보이스 채팅에 접속했다.

환한 인사로 나를 반겨주는 팀원들,

이제 곧 LCL의 첫 번째 막이 열린다.

============================ 작품 후기 ============================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합니다.

*훼이커->테이커

뱅끼->뱅크

등장인물 이름이 수정됩니다.

더욱 재밌고 속도감있는 전개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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